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페르난도 필로니(Fernando Filoni) 추기경이 10월 4일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소재 천진암성지에서 ‘한국천주교회 수도회 장상 및 수도자들과의 만남’의 자리에서 수도자들에게 베네딕토 수도회 회칙을 들며 이같이 강조했다.
오전 11시 30분 성지 내 성모 경당에서 필로니 추기경이 주례한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미사에 이은 ‘수도자들과의 만남’에는 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회장 남상헌(스테파노·살레시오회) 신부 등 남녀 수도자 220여 명이 참석했다.
필로니 추기경은 라틴어 미사 강론에서 “교회를 살찌게 하는 두 가지 요소가 있는데, 하나는 ‘그리스도가 중심이 되는 생활’이요, 다른 하나는 ‘교회적 정신’을 갖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수도생활을 통해 주님의 왕국을 굳건히 하고 이를 사방으로 확장하여 교회의 신비를 이루는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고 말했다.
또한 “베네딕토 성인의 ‘기도하고 일하라’라는 규칙의 순서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한국수도회는 체계적·조직적으로 운영되어 좋은 모범이 되고 있다”면서 “영성적·사목적 은사가 긴밀하게 연결될 때 최상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추기경은 이어 “수도자 수가 부족한 다른 나라 선교 사업을 지원하는 ‘아름다운 선택’을 한 한국 수도회에 존경을 표한다”며 5000여 한국 수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오후 12시 30분부터 한 시간 가까이 성모 경당에서 ‘수도자들과의 만남’을 이끈 필로니 추기경은 남녀 수도자 다섯 명의 질문에 답했다. ‘한국에 관한 인상, 교구와 수도회와의 관계, 이혼·낙태 등 생명 문제 등에 대한 교회의 시각, 중국 교회를 바라보는 바티칸의 시각’ 등 다양한 질문을 받은 인류복음화성 장관은, 예의 바르고 신앙심이 투철한 한국교회 모든 신자들에게 교황 프란치스코 성하의 사도적 축복을 전했다.
또한 5000여 명의 수도자, 복음화율 10%라는 ‘숫자’에 현혹되지 말고 ‘애덕과 아울러 용기 있는 선교사가 될 것’을 청하기도 했다.
“교황청은 중국교회를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고 전한 필로니 추기경은, ‘애국교회와 지하교회의 관계’에 대해, 청중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이탈리아어 대신 영어로 답변했다.
“한국교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교회를 위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고 밝힌 필로니 추기경은, 7~8세기경 중국에 복음이 전파된 이래 그 역사를 설명하며 “지난 60여 년 간 벌어진 현상들이 마치 ‘지진’으로 인해 땅이 갈라진 것 같다”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지진’으로 말미암아 지상의 ‘물’은 어디로 스며들겠습니까?”라고 질문하고 “‘하느님의 성심(聖心) 안에서’ 중국의 두 교회는 서로 만나게 돼있다”고 말해 청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수도자들과의 만남’ 후 필로니 추기경은 오후 1시 30분 천진암 박물관에서 성지 전담 김학렬(요한사도) 신부의 환영사에 이어 수도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고 기념촬영도 했다.
이날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의 수도자들과의 만남’에는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와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및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를 비롯하여 한국천주교회 창립사연구소 소장 변기영(베드로) 몬시뇰과 천진암성지 전담 김학렬(요한사도) 신부 등이 함께 했다.
올해 교구 설정 50주년을 지내고 있는 수원교구의 초청으로 9월 30일 방한한 필로니 추기경은 6박7일 동안 한국교회 여러 구성원들과 다양한 만남의 장을 가졌다.
성기화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