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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쉼터 스크랩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ysoo 추천 0 조회 189 18.04.08 12:5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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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지음 / 안기순 옮김 / 와이즈베리 펴냄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지난해 우리 사회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

그의 이야기는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조차 못하고 있던 현대인들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효율성으로 모든 것의 가치를 매기는 시장사회에서 돈은 경제적 수단 그 이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돈이 최고라고 여기면서도 때로 ‘이건 아닌데’하며 찜찜해 했던 경험들이 있지는 않았는가.

비시장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사회,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지속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목 광 수
경상대학교 철학과 교수


왜 한국 사회는 마이클 샌델의 글에 열광하는가?


한 철학자의 강의를 듣기 위해, 1만 5천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더욱이 무료입장권이 배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철학자의 강의를 듣기 위한 암표가 인터넷 상에서 3만 5천 원에 판매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인류 역사상 최고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철학 강의가 아니었을까싶다. 이 이야기는 바로 2010년 철학 서적임에도 불구하고 100만 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의 저자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의 2012년 6월 1일에 있었던 연세대 강의 이야기다.

자신의 신작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와이즈베리)의 홍보차 방한한 샌델이 연세대 노천 극장에 마련된 강의를 위해 단상에 올라 한 첫말이 “It’s amazing!”이었다고 하니, 샌델 스스로도 한국 사회의 열광에 놀란 모양이다.


혹자는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샌델에 대한 열풍적인 인기가 하버드 대학 교수의 강의라는 유명세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샌델에 대한 인기를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혹자는 그의 인기는 관객과 호흡하는 뛰어난 강의 능력이라고도 분석하지만, 샌델의 강의가 미국식 강의의 전형이라는 점에서 그의 인기를 설명하기엔 충분하지 못한 것 같다. 그의 인기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이겠지만, 샌델의 현실에 대한 뛰어날 통찰력이 자신들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몰라 답답해하는 사람들의 상태를 정확히 짚어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미국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던 『정의란 무엇인가』가 한국 사회를 열풍으로 몰아넣은 것은, 대통령마저 ‘공정사회’를 화두로 삼을 정도로 한국 사회가 정의에 목말라 있을 때, 살아 있는 사례들을 통해 정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시장주의의 확장, 즉 시장지상주의가 문제인가?


샌델의 인기 비결엔 시대적 요청을 정확히 짚어내는 통찰력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면, 이번 저작의 통찰력은 무엇일까? 미국과 한국, 일본에서 동시에 출간된 자신의 신작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샌델도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고민을 정확히 담아내고 있다.


멀리는 1960년대 이후의 빠른 산업화의 과정에서, 가깝게는 1997년 IMF 금융 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는 경제적 가치인 ‘돈’에 대한 의존도가 급속도로 높아졌다. 이러한 의존도는, 샌델이 아산정책연구원과 공동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조사한 ‘사회정의 인식조사’에서, 한국은 91%가 ‘돈이 삶을 지배하고 있다’고 답한 반면 미국에서는 85%가 그렇다고 답했던 결과에서 볼 수 있다(한국경제 2012년 6월 2일자).

물질만능주의의 대명사로 불리던 미국보다도 한국이 더 물질만능주의 사회가 되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동일
한 조사의 다른 항목에서 한국인 응답자 중 90.8%, 미국인 응답자 중 85.3%는 현대사회에 팽배해 있는 물질만능주의풍조에 대해 우려했다(조선일보 2012년 6월 1일자).

이러한 조사 결과는 현재 경제 성장을 향해 정신없이 뛰어가고 있지만, 뛰면서도 “이건 아닌데…왜 아닌가?” 등의 물음이 엉켜 답답해하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우리에게 샌델은 묻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싶은가…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도덕적 시민적 재화는 존재하는가?”

(275-276쪽)


샌델의 신작에는 시장지상주의에 입각해 현대 미국 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사업과 제도들의 사례가 즐비하다. 무료 입장권을 대신 구매해 주는 대리 줄서기 사업, 타인의 생명보험을 대신 들어 재테크하는 보험 사업, 고가의 연회비로 운영되는 전담 의사 제도, 불임시술을 장려하기 위한 현금보상 제도, 성적 향상을 장려하기 위한 상금 제도, 돈으로 입학권을 사는 기여입학제, 광고로 도배된 스포츠 경기들, 성매매, 장기의 상업화 등등.

사고판다는 논리가 더 이상 물질적 재화에만 적용되지 않고 점차 현대인의 삶 전체를 지배하는 현대 사회를 샌델은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우리는 시장경제를 가진(having a market economy) 시대에서 시장사회를 이룬(being a market society) 시대로 휩쓸려 왔다

… [전자의] 시장경제는 생산 활동을 조직하는 소중하고 효과적인 도구다.

이에 반해서 [후자의] 시장사회는 시장가치가 인간활동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간 일종의 생활 방식이다”(29쪽)


시장지상주의자들은 이러한 시장사회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되묻는다.


타인의 생명보험을 내가 대신 들어 납입액을 지불해 왔는데, 그 생명보험금을 내가 받는 것은 당연하지 않는가? 돈 많은 부자들이 능력 있는 의사들에게 치료를 받고 돈 없는 사람들은 낮은 질의 치료를 받는 것이 문제가 되나? 꽉 막힌 도로에서 정체하기 싫어 비싼 통행료를 지불하고 출퇴근하는 것이 문제가 되나? 등등.


이들은 시장지상주의에 대해서 문제없다고 강변하면서, 오히려 시장은 중립적이기 때문에 재화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장의 정보를 정확히 반영하여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지상주의를 옹호하는 사회 분위기에 익숙한 사람들마저도 모든 영역에 시장가치가 적용되는 것엔 왠지 꺼림칙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무리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사망에 대신 보험을 들고 그가 빨리 죽기를 바라는 모습은 혐오스럽기조차 하다. 왜 그럴까?


시장지상주의에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샌델은 두 가지 점에서 시장 가치가 삶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시장지상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첫 번째는 시장이 불공정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도덕적 한계인] 공정성에 관한 반박에서는 사람들이 불평등한 조건이나 경제적 필요성의 긴박한 정도에 따라 물건을 사고팔 때 생겨날 수 있는 불평등을 지적한다. 이러한 반박에 따르면, 시장 교환은 시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만큼 항상 자발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어떤 농부가 굶주리는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자신의 신장이나 각막을 팔겠다고 동의할지 모르나 정말 자발적으로 동의한 것은 아닐 수 있다. 사실상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 불공정하게 강요받았을 수도 있다… 공정성과 관련한 논거에서 추구하는 도덕적 이상은 동의, 좀 더 정확하게는 공정한 조건하에 이루어지는 동의이다. 시장을 이용한 재화 분배에 찬성하는 주요 논거 중 하나는 시장이 선택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것이다.” (157~158쪽)


예를 들어, 신장의 상업화는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의 장기 매매를 유발한다.

따라서 시장지상주의는 불평등, 불공정의 문제에 직면한다.

그런데 경제적 불평등이 완화되어 사람들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이 가능해 진다면 신장의 상업화는 정당한가? 샌델은 설령 경제적 불평등이 완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상업화는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둘째, 이러한 상업화는 가치를 부패시키기 때문이다.


“부패에 관한 반박은… 시장의 가치평가와 교환이 특정 재화와 관행을 변질시킨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반박에 따르면 특정 도덕적·시민적 재화는 사고파는 경우에 가치가 감소하거나 변질된다.

부패에 관한 논쟁은 공정한 거래계약 조건이 성립됐다고 해서 충족되지는 않는다. 평등한 조건과 불평등한 조건 아래서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 여기서는 동의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가치 평가와 교환 때문에 변질되었다고 여겨지는 재화의 도덕적 중요성에 호소한다

… 부패 논쟁은 재화 자체의 특성과 재화를 지배하는 규점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공정한 거래 조건을 형성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힘과 부에 불공정한 차이가 없는 사회에서도 여전히 돈으로 사서는 안 되는 것이 있을 것이다.”

(157~159쪽)


샌델은 돈으로 거래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들이 있는데, 이러한 가치들이 훼손된다면 사회는 더 이상 더불어 살 가치가 없어진다고 주장한다. 시장은 중립적인 것이 아니라, 거래되는 재화의 가치를 변질시키기 때문이다. 기여 입학제의 문제는 돈으로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없는 부모들에게 불공정해서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 대학 진학의 원래 의미와 목적을 훼손시키는 부패의 문제이다.

비시장 규범이 지배했던 삶의 영역에 시장가치를 부여하는 시장지상주의는 비시장 가치를 밀어내버린다.


샌델은 헌혈 인구를 증가시키기 위해 시작된 헌혈의 상업화가 오히려 헌혈 인구를 감소시켰던 사례를 제시한다. 헌혈에 참여한 사람들은 타인을 돕는다는 비시장 가치를 기반으로 헌혈에 동참했는데, 헌혈의 상업화로 자
신들의 헌혈의 가치가 훼손되었다고 생각해 더 이상 헌혈에 참여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스라엘에서는 탁아소에 늦게 아이들을 찾으러 오는 부모들을 일찍 오게하기 위해 인센티브의 일환으로 벌금제를 시행했더니, 늦게 올 때 미안해하던 부모들이 이젠 벌금을 내면 된다는 생각에 미안함도 없이 더 늦게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사례도 제시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비시장 가치를 통해 지탱되던 제도들이 효율성을 위해 시장가치를 부여했더니 오히려 비시장 가치도 훼손되고 효율성도 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삶의 영역 가운데는 시장가치인 효율성이 지배하는 것이 바람직한 영역도 있지만, 비시장 규범인 책임감, 사랑, 존중, 시민성, 공공선 등이 중요한 영역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장지상주의가 지배하면 안되는 영역, 즉 비시장 규범을 존중해야 하는 영역은 무엇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무엇인가?


샌델의 저작들이 많은 사례를 담고 있고, 그러한 사례들을 통해 기존 이론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정작 답을 주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었는데, 무엇이 정의인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이러한 푸념은 샌델의 신작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무엇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인지, 어떤 영역에서 비시장 규범이 존중되어야 하는지, 속시원하게 샌델이 말해 줬으면 좋을 텐데, 책의 마지막 장을 읽어도 샌델은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비록 샌델이 구체적인 답을 주지는 않지만, ‘답을 찾는 방법’을 제시 한다.


샌델의 신작에 담긴 미국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샌델은 적어도 미국 사회에서는 건강과 생명, 부모와 자식 관계인 가족 생활, 선생님과 학생 관계에 기반한 교육, 민주적 시민들 사이의 관계인 시민 생활 등의 영역은 시장 가치가 아니라, 비시장적 가치이자 규범인 사랑, 존경, 시민성, 의무감, 책임감, 공공선(public good) 등의 가치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샌델은 이러한 영역은 각각의 사회 구성원들 간의 공적 토론을 통해 선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샌델은 공적 토론을 통해 더 좋은 사회를 위한 답을 우리가 찾아가야 한다는 ‘공공철학(public philosophy)’이 자신의 철학적 핵심임을 명시한다.


이런 의미에서 샌델을 공동체주의자라고 비판하는 한국사회의 일부 논의는 부적절하고 가혹하다.

센델 스스로도 밝힌 것처럼 샌델의 입장은 ‘자유주의적 공동체주의’이기 때문이다(Sandel, 1982. 이양수 옮김, 『정의의 한계』, 멜론).

샌델은 기존의 가치를 모두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공적 토론을 통해 기존의 가치들 가운데 계승할 것과 폐기할 것을 정하고, 계승할 가치는 사회가 보존하고 확립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단적으로 말해 샌델은 시장을 폐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사회와 ‘좋은 삶(the good life)’을 위한 공적 토론을 통해 시장의 영역을 한정시키고 시장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지상주의 시대는 공공 담론에 도덕적·정신적 실체가 상당히 부족했던 시대와 일치한다.

시장을 제자리에 놓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회 관행과 재화의 의미에 관해 솔직하게 공개적으로 숙고하는 것이다”(274쪽)


샌델은 한국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가?


샌델의 5일간의 방한 동안 서울 시장도 만났고, 잠실야구장에서 시구도 했고, 방송에도 출현했다.
독자와의 만남뿐만 아니라 여러 매체들과 인터뷰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러한 방한과 신작을 통해 샌델은 한국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가? 그는 짧은 방한 동안, 바쁜 일정 가운데도 쌍용차 대량 정리해고 사태와 해고노동자 22명의 잇단 자살 등의 이유로 차려진 분향소에 방문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현재 한국은 사회 전체가 경제적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가 앞장서서 대학을 직업 훈련소로 만들고 있고, 영리 병원을 도입하여 미국도 포기한 사보험 제도를 확립하려고 한다. 사회 곳곳에서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명분 아래 인센티브 제도를 앞 다투어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


시장이 삶의 모든 영역을 잠식하게 하는 시장사회가 되어가는 한국 사회에 샌델은 모든 것을 돈으로 사고팔면 함께 사는 법을 잊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돈의 지배력을 인식하고 얼마나 위협적인지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이번 강의가 한국에
서 시장의 역할, 시민의 의미가 무엇인지, 민주주의 삶과 시민의식을 부활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한국경제 2012년 6월 2일자). 금융



금융.

전국은행연합회 (http://www.kfb.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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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서 따라잡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마이클 샌델)


인간의 도덕과 가치는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


돈이면 무엇이든 살 수 있다고 한다. 한때는 그래도 돈으로 뭐든지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사랑과 우정을 말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돈의 위력 앞에서는 사랑과 우정조차 보잘것없어졌다는 것은 시인한다. 믿고 싶지 않아도, 이미 너무 많은 경험을 한 탓이다.


하지만 이 자본주의의 시대에 정말 돈이면 무엇이든 살 수 있는 것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아니 사서는 안 되는 것들은 정말 없는 것인가?


불의가 판치는 시대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정의를 이야기함으로써 백만이 넘는 이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던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세상에는 여전히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말한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의 신작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도 마이클 샌델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돈으로 거래하게 만드는 세상의 부조리와 드러나지 않는 시스템, 그리고 그것들을 만들어낸 세력들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낸다. 너무나 일상적인 예들이라 동의에 앞서, 돈으로 그런 것들을 사고 파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스스로에 대한 놀람이 앞서게 된다.


마이클 샌델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What Money Can’t Buy)>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지점은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질문은 현실에서 비롯된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기나 할까 싶을 정도다.


50만달러가 있으면 미국으로 이민을 갈 수 있다. 6250달러를 지불하면 인도 여성을 대리모로 아이를 낳게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죄수들이 하루에 82달러만 내면 교도소 내 감방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감옥이 있다. 그나마 가격이 매겨져 있는 것은 낫다. 명문대 입학 허가는 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만 안다.


반대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은 자신의 몸을 팔 수도 있다. 이마에 광고 문신을 새기면 777달러를 받는다. 제약회사의 약물 안전성 실험대상이 되면 그 열 배인 7500달러를 벌 수 있다.

용병으로 아프가니스탄 전투에 참가하면 몸값이 1000달러로 뛴다. 하나 같이 예전에는 돈으로 살 수도, 살 수 있다는 생각도 아예 못했던 것들이다. 마이클 샌델은 시장가치가 교육, 환경, 가족, 가치, 건강, 정치 등 삶의 모든 영역 속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돈만 있으면 거의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시대인 셈이다.


모든 것을 사고파는 사회


저자는 이러한 모든 현상을 아울러 최근 수십 년 동안 우리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 사회가 시장경제(market economy)에서 시장사회(market society)로 옮겨갔다고 진단한다.

시장경제에서 시장은 재화를 생산하고 부를 창출하는 효과적인 도구로 기능하지만 시장사회에서는 시장가치가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으로 스며 들어간 일종의 생활방식이 된다.


문제는 과거에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았던 영역에 돈과 시장이 개입하게 되면서 가치가 변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들이 많아지자 벌금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의 수는 오히려 늘었다.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올 때마다 부모들이 느꼈던 죄책감이 벌금 제도의 도입으로 요금을 지불하고 누릴 수 있는 일종의 서비스로 변질된 것이다.


벌금이 아닌 인센티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만일 아이들의 성적을 올리거나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서 책을 읽을 때마다 약간의 상금을 준다고 하자.

실제로 미국의 뉴욕, 시카고, 워싱턴, 댈러스 등 대도시의 고등학교에서는 이런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마이클 샌델은 단기적으로 아이의 시험 점수가 올라가거나 독서량은 늘릴 수 있겠지만 결국 아이는 성적이나 독서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쯤으로 생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 경우 아이들에게 주는 돈은 효율성의 차원에서 옹호되어야 하는 인센티브가 아니라 독서의 즐거움이나 자신의 미래에 대한 투자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한다는 보다 높은 차원의 규범을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읽는 낮은 차원의 규범으로 대체하게 된다는 것. 마이클 샌델은 이를 도덕적으로 타협된 일종의 뇌물이라고 비판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수많은 구체적인 사례들은 내용은 다르지만 시장논리가 사회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자화상이라는 점에서는 똑같다.


시장이 가지는 도덕적 한계


경제학자들은 불평등하거나 강압에 의한 거래만 아니라면 시장을 통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마이클 샌델은 성이나 입학자격, 환경, 교육 등 전통적으로 비 시장 규범의 지배를 받았던 영역을 돈으로 사고 팔면 고유의 도덕적 가치가 밀려난다고 반박한다. 어떤 재화는 시장에서 상품으로 거래되면 그 가치가 훼손되거나 변질되기 때문이다. 즉 돈으로 사고 팔 때 원래의 가치와 목적이 훼손되는 재화의 경우에는 시장에 맡기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저자는 또 언제 시장을 이용해야 하는지, 시장에서 거래하면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려면 재화나 사회적 관행이 지닌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먼저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이클 샌델의 이 같은 주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류를 이루고 있는 제도개선과는 다른 차원이다. 세계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입힌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기는 했으나 다수가 합의할 수 있는 대안이 부재한 상태에서 논의의 초점은 자본주의와 경제구조, 특히 시장의 자율기능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정부와 시스템을 어떻게 개혁하고 합리적인 규제안을 도출할 것인가에 모아졌다. 시장이 재화를 분배하고 부를 창출하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이고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질 수만 있다면 시장은 언제나 옳다는 신념은 그대로 지켜졌다.


이에 반해 마이클 샌델은 제도적인 개선 이전에 시장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의 자율규제와 정부의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시장 거래가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 그리고 도덕적 가치와 공동체적 가치를 훼손하고 변질시킨다면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이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마이클 샌델은 사람 대신 시장이 가치를 결정하는 시장지상주의가 지난 수십 년 간 이 사회를 지배하게 된 것은 우리 스스로가 도덕적 믿음을 공공의 장에 드러내 보이기를 두려워한 나머지 시장에 속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시장지상주의가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낸 만큼 이제는 시장과 시장의 역할에 대한 냉철한 도덕적 판단을 내려야 할 시기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마이클 샌델은 도덕적, 시민적 삶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희망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적 담론의 장으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고민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 마치 우리 모두가 알게 모르게 시장지상주의를 만들어내고 동참했던 것처럼 시장주의의 대안을 찾고 도덕을 회복하는 일 또한 모두의 힘이 모일 때 가능하다는 얘기다.


마이클 샌델은 어떻게 공적 담론을 만들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여러 사례들을 통해 끝없이 묻고 답할 뿐이다. 저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독자들로 하여금 질문과 답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것으로 제한한다. 하지만 <정의란 무엇인가>와 마찬가지로 마이클 샌델 특유의 문답식 토론을 따라가다 보면 그 길이 어렴풋이라도 모습을 드러내는 한편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에도 스스로의 답을 찾기 시작하게 된다.



/ 베리타스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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