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은 이스라엘에게 유리할 것인가?
김장민 정치학박사
말로만 이스라엘을 두둔하고 실제 지원을 중단해 휴전을 압박할 듯
75세의 네타냐후는 17년에 걸친 장기 집권과 부패 혐의로 인한 재판으로 민심을 잃은 지 오래다. 핵무기를 사용해서라도 팔레스타인을 전부 이스라엘 영토로 만들어야 한다는 극우정당과의 연립정권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네타냐후가 재집권 초기 2022년 사법부를 탄압하는 법률안을 강행하자 이스라엘 최대 규모의 반정부시위가 일어나고 지지율이 급락했다.
네타냐후는 정권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가자전쟁을 확대하면서 지지율을 일부 회복했으나 인질 구출 작전이 실패하면서 다시 지지도가 추락하고 있다. 전쟁이 끝나면 조기총선을 통해 퇴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재 전쟁을 의도적으로 연장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유대인에게 우호적인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의 지원을 받아왔다. 트럼프는 재임 당시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등 친 이스라엘정책을 펴왔다. 또한 이스라엘과 이슬람국가들이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아브라함협정을 주도해왔다.
이스라엘이 중동에서의 고립에서 벗어나 시아파 이란을 포위하는 전선을 수니파 이슬람국가들과 펼쳐왔다. 이런 배경에서 가자 전쟁이 이란과 레바논으로 확전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 인접 국가들인 이슬람 다수파인 수니파 국가들은 이번 전쟁에서 중립을 지키고 있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비해 이스라엘을 더 지지해왔고, 바이든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예산 권한을 가진 하원을 공화당이 장악했는데, 공화당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는 소극적인 반면 이스라엘 지원에는 적극적이었다.
트럼프와 공화당의 이런 전력을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이스라엘은 이를 믿고 중동전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트럼프는 이스라엘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감축하면서 전쟁중단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트럼프의 가장 중요한 외교노선은 해외분쟁에 미국의 인적 물적 자원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립주의는 트럼프와 공화당의 친 이스라엘 노선을 압도한다. 즉 트럼프는 집권 직후 이스라엘에 대한 현재의 지원을 중단하거나 최소한 이스라엘에 타격이 되는 수준으로 감축할 것이다.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말로만 두둔하고 중동전쟁은 이스라엘이 알아서 하라고 사실상 휴전을 압박할 것이다.
둘째 트럼프의 기본 입장은 이스라엘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전쟁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트럼프는 “테러조직에게 타격을 주는 목표를 달성했으니 레바논에서 철수하는 대신 이스라엘이 가자 지역 일부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라.” 식의 협상안을 제시할 수 있다.
셋째 미국의 지원이 없다면 이스라엘의 피해도 심각해져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휴전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 등의 친 이란 무장조직, 나아가 이란이 수차례 공습을 한다면 미국의 요격 지원이 없고, 이스라엘의 요격 미사일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전쟁 전부터 인기가 없는 네타냐후는 조기 퇴진을 피할 수 없다. 즉 네타냐후도 미국의 지원이 없다면 체면을 세우는 조건에서 휴전을 할 수 밖에 없다.
넷째 실제로 트럼프는 이미 이스라엘 지원보다 전쟁중단이 더 우선임을 공언해왔다. 트럼프가 전쟁중단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전쟁중단이 대선공약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공약 때문에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던 아랍계 유권자들 상당수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지난 7월 트럼프는 미국을 방문한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에게 “내가 취임하기 전에 전쟁을 끝내라.”고 주문한 바 있다.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에 따르면 트럼프가 지난 7일 당선이 확정된 직후 통화에서 에르도안의 휴전 제안에 동의했다. 에르도안의 주장처럼 미국의 무기 지원 중단이 휴전의 첫 단추이다. 에르도안은 지난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는 등 양자 사이에 나름 신뢰관계가 있다.
https://youtu.be/INhwvBBon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