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오프 도입 3년, 노조활동 위축 현실화
노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안 찾기도 실패
타임오프 도입 3년 만에 노조활동이 크게 위축됐지만 상급단체에 내는 의무금은 더 늘어나는 이중적 모습을 보였다. 타임오프 도입 뒤 노조의 사무실 유지운영비와 기금 적립금 등은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상급단체에 내는 의무금은 지출이 늘었다.
이 같은 결과는 양대 노총이 306개 사업장 노조를 대상으로 지난 3~4월 실시한 ‘근로시간면제제도 도입과 노사관계 변화 실태조사’에 따른 것이다. 이번 조사에는 제조업(36.7%, 운수업(22.5%)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0.9%) 등의 노조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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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오프 도입 전후 노조전임자 수 변화 [출처: 울산저널] |
타임오프는 유급 노조활동 시간을 제한하는 제도로 양대노총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010년 연말 이명박 정부 때 노조법을 개정해 2011년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노조의 규모별로 전임자 수를 제한하는 제도로 제도 시행 뒤 500명 이상 대기업 노조의 경우 전임자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활동방식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노조비 인상 미뤄
타임오프 도입에 따른 노조비 인상 여부를 묻는 질문엔 12.1%의 노조만 일부 인상했다고 답했고, 대부분의 노조(87.9%)가 인상하지 않았다. 노조비를 인상한 몇몇 노조의 경우도 정률 38.2%, 정액 43.5% 정도 인상에 그쳤다. 인상한 노조비는 무급 전임자의 임금보전 등의 재원으로 사용했다.
대부분의 노조가 전임자가 확 줄어든 상황에도 새로운 대책 마련엔 실패했고, 이는 노조활동 유지를 위한 전임자 인건비 확보를 위해 전체 노조원을 설득하는데도 실패한다는 뜻이다.
타임오프에 저촉되지 않는 무급 노조전임자의 급여는 대부분(76.9%) 인상된 노조비에서 부담했다. 이 때문에 다른 활동에 사용할 재정이 줄어들어 노조활동이 축소됐다는 의견은 60.4%에 달했다.
상급단체에 내는 의무금은 늘고 활동에는 소극적
타임오프 도입에 따른 노조활동 가운데 가장 많이 위축된 것은 시민사회와 대외연대 활동(대폭감소 13.3%, 감소 24.7%)이었다. 다음으로 상급단체 활동과 노조내 교육활동이 줄었다.
타임오프 도입 뒤 노조에 대한 회사의 편의제공 폭도 다소 줄었다. 변화가 없다는 응답이 72.6%로 가장 많았지만, 차량과 기름값이 지원이 줄어든 노조가 16.8%였다. 울산지법은 지난 3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회사로부터 지원받은 “아파트와 승용차를 돌려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조사결과 대부분의 사업장에 근로시간면제 한도에 근접한 전임자와 전임시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노조원 수가 많은 노조일수록 유급 전임자 수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심지어 도입 당시 정부가 중소노조의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겠다고 했지만 300인 미만 중소노조의 전임자 수도 줄었다.
풀타임 전임자 줄이는 대신 파트타임 전임자 늘려
풀타임 전임자 수는 제도 도입 이전 평균 3.8명에서 2.5명으로 1명 이상 줄었다. 반면 파트타임 전임자는 제도 시행 전후 1명에서 1.3명으로 다소 늘었다. 이는 확보한 전임시간을 여러 명의 전임자가 나눠 사용하기 때문이다.
제도 시행 뒤 가장 큰 애로는 전임간부 확보가 1위를 차지했고, 비전임 간부를 통한 조직관리, 사업장별 현안 해결 순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가 노조의 전임자 축소를 목표로 한 만금 전임간부 확보의 어려움은 당연히 예상된 것이었다. 다만 몇몇 전문가들은 타임오프 도입 뒤 노조가 적극적으로 비전임 간부를 통한 노조활동 방식을 개발하면 제도의 강제 시행이 오히려 노조에 득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민주노총 법률원장 권두섭 변호사도 “비전임 간부의 노조활동 전형을 만드는 게 필요하고, 이럴 경우 더욱 역동적인 노조로 거듭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도 시행 3년이 되도록 대부분의 노조가 비전임간부의 조직관리에 큰 어려움을 호소하는 등 아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도 시행 뒤 복수노조 확대 여부를 묻는 질문엔 18.8%의 노조만 최근 신규노조가 설립됐다고 답했다. 이후 복수노조의 추가 확대 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타임오프 범위와 전임자 처우는 여전히 쟁점 남아
현재까진 노조가 회사에 사전 통보만 하고 타임오프 전임을 사용하는 경우가 26.5%로 가장 많았지만, 사전에 회사에 활동계획을 제출(14.3%)하거나 회사의 사전 동의(20.6%)가 필요하다는 노조도 상당수 있어, 이후 이를 둘러싼 노사 갈등의 소지가 많았다.
타임오프 실시 이후 노사관계에 정부의 개입이 심해졌다는 지적(75.9%)도 많았다. 타임오프가 노조의 일상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도 77.2%에 달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제도 도입 때 예상된 것이었는데도 노조가 아직도 제대로 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