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4일 금요일 오전 11시 제 3회 숲해설경연대회 특강 강사로 오신 풀꽃시인 나태주 님의 이야기를 듣고 두서없이 적은 글입니다.
나태주 시인은 충남 공주에서 초등학교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심성을 길러주는 사도의 길을 걸으면서 1971년도 서울 신문 신춘문예"대숲 아래서"란 시로 등단하여 풀꽃 시인으로 칭송을 받고 지금도 공주 풀꽃 문학관을 세우고 공주 문화원장으로 활동하시면서 이번에 경주 세계 문화 엑스포까지 귀한 걸음을 하였습니다. KTX를 처음 타신 사모님도 함께 오셔서 보기에 참 좋았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대표적인 시입니다. 만약 여기다가 ‘너도 그렇다’라는 말 대신에 ‘나도 그렇다’라는 단어를 넣는다면 시로서의 가치와 맛이 얼마나 날까? 반문하시면서 이 시가 널리 읽혀지고 세상에 회자된 것은 바로 ‘너도 그렇다’인 것입니다. 우리는 책임을 지울 때는 '너'를 강조하고 이익을 추구할 때는 '나'를 강조합니다. 나태주 시인이 강조하는 주제가 바로 ‘너’라는 것입니다. 너의 유익을 위한 나의 사랑과 희생이 필요한 것이 인간 세상이고 우리가 속한 공동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하고 있습니다.
나태주 시인은 서두에서 구상 시인의 ‘꽃자리’를 통하여 가시 방석을 꽃자리로 만들어 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꽃자리에는 세가지 의미가 있다고 설명하면서 꽃자리는 첫째 반가운 자리이고 둘째는 고마운 자리이며 셋째 기쁜 자리란 것입니다.
꽃자리는 향기와 빛깔과 아름다움과 전설이 있는 자리이기에 나는 꽃이고 앉은 자리는 꽃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있는 사람끼리 감사하고 더 잘하면서 열매를 맺자는 것입니다. 반가운 사람으로 만나는 자리에서 꽃자리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초등학생이 ‘엄마, 냉장고, 고양이는 좋은데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글을 썼다고 하면서 우리나라의 아빠들이 앉은 자리도 꽃자리가 되어서 아이들이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하자고 제안하였습니다.
영어권에도 가장 따스한 말의 첫번째 순서가 엄마이고 둘째가 스마일, 셋째가 평화인데 아버지는 70번째가 된다고 하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버지는 인기없는 사람임에는 틀림없지만 우리 아버지들이 경성해야 할 대목인 것 같습니다.
버나드 쇼는 “우물쭈물 하다가 이럴 줄 알았다”고 죽기 전에 꽃자리를 만들지 못한 것이 아버지로서 후회된다고 하였습니다.
나태주 시인이 경주에 온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될 때 박목월 선생이 뽑아주었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이 태어난 곳이기 때문입니다.
1931년 박목월 선생이 쓴 '댓잎에 달빛 대 그림자 /매화가지에 매화가지 그림자/스스로 마음에 에우는 달무리/ 스스로 풀리는 밤을/영창이 푸른채로/하얗게 새운다'
'월야’란 시를 인용하여 “대숲 아래서”를 써서 서울 신문 신춘에 당선되었을 때 책망하지 않고 흔쾌히 뽑아 주었다고 합니다.
대숲 아래서
1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3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제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 자국,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4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지는 서녘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녘밥 일찌기 먹고 /우물가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을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
너그러움과 장래를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을 가진 목월 선생이 올해 태어난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에 더욱 의미있는 방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려 오면서 박목월 선생을 기리며 ‘다시 찾은 경주’란 시를 기차 안에서 썼다고 합니다. 그시는 다음과 같이 간단합니다. “배꽃, 조팝꽃 피는 경주, 100주년 탄생 유정하다. 또다시 눈물겹다.”
숲을 사랑하는 협회 행사에 오셔서 그런지 몰라도 나태주 시인은 35권의 창작시집과 90권의 책을 펴내었는데 그 때마다 나무에게 미안하다고 하였습니다. 많은 나무가 희생되어 종이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상장과 통지표를 놓고 놀다가 염소가 다 먹어버린 일이 있었는데 이렇게 나무로 만든 것이 수난을 당하니 나무에게 미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인생의 좌우명을 이야기 하면서 김구 선생은 홍익인간을 목표로 어느 한가지라도 전문가, 달인이 되어, 세계적인 경쟁 상대를 두고 사익보다 공익을 추구하라고 하셨다고 일러주면서, 나태주 시인의 좌우명은 첫째, 일찍 일어나라, 일생의 계획은 부지런함에 있고 한 집안의 계획은 화목함에 있다. 둘째 기록을 해야 한다, 다윈의 '적자생존' 보다 더 중요한 글을 쓰는 사람의 적자생존은 적어야 생존한다는 것이지요.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목욕을 할 때 좋은 시상이 떠올랐지만 펜이 없어서 탕 밖으로 뛰어나와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서 빨리 메모하라고 하면서 자기의 생각을 불러주었다는 에피소드로 들려주면서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비롯 세계에서 가장 많은 책을 낸 것이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소개 하였습니다. 셋째 녹차 마시는 사람이 흥한다. 커피보다 녹차를 많이 마시자고 강조하였습니다.
넷째 시는 쉽게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는 평론가나 교수, 지성인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고 보통사람에게 필요한 것으로 누구나 읽기 쉽고 외우기 쉬워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너무 쉽게 썼기 때문에 평론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김춘수의 "꽃" 이나 청록파 시인인 박목월의 '나그네'에 나오는 "술익는 고을마다 타는 저녁놀"은 읽는 사람에게 기쁨주고 고마움을 주는 시이기에 평생을 읽어도 기분 좋은 것이라고 시는 쉬워야 함을 강조하였습니다.
'꽃을 희롱하는 선비'라는 뜻을 가진 '완화삼'을 목월에게 준 조지훈과 그 시에 화답하는 목월의 '나그네'는 두 시인의 우정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완화삼 / 조지훈
- 木月에게 -
차운 산 바위 우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 가는/ 물길은 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나그네 / 박목월
江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南道 三百里/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구름 흘러가는”에 “구름에 달 가듯이” 라고 표현하고
“물길은 칠 백리”에 “남도 삼 백리”라고 표현하였고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에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로
달빛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에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라고 표현해 대구 형식으로 화답형식으로 두 시인의 강한 친밀감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그리스의 어떤 시인은 "어느날 나는 나무에게 부탁했네. 신을 보여달라고 하자 편도나무가 활짝 꽃을 피웠네" 라고 노래했다고 하면서 나무와 숲은 신의 정신이 깃들어 있기에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신성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나태주 시인은 원래 이름을 지을 때부터 차를 안타도록 지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나 태워 줘"의 준말이 나태주이기 때문이라는 것.
망백은 91세이고, 백수는 99세, 고자는 아버지를 잃은 사람, 애자는 어머니를 잃은 사람, 고애자는 부모를 잃은 사람을 말한다고 하면서 우리가 말의 의미를 바로 알고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얼마전 공주에 풀꽃 문학관을 건립하여 문을 열었는데 처음에는 반대하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니까 선출직 공무원은 사람을 무서워하여 지금은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하니 조만간 한번 찾아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늘 말과 글과 행함이 일치하는 삶으로 오늘날 한국 문학계에 풀꽃시인으로 존경받는 인물을 모시고 좋은 말씀을 듣게 되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특강을 듣는 시간은 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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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ㅎㅎ한편의 시평을 보는 듯~~!!
아름다운 글
감사합니다~~~!!!
머리가 복잡한 지금
많은의미를 생각하게하는 글이네요
좋은글 감사함다.
너무행복한하루 였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