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께서는 모든 것을 제때에 아름답도록 만드셨다." (코헬 3,11')
늘 한 해를 마무리할 때 느끼듯, 2023년은 정신없이 지나간 한 해였습니다. 그렇다고 무슨 특별한 일을 시작하거나 추진하여
무슨 성과를 이룬것도 아닙니다. 주어진 일들을 해 나가다 보니 어느새 한 주간, 한 달 그리고 한 해가 훌쩍 지나갔습니다.
잠시 멈추어 서서 왜 이리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바빴을까 돌아보게 됩니다. 해야 할 일이 많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정신 못
차릴 정도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들이 주어지지는 않았들 텐데 말입니다.곰곰히 행각해 보니 바쁜 이유는 일이 물밀듯이
닥쳐와서 라기보다는 시간이 정돈되지 않아서인 것 같습니다정돈이라는 말은 어지럽게 흩어진 것을 규모 있게 고쳐 놓거나
가지런히바로잡아 정리한다는 뜻입니다. 즉 있어야 할 것이 제자리에 있게 하는 것과 버릴 것은 버리는 것 두 가지가 정돈이
라는 말 안에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마치 옷은 옷장에 있어야 하고 그릇은 찬장에 있어야 하며 책은 책장에 있어야 제자리
여서 다른 것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 반대라면 엉켜서 하나가 다른 것을 방해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불필요한 것들
로 공간이 채워져 있다면 그만큼 필요한 것들이 들어설 수 없을 것입니다.그러니 버릴 것은 당연히 버려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시간을 정돈한다는 것은 주어진 시간에 알맞은 일을 하는 것이고 그러기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식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중요하지 않은데 급하게 닥치는 일들에 치여 정작 중요한 일은 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아우러 주어진 시간에 알맞은 일을 잘 때 자는 것, 먹을 때 먹는 것, 일할 때 일하는 것, 놀 때 노는 것도 중합니다.
잘 때 안 자고 먹을 때 안 먹고 일할 때 일하지 않고 놀 때 놀 줄 모르면 어딘가에서 막힐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에 알맞은 것을 하기 위해서 버릴 것은 버려야 합니다 두 마리의 토끼 를 쫓을 수 없듯이, 그 시간에 보다 더
알맞고 더 중요한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것은 버려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알맞고 중요한 일이 그렇지 않은일에 자리를 빼앗겨
버리게 됩니다. 지난 여러 시간 가운데에는 주어진 시간에 알맞은 일을 하지 않고 불필요한 들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지나서
돌아보면 바빴다는 기억만 남는가 봅니다. 하지만 새로운 한 해는 하느님께서 주신 시간을 잘 정돈해보려 합니다.
하지만 사실 매일 사용하고 있는 24시간은 하느님의 시간입니다.(코헬 3,11참조)하느님께서 거저 선물로 주신 시간이기에
하느님의 시간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시간 안에서 바빴다는 기억만 남기는 대신 삶의 모든 것을 음미하도록 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 둘러싸고 있는 자연,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나는 모든 순간들이 소중함에 감사할 줄 알기를 배우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시간을 정돈해야겠습니다.
박상용 사도요한 신부
본지 주간
빛잡지 제 65호(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