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이후 6년 만에 '민방위 훈련'을 실시하는 모양인데 사이렌 소리도
듣지 못했고 장대비가 쏟아져 일찍 귀가했어요. “민방위 훈련 공습경보 발령.
가까운 대피소나 지하 시설로 대피하시고, 통제구간의 운행차량은 도로 오른쪽에
정차 후 라디오를 청취하시기 바랍니다. (pm 2:00, 행안부)” “경계경보 발령 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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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해제(pm 2:15)” “경보 경보해제(pm 2:19). 국민 여러분 일상으로 돌아가시라”
이번 민방위 훈련은 지난 21일부터 3일간 실시하고 있는 을지연습(핵 위협과 전쟁
등 비상 상황에서 대비 태세를 정비하는 훈련)과 연계해 실시하는 훈련입니다.
민방위 훈련의 부활은 정부의 ‘뉴라이트 정책’과 맞물려있을 것입니다. 우리 시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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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학교가 정부의 1군단쯤 되었을 것입니다. 윤 대통령이 우리 세대라서 그런지
몰라도 노스텔지아를 소환시키는데 자연스럽습니다. 70-80년 대만 해도 ‘민방위
훈련’을 죽어라 했습니다. 그때도 전 국민이 다하는 민방위 훈련이었지요. 문방구
에서 아예 깃을 담는 비닐 표찰을 팔았습니다. 어쩌다가 미 착용하면 여지없이 정문
에서 잡혔다는 것 아닙니까? 요새 같으면 워드로 치면 될 텐데 그때는 수기로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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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으니 펜글씨 잘 쓰는 제가 제법 인기가 있었다는 걸 믿어 주셔야 합니다.
교련 이야기는 패스. 현재 예비군 훈련은 20세에서 40세까지 남자들만 받습니다.
물론 '현역'이나 '동원 훈련 대상자'는 제외입니다. 통상 전역하면 동원을 5년 정도
하고 40세까지 민방위에 편성되지요. 저는 다 끝낸 지 20년이 지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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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늙었다는 얘기지요. UC, 갑자기 슬퍼집니다. 민방위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요. 기억하기로는 아마도 동원이었을 것입니다. 맞벌이 처지라 어쩔 수 없이
에스더(2세)를 유아용 어깨띠에 들쳐 안고서 ‘프라이드 베타’를 타고 불암산 예비군
훈련장으로 입소를 했다는 것 아닙니까? 뼈속까지 내 분신 스더야 잘 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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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에스더는 금녀의 집을 다 다녔습니다. 남탕, 당구장까지 일찌감치 텄습니다.
몇 시간쯤 지나서 중대장이 오더니 동원 20년에 아이 업고 동원 들어온 예비군은
처음이랍니다. 어쩌라고? 딸내미 덕분에 면제받고 왔습니다. 우리가 아는 대로
우리나라는 elementary school 6년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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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식구가 오 남매이었을 때(1970년) Entry number 1번이 6학년, 2번이
4학년, 제가 3학년, number 4가 1학년을 동시에 다녔습니다. 대학교도 두 명
이상 다니면 등록금 혜택을 주는데 4명이 다녔어도 십 원짜리 하나 지원을 안 해
줬으니 우리 어머니가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요? 민방위뿐 아니라 전교생이 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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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에는 우리 식구 단합대회 하는 날입니다. 우리 육 남매는 이렇게 막내까지 올
(all) 담양 남초등학교 동문입니다. “담 동, 담 동, 거지 대가리 깡통을 들메지고
담남 학교로.“ ”넓고 넓은 운동장에 담 남과 담 동이 싸운다. 담 남과 담 동이
싸울 때는 언제나 담 남이 이긴다. 힘차게 뻗은 담 남의 기상 담 동의 아구통을
갈긴다. 뻗었다 뻗어 뻗었다 뻗어 담 동이 허벌나게 쭉 뻗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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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참 응원가 한번 소박합니다. 콘셉트도 반전도 없이 그냥 우리 편이 최고랍니다.
저는 정말로 담양 동초등학교는 거지들만 사는 줄 알았습니다. 그 시절 우리 누나들은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내 동생 진호가 저 6학년 때 애국가 지휘자를 했습니다.
그때는 국가(기)에 대한 경례뿐 아니라 ’애국 조횔‘ 아침저녁으로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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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이 반공 선생님이었지요. 저는 전교생이 있는 가운데 4학년인 내 동생이
젓가락 같은 것을 들고 지휘를 하는 것을 보고 얼마나 장하고 기특했는지 모릅니다.
그 친구가 벌써 5-8반이니 이제 같이 늙어가고 있습니다. 주용, 주희 보고 싶구나.
2023.8.23.wed.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