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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눈이 소복히 내리던 날 나는 우음도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우음도는 태초의 기억들이 묻혀있는 조용하고 한적함 속에 고요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마음 그득 포만감을 담아 올 수 있는 곳이기에 나는 가끔씩 그곳을 찾곤한다.
바닷속이었을 그곳에 가면 갈대가 흐드러지게 바람에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춤을 춘다.
갈대--신경림 .
언제 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 었을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조용한 울음인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 란것을 그는 몰랐다
시야에 펼쳐졌었던 평화로운 풍경들이 그곳까지 개발바람이 불어 이젠 서서히 낯선 그림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갈대 숲 깊숙히까지 걸어들어가 사방을 둘러보면 마치 외딴섬에 와 있는듯 사방은 고요했었고 갈대 사이사이에 바다로 향했었을 물길들은 뽀얗게 소금기 머금은 얼굴을 드러내곤 했었다.
계절이 바뀌어
갈대 이파리 끝에는 霜花가 몸을 가다듬고 매달려 있고, 물길 위에는 하얀 눈으로 덮혀있어 겨울 정취를 느끼게 한다.
뽀드득 뽀드득,, 발자욱을 남길때마다 귓전에 맴돌던 소리. 이젠 이 풍경도 이 겨울이 지나면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게 될것이다.
내 안에 자리잡았었던 휴식처 한곳이 없어진다는 서운함에 이리저리 눈길 돌리며 머릿속에 담아두려 한다.
고정리로 들어가는 행길 양 옆엔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할 것이다.
풍경 그림이 달라지기 전에 다시 한번 가 보게 될까?
우음도 안쪽 섬 한가운데 마을이 있다.
고정초등학교 우음분교. 1949년에 개교하고 1997년에 폐교된 우음분교는 49년동안 119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아주 자그마한 학교.
고정리 한적한 폐교 운동장엔 적막이 내려 앉아 있었고,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되지 않았을 평균대와 그네에서 아이들 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그네 위에서 바라보았던 우음도 평원은 이젠 건물들로 들어찰것이고 고정리 우음도도 이제는 벽에 그린 동그라미가 하나씩 지워지며 허물어지게 되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교실로 향한 계단을 오르려는데 양지쪽에서 햇빛바라기하던 강아지들의 반색에 슬그머니 미소를 띄어 본다.
속살드러내고,세월의 흔적까지 안고 스러질 故屋의 흙벽에 담겨진 시간을 읽고 폐허가 되어가는 한옥 처마끝에 달린 걸쇠 아래에 펼쳐진 흙부스러기들이 툇마루에 뒹굴고 있는 그림은 서글픈 생각까지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새 봄이 되면 뒤란 대나무숲에선 바스락거리며 또 새로운 이파리를 앞세워 생명이 돋을것이다.
모든 기억은 이렇게 하나 둘씩 사라질것이다. 온 세상이 하얗던 설국에 발을 디디며 지워지는 기억 위에 또 하나의 추억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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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 강아지 사진, 제 바탕화면으로 모시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고정리가 어디인지 우음도가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달라지기 전에 다녀오시고 담뿍 담아오셨으면 좋겠네요. ^^*
고정리는 제 외가가 있는 곳이고 가끔 공룡알 화석지와 우음도를 돌아 보곤 했는데 지금은 많이 바뀐 풍경이 낯설었습니다.
곧 또 다른 모습, 아니 도시와 같은 모습으로 바뀌게 되겠지요.
개발로 곧 사라지게 되는 곳인가 봅니다. 안타까운 일들이 어디 한두 곳에서 벌어져야 말이지요.
'작은학교 이야기'라는 책에 학생이 1명뿐인 우음분교의 일화가 나오는데......바로 그 학교!!
저는 다른 그림이 싫어요.......그냥 갈대가 살게 해주세요.........
우리나라 인구가 갑자기 불어나는 것도 아닌데, 왜 살던 갈대를 내쫓으려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