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언어성 학습장애가 맞나요?
Q 안녕하세요, 올해 고2가 되는 딸을 둔 엄마입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비언어성 학습장애’에 대한 글을 읽었는데요. 제 딸의 모습과 일치하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혹시나 아이가 비언어성 학습장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쓰게 됐습니다.
유치원때부터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어려워한다’는 이야기를 선생님께 자주 들었습니다. 초등생때는 엄청 자주 울어서 학교에서 연락을 많이 받곤 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한 번은 반 전체가 단체기합을 받는데 저희 아이가 벌을 받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대성통곡을 하고 있다고 연락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이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자기는 잘못한 게 없는데 벌을 받는 게 용납이 안 된다며 계속 울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다른 또래 애들과 다른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중학교 가서는 더 심해졌습니다. 그래서 또래 친구들과 잦은 갈등이 있어서 연초에는 또래 그룹에 속해 있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다퉈서 혼자 떨어저 나가는 패턴이 계속 반복되더라고요. 중학교 3학년 때는 왕따도 당했습니다. 딸 아이의 말에 의하면 친구들이 하는 대화 주제(연예인 이야기, 화장품 이야기 등)에 잘 못 끼겠어서 가만히 있으면 왜 말이 없냐고 물어보고, 말을 하면 아이들이 이상하게 보는 일의 반복이라고 말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는 꽤 잘 했습니다. 특히 수학은 항상 점수가 평균 이상으로 나왔어요. 반면 국어를 잘 못해요. 소설을 읽으면 항상 “왜 그런거야?”,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돼”라는 말을 자주합니다. 말투도 조금 특이합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 대화를 나눠보면 바로 느낄 정도로 억양이 특이한 편입니다. 그래도 중학교까지는 학업적으로 별 문제 없이 잘 다녔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종종 자해를 하더라고요. 왼팔에 상처가 있어서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수학 문제가 안 풀리면 너무 화가 나서 연필로 자기 팔을 찌른다네요... 너무 놀라서 그러면 안 된다고 하니 화가 나는데 그럼 어떡하냐, 주변에 피해주기 싫지만 화를 못 참겠다고 그럽니다...
저희가 아이에게 학업적으로 압박을 주는 일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부모-자녀 관계는 좋은 편입니다. 서로 대화도 많고, 딸 아이는 힘든 일이 있으면 저희에게 털어놓습니다. 의견이 달라 종종 갈등이 생길 때도 있지만, 그럴 때 마다 잘 해결하고 회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족 외의 관계에서 대처하고 적응하는 걸 너무 힘들어 하는 거 같아요. 스트레스에도 점점 취약해지는 거 같습니다.
우리 딸 아이가 비언어성 학습장애가 맞을까요?
A 안녕하세요. 따님이 비언어적 학습장애인지, 사회성만 부족한 것인지, 또는 다른 문제가 있는 건지 궁금해서 문의를 주셨군요. 비언어성 학습장애란 우뇌 인지기능으로서의 시지각적 또는 시공간적인 정보 전달체계 기능의 결함과 관련된 학습장애입니다. 나타나는 증상은 개인에 따라 다양하므로 비언어성 학습장애를 진단하려면 다각도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선적으로, 양육사, 발달사, 가족 관계, 집단 생활 등을 통해 우뇌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서 나타나는 반응들이 일상생활 전반에서 장기간 동안 나타났는지 조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웩슬러 지능검사에서 동작성 지능이 언어성 지능보다 15점 이상 떨어지는 결과가 나타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려주신 글만으로 따님의 비언어성 학습장애의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비언어성 학습장애가 있으면 사회성에도 문제가 있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여러 요인들로 인해 사회성에 문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따님의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비언어성 학습장애로 인한 것인지, 다른 요인 때문인지는 면접 상담과 심리평가를 토대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올려주신 글을 보자면 따님은 전반적인 지적 잠재력은 좋은 편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대인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심리적으로 불안 수준이 높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는 듯 합니다. 어떤 진단명에 해당하는 이러 이러한 문제가 있다고 섣불리 결론짓는 것은 아이에게 주홍글씨는 부여하는 것과 같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자기 잠재력을 잘 발휘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강점은 무엇인지 알고, 어떤 심리적 자원을 키워야 하는지를 통찰하고 자신을 잘 돌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이롭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따님이 생활에서 느끼는 자신의 심리적 어려움을 언어로 상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분이 스트레스로 인해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자해를 반복한다면 상담을 받아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비언어성 학습장애가 있는 자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1. 놀이치료
비언어성 학습장애 아동들은 상상놀이(가상놀이)가 낯설고 어렵기 때문에 좀 더 현실에 기반을 둔 활동들이 필요합니다. 현실적인 놀이와 더불어 아동들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개발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셔야 합니다.
놀이치료의 장점 중 하나는 치료자와 아동간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의사소통 기술을 배우는 등 사회적 기술 형성을 돕는다는 것입니다. 치료자와 아동 간 상호작용을 하며 치료자가 수용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고, 아동이 스스로 욕구를 통제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연습과 훈련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아동의 상호작용의 과정에서 타인과 교류에 대한 기쁨과 즐거움, 애정을 느끼게 되며 치료자로부터 부모의 모습을 경험하며 긍정적인 사회 상호작용 경험을 쌓게 됩니다. 따라서 놀이치료는 초기 부모-자녀 관계에서 상실한 의사소통의 회복을 돕고 아동의 자아기능을 발달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2. 인지학습치료
비언어성 학습장애 아동들은 사회성 증진 프로그램 참여와 더불어 교육적 치료 개입이 필요합니다. 특히 이 아동들은 말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고 흥미가 가는 부분에만 주의를 두어 세부사항이나 핵심내용을 종종 빼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 아동들의 이해력을 지속적으로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며, 핵심단어를 파악하는 것을 돕는 등 이 아동들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가르치는 것 또한 필요합니다.
3. 언어치료
비언어성 학습장애는 문법과 구문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언어 패턴의 처리과정에 문제가 있더라도 거의 드러나지 않는 않습니다. 보통 이 아동들은 문장에서 단어순서는 바르게 하며 일반적으로 조음 능력이 좋고, 때때로 자신의 생각을 구어로 표현할 때에 잘 해냅니다. 그러나 단어의 순서를 이해하는 능력보다 언어 패턴에 더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어 아동 자신만의 고정된 언어 패턴을 다뤄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언어패턴은 대화와 쓰기에서 매우 중요하며, 주제를 토론하는 능력과 자신의 관점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모든 언어 기반의 과목에서 중요합니다.
4. 간단하고 구체적인 설명을 토대로 지시하기
아동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간단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이는 어린 유아를 대하듯이 이야기하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분명한 어휘와 짧고 간단한 문법 구조를 갖춘 문장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동들은 은유, 유머, 속담 등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재빠르게 지시를 내리거나 명료화가 필요하다면 가능한 은유 없이 의미하는 바를 설명해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5. 핵심어로 연습하기
아동들이 상황을 적절하게 이해하고 적합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관한 신호를 나타내는 핵심어를 선택하는 연습을 시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왜?”로 시작되는 질문에는 “왜냐하면...”으로 대답이 되어야한다는 것이 있습니다. 이러한 핵심어와 개념의 강조는 사회적 상황은 물론 학습에 있어서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도 유용합니다.
6. 맥락 제시하기
통합 과제 또한 복잡한 문제 해결에서 부분과 전체를 연합시키는 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학습의 특정 부분 혹은 새로 배운 정보와 관련이 있는 전체적인 문맥을 제공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설명을 할 때에도 먼저 부분에서 전체 식으로 해주시는 것이 아동의 이해를 돕는데 효과적입니다. 전제적인 맥락을 이해한 아동은 학습상황 외에 일상생활, 사회생활 속에서도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을 사용하는 능력을 발달할 수 있습니다.
7. 비언어적인 것을 직접적인 구어로 명명하기
비언어성 학습장애 아동을 중재할 때에 아동의 강점 영역인 언어능력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 아동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관한 시각적, 비언어적 단서를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나는 너에게 화가 나” “너가 OO일로 기분이 좋은 것 같네?” 등과 같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는 감정과 느낌일지라도 이 아동들에게는 언어로서 말을 해주는 것입니다.
또한 기대되는 행동에 관한 지시와 더불어 구어적으로 명확하게 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예로 들어, “OO, 자리를 벗어났어.” “다른 친구들은 겉옷을 입고 있는데,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있네” “목소리가 너무 크다”등이 있습니다. 행동에 대해 우선적으로 ‘명명’해주어야 다음 지시사항을 반드시 따를 수 있을 것입니다. 단지 “제자리로 가서 앉아”가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일단 아동이 자리를 벗어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시각적 단서와 문맥을 연결시키지는 못할 것입니다. “OO야 너 자리에서 벗어났어. 자리로 돌아가서 앉으렴.”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지 말아야 하는가에 관하여 분명하게 말해주어야 합니다.
비언어성 학습장애 아동이라도 개인의 증상 정도에 따라 개인의 성향, 행동 양식 등에 맞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정들은 가정에서 부모님만의 힘만으로는 힘든 과정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가정에서의 부모님의 노력과 함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시는 것이 우리 아이에게 가장 효과적이며 중요합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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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소장님]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아동복지학과 박사 (아동심리치료전공)
상담 경력 25년, 대학교수 및 외래교수 경력 30년
현) KG 패스원사이버대학교, 서울사이버평생교육원 외래교수
KBS, MBC, SBS, EBS, JTBC,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청와대신문 등 아동청소년가족상담 자문
자격) 미국 Certified Theraplay Therapist (The Theraplay Institute)
심리치료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1급 (한국상담학회)
부부가족상담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1급 (한국상담학회)
사티어 부부가족 상담전문가 1급 (한국사티어변형체계치료학회 공인)
청소년상담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한국청소년상담학회 공인)
재활심리치료사 1급 (한국재활심리학회 공인)
사티어의 의사소통훈련 프로그램 강사/ 사티어 부모역할훈련 프로그램 강사
MBTI 일반강사/ 중등2급 정교사/ Montessori 교사/ 유치원 정교사/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등
인터뷰) 이향숙 박사 “아이 사회성 교육의 중요성”
https://tv.naver.com/v/15458031
저서) 초등 사회성 수업 , 이향숙 외 공저. 메이트북스 (2020)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Mamen., M. (2014). 비언어성 학습장애의 이해. 시그마프레스.
Miller, M., Ganz, R., & Bezsylko, S. (2024년 8월). What Is Nonverbal Learning Disorder (NVLD)? Difficulty picking up concepts and patterns affects kids visually, socially and academically. Child Mind Institute. https://childmind.org/
*사진첨부: pixabay
*작성 및 옮긴이: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인턴 김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