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와 하던 체스판은 조각났다.
생애 첫 비행기에서 하늘의 윗면을 보았다. 구름에 살고
있다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던 어린 날, 이불 위로 뛰어내
리는 연습을 하던 날은 지금까지도 착륙을 제공하지 않는
다. 영정으로 사용할 사진을 미리 골라두었다던 그는 배경
으로 사용할 새파란 하늘을 찾아 너무 많은 여행을 했다. 내
내 기쁨이었다고, 시간의 밝기를 증명하고 싶다는 듯, 조문
을 하려면 하늘로 오라는 듯, 컬러사진 속 그가 웃으며 손을
흔들 때마다 그의 뒤로 밝은 구름이 자라고, 넓어지고, 하늘
은 점점 파랗게, 파랗게, 파랗게. 애도는 흑백으로 접혀 부의
함 속으로 떨어진다. 식장을 뺘져나온 사람들이 기분에 색
깔을 입히려는 듯 필사적으로 서로의 목소리를 주고받는다.
우리 없이 빛난 아침, 고양이들의 우정을 훔쳐 들으며 하는
천변의 모든 산책, 발이 푹푹 빠진다. 숨은 언제 안개가 될
까. 땅이 별의 표면이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 생은 인간의 영
토가 될 수 없다. 빛과 어둠이 만든 윤곽은 물체만의 고도가
아니다. 어디서나 살고 있겠다는 말은 어디서도 살고 있지
않은 것. 그렇게 단단하고 높게 선 하얀 구름이 이번 판은
전부 끝이 났다는 듯 내 그림자를 밟고 올라선다.
[우리 없이 빛난 아침],창비,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