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웃음 뒤에 가려진 아픔
동티모르에는 항상 웃음만 가득한 것은 아닙니다. 모든 인간의 삶이 그렇듯이 이들도 희로애락과 생로병사가 함께하죠. 하지만 다른 나라들보다 제가 살고 있는 이곳 리퀴도에(Lequdoe)는 보다 더 안타까운 삶이 존재합니다.
동티모르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빈민국입니다. 동티모르는 자본, 노동력, 기술, 인프라가 매우 부족한 국가입니다. 동티모르 자체에서 생산하는 공산품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하며 나머지는 모두가 다 인도네시아와 중국 수입품입니다. 그리고 심지어 유전까지 가지고 있지만 그마저도 호주 회사가 소유하고 있죠. 화폐는 기본적으로 달러를 쓰며 재화들이 모두가 수입품인 탓에 가격이 싼 편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흔히 먹는 버거킹의 와퍼가 10달러에서 11달러 정도 되죠. 환율로 따지자면 15,000원 정도 되니 결코 싼 가격이 아니죠.
그런데 제가 있는 리퀴도에는 동티모르 안에서도 손꼽히는 가난한 지역 중의 하나입니다. 동티모르는 그래도 섬나라라서 바다 근처나 강 주위 지역들은 그래도 어업과 축산업을 통해 단백질과 채소 등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지만 리퀴도에는 1,500고지 산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고 다른 지역과 다르게 물이 부족하고 돼지나 소도 먹기 위한 것이 아닌 집안의 유일한 재산이기에 한 마리 정도라도 키우면 잘 사는 편이라 봅니다. 그러므로 이들의 식사는 단백질이 거의 없는 쌀과 기름에 볶은 채소 조금 그리고 물에 고추와 소금을 섞은 칠리소스가 전부입니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사람들 대부분은 다양한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지 못해서 대부분 영양결핍인 상태입니다. 더 나아가 물까지 부족한 데다가 수질이 안 좋으므로 대부분 아이들이 피부병 하나씩은 가지고 있죠. 그러므로 많은 이들이 갖은 질병을 얻고 대부분 수명이 짧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는 장례미사가 자주 생깁니다.
동네에 흰 구급차 차량이 오면 누군가가 곧 죽음을 앞둔 것이고 며칠 후 검은색 구급차가 돌아오면 그것은 고인을 모시고 돌아온 것입니다. 그렇게 장례미사를 할 때면 자주 안쥬(Anju)라고 하는 이름이 올라오는데 이는 천사라는 뜻으로 일찍 하늘나라로 떠난 아기들을 가리킵니다. 이러한 천사들의 장례미사를 집전할 때마다 너무나 작은 나무 관 옆에 놓여 있는 아기 젖병을 바라볼 때마다 감정을 추스를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신자들은 이미 예수님의 행복선언(마태 5,1-12)의 의미를 깊이 깨닫고 하느님 나라가 이들에게 주어질 것임을 믿는 것인지 장례미사가 끝나면 묘에 꽃을 뿌리며 하늘나라에 가는 길이 꽃길이 되길 염원하며 함께 케이크를 자르고 샴페인을 터뜨리고 동네 사람들을 초대하여 식사합니다. 물론 여전히 이 문화가 적응이 되지 않지만, 저는 이곳에 살면서 과거 박해를 피해 산속에 숨어 지내던 교회 선조들의 신앙공동체가 떠올랐습니다. 그들이 박해를 피해 모든 것을 버리고 아무것도 없는 산속에서 가난하게 살았지만, 천주님을 믿으며 함께 신앙공동체를 꾸리기 위해 서로 도움을 주고 작은 것에도 함께 나누고 행복해하며 이들처럼 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스치며 오늘도 연미사 지향으로 올라온 안쥬(Anju)를 보며 영원한 빛이 이들에게 비추기를 기도해 봅니다.
이형우 루카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