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의 1위 기업 TSMC는 3월 10일 장 마감 직후인 오후 1시 48분에 2월 매출을 발표했다. 2월 매출은 대만달러 기준 NT$ 106.53 billion, US$ 기준 37.6억 달러이다. 전월 대비 15.9% 감소했고, 전년 동기 대비 14.1% 증가했다.
2월 매출이 전월 대비 15.9% 감소한 이유는 춘절 연휴로 영업일수가 평소 대비 1주일 정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3월 매출은 2월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일수가 2월 대비 늘어나며, 모바일 시장의 성수기 효과가 TSMC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모바일 분야에서 TSMC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디어텍의 경우 1월과 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8.2%, 78.6% 증가했다.
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1% 증가한 이유는 선단 공정(14nm 이하 의미) 매출이 견조하기 때문이다. TSMC는 지난 1월 중순에 2021년 시설투자 계획을 250~280억 US달러로 발표하면서 시설투자 예산의 80%를 선단 공정에 배정 한다고 언급했다. 선단 공정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은 모바일 분야의 고객, 고성능 컴퓨팅(High Performance Computing) 분야의 고객들이다. 암호화폐 채굴용으로 사용되는 그래픽카드(GPU)도 TSMC의 선단 공정 수요를 촉진했 다.
TSMC의 1분기 가동률은 2020년 4분기와 마찬가지로 높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텍사스 한파로 인한 삼성전자와 NXP 생산라인의 가동 중단 영향, 일본 지진으로 인한 Renesas의 가동 중단 영향으로 32bit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 (MCU) 및 NAND 컨트롤러 등의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어 생산라인 확보가 필요한 고객들이 TSMC에게 더욱 의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TSMC의 1분기 매출이 가이던스(US$ 기준 127~130억 달러)를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의 실적을 리뷰하는 자료를 쓸 때마다 "TSMC에 대한 걱정이야말로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느끼게 된다.
앞으로 반도체 업종의 투자 심리에 영향을 끼치게 될 요인은 TSMC의 매출 증가 속도라고 판단된다. 예를 들어 2020년 1월과 2월의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각각 +32.8%, +53.4%였고, 이런 과정을 거친 이후 월별 매출은 2020년 6월부터 최저치 기준 NT$ 100 billion를, 평균치 기준 NT$ 110 billion를 상회하게 되었다. 파운드리 공급 부족으로 ASP 상승이 기대되고 있어 앞으로 월별 매출에 대한 눈높이는 NT$ 120 billion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별 매출이 2020 년 1월이나 2월처럼 급성장하는 모습이 영원히 지속되기 어렵겠지만 ASP 상승에 힘입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성장하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TSMC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업종 전체적으로 PER 밸류에이션이 다시 한번 상향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느냐 아니냐는 ASP의 상승이 결정할 것으로 추정된다.
파운드리 업종에서의 이러한 흐름을 고려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ASP 상승이 주가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NAND Flash 업종이다. NAND 컨트롤러 공급이 부족해 NAND 솔루션 완제품 가격의 상승이 예상되고 있어 일종의 왝더독(Wag the Dog) 현상 같은 느낌을 준다. 이처럼 가격 상승이 NAND 시장에서도 현실화된다면 현재 NAND에서 손실을 기록 중인 SK하이닉스가 더욱더 빠르게 손익분기점(損益分岐點, break-even point, BEP) 을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