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공군 훈련소를 마친 휴가 전
수첩에 깨알같은 글씨로
먹고 싶은 것들을 빽빽이 숙제하듯
위에서 아래까지 차곡 차곡 채웠다
쵸코파이, 양념통닭, 돈까스, 짜장면
한우, 갈비탕, 설렁탕, 냉면, 짬뽕,
팥빵, 밤빵, 만두, 아끼우동, 쌀국수
떡뽁기, 라면, 탕수육, 돼지갈비, 떡...
휴가 2박 3일, 정작 잘 먹지도 못했지만
간절히 바라며 깨알같이 적은 1급 노트는
한 때 내 마음의 설렘과 기대로 흥분시킨
희미한 기억 속의 추억이다
21년 한국에 오기 전
크로아티아에서 깨알같은 상상으로
먹고 싶은 것들을 컴퓨터에 저장하듯
두뇌에 입력해 두었다.
하지만 몸이 상한 건강이란 복병은
잠시나마 내 마음에 설렘과 기대로 흥분시켰던
소망마저 저 버리고 저 멀리 달아나 버렸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쵸코파이, 양념통닭, 돈까스, 짜장면
한우, 갈비탕, 설렁탕, 냉면, 짬뽕,
팥빵, 밤빵, 만두, 아끼우동, 쌀국수
떡뽁기, 라면, 탕수육, 돼지갈비, 떡...
나미 씨의 '빙글빙글' 한소절이
왜 자꾸 흥얼거려지는걸까?
이제 다시 돌아가면
또 상상의 날개짓을 퍼득일텐데
카페 게시글
선교 서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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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7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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