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시 중구 남산동 3가 34-5 남산빌딩 207호 T. 754-8856 F. 319-2039 E-mail. QUOTA146@hitel.net
|
기자 회견문 2006년 3월 3일(금)
참여정부에 엄중히 경고한다.
문화적 재앙을 초래할 스크린쿼터 축소와 국가적 재앙을 야기할
한미 FTA 강행을 위한 대국민 사기극을 당장 걷어치워라!
어제 3월 2일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의장, 이미경 국회 문화관광위원장,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등 당정의 핵심 인사들과 극장업계의 핵심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스크린쿼터 축소에 따른 영화계의 의견 수렴과 영화발전대책 마련에 관해 협의했다고 한다. 한국영화발전을 위한 영화계의 의견 수렴을 위해 (대통령과 총리를 제외하고) 이처럼 많은 당정의 핵심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일은 아마도 처음인 것 같다. 문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좋은 모임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발언을 들어보면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또 현 사태의 본질과 영화계의 실체에 대해 당정이 생각하는 바가 이 정도에 불과한 것인지 한심스럽기 짝이 없을 따름이다.
"우려의 목소리는 크지만 대화의 목소리는 아직 없다. 극장협회와의 대화가 첫 번째 대화인 만큼 그 의미가 매우 크다"(이미경)고 한다. 그런데 이들이 이번 사태에 직면하여 언제 영화계와 진지하게 대화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던가? 극장계가 언제부터 영화계 의견 수렴의 첫 번째 대화 파트너가 되었던가? 쿼터축소를 일방적으로 기습 발표해 놓고 "대화의 목소리가 없다고?" 정말 의견 수렴과 대화를 원한다면 축소 발표 이전에 영화계와 먼저 협의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쿼터 축소 발표 직후 우리 영화인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국회를 방문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시행령이 아닌 영화진흥법 모법에 쿼터일수를 제시하는 영화법 개정을 수차례 제안한 바 있다. 그때는 지나가는 개보듯 하더니 이제 와서 대화의 목소리가 없어 극장계와 첫 대화를 한다니? 이게 일국의 문화관광위원장이라는 사람이 할 말인가? 하지만 더욱 어이없는 것은 <73일 축소안>은 IMF 때 우리 정부가 미국의 지원에 보답하여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그 책임을 국민의 정부에 떠넘기며, 73일로 축소해도 문화다양성 협약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변하는 대목이다. 아무리 조삼모사가 정치인의 속성이라 인정해도 상식을 초월하는 그 후안무치함에 분노를 느낄 따름이다.
그러나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73일로 축소했지만 106일은 자율적으로 지키도록 합의했다는 극장협회장(박동호, 이창무)의 발언을 통해 여론을 호도하는 이들의 기만적 작태이다. 고양이들끼리 한데 모여 안전하게 생선가게를 지키자고 합의했다고 하자 생선가게 주인이 이제는 안심이라고 말하는 꼴이다. 영화계가 만날 수 있는 최고위 정치인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시종일관 카드 할인의 축소 규모를 더 축소해달라는 요구만을 반복하고 있는 극장계가 앞으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자율적으로 106일을 지키겠다고 하니 이 말을 믿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문화관광부는 영화발전을 위한 2000억원의 기금을 극장입장료에서 조성하겠다고 "멋대로" 발표했고, 이날도 이 문제를 함께 논의 하자고 제안했으나 극장측은 이에 대해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정부가 입장료의 5%로 기금조성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세제지원을 통해 충당토록 하겠다고 권유해도 묵묵부답인 이들이 실로 106일을 자율적으로 지키겠다는 것을 믿으란 말인가? 그렇다면 아예 쿼터를 없애고 극장이 106일 전체를 자율적으로 지키면 될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도 쿼터의 제2 축소가 있을 경우 자신들도 거리로 나설 것이라는 극장측의 발언은 대체 뭔가? 이율배반적인 말잔치로 영화인들과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결국 서로가 내용 없는 말잔치만을 주고받으며 동상이몽을 즐긴 셈이다.
그렇다면 당정의 핵심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영화계와의 첫 대화라고 반긴 이날 모임의 목적은 대체 무엇인가? 그 궁금증은 우상호 의원의 마지막 발언에서 풀리게 된다. 그는 이날 모임이 “국민과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데 국민을 안심시키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마무리 발언을 했다. 한마디로 쿼터 없이도 극장들이 자율적으로 106일을 준수하겠다는 실현 불가능한 거짓말을 통해 민심을 무마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괘씸하게도 국민들과 영화인들을 바보 취급하는 셈이다. 마치 2년 파견노동을 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권장한다는 조항을 들어 노동계의 주장을 들어주었고, 그 대신 파견노동의 범위를 더 확대하여 사용자측의 주장을 들어주었으니 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2년 파견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면 결국 23개월짜리 비정규직만이 양산될 것이기 때문에 노동계가 총파업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두고 노동계의 과욕을 나무라는 것과 같은 논리로 쿼터 축소를 극장이 자율적으로 보전해주면 될 일을 그토록 반대만 한다고 국민들과 영화인들을 집단이기주의자들로 호도하려는 것이다.
사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발언이지만 정동채 장관과 정동영 의장의 모순적인 발언 역시 참여정부 최고위층들의 영화산업에 대한 분열증적인 인식수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동채 장관은 영화가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큰 미래 전략산업이므로 정부의 육성의지가 매우 확고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정동영 의장은 “한국영화가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나 매출액은 5000억원 중소기업의 매출 수준”이라고 발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무장관은 영화가 미래의 전략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쿼터를 축소한 후 여타 미봉책으로 손실을 보충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앵무새처럼 다짐하고 있고, 당의장은 한국영화 매출액이 중소기업 수준이므로 더 큰 국익을 위해 줄여도 무방하다는(실상을 몰랐다면) “골빈” 얘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국영화 매출액을 실제로 극장매출액을 상회하는 부가판권(비디오와 방송)과 수출액을 제외하고 굳이 극장매출액 5천억 원으로만 한정하는 것도 내용을 잘 모르는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쿼터 축소의 근거를 기껏해야 고의적으로 한국영화의 매출액을 축소하는 비열한 방법에 의존하느니 차라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 나을 것이다. 5.31 지방선거를 총지휘해야 할 당의장의 인식과 태도가 이 지경이어서야 국민들이 과연 그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런 무책임하고도 무지한 인사들이 참여정부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한심하고도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쿼터 축소 반대, 한미FTA 반대 여론의 불길이 급등하자 손수건으로라도 불길을 꺼야 할 정도로 화급해진 모양이다. 1월 26일 쿼터 축소 기습발표와 2월 3일 한미FTA 기습 발표 때 정부가 낙관적 근거로 삼았던 여론이 2월 중순에 들어 역전되자(찬성 25%, 반대 75%) 자못 초조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쿼터 축소와 한미FTA 조기체결을 강경하게 밀고 나온 재정경제부와 외교통상본부가 예상과는 달리 일반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객관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못하고 추상적인 수사(세계화 대세론)만을 되뇌이고 있으니 그들만 믿고 있던 여당과 타 부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서 일국의 당의장과 문광위원장, 문화부장관 등이 극장측을 만나 삼척동자도 웃을 해프닝으로 국민을 안심하게 하려는 작태를 연출하는 것은 같은 국민의 일원으로도 참으로 수치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상황이 이런 지경으로 전개되는 것에 대해 금할 수 없는 분노를 머금고 우리 영화인들은 참여정부에 대해 다시 한번 “친절하게” 당부하고자 한다. 먼저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려고 남의 밥그릇을 빼앗으려면 최소한 미안한 마음이라도 가지는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라고 말이다. 생존의 터전을 짓밟힌 사람들의 분노와 저항을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것도 모자라서 그것이 국제협약(문화다양성 협약)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식의 거짓말을 공공연하게 지껄이며, 심지어는 책임을 국민의 정부에 전가하는 식의 파렴치한 행위를 이제는 정말 그만 걷어치울 것을 권고한다. 국민 참여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놓고 국민 참여를 원천 봉쇄한 채 국가적 재앙을 불러올 한미FTA를 마구잡이로 강행하려는 그대들의 일그러진 모습을, 3년 전 쿼터 현행유지를 공약으로 내세워 영화인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서 참여정부를 출범시켰던 당시의 떳떳했던 모습을 되돌아보라! 초심으로 돌아가 현재의 추악한 모습을 반성할 능력이 없다면 곧바로 '참여정부'라는 간판을 스스로 끌어내리는 편이 나을 것이다.
2월 26일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노골적인 거짓말과 비아냥거림, 인신공격을 통해 국민 여론을 호도해온 조선일보에 대해 취재거부와 청룡영화제 참여거부를 발표했고, 소장파 감독들의 모임인 <디렉터스 컷> 역시 27일 비판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여타 주류 신문들에 대해서도 왜곡보도를 계속할 경우 취재거부를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참여정부 역시 이들과 마찬가지로 사실 은폐와 왜곡을 일삼으며 대국민 사기극을 계속한다면 우리 영화인들은 그대들을 더 이상 우리의 정부로 인정하기를 거부할 것이다. 정부와 언론의 존재 근거는 국민의 생존과 국가의 번영을 수호하고 객관적 사실을 공정하게 보도하는 데 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주지하는 사실이다. 이런 의무를 다하지 않는 정부와 언론은 국민으로부터 대접받을 자격을 박탈당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다.
2월 25일 노무현 대통령은 현재와 같은 방식의 졸속한 한미FTA의 추진은 국가적 재앙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과거 최측근들의 고언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최고의 경쟁력 획득을 위해 한미FTA가 반드시 체결되어야 한다면서 향후 재임 2년간 한미FTA 타결에 “전념”하겠다고 발표했다. 과거 동지들의 고언도 무시하고 국민 여론을 개보듯 보는 "노짱"의 뱃심의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도 "노짱"을 대통령으로 앞장서 뽑았던 우리 역시 향후 2년간 한미FTA를 저지하는데 "올인"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물론 아직도 대화할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초심으로 돌아가 마음을 열고 스크린쿼터 축소와 한미 FTA 체결이 가져올 국가적 재앙의 위험에 대해 국민들과 진지하게 토론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대화에 응할 자세가 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대들이 미국과 대자본의 압력에 떠밀리고 있다는 점을 사죄하면서 국민들과 성심성의껏 대화할 자세를 갖추기는커녕 오히려 국민의 위에 군림하면서 국민을 기만하는 대사기극을 연이어 연출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며칠 후로 예고되어 있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반민주적인 방식으로 쿼터 축소를 강행하겠다면, 우리 영화인들은 대한민국의 문화주권과 생태주권, 경제주권과 안보주권의 이름으로 온 국민과 함께 그대들을 무능한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데 “전념”할 것을 약속한다.
다시 한 번 엄중히 경고하는 바, 그대들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스크린쿼터 축소를 강행하면서 한미FTA 협상 추진을 계속해 간다면 우리는 즉각 <146일 가두농성>을 시작하고, 그대들의 대국민사기극을 알리는 국민캠페인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하면서, 우리와 함께 투쟁하고 있는 <스크린쿼터사수한미FTA저지를위한범국민대책위>와 더불어 전국의 양심적인 교수학술단체, 문화예술단체, 시청각미디어단체, 교육학부모단체, 보건의료단체, 공공부문노조, 환경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들 모두와 각 부문별로 <한미FTA저지공동대책위>를 구성하고, 3월 이내로 이들 모두가 참여하는 <한미FTA저지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하여, 스크린쿼터 축소 및 한미FTA 체결을 시도하는 모든 음모를 분쇄하고, 제2의 매국 음모를 획책한 그대들에게 역사의 심판을 내리게 할 것이다.
2006년 3월 3일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영화인대책위
|
서울시 중구 남산동 3가 34-5 남산빌딩 207호 T. 754-8856 F. 319-2039 E-mail. QUOTA146@hitel.net
|
일일논평 2006년 3월 3일(금)
극장과 정치인들은 국민 사기극을 벌이지 말고,
자신의 할 일이나 제대로 하라!
지난 2일 신촌 아트레온에서 박동호 CGV 사장, 김우택 메가박스 사장, 김광섭 롯데시네마 대표, 곽정환 서울극장 대표 등 극장 경영인들과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정동영 열린우리당 당의장, 이미경 의원, 우상호 의원 등이 ‘극장 경영인 대표 당ㆍ정 간담회’를 가졌다고 한다. 여기에서 극장 대표들은 “서울시극장협회가 정부의 스크린쿼터 비율 축소 방침과는 별개로 현행 스크린쿼터 비율을 자율적으로 유지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즉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더라도 현재의 스크린쿼터 비율을 극장이 알아서 지키겠다는 소리이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은 어디까지나 ‘자율’에 맡기는 것이라고 한다. 결국 하나마나 한 소리를 한 것이다.
사실 스크린쿼터는 극장들이 한국 영화를 너무 사랑해서 알아서 지켜왔던 제도가 아니다. 스크린쿼터는 한국 영화가 지금처럼 대중들의 사랑을 받지 전부터 있어왔던 제도이지만, 어떤 극장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그 결과 아무리 좋은 영화를 만들려고 해도 상영할 수 있는 극장이 없어 한국 영화는 참패를 거듭했다. 오랜 한국 영화의 침체기 속에서 1993년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과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 감시단’을 만들어, 정부가 방관하고 극장이 외면했던 스크린쿼터 의무 일수를 감시ㆍ감독하기 시작하면서, 스크린쿼터는 서서히 실질적인 그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1993년 드디어 한국 영화 중 첫 번째로 100만 명의 관객을 모은 <서편제>가 탄생했다. 또한 이렇게 관객과 영화인들의 노력으로 스크린쿼터가 정착하기 시작한 1999년에는 <쉬리>가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극장들은 ‘멀티플렉스’를 대거 만들고 공격적인 배급ㆍ상영 경영을 하면서 한국 영화 전성기의 이익들을 챙길 수 있었다. 물론 극장들이 한국 영화 발전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멀티플렉스’는 극장들에게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준 것과 동시에 한국 영화의 산업화에 일정한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스크린쿼터 제도는 극장 대표의 의지에 따라 스스로 지킬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 할 수 있다. 김광섭 롯데시네마 대표가 간담회에서 말했듯이, 50억에서 500억을 투자해야 하는 고비용의 사업이다. 극장들이 이러한 투자비용에 손해가 나더라도 한국 영화를 위해 스크린쿼터를 스스로 지킬 것이라고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었던 스크린쿼터가 당ㆍ정에서 헌신짝처럼 버려진 현재의 상황에서, 경제적 이득을 첫 번째 목표로 삼는 극장이라는 회사가 얼마나 ‘자율적인 비율 준수 동의’를 이어갈 지는 삼척동자도 판단할 수 있는 일이다. 혹시라도 극장이 자율적으로 스크린쿼터를 지킨다 해도, 한미 FTA가 체결되면 할리우드 직배사에게 고발당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면 ‘당정 간담회’에서 굳이 극장 대표들이 ‘스크린쿼터 자율 준수’를 운운하는 것은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운동에 찬물을 끼얹겠다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 한겨레신문이 올바르게 지적하고 있듯이,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다른 한국 영화 제작ㆍ투자사들이 큰 타격을 입는 것과 달리, 할리우드 영화든 한국 영화든 관객만 들면 되는 극장 업은 크게 문제 될 게 없기 때문”에 극장 대표들은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를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자율 준수’를 통해 축소 지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만약, 단지 이익만을 추구하는 회사가 아니라 한국 영화의 발전을 진정으로 바라는 영화 산업의 구성원이기를 바란다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던 ‘부율 문제’, ‘일방적인 관람료 할인 문제’, ‘광고비용의 일방적인 전가’, ‘정확한 상영 관객 수 산정’, ‘정확한 수익 정산’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러한 한국 영화 산업 풍토의 개선을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스크린쿼터 비율 자율 준수’를 말하는 것은 기회주의적인 행태일 뿐이며, 나아가 스크린쿼터 준수를 위해 노력하고 지지하는 모든 영화인들과 관객, 시민들에 대한 사기극일 뿐이다.
이 못지않은 사기극에 보답하고, 나아가 적극 주도한 이가 있다. 바로 정동채 (전)장관이다. 그는 이 간담회 자리에서 "스크린쿼터 비율 축소 비율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시작되면 더 축소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는 사실무근"이라면서 "이미 미국 측과 협의한 사항으로 스크린쿼터 비율 축소 문제는 FTA 협상 의제로도 올라가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무지의 소치이거나, 이미 떠날 사람이기에 무책임한 발언이거나, 아니면 대국민 사기 발언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바로 전날 미 무역대표부(USTR)는 ‘2006년 통상연차보고서’를 부시에게 제출하면서 그 서문격인 ‘대통령의 주요 교역정책(The President's Trade Policy Agenda)’에 한미 FTA를 주요한 정책 과제로 제시하였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스크린쿼터에 주목하며, 지속적으로 스크린쿼터의 부당성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보고했다. 굳이 이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한미 FTA 체결에 있어서 스크린쿼터는 걸림돌이 되어왔고, 미국은 오랫동안 단지 축소가 아니라 완전한 폐지를 요구해 왔다는 사실은 이제 모두가 알고 있다.
더군다나 정동채 장관은 “자신의 명예를 걸고” 축소된 스크린쿼터를 지키겠다고 호언까지 했다고 하니, 아연실색할 뿐이다. 바로 다음 날인 오늘, 정동채 장관은 문화관광부 수장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극장 대표들이나 정동채 장관이나 모두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스크린쿼터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본과 정치인의 기회주의적 입장에서 스크린쿼터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극장들은 짐짓 한국 영화를 위하는 척하는 발언을 하면서 오히려 스크린쿼터 축소 지지 의사를 밝혔고, 정장관은 이에 보답하며 극장들이 요구한 “할인카드 문제, 부과금 세제지원, 극장 디지털화 지원”등을 선물로 내놓았다. 그리고 자신의 문광부 수장으로서의 실패를 애써 감추려고 자신의 명예 운운하며 오히려 스크린쿼터를 농락했다.
그러나 영화인들과 관객ㆍ시민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진정한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극장들은 영화인들과 관객ㆍ시민들에게 철퇴를 맞고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다. 또한 실컷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명예를 더럽혀 놓고선, 스크린쿼터를 화두 삼아 자신의 명예를 운운하는 정치인들은 다음 선거들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2006년 3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