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성, 가족 22-22, 본가 ⑥ 맛있는 것 많이 먹고요
“네, 아버님! 말씀하세요.”
“혹시 지금 어디십니까?”
“저 이제 월평빌라로 가려고요. 집에서 출발해서 보성 씨 준비 도우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내비 보니까 한 시 반쯤 도착할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보성 씨 준비하면 시간 딱 되겠네요. 조심히 오세요.”
이제 막 집을 나서는데 아버지 전화를 받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삼십 분 일찍 도착하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넉넉했던 마음이 삼십 분만큼 촉박해졌지만, 서두를 건 없다.
즐거운 일을 도우러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보성 씨, 보성 씨!”
“아니, 왜요? 뭔데요!”
“아버지 전화 왔는데 삼십 분 일찍 도착하신다네요. 한 시 반에 오신대요.”
“그래요? 아버지?”
이보성 씨가 ‘아버지’라는 말에 태블릿을 내려놓고 시선을 맞춘다.
“네, 아버지요! 곧 도착하실 거예요. 보성 씨 아침에 샤워는 했다면서요? 옷만 좀 갈아입을까요?”
그래도 부모님 댁에 가는데 집에서 입는 트레이닝복보다는 깔끔한 외출복이 좋을 것 같아 권한다.
옅은 핑크색 반팔 티셔츠와 청바지로 갈아입고 가방을 멘다.
가방 안에는 이보성 씨 태블릿과 충전기, 매일 챙겨 먹는 약이 전부다.
차에 타고 앉아 있을 것을 대비해 화장실에 한 번 다녀온 이보성 씨에게 대신 들고 있던 운동화를 건넨다.
며칠 전 새로 산 신발인데, 개시하기 딱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다.
“어? 문소리가 들렸는데?”
이보성 씨 신발 신는 것을 함께 도우려던 동료가 현관 밖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말한다.
때맞춰 저만치서 아버지가 보인다.
“아버지!”
금방이라도 일어나려는 이보성 씨를 아버지가 말린다.
“그래, 보성아! 천천히, 천천히. 신발 신고 와도 돼.”
“네!”
이보성 씨와 도우려던 두 사람 모두 마음이 조급해져 열심히 움직인다.
이보성 씨는 애써 기다려 주고, 동료와 이보성 씨 왼발과 오른발을 한 쪽씩 맡아 신발 신는 것을 돕는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잘 지내셨어요?”
“네, 안녕하세요? 잘 지냈습니다. 보성이 저 녀석이 또 서두르네.”
“좋은가 봅니다. 며칠 기다렸으니까요.”
아버지와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 이보성 씨는 벌써 사라지고 없다.
문이 열린 아버지 차에 타고 자리를 잡았다.
얼마나 가고 싶었으면!
나머지 안부 인사와 최근 이보성 씨에게 있었던 이런저런 소식을 주고받은 후,
아버지 뒤를 따라 차 쪽으로 간다.
“보성이 앞에 타자. 내려서 앞에 타. 아버지 옆에.”
“안 돼요.”
“아니, 내리라는 게 아니라 앞으로 옮겨 타라고. 앞에 타고 가자.”
“앞에?”
앞좌석으로 옮겨 타는 이보성 씨에게 막간을 이용해 얼른 인사한다.
서두를 일도 없는데 흡사 이제 막 출발하려는 기차를 배웅하는 기분까지 든다.
“보성 씨, 배 아프면 알죠? 화장실 꼭 다녀오고요. 아버지 말씀 잘 듣고요. 맛있는 것 많이 먹고요.”
“네!”
“잘 다녀와요. 중간에 전화할게요!”
“네!”
이보성 씨가 탄 차가 현관 앞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며칠 흐리던 하늘이 거짓말처럼 활짝 갰다.
뜨겁지만 반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날이다.
2022년 6월 25일 토요일, 정진호
신발 신는 것부터 차에 타기까지 정말 빠르시더군요. 누가 보면 도망가는 줄 알겠어요. 아무렴 부모님 댁 부모님 품만 하겠습니까. 잘 다녀오세요.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삼촌이 소고기 사 준다고 하셨다죠. 월평
이보성, 가족 22-1, 아버지와 새해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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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성, 가족 22-8, 이보성이 엄마입니다
이보성, 가족 22-9, 엄마 이야기도 자주
이보성, 가족 22-10, 수술 잘 되었다고 합니다
이보성, 가족 22-11, 투표하고 나왔습니다
이보성, 가족 22-12, 한약 ① 마침 쉬는 날이라
이보성, 가족 22-13, 한약 ② 원장님이 서울에
이보성, 가족 22-14, 한약 ③ 잘 챙겨 먹고 있습니다
이보성, 가족 22-15, 아무튼간에 몸 건강하고
이보성, 가족 22-16, 고집할 필요는 없으니까
이보성, 가족 22-17, 본가 ① 집에 올 수 있습니까?
이보성, 가족 22-18, 본가 ② 잘 보내고 와요
이보성, 가족 22-19, 본가 ③ 부모님께 손 흔들고
이보성, 가족 22-20, 본가 ④ 여름휴가 전에 보성이랑
이보성, 가족 22-21, 본가 ⑤ 집에 다 있습니다
첫댓글 아버지를 반기는 이보성 씨의 모습에서 버선발로 맞이 한다는 말이 딱 이런 상황일까요? 마침 날씨까지 반겨주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