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간판 갈아달기 그만하자!
김 중 위
정치인의 정치의식을 바탕으로 한 정치문화적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정치는 아직도 성숙되지 못한
정치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국회 스스로가 고백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국회 선진화법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과반수 의결이라는 일반원칙과는 판이하게 5분의 3의 다수결을 요구하는 별도의 의안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는 얘기는 그만큼 우리의 정치문화가 성숙된 상태가 아니라는 증좌가 아닌가 한다. 5분의 3이라는
얘기는 야당의 동의 없이는 어떤 안건도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말하자면 정치인 스스로가 정치를 불신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형식논리로만
본다면 우리의 정치는 완벽한 민주정치의 형태를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우리의 정당체제가
증명하고 있다.현재 우리는 복수정당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이 복수정당체제이면 무조건 민주정치라고 할 수 있는가? 형식논리로만 말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정당의 본질이 복수정당제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에서도 이를 보장하고 있다.
정당(party)이란 영어로 말하면 파트(part)즉 부분이라는 말(言)에서부터 연유한다. 그러기에 일당체제는
정당체제가 아니고, 정당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독재라고 하는 것이다. 결코 민주정치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는 한 때 일당체제가 아닌 복수정당체제하에 있으면서도 민주정치가 아닌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해 온 적이 있다. 자유당 때나 공화당 시절이 그랬다. 집권당 외에 야당이라는 존재가
있었지만 그 시절의 야당은 지금처럼 여당과 1대 1의 관계에 있는 야당이 아니라 1대 0.5수준의
야당이었다. 그래서 당시 우리는 1점(点)반(半)(1.5)정당체제라고 불렀다.
그 시절의 정당체제와 비교해보면 지금의 정당체제는 가히 완벽할 만큼의 민주적 정당체제를 구가하고
있음에도 필자는 왜 그것은 형식논리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인가?
〈자유 한국당〉과 〈바른 정당〉, 〈더불어 민주당〉과 〈국민의 당〉, 그리고 〈정의당〉과 같은
지금의 5당 체제를 심층 분석해 보면, 정치 문화적으로 선진화된 정당체제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정당정치는 책임정치를 전제로 하는 개념인데 앞서 예시한 정당들은 모두가 정의당을
제외하고는 책임을 외면하려는 꼼수 정치의 경과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유 한국당〉이나
〈바른 정당〉은 집권당인 ‘새누리당’에서 분파되어 생긴 새로운 정당이다. 말하자면 집권당이었던
‘새누리당’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 엉뚱한 모습 엉뚱한 이름의 새로운 정당이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는 그게 아니다. 〈자유 한국당〉은 ‘새누리당’의 간판만 바꿔 단 당에
불과하고 〈바른 정당〉은 ‘새누리당’ 내의 박대통령을 등지고 새로운 살림을 차리겠다고 당을
떨치고 나온 사람들의 정당에 불과하다. 〈더불어 민주당〉이나 〈국민의 당〉 역시 예외가 아니다.
친문재인과 반문재인의 당으로 갈라 진 것이다. 이들 모두는 자신들이 짊어져야할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새로운 분장을 하고 나선 사람들의 정당이다. 그러기에 정당체제만 보면 민주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정당정치가 발달된 영미(英美)나 서구 어느 나라의 경우에도 선거에 패배했다고 하여 선거에 참여한
정당을 해산하고 새롭게 정당을 만들어 신장개업을 하거나, 대통령이 실패했다고 대통령이 소속되어있는
정당을 해산시키는 정당의 역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당의 역사가 300년이 넘는 영국은
말할 것도 없지만 개국 초기만 해도 정당에 대해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던 미국의 경우에도, 역시 정당이
생긴 이후 간판을 갈아 끼운 역사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미국에서의 정당은 건국과정에서 어떤 나라를 만드는 것이 좋을 것인가에 대한 의견대립이 공화파와
연방파로 갈리면서 파당이 시작되었다. 초대 워싱톤 대통령이 자신의 세 번째 대통령 출마를 포기하면서
행한 고별사(1797년)에서 “파당간의 다툼을 제발 끝내 달라”고 할 정도였으니 파당간의 대립이 얼마나
심하였나를 짐작할 수 있겠으나 이때만 해도 현대적 의미의 정당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때의 파당도
결코 어느 특정 정치인의 이해관계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오직 어떤 국익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차이로 생겼다는 점에서 우리의 경우와는 판이하다.
이들 파당이 1850년부터는 아예 오늘날과 같은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변신한 이후 한 번도 그
당명이 변경되거나 분화(分化)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861년 아브라함 링컨이 〈공화당〉으로 집권한 이후 6명의 ‘공화당 대통령’을 경험하고 난 20년이
지나서야 〈민주당〉은 겨우 집권 할 수 있었다. 〈공화당〉 또한 〈민주당〉의 F.루스벨트 대통령이
4선을 하고, 사망으로 정권을 계승한 트루만이 재선을 하기 까지 꼬박 20년을 기다리는 정치를 했다.
우리 정치 같았으면 벌써 당명을 바꾸거나 당이 없어지거나 하는 변혁을 수도 없이 겪었을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민주당〉이나 〈공화당〉은 그렇지 않았다. 그때까지 20년이라는 기간과 대여섯명의
상대 정당출신 대통령을 거치면서도 권토중래의 자세로 인내하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이런 역사를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하는 것이다. 정당이 책임지는
정치 말이다.
다당 체제임에도 불구고 민주정치와는 거리가 멀다고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아직도 우리는 인물중심의
정당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정당이 정책이나 이념중심이 아니라 인물중심이라는 얘기는
당연히 파벌중심의 정치체제를 수반하게 되고 파벌중심의 정치는 이합집산(離合集散)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의 정치는 이합집산(離合集散)의 정당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정당의
미성숙 또는 후진성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그 역사는 자못 길다.
〈공화당〉 시절에는 1.반(1点半) 정당체제로 고되고 힘든 신고의 세월 속에서도 윤보선과 유진산
시대의 야당은 ‘민정당(民政黨)’과 ‘민주당’이 합당하여 ‘민중당’이 되었다가 다시 ‘신한당’이
분리되어 ‘민중 – 신한’으로 대립하였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 두 정당이 신한당의 신자와
민중당의 민자를 합해 〈신민당〉이 되는 곡예의 정치사를 엮어 갔다.
80년대 이후에는 김영삼과 김대중이라는 걸출한 인물들로 인해 정당의 이합집산이 더욱 화려하였다.
이 두 사람은 반독재투쟁이라는 목표를 향해서는 동지적 입장에 있으면서도 대통령이라는 지향점에서는
경쟁관계였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직선제 개헌이후 즉 87년 체제 이후만 해도 ‘통일민주당’에서
함께 정치를 했던 이 두 사람 중 김대중이 이탈하여 ‘평화민주당’을 창당하고 대통령 후보로
나섰으나, ‘통일민주당’의 후보 김영삼과 함께 〈민정당(民正黨)〉 대통령 후보 노태우에게
(13대 대통령선거) 패배의 쓰라림을 맛보게 되었다. 그 뒤 김영삼은 ‘신민주공화당’의 김종필과
함께 노태우의 ‘민정당(民正黨)’과 3당 합당을 하고 〈민주자유당〉을 창당하는데 기여하였다.
그리고 ‘민자당’의 깃발로 대통령에 당선된 김영삼(14대대통령)은 스스로 당명을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 바꾸었다.
〈새정치국민회의〉라는 당명으로 김대중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의 변화를 보면 너무나 어지러울 정도다.
‘새천년민주당’으로 변신했다가 ‘열린 우리당’이 떨어져 나온 후 다시 합당,
‘대통합민주신당’이 되었다가 ‘민주통합당’⇒ ‘민주당’⇒ ‘더불어 민주당’과 ‘국민의 당’
으로 이어지는 변화를 치른다.
이 같은 정당의 이합집산은 책임정치를 외면하려는 꼼수임이 분명하다. 정당의 존재는 정책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심판받는 데에 그 가치가 있는 것인데 이합집산은 그 가치를 소멸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반민주적인 배신의 정치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믿고 표를 준
정당이 하루아침에 없어진 것을 보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이거야 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정치가 책임지는 정당정치로 발전해 가기 위해서는 정당의 간판 갈아 달기는 이제
그만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농암 김중위/.4선의원. 前 환경부장관.
첫댓글 2020년 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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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의원님의 정당의 수적 비판 감명깊게 읽었네 현제5당 쳬제의 국회운영은. 야합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권영은
정당정치요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정치야합이라 할수 있지요 공화당시절 이당독재라는비판을 받자 공화당소속 의원 20 명을 출당시켜 유정회라는 교섭다체를 만들어 일당 독제체를 면피 한적도 있었네만 지금 김의원의 정당의 간판 갈아달기의 비판은 진일보된 민주주의 의회제도라는 점에서 많은것을 시사해주는군요 좋은글 감사하네 주초건강과 행복 하시길
권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