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는 자연으로의 회귀에 가장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행위이며, 자극과 휴식, 노력과 게으름 사이의 정확한 균형을 제공한다.
나는 걷기위해 제주도에 왔으며, 열심히 걷고 또 걸었다. 본질적으로 걷기는 개인적인 행위다.
우리는 혼자서, 자기 자신을 위해 걷는다. 자유는 걷기의 본질이다. 하지만, 혼자 걷는 것보다 여럿이 길을 함께 걸으면 나태함과 단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드디어 내일이면 11박 12일의 대장정이 막을 내린다. 길에서 묻고 자답하기를 열흘하고도 하루, 길은 나에게 많은 것을 묻고 답해줬다. 몇가지의 질문은 해답을 얻지 못해 다음으로 미뤘지만, 다른 길에서 이야기하다보면 해답을 얻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정답이란 없으며 지금 얻는 해답도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계속 걸으며, 묻고 답을 찾다보면 좀더 성숙해 있는 나와 만날 것이다. 설령, 답을 찾지 못해도 좋을 ^^
감았던 눈을 뜨고, 오전만 걸으면 이번 도보 일정이 끝난다. 후련하고, 아쉽고, 더 걷고 싶은,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그닥, 감흥은 없었다. 걷기로 했으니, 걸었고 마지막 날이 왔은니 이젠 끝이구나 하는 정도? 대견하다거나 완주의 벅찬 성취감도 없었다. 얻은 것이라곤 반성, 반성 또 반성.
가벼우면 경해보이고 무거우면 외롭다. 계속 줄다리기를 하듯 이 둘을 왔다갔다,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이 말은 만고의 진리다. 나는 외로움을 택했으나 무게나잡고 입 꽉다문 수행자가 되고싶지는 않았다.
적당한 간격.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간격이 필요하다. 가까워지면 상처받고 멀어지만 소원해진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함도 쉬운 일은 아니다. 외로움을 동반한 간격유지. 어차피 혼자 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던가. 갈 때도 동행자없는 길을 가야한다. 내가 있고 가족이 있고 그 바깥 테두리에 얼키고 설킨 잡다한 인연들이 있다. 지금보다 좀더 옷깃을 동여메고 묵묵히 가리라.
11박 12일. 많은 것을 얻고간 시간이다. 눈에 담은 제주의 활홀함은 덤이다. 나는 계속 걸을 것이며, 사유의 시간도 계속될 게 확실하다. 걷고 또 걸으며, 내 속에 있는 나와 만나길 희망한다.
제주여, 잘 있으라. 조만간 다시 오마.
p.s: 일행은 11박 12일의 일정을 마치고 어제(월요일) 간단하게 해단식을 갖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나는 하루 더 제주에 묵으며, 삼성혈과 용두암 등을 걷고 오늘 16일(화요일) 오전 뱅기로 귀경한다.
12박 13일의 흔적들
°
첫댓글 저도 제주 한바퀴 돌아 갑니다
네
씻고 아침 묵고 뱅기타러 갈려고용
수고하세요
오랜만입니다.
반성에 반성
더욱 성숙되셨다는
묵행님 반갑습니다.
네 ^^
수고 하셨습니다
묵행님
어디까지 가실런지 궁금해요
덕분에 저도 봄기운 맴도는 제주 풍경 즐깁니다
네
갈 때까지 가볼려고요 ^^
ㅋ
해피한 하루 되세요
묵행님의 한바퀴에 다시또 가고 싶네요^^
네
다녀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