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9일 (목) 흐리고 개이고 다시 흐리다
빈 서역에서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호수가 많이 있는 짤쯔감머굿의 할슈타트를 가기위해 짤쯔부르크행 기차를 탔다. 린쯔를 지나 짤쯔부르크로 가는 이 기차는 좌석이 배정되어 있지 않지만 차량을 잘 선택해서 타야 한다. 가면서 기차역을 거치면서 차량을 하나씩 분리해 버리기 때문에 짤쯔부르크까지 가는 차량은 정해져 있다. 기차를 타면 팜플렛을 하나씩 자리에 올려 놓는데 그게 시간표이고 안내서이다.
차창에 비치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정돈된 그림을 보는듯 하다. 약간은 도도하고 약간은 아름답고 또 약간은 멋있는 풍경의 연속이다. 보이는 집마다 창이나 현관을 이쁜 생화로 장식하고 있다는 게 인상적이다. 그래 의식이 족해야 예술을 알지 ^^
8시 30분 차를 탔음에도 모든 역에 정차하는 완행을 선택해서 거의 정오 가까이에 짤쯔부르크 하우프트 기차역에 도착했다. 의외로 이 작은 도시에 한국인이 유독 많다. 주로 자전거를 빌려 시내를 관광하려는 대학생들이지만 부부가 함께 다니기도 했다.
낯선 도시에 도착하면 항상 먼저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에 가서 지도를 수령하고 다음 날 떠날 기차 시간표를 미리 챙겨야 한다. 음~ 내일 아침 일찍 떠나면 클림트를 볼 시간이 되겠군…
우선 여기서 1박을 하기로 하고 기차역 한 블록 뒤로 돌아가 Zimmer를 찾았다. 뭐 한국말로 민박을 의미한다는데 여관 정도 생각하면 되겠다. 깔끔하게 보이는 건물이 있어 벨을 누르니 할머니 한 분이 나온다. 1박에 80유로란다. 약간 비싼데… 방 먼저 보고 결정해도 되죠? 우리나라로 비춰보면 별 3개 정도의 호텔 같은 시설이었다. 우선 한인민박처럼 좁지 않아서 선뜻 결정했다.
짐을 짐머에 풀고 할슈타트로 고고씽 ^^ 여기서 150번 버스를 타고 약 50분St. Gilgen으로 가서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버스로 바트이슐까지 가고 거기서 또 다시 버스를 타고 50여분 더 가야 할슈타트가 있다. 유엔이 정한 세계문화유산을 이번 여행에서는 3개를 보게 되는데 여기가 그 첫번째다.
버스에는 한국인 여학생 둘과 또 다른 한 명의 여대생이 타고 있어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 한 명의 학생은 우리가 가려는 두브로브닉에서 올라왔다고 민박을 하려면 자신이 머물렀던 할머니 집에 머물라고 주소와 위치를 알려주었다. 1박에 100쿠나 정도라니 기껏 7~8유로??? 숙박은 그리로 가리라 소중히 메모를 간직했다. ^^
St. Gilgen가는 길에 오토캠핑장
St. Gilgen이라는 도시는 “평화”라는 단어 그 자체를 떠올리게 하는 작은 읍내였다. 모짜르트의 어머니가 태어난 곳이라는 관광 팩트가 있지만 별걸 다 팔아먹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대단한 상술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랬다. 커다란 호수가 있고 관광용 마차가 다니기는 하지만 몇 안되고 온통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작고 아늑한 마을…
다음의 유럽배낭여행에서 강추하는 왕복 19유로하는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웬만한 도미토리 1박 비용이지만 올라가는 내내 그 아름다운 풍경에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
츠뵐페르호른 정상에 올라서는 7월 초순인데도 긴 팔을 입어야 할 정도로 추웠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는 풍경은 내 가슴을 뻥 뚫어주었고 너무나 사진 찍을 곳이 많아 행복했다.
정상에서는 덴마크에서 자동차로 여행을 하는 4인 가족을 만났다. 와이프는교사이고 남편은 기술자라고 했는데 귀여운 초등학교 아들 둘과 함께 자동차로 여행하는 중이라 했다. 국경을 쉽게 넘어서는 그들의 생활패턴이 항상 분단국의 환경 속에 살았고 국외로 나가는 것은 큰 마음 먹어야 가는 나의 지금껏 생활에 비추어 약간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또한 자동차 여행이 시간적으로 자유로운 것 같아 부러웠다. 언젠간 나도 이 대륙을 자동차 렌트로 함 돌아봐야지 ^^
짤쯔부르크로 돌아가는 마지막 버스가 19시라 할슈타트로 들어가서 돌아보는 것은 시간적으로 무리였다. 여기서 보는 내용이 거기와 비슷하게 충분히 아름답고 이번 여행은 어디어디를 찍었다는 깃발여행이 아닌지라 아쉽지만 여기를 더 즐기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담에 또 와야지 하는 강한 여운이 있어야 다시 올 빌미가 되지 않겠어? ^^
케이블카를 타고 마을로 내려와서 호수를 구경하기로 했다.
헤엄치는 오리들의 발이 선명히 보일 정도로 물이 상당히 맑다. 자그마한 마을인데도 관광객들이 꽤나 모여있었고 푸른 숲에 둘러쌓여 있고 요트가 정박되어 있는 모습은 최고의 휴양지 모습이었다.
짤쯔부르크로 돌아와 미라벨 정원에 들렀다. 마침 고등학생들의 재즈동아리 공연과 무용동아리의 행위극이 진행되고 있었다. 모짜르트의 고향이라서 그런가 여기는 참 다양한 음악과 예술이 흐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왕궁이 있다는 곳을 찾아가기로 했으나 아래의 거리에 이쁜 간판을 보다가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
하지만 오늘은 할슈타트를 놓친 것도 왕궁을 입장하지 못한 것도 그리 안타깝지 않다. 이곳의 인간적이고 느긋한 분위기가 날 바꿔놓았나 보다.
여기의 모든 사람들은 여유가 있다. 사람들은 순박하고 길을 물어도 잘 못하는 영어라도 친절히 가르켜주려고 한다. 사람들은 짤쯔부르크가 작고 별로 볼게 없다고 했지만 여기는 어쩐지 끌리는 매력적이고 조용한 도시다. 이곳에서 15년간 살았다는 길가던 알렉스는 우리가 바로 가는 지 끝까지 따라와서 잘못된 길을 가는 우리를 다시 인도해 주었고 민박의 야간당직이었던 펠릭스라는 대학생 알바는 밤에 2~3번씩이나 저를 귀찮게 구는 나에게 웃는 모습으로 이곳의 물은 깨끗해서 사먹을 필요없이 수돗물을 그냥 마시면 된다고 설명해 주었다. 만일 내가 은퇴해서 살고 싶은 곳을 꼽으라 하면 여기를 선택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내일은 다시 빈으로 가서 이번 여행의 목적의 하나인 클림트를 볼 것이다.설레는 마음을 뒤로하고 잠을 청했다.
<출처 : ★배낭길잡이★ 유럽 배낭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