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왕복 네시간이 걸렸지만,
쓰리핏을 직접 목격하고 싶기도 했고,
이것이 당분간 모비스가 하는 마지막 우승이 될 거 같았고,
무엇보다 아마도 양동근 커리어의 마지막 우승, 마지막 MVP일 거 같아서 꼭 직관을 하고 싶었습니다.
레아가 멀리 원주까지 왔더군요. 레아인 줄 알았더니 문탱 선수의 딸이었던 걸로..ㅋ
모비스 선수들과 모두 인사하고, 다들 아빠 미소.ㅎ
중계 카메라엔 얼마나 잡혔는지 모르지만 울산에서 단관 오신 팬분들도 많았습니다.
목소리가 일당백..ㅎ 선수들도 계속 쳐다보더라구요.
경기 전 양동근과 라틀이 다정하게 어깨동무 하고 가는 걸 보니
아 맞다 이거 라틀리프, 문탱과 같이 뛰는 마지막 경기구나; 기분이 싱숭생숭.ㅠ
양댕은 얼마전에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지만
몸 풀기 전에 진통제로 추정되는 약을 2,3알 먹었습니다.
얼른 쉴 수 있게 되서 다행입니다. (제발 국대에 안 불려가길..ㅠ)
4차전까지 되다보니 양팀 선수들 모두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보였지만
특히 양댕의 컨디션이 매우 안 좋아보였습니다.
슛 밸런스 안 좋을 때 자주 하는 행동 - 팔꿈치를 직각으로 세우고 팔꿈치 벌어지지 않게 안으로 모으는
그 동작을
오늘은 경기 전이나, 하프타임이나, 경기 중이나 계속 하더군요.
표정도 정말 안 풀린다, 밸런스 안 잡힌다는 답답함이 가득.
얼굴도 굉장히 피곤해보였구요.
아마도 시리즈가 더 길어졌으면 김주성만 은퇴하는 게 아니라
양동근도 같이 은퇴해야 했을 듯;
어쨌든 코트에 있는 8명의 선수가 다 지치고, 평소보다 느려보였는데
오로지 허웅과 클라크 성님만 이제 1라운드를 치루는 듯한 움직임이었습니다.
허웅 선수가 원주 팬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더군요. (젊은 여자 팬도 젤 많아 보였습니다.ㅎ)
어쨌든 경기 내용은 TV로 보신 분들이 더 잘 아실테니 패스.
우승 세레머니는 장소가 울산이었으면 더 좋았을 껄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라틀리프, 문탱, 그리고 (아마도) 과장님이 모비스에서 뛰는 마지막 경기였는데..ㅠ
홈 팬들과 인사할 수 있는 기회가 안 닿은 게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물 컷팅하고 국회의원 인사하는 35살 양요미
(영상 출처는 유투브 직촬)
경기 외적으로 악재도 많았고,
역대 최악이니 뭐니 어수선 했던 파이널이고
동부 주축 선수들의 방전으로 워낙 시리즈가 일방적으로 흘러서 경기 내적으로도 큰 긴장감은 없었지만,
모비스 선수들과 벤치, 구단의 노력과 저력은 누구도 폄하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막 전, 성적 나쁜 팀들이 흔히 변명으로 삼는 모든 악재는 다 있었습니다.
비시즌에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감독과 양동근이 2시즌 연속 자리를 비웠었고.
지난 플옵에서 큰 역할을 했던 가장 믿을만한 벤치 멤버 2명이 군입대와 부상으로 전력 아웃
무엇보다 지난 2시즌 우승의 주역이자 메인 외국인 선수의 퇴출
시즌 초반부터 다른 팀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이래저래 운도 많이 따른 시즌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주축 선수들이 큰 부상 없이 시즌을 완주할 수 있었던 것도
외국인 선수가 더 큰 트러블을 일으키기 전에 과감하게 퇴출 결정을 일찍 했던 것도
모두 모비스의 실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은 자신들이 이뤄낸 성과에 대해 충분히 자랑스러워했음 좋겠습니다.
* * *
우승은 프런트, 벤치, 선수들이 모두 하나가 되서
같은 방향을 보고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3시즌 간, 2번의 파이널 우승, 1번의 통합우승을 할수 있었던
팀 모비스 모두가 고맙고 대단합니다.
1213 시즌 / 1314 시즌 / 1415 시즌
짝짝짝
* * *
모두 다 고생했지만, 지난 3시즌간 특별히 쬐금 더 고마운 세사람에 대해 이야기 하고싶습니다
첫째로는 문태영
엘지 시절 자기가 공을 가지고, 에이스 놀이 하던 농구를 하다가
모비스라는 꽉 짜여진 팀에 와서 적응하는데 고생이 많았을 겁니다.
특히 엘지 시절은 코트 밖에서도 거의 외국인 선수처럼
훈련 시간이나, 생활에 있어서 프리하게 배려를 받은 걸로 아는데
예외 없이 모두가 함께 밥 먹고, 운동하고, 쉬는 모비스에 와서
아마 3년간의 팀 스케쥴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을 겁니다.
3년 간 몇번은 유재학한테 '그렇게 할꺼면 집에 가!' 라는 소리도 들었고
문태영이 모비스에 온다는 게 정해졌을 때부터 나왔던 많은 우려들, '문태영이 모비스와 잘 맞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보다 훨씬 더 잘 녹아들고, 잘 해주었던 거 같습니다.
마지막 시즌에 심판이나 상대팀과의 다툼이 많아졌던 것은 아쉽지만 (오늘같은 날만큼은 좀 조용히 지나갈 순 없었냐;ㅠ)
그래도 정말 많은 것을 해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두번째는 양동근 뭐 길게 말할 필요조차 없는 모비스의 심장. 모비스의 혼.
지난 3시즌 동안 김시래, 이대성, 문태영, 벤슨, 라틀리프, 클라크.
구성원이 같은 듯 하면서도 조금씩 달라졌고,
같은 농구를 하는 듯 하면서도 조금씩 달라지는 동안 한결같은 팀의 그릇이 되주었습니다.
1213 시즌 전, 김시래와 문태영이 처음 왔을 때 유재학 감독이 했던 말로 충분합니다.
"동근이랑 같이 뛰어서 호흡이 안 맞는 선수가 있어?"
팀의 상황과 구성원에 따라, 물도, 기름도, 불도, 창도, 방패도 될 수 있는 위대한 선수입니다.
스페인에 다녀온 후 했던 인터뷰에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해온 선수가, 자기가 해온 것들이 박살나고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 속상했습니다.
근데 좌절한 채로 끝나지 않아줘서 고맙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농구선수이자, 제 인생의 롤모델.
비시즌, 이제 푹 쉬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라틀리프
대학교 졸업하고 느바에 지명받지 못한 실패를 맛본 청년이 머나먼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3년간 정말 많이 성장했습니다.
한국에 처음 입국하던 날.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모비스 선수들, 양댕과 처음 만나던 순간
사회 초년생이 자기 직장 동료들이 한 두달을 버티지 못하고 연이어 퇴출 당하는 모습들을 봤고,
모비스의 훈련량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고,
하도 식물이라 퇴근길에 핫도그를 맞았다는 소문까지 있었던.ㅋ
3년간 여자친구가 바뀌기도 했고ㅋ
지금 여자친구와는 예쁜 딸을 얻어 한 집안의 가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처음 입국하고 용인 숙소에 와서 낯선 환경에 두리번거리던 미생이
오늘 세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고, 가족들과 함께 있는 것을 보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양댕, 양댕네 가족들과 함께 사진 찍는 라틀..ㅠ 마지막인거니..ㅠ 정말 가는거니ㅠ
벤슨이 같이 뒷돈 달라고 항명하자고 꼬득였지만,
자신을 선택해준 첫 직장에 대한 고마움에 딱 잘라 거절했던 라틀.
감독도 없는 존스컵에 가서, 미숙한 선수들을 데리고 문탱과 함께
9일간 9경기를 하는 지옥의 강행군을 잘 이끌어주었던 것.
이 때 보여준 책임감과 성실함은 정말 잊지 못할겁니다.
성실한 자세, 변하지 않는다면 어디가든 성공할 겁니다.
다음 시즌 크블의 다른 팀에 가게되든, 다른 리그로 떠나게 되든
어디서든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잘 되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정말정말 고마웠습니다.
* * *
올라오는 버스 안에선
오늘을 끝으로 팀의 한 챕터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서 몹시 센치해졌었네요.ㅎ
비시즌부터 팀의 리빌딩이 잘 되었음 합니다.
선수들, 코치님, 감독님, 프런트.. 모두 한시즌 동안 고생 많았습니다.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양댕의 마지막 우승, 마지막 MVP일텐데 직관을 해야겠다싶어서.ㅎㅎ 동천은 은퇴식날 간다 하더라도 원주라서 부랴부랴 가봤습니다.ㅎ 직관 가서 보니까 진짜 이 멤버로는 마지막이구나; 그런 실감이 확 들더라구요.ㅠ 특히 마지막 사진이 스타팅 소개되고 둥글게 모여있던 장면인데 저 모습, 양댕 등짝 보고 주책맞게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ㅠ 팀의 전성기가 이렇게 끝났구나, 쓰리핏의 기쁨보다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미묘한 기분이 드네요.ㅋㅋ 리빌딩도 잘하고, 양동근의 말년도 곱게, 부상 없이, 잘 마무리 되면 좋겠습니다.ㅎ
@그린빈 마지막 사진은 정말 모비스팬이라면 지나칠수없는 뭔가(?)가 있네요ㅜ.ㅜ
정성들인 글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ㅎㅎㅎ
늦게야 오늘 경기를 봤는데
따로 글을 안써도 되겠네요. 덕분에 잘봤습니다.
보고 오신 안구 삽니다.ㅎ
라틀이랑 첫 만남은 진짜 어색해 보이네요.
아니 되어요..ㅠ 10픽님 글 언제 올라오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농구 글 올려주셔요.ㅠ
이게 잘 기억해두기 위해서 집중해서 쌩눈으로 봐야하나, 카메라로 찍는 걸 우선해야 되나 고민했지만, 전자를 택했습니다.ㅎㅎㅎ
라틀이와 주장님이 저렇게 어색할 때도 있었지만 어제는 둘이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허리 안고 가길래 데이트 나온 줄 알았...
벤슨진짜 아휴 몸만제대로 했으면 좋았을 선수인데 뒷돈에 몸상태도 돼지 거기다가 꼬장...
딴 건 다 그렇다쳐도, 라틀이한테까지 같이 항명하자고 꼬셨었다는 이야기에 오만정이 다 떨어지더라구요;
자기가 뒷돈 받고싶으면 혼자 깽판칠 것이지 엄한 사람 꼬셔서 머리 수를 늘리려고. -_-
@그린빈 뒷돈이 존스컵나가는대신 보너스를 달랬던걸로 기억합니다만 보너스달라는 건 이해가되요 존스컵도 엄연한 대회중하나니깐.근데 보너스달라할꺼면 몸이나 제대로 만들어오던가 해야했는데 이건머...
@tjgodbs 뒷돈은 1314시즌 보너스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된 걸로 알아요. 자기는 우승했는데, 우승 못했던 팀 외국인 선수가 자기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았으니; 더 달라고ㅠ
존스컵이 전지훈련 대신 간 거였는데, 전지훈련 가는데 돈 달라고 한 소리나 마찬가지였고..; 감독님 말대로 일찍 잘 헤어진 거 같습니다. 벤슨 있었음 정말로 우승 못했을 듯;
저도 직관했습니다ㅋㅋ 뭔가 보면서 기쁨보다는 찡하더군요ㅎㅎ 후기 잘봤습니다
네.. 찡하고 짠하고; 기분이 하여간 묘하네요. 끝인가? 라는 느낌이 계속 들고; 또 새로운 시작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 시대가 끝나야 하는 게 이치이긴 하지만요. 싱숭생숭합니다.ㅎ
라틀리프 ㅜ.ㅜ
헤어지기 정말 시르다요..ㅠ
하고싶은말이 글에 모두 녹아있네요. 끝이정해진 드라마가 해피엔딩으로 끝나 정말 다행입니다. 그리고 양동근은 정말.. 석주일해설이 하는말처럼 존경할만한선수입니다. 이런 선수를 응원할수있어서 행복하고 이제는 못볼확률이높은 문태영과 라틀리프 3년동안 고생많았고 고마워요. 덕분에 평생 기억에남을만한 추억들을 만들었습니다. 정말 꿈만같은 찬란했던 3년이었네요
그쵸. 정말 행복했던 3시즌이었습니다.ㅎㅎ 한편으로는 감독님이 리빌딩과 새로운 농구에 대한 구상을 해놓으신 거 같아 다음 시즌부터 어떤 농구를 보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ㅎ
비시즌에 젊은 선수들이 훈련을 잘 소화해줘야 실현가능한 일일텐데. 준뱀이가 힘들다고 탈주하지 말았으면..ㅋ
라틀 가지마ㅠ
붙잡아서 안 갈 수 있다면 바짓가랭이를 잡고 싶네요.ㅠ
멋진 글 잘 봤습니다. 정말 어제 우승을 통해 말씀대로 모비스 황금기라는 챕터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언급하신 세 선수 모두 올시즌의 중심이었고 쓰리핏의 주역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자리에 있던 모두들 다 좋은 평가를 이어나가길 바라고 모비스의 다음시즌 준비도 착실히 되길 기대해봅니다. 특히 인터뷰기사중 그간의 주전몰빵 위주가 아닌 로테이션의 폭넓은 활용을 통한 런엔건이라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인데 과연 어떻게 코트위에 구현될지 기대되요 ㅎㅎ.
한 챕터가 끝났다는 쓸쓸함도 들지만, 감독님 인터뷰 보니까 또 새로운 챕터에 대한 기대도 되고, 성적은 좀 덜 나오더라도 재밌을 거 같기도 하고.ㅎㅎ 특히 3시즌만에 우리도 감독이 있는 비시즌을 보낼 수 있다는 게.. 감격.ㅠ 터프한 수비와 빠른 농구를 하시겠다고 하니, 제 예상엔 전준범, 김수찬, 배수용 선수가 중요한 키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