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석 ‘슬릭백’ 추고, 김연경은 감독과 댄스…흥 넘친 올스타전
배구 선수들의 또 다른 직업은 ‘춤꾼’일 수도 있다. 27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 모여든 2023-2024시즌 V리그 배구 별들은 수차례 음악에 몸을 맡기며 올스타전 현장을 찾은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팬들은 “물은 좋겠다 한태준의 70%를 차지하고 있어서” “(김)연경님 덕분에 갱년기 극복” “김수지 나랑 사귈래 밥 먹을래”와 같은 응원 피켓을 열렬히 흔들었다.
27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3-2024 도드람 V리그 올스타전'에서 남자부 세리머니상을 수상한 한국전력 신영석이 슬릭백 춤을 선보이며 상을 받으러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제공: 조선일보
특유의 신바람을 일으킨 선수들은 ‘K스타’에 속한 여자부 현대건설 주역들이었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6연승을 달리며 리그 1위(승점58·19승5패)를 질주하고 있는 현대건설은 아껴뒀던 춤 실력을 팬들 앞에서 여과 없이 선보였다.
올스타전 현장을 찾은 김연경의 팬들. /한국배구연맹© 제공: 조선일보
‘맏언니’ 양효진(35)은 선글라스를 쓴 채 리듬을 탔고, 현대건설의 2001년생 듀오 이다현(23)과 정지윤(23) 그리고 세터 김다인(26)은 ‘칼군무’를 과시했다. ‘비밀병기’로 코트에 투입된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춤을 추지 않아 경고를 받은 이후에야 왕년의 실력을 뽐냈다.
2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배구 V리그 올스타전이 열렸다. 선수들과 함께 댄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강성형 감독. /송정헌 스포츠조선 기자© 제공: 조선일보
‘V스타’에 몸을 담은 배구 여제 김연경(36·흥국생명)도 이에 질세라 득점한 이후 단체 안무를 주도하며 K스타에 맞섰다. 마르첼로 아본단자(이탈리아) 흥국생명 감독과 함께 호흡을 맞춘 댄스는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필요한 경우엔 라인 심판까지 가세해 자유자재로 몸을 흔들며 분위기를 냈다.
이날 상금 100만원과 함께 세리머니 상은 남자부에선 줄넘기 세리머니와 요즈음 유행하는 ‘슬릭백(slick back)’ 춤을 선보인 신영석(38·한국전력)이 수상했고, 여자부에선 김연경이 받았다. 김연경은 “감독님이 이 상 수상에 많이 기여했다”며 “사실 준비는 안 했다. 노래가 나오니 (감독이) 리듬을 타면서 저를 맞이해주셨다”고 설명했다.
27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3-2024 도드람 V리그 올스타전'에서 김연경과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댄스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조선일보
K스타와 V스타가 실력을 겨룬 경기에서는 두 팀이 세트 스코어 1대1로 맞섰지만, 총 득점에서 K스타가 37대36으로 앞서 우승했다. 남자부 위주로 치러진 1세트에선 K스타가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7득점), 신영석(4득점) 등을 앞세워 21-15로 기선 제압을 했다. 여자부 중심으로 맞붙은 2세트에선 V스타가 21-16으로 반격했다.
올스타전 남녀 최우수선수(MVP)로는 신영석(14표)과 표승주(32·IBK기업은행·13표)가 각각 뽑혔다. 신영석은 세리머니 상과 MVP를 동시에 수상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신영석 “올스타전 MVP는 처음이다. 이 힘을 받아 ‘봄 배구’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슬릭백 춤은 어제 1시간가량 연습했다. 내게 이런 재능이 있는줄 몰랐다”고 했다. 표승주는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만큼 즐거웠다”며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27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3-2024 도드람 V리그 올스타전 스파이크 서브 킹 대결에서 마테이 콕이 서브를 넣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조선일보
올스타전의 묘미인 ‘스파이크 서브 킹&퀸 콘테스트’ 주인공도 가려졌다. 서브 킹은 우리카드의 마테이 콕(28·슬로베니아)이 시속 120㎞에 이르는 미사일 서브를 꽂아 넣어 임성진(25·한국전력·118㎞)을 꺾고 첫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마테이는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생각지 못한 타이틀을 얻어 기쁘다”고 말했다. 서브 퀸은 GS칼텍스의 지젤 실바(33·쿠바)가 시속 97㎞를 찍어 페퍼저축은행의 야스민 베다르트(28·미국·시속 94㎞)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실바는 “서브가 좋은 선수들을 의식했다”며 “서브는 내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다. 함께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27일 2023-2024시즌 V-리그 올스타전이 열린 인천삼산월드체육관. /한국배구연맹© 제공: 조선일보
이날 올스타전엔 총 6120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표를 취소한 경우가 다수 발생해 만원 관중(6415명)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함께 온기를 나누며 겨울 한기를 견뎌내기엔 충분한 인원이었다.
V리그 올스타전 현장에서 어린이합창단이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 /한국배구연맹
신영석 ‘슬릭백’ 추고, 김연경은 감독과 댄스…흥 넘친 올스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