드디어 내가 성병(聲病)에 걸렸나 보다
강연 축사 등에 불려 다니며
깊이 탄식하던 노스님은 입적한 지 오래
그 후에도 명성을 탐하던 한 유명 시인이
태엽을 틀면 돌아가는 자동인형처럼
인터뷰,북 토크, 시 낭송 등에 불려 다니며
내가 성병에 걸렸다고 실토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나 또한 성병에 감염된 지 한참 되었다
진종일 떠벌이는 라디오,TV,유튜브,SNS,페이스북,인스타그램......
비 새는 지붕 아래
병든 가축이 살처분되고
바다에서도 흙에서도 죽음의 피 냄새가 나는데
유명하지도 않은 주제에
성병 걸렸다고 스스로 냉소하다가도
휴대폰이 울리자마자
공터건 장터건 뛰어나간다
아차! 이제 마스크를 안 써도 되나
세상 구멍마다 성병이 창궐했는데......
떠돌이 개만도 못한 명성을 찾아
미친 놀이에 몸을 밀어 넣는다
개구리처럼 첨벙첨벙
6월의 늪으로 뛰어든다
"나는 아무도 아니에요! 당신은 누구신가요? 유명해진
다는 것은 참 피곤한 일이에요...... ."*
죽은 시인의 시 한줄이
썩지 않고 무덤을 뚫고 나와
산 자들을 흔드는 것을 본 적이 있지만
그녀의 시가 살아 그녀가 유명하지만
그것 또한 죽은 시인과는
상관이 없는 일
그것 또한 수명은 한 계절
망각 속으로 빠르게 사라져 간다
온 세상이 방방 뛴다.
kkk......** 수많은 개구리들이
첨벙첨벙 성병에 걸렸다
* 에밀리 디킨스의 시 「I'm nobody! who are you?」.
** k팝,k무비,k리터러처...... .
[늑대처럼 싱싱하게 울고 싶었다],민음사,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