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첫 우승(LPGA 투어)… 17세 소녀, 이제 세계 1위 넘본다

[강헌]

리디아 고, 스윙잉 스커츠 클래식 우승하며 세계 2위로]
- 일정한 '메트로놈 스윙'
교습가 레드베터 "흠잡을 곳 없어", 아이언샷 거리 컨트롤도 강점
- 성숙한 멘털
프로 2~3년차같이 노련한 플레이… 집중력 뛰어나고 느긋하게 풀어가

뿔테 안경을 쓴 '천재 소녀'가 세계 정상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7·한국 이름 고보경)가 작년 말 프로 전향한 이후 처음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리디아 고는 세계 랭킹을 4위에서 2위로 끌어올리며 세계 1위 박인비(26)의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리디아 고는 28일(한국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레이크 머시드 골프장(파72·6507야드)에서 끝난 스윙잉 스커츠 클래식(총상금 180만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3개로 3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한 그는 2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11언더파)를 1타 차로 꺾고 우승했다. 상금은 27만달러(약 2억8000만원)다. 신지은(22)이 3위(10언더파), 박인비가 공동 4위(6언더파)였다.

리디아 고가 28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레이크머시드 골프장에서 열린 LPGA 스윙잉 스커츠 클래식 4라운드 18번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넣은 뒤 하늘을 바라보면서 기뻐하고 있다. /AP 뉴시스

아마추어 신분으로 2012년과 2013년 캐나다 여자오픈을 2연패한 뒤 투어 통산 3승째다. 리디아 고는 작년 11월 프로 전향한 뒤 47일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의 하나로 대만에서 열린 스윙잉 스커츠 월드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미국 투어에서는 올 시즌 9번째 출전한 대회였다. 미국 골프채널은 "17세 리디아 고가 세계 1위 박인비를 위협할 만한 거리에 들어왔다"고 전했다.

◇"믿어지지 않는 샷"

리디아 고는 이날 나이답지 않은 위기관리 능력과 쇼트게임 실력을 선보였다. 최종 라운드를 루이스에게 1타 뒤진 2위로 출발한 리디아 고는 13번홀에서 2타 차로 역전하며 앞서나갔다. 16번홀에서 루이스가 버디를 잡아내 1타 차로 좁혀진 상황에서 18번홀(파5·532야드)에 들어섰다.

여기서 리디아 고가 우드로 친 세컨드 샷이 왼쪽 깊은 러프에 빠졌다. 홀까지 63야드를 남기고 왼발이 더 높은 라이에서 리디아 고는 피치샷을 그린 앞쪽에 떨어뜨렸고 볼은 홀 1.8m까지 굴러가 멈췄다. 리디아 고는 루이스와 나란히 버디를 기록해 우승을 확정지었다. 리디아 고는 "누군가 밟고 지나간 것처럼 잔디가 (그린을 향해) 누워 있어 무척 다행이었다"며 "스핀을 걸 수 없었기 때문에 공이 잘 구르기만 바라며 샷을 했다"고 말했다. 루이스는 "똑같은 자리에서 다시 열 번 샷을 한다고 해도 리디아와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리디아 고는 평소 "홀 가까이 아이언샷을 붙이는 대회가 있다면 내가 우승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아이언 거리 컨트롤이 강점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 고길홍(53)씨와 함께 한 훈련 덕분이다. 리디아 고는 뉴질랜드 집 근처 골프장의 파3홀 4곳에서 화이트, 블루, 블랙 티마다 볼을 30개씩 치며 거리 맞추는 연습을 매일 했다.

그린을 직접 공략하면서 클럽별 샷의 탄도와 구질, 스핀 양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아버지 고씨가 고안해낸 방식이다. 벙커 바로 뒤나 워터해저드 부근에 깃대를 세워놓고 담력을 키우는 훈련도 했다고 한다.

◇'메트로놈 스윙'

리디아 고는 작년 말 프로 전향한 뒤 많은 변화를 한꺼번에 겪었다. 11년간 자신의 유일한 스윙 코치였던 가이 윌슨과 결별하고 세계적인 골프 교습가인 데이비드 레드베터를 새 코치로 결정했다.

레드베터는 리디아 고의 스윙에 대해 "흠잡을 데 없이 일정한 '메트로놈(일정한 속도로 음악의 박자를 알려주는 기계) 스윙'을 한다"며 "리디아의 스윙을 뜯어고치지 않을 것이고 정상 궤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가이드만 할 계획"이라고 했다.

리디아 고는 드라이버샷부터 아이언샷까지 머리를 뒤에 잡아놓는 듯한 스윙을 한다. 샷의 일관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몸의 유연성이 뒷받침돼야 체중 이동이 원활하게 된다. 리디아 고는 "스윙은 어릴 때와 같은데 힘이 붙으면서 공이 '탕 탕' 나간다"고 했다.

◇성숙한 멘털

세계 랭킹 1위 박인비는 리디아 고에 대해 "2~3년쯤 프로 생활을 한 선수처럼 노련하게 플레이한다"고 평가했다. 리디아 고는 집중력이 뛰어나면서도 느긋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다. 나이가 어려서 부족한 경험은 대회 코스를 누구보다 잘 아는 로컬 캐디를 고용해 채우고 있다. LPGA 투어 3승 모두 로컬 캐디와 함께 이뤄냈다.

아버지 고씨는 어려서부터 리디아 고에게 "너는 천재다"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칭찬이 기분 좋았던 리디아 고는 골프를 좋아하게 됐고 연습도 즐겁게 했다는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