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무사도. 중경량급 파이터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무대다. 단 한번만 출전해도 큰 경력이 된다는 그곳에 무패행진을 하고 있는 한국인이 있다. 그가 바로 ‘슈퍼코리안’ 데니스 강(29, ATT)이다. 11월 5일 프라이드 웰터급 챔피언에 도전하는 데니스 강의 격투 인생을 해부한다.
♦슈퍼코리안 ‘슈퍼코리안’이라는 별명은 누가 그에게 붙인 것이 아니다. 작년 3월 무사도 진출이 확정될 무렵 데니스 강은 인터뷰 도중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코리안이 아니라 슈퍼코리안이다”며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밝혔다. 즉, ‘슈퍼코리안’이라는 말은 한국인의 피가 흐르면서 가장 강력한 파이터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스스로가 한국인의 피를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워하기 때문에 생긴 별명인 것이다.
주짓수 검은띠라는 압도적인 그래플링 테크닉, 오랜 기간 MMA 무대에서 다져진 강력한 타격능력, 쉽게 당황하지 않는 차분한 플레이. 데니스 강은 어떤 면에서 보더라도 세계적 수준의 파이터다.
♦데니스 강의 등장과 한국 MMA의 성장 데니스 강이 한국 MMA에 끼친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그가 등장하기 전과 후의 한국 MMA 파이터들의 기량 차이는 엄청나다. 또한 CF 등을 통해 알려진 데니스 강의 이름은 MMA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해졌다. 패배를 모르는 이 ‘슈퍼코리안’ 덕분에 국내의 MMA 팬들이 상당히 늘어난 것이다.
데니스 강은 원래 주짓수를 베이스로 하는 선수였지만 타격에 관해서도 국내에 데뷔할 당시 국내 파이터들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 이것은 그가 MMA 파이터임에도 불구하고 K-1 2004 서울 대회에 참전했던 사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당시 카오클라이를 상대로 비록 실신 KO를 당하기는 했지만 그의 복싱 테크닉은 분명 상당한 수준에 있었다.
♦힘들게 찾아온 고국, 그리고 다시 시작된 격투 인생
캐나다에서 식당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던 데니스 강은 아버지를 찾기 위해, 또 새로운 MMA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가 타겟으로 삼았던 무대는 바로 스피릿 인터내셔널 아마추어 챔피언쉽. 그러나 이 대회는 기본적으로 프로로 가는 등용문 격의 대회였고, 이은수나 양진호 같은 당시의 강자들이 나서는 무대는 아니었다. 어찌 보면 처음부터 데니스 강의 우승이 예정된 대회였던 것이다.
데니스 강은 이 대회에서 예상보다 더욱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손쉽게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중국 산타 대회 우승과 일본 극진 가라데 대회 8강에 빛나는 김재영을 강력한 펀치로 제압하며 순식간에 경기를 끝내는 장면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물론 당시 김재영의 타격이 MMA에 완전히 적응한 상태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그런 점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데니스 강의 타격은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그러나 국내팬들을 더욱 더 경악시켰던 것은 데니스 강의 베이스 자체가 주짓수라는 것과 또한 그 당시 세계 MMA 기준에서 보면 그렇게 정교하지도 않았던 그의 타격 앞에 국내 유망주들이 손도 써보지 못하고 주저 앉아버렸던 점이었다.
이후 데니스 강은 스피릿 MC 2004 무제한급 토너먼트에서는 하마다 준페이와 김재영을 간단히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그리고 결승전에서 만난 네오파이트 초대 헤비급 챔피언인 양진호와의 대결은 팬들로 하여금 ‘데니스 강이라는 절대 강자의 등장’을 반기는 마음과 한국 MMA의 수준에 대한 걱정이 교차하게끔 만들어버린 경기였다.
데니스 강은 원래 판크라스 등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베테랑 파이터였다. 특히 판크라스에서는 스즈키 미노루를 격침시키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금은 비록 현역과는 거리가 있는 스즈키 미노루이지만 당시만해도 신인에 가까웠던 데니스 강이 잡아내기에는 상당히 버거운 선수였던 것이 사실. 그러나 정작 데니스 강 본인은 그 무렵의 전적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데니스 강은 판크라스 시절에 대해 “당시의 나는 기술적인 면에서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고, 지금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스즈키 미노루를 잡아낸 것은 별로 대단치 않은 일이라는 분위기가 풍겼다.
실제 데니스 강은 여러 MMA 관련 사이트들이 선정한 체급별 랭킹에서 항상 10위권 정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만큼 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선수였던 것이다. 국내 선수들이 그를 당해내지 못한다고 해서 국내 파이터들의 능력에 대해 의심을 품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슈퍼코리안, 프라이드 폭격개시! 데니스 강은 국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드디어 세계의 정점을 노리기 시작한다. 그 무대는 바로 모든 MMA 파이터들의 꿈이라는 프라이드. 이미 국내 수준과는 거리가 멀었던 데니스 강에게 국내 팬들은 프라이드 진출을 기대하기 시작했고 데니스 강 본인도 프라이드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공공연히 밝혔다. 그러나 데니스 강의 체중은 -93kg 정도에 참전해야 하는 수준이었고, 이 체급은 반다레이 실바, 히카르도 아로나 등 강자들이 우글거리는 곳이었다. 아무리 강한 데니스 강이라고 해도 이 체급에서 강자로 자리잡을 확률은 낮았다.
또한 타 단체에서 이미 -83kg정도의 시합을 뛰어봤던 데니스 강 입장에서는 가급적이면 이 체중으로 시합을 하는 것이 수월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하여 그가 노린 곳이 바로 프라이드무사도였다. 마침 신설되기 시작한 -83Kg급(웰터급)에 나선 데니스 강은 오바 다카히로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다.(프라이드 무사도6, 2005, 4, 3)
그러나 데니스 강은 실력에 비해 너무 저평가되어 있는 선수였고, 오바 다카히로는 데니스 강의 적수가 되기에는 너무 약했다. 체력, 근력, 타격, 그래플링 그 어느 것 하나 오바 다카히로가 데니스 강을 능가하는 부분은 없었다. 그러나 데니스 강 역시 프라이드라는 이름이 주는 중압감에 익숙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라운드에서의 탄탄한 밸런스와 무게감은 국내 대회에서보다 너무나 떨어졌고, 이 때문에 데니스 강은 너무 쉽게 스윕을 허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데니스 강은 역시 강한 파이터였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안정감을 찾기 시작한 그는 결국 간단히 암바를 빼앗아내며 오바 다카히로를 침몰시켰다.
♦프라이드에서의 연전 연승 프라이드에서 두 번째로 맞붙은 상대인 안드레이 세메노프는 데니스 강과 구면이었다. 이미 둘은 M-1 무대에서 격돌해 무승부를 기록한 경험이 있었다.(2003, 12, 5) 그러나 당시 편파 판정 때문에 비겼다고 생각한 데니스 강은 무사도(PRIDE 무사도8, 2005, 7, 17)에서 그를 상대로 충분히 리벤지를 할 수 있다고 자신했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데니스 강은 압도적인 타격 능력으로 세메노프를 몰아쳐버렸고 타격에 자신이 있다고 밝혀온 세메노프는 데니스 강의 펀치에 다운까지 빼앗기며 몰렸다. 물론 경기가 진행될수록 데니스 강은 움직임이 둔해졌고, 펀치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 느낌을 주기 시작했지만 세메노프는 그것을 기회로 이용할 만큼의 기량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데니스 강의 위기 관리 능력이 그만큼 뛰어났다.
결국 3대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둔 데니스 강은 프라이드 무대 2연승을 기록하며 일본 관계자들로부터도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그러나 데니스 강은 이 시합에서 주먹에 골절상을 입었고, 결국 2005년 웰터급 GP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ATT에서 꾸준히 훈련을 쌓아온 데니스 강은 무사도 10에서 마크 위어(2006, 4, 2)를 상대로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르면서 다시 한 번 웰터급 정상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후 데니스 강은 무릴로 닌자(무사도 11, 2006, 6, 4)를 폭풍처럼 몰아치는 펀치로 쓰러뜨리며 프라이드 웰터급의 신강자로 급부상했으며 아마르 슬로에프(무사도 12, 2006, 8, 24)마저 강력한 라이트 스트레이트로 초살시키며 2006년 웰터급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데니스 강, 웰터급 제패의 꿈 사실 데니스 강은 천부적인 자질이나 강함 보다는 꾸준한 노력으로 점점 더 강해지는 파이터이기도 하다. 천부적인 자질에다 꾸준히 수련한자들만이 받을 수 있다는 주짓수 블랙벨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실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실제 실력이 그 정도가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블랙벨트를 받은 반다레이 실바 등의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그래플링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데니스 강이다. 단지 상대의 그래플링 시도를 끊는 정도가 아니라 그래플링만으로도 어지간한 파이터들을 제압할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거기다 어릴 적부터 배워온 타격계 무술(태권도, 합기도, 가라데)들 덕분에 니킥이나 펀치에 대한 감각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그리고 데니스 강의 이러한 장점이 2006년 프라이드 웰터급 무대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11월 5일 고노 아카히로에게 승리한 뒤 파울로 필리오와 미사키 카즈오 전 승자를 누르면 드디어 데니스 강은 프라이드 웰터급 챔피언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특히, 4강전에서 압도적인 그라운드 장악력을 보여주는 파울로 필리오를 피했다는 점에서 데니스 강의 우승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또 방어 위주로 후반전을 노리는 고노의 스타일이 데니스 강과 상극이라는 점도 더욱 흥미를 더한다. 초반 강력한 타격으로 준결승까지 진출한 데니스 강의 파워를 3라운드까지 상대를 몰고가 괴롭히는 전략형 파이터 고노가 얼만큼 버텨줄 지가 시합의 관건인 셈이다.
이제 프라이드 웰터급 벨트가 목전에 있다. 두 번만 이기면 데니스 강은 프라이드 웰터급을 제패하게 된다. ‘슈퍼코리안’ 데니스 강의 쾌속 질주가 어디까지 계속될지 지켜보는 것은 한국의 격투팬들에게는 의무라고 할 수도 있다. 팬들이여~ 데니스 강의 7연승을 기원하자.
[위 내용은 HOLOS 2006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편집한 것입니다.] [격투기전문월간지 홀로스(www.holos.co.kr)]
첫댓글 얼굴빼고 멋있음^^
얼굴도 나름 갠찮어..하지만 내 스딸은 아니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