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이 열개라는 사실과 맞선이 열번째라는 것은 많은 의미를 주었다.
백번도 불사하겠다고 천명한 맞선은 더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쭉쟁이의 맞선녀에 대한 평가 방법도 이론과 현실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열번째의 그녀는 스커트 차림에 뾰닥구두를 신고 나왔다.
대부분 정장차림에 가죽구두였기에 그녀는 한층 돋보였다.
종아리의 곡선은 그녀의 맵시에 더욱 후한 점수를 주었으며,
철학을 하는 외삼촌의 조언이 그녀의 관상에 호감을 갖도록 만들었다.
미인이 박명하다는 말보다 여인은 얼굴값을 한다는 말을 더욱 귀담아 들었기에
색기가 흐르거나 특출한 미인은 배우자로서 배제된 상태였다.
그녀의 얼굴은 그저 푸근한 상이었다. 그 중 사각에 가까운 떡뼈가 매력적이었다.
외삼촌께서는 여인들이 떡뼈를 깍는 것은 굴러들어오는 돈을 박차는 것과 같다고 했다.
슬며시 그녀의 손바닥을 바라본즉 운명선과 중지를 연결하는 기막힌 돈줄을 보고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짧은 정장과 코트에 검정색 스타킹, 그리고 그녀를 받쳐주는 핑크색 뾰닥구두.
모든 것이 그녀의 성의쪽으로 평가되었고,
비록 넓적한 얼굴이지만 나름 맵시에도 1등급을 주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꽁깍지는 그녀의 넓은 턱과 돈줄을 의미한다는 손금과 만져보고싶은 충동의 종아리와 뾰닥구두였던 것이다.
한편 그녀도 쭉쟁이와 같은 처지였다.
쭉쟁이만 선을 보고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 나름의 평가방법이 있었고 그녀또한 선을 보는 것이 세번째라 했다.
남자는 카리스마가 있어야하며 키가 크고 직업이 좋아야한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었다.
그러나 남자도 여자와 같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
남자도 얼굴값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카리스마에도 형태가 여러가지라 실험을 하지않는 한 몇번의 만남으로 평가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폭력적인 부분을 카리스마로 오인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것이 이 때문이다.
자상함보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쪽을 택하기엔 상당한 위험성이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했던 그녀다.
맞선에 대한 여러가지 평가방법은 맞선의 횟수가 거듭되며 쭉쟁이도 그녀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꿈에도 그리던 이상형은 역시 꿈에 지나지 않았다.
주위에서도 성화가 있었지만 이 쯤에서 결론을 내야 할 것만 같았다.
쭉쟁이는 공정심을 잃고 일방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녀는 선 본 세명의 남자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더이상 맞선을 주선하겠다는 주변인이 없을 것만 같았다.
일주일 간에 세명을 만난 그녀, 첫번째의 남자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키도 작았지만 수줍음도 많았다. 남자가 에프터를 신청했지만 즉석에서 받아들이기엔 아쉬움이 컸다.
일주일이 지나며 한번의 전화가 왔지만 전화를 받지 않은 상태였다.
두번째의 남자는 모 제약회사 영업사원이라고 했다.
영업은 술과 접대가 접두사처럼 따라다니던 시절이었다.
말과 눈치와 술과 여자가 그들 생활의 전부라는 것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그는 훤칠한 키에 활달한 성격이었다. 프로급의 말솜씨는 카리스마가 넘쳤다.
그러나 카리스마에 대한 선입견은 그의 직업에 대한 선입견과 맞물려 이내 허물어졌다.
선을 보자마자 잡아끄는 그의 행동에 싸가지란 말이 입에서 뱅뱅거릴 지경이었다.
쭉쟁이와는 삼세번의 심정으로 맞선에 응했다. 중신에미 조여사의 주선이었다.
첫댓글 글이 너무길어 중간
쯤에서 모든 내용 까먹고
다시 읽고 ...
글을 맛갈나게 쓰시느라
쥐 났을거 같다는
생각을...
헌데 잼나게 읽으면서도
내 머리의 한계를
느끼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