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의 날들이었다. 잠잘 때도 먹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하느님께 물었다. 건강한 소년들이 공을 차면 ‘발달장애’를 앓는 내 아이를 생각하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살아온 날들을 하나씩 되짚으며 아이의 장애를 내 탓으로 곱씹었다. 1998년 시작된 발달장애아동 엄마들의 모임, 의정부교구 ‘기쁨터’의 시작이다.
기쁨터는 말 그대로 ‘기쁨을 찾기 위해’ 시작됐다. 기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시절, 발달장애 자녀를 둔 엄마들은 김미경씨(루시아·48·현 부모회장)의 집에서 ‘기도모임’을 함께 했다. 가톨릭신자 엄마 ‘10명’이 모였다.
“나 스스로 용서가 안 되고 하느님도 용서할 수 없던 시절이었어요. 함께 울며 서로를 붙잡았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기쁨터는 인근 대화동본당과 인연이 닿아 아이들은 본당 어린이미사에 참여하게 됐다. 본당은 아이들을 위해 ‘스콜라스티카 발달 장애아 교리반’을 마련했다.
▧ 그러나 당신은 언제나 저를 보고 계셨지요?
기쁨터 엄마들은 본당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자원봉사자들의 도움도 받고 사람들 사이의 교류도 생겨난 것이다. 아이들을 자신있게 어린이 미사에 참여시켰고 엄마들도 그동안 하지 못했던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1999년 엄마들은 경기도 고양시 정발산동의 반지하 건물을 얻어 ‘공부방형’ 기쁨터를 만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몸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났고 반지하 공간은 이내 비좁아졌다.
“엄마들은 항상 불안했어요. ‘항의가 들어오지는 않을까, 이제는 어디로 옮겨가야 하지’ 하는 불안 말이에요. 하지만 작은 기적들이 일어났지요.”
엄마들은 장애 아동을 키웠기 때문에 주님의 기적을 체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반지하에서 나와 갈 곳 없을 때 지인이 터를 빌려줬고 인근 군부대 공병대가 건물 짓는 일을 도와줬으며, 지역아동센터와 체험학습장 등도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저를 택해 귀한 생명을 맡겨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주위의 우려와는 달리 십년이 지난 지금 기쁨터는 커다랗게 자랐다.
최근에는 발달장애아동들을 둔 지방 부모들이 견학을 오기도 한다. 간절한 마음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알기에 기쁨터 엄마들은 언제나 그들을 반갑게 맞는다. 기쁨의 열매도 많이 맺었다. 잘 자라준 아이들과 끈끈한 가족 공동체다.
“아이들 때문에 우리 역시 자랐어요. 부모, 형제들이 모여 가족 공동체처럼 지냅니다. 성경공부랑 상담도 하며 마음의 힘을 길러냈지요.”
기쁨터는 4월 19일 10주년 감사미사를 봉헌했다. 하느님께 감사하며 엄마들에게도 ‘꿈’이 생겼다. 성인이 된 아이들을 위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진 기쁨터 공동체’다.
문이 열린다. 추리닝을 가슴 밑까지 끌어올리고 양갈래로 머리를 땋은 학생들이다. 부모회장 김미경씨의 아들 정한준(도밍고·22)씨도 밝은 웃음으로 엄마를 바라본다. 엄마는 십년 전, 눈물로 썼던 기도 시를 다시 꺼냈다.
“이 생을 통하여 사랑의 완성에 가까워지도록 도와주시어 당신이 부르시는 날, 기꺼이 소임을 다했노라고 고백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