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종은 최소한의 음식만 섭취하고 주로 '공기'를 마셨다. 특히 죽기 전 두 달 동안 물만 마시다가, 마지막 한 달은 물도 끊고 공기만 마시고 지냈다. 이세종은 곁에서 간호하던 사람들이 음식을 먹으면, 나도 먹어야겠다고 하면서 공기를 마셨다.19) 이세종에게 공기는 어떤 의미인가? 이세종이 공기를 먹고 살기로 결심한 것은 자연묵상을 통해서 얻은 결론이었다. 이세종은 말씀묵상만이 아니라, 자연 묵상에 깊이 빠져있었다. 그는 자연 사물을 그냥 본 것이 아니라, 창조의 질서에 내재된 하나님을 보았다. 땅에 개미들, 나무의 곤충들, 하늘의 새들을 바라보면서 하나님의 섭리를 묵상하였다.
이세종이 추운 산당에서 겨울을 보내면서 깨달은 일이다. 그가 살았던 산당은 겨울이면 방이 몹시 추웠다. 그런데도 산에 있는 땅벌들이 산당의 천장에 들어와 집을 지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겨울을 지내다가 봄이 되면 다시 밖으로 나갔다. 이세종은 겨울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지내다 새로운 계절에 다시 살아나가는 벌들을 보면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달았다.
“금수곤충도 겨울에는 공기만 먹고 살아 갈 수 있다. 사람도 어느 기간은 곡식을 안 먹고 공기만 흡수하고도 살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밥을 안 먹고 지낼 수 있어도 잠시라도 공기를 마시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다. 공기는 인간 생활에 그처럼 긴요한 것이다. 하나님이 공짜로 주신 기운이니 안 마시고는 못 산다”20)
이세종은 벌들의 겨울내기를 보면서, 우주의 근원이 공기임을 깨달았다. 공기는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원천이었다. 고대 그리스도의 자연철학자 아낙시메네스(Anaximenes)는 우주의 근원을 ‘공기’로 보았다. 그는 호흡을 통해서 생명이 유지되고 사람의 체온과 성장, 그리고 건강의 근원을 공기라고 보았다. 다시 말해서 그는 만물의 생성과 소멸의 근원을 공기로 간주하고 그의 형이상학적 체계를 완성했다.
그러면 이세종이 자연묵상을 통해서 형이상학적 세계에 눈이 열린 것인가? 엄두섭은 이세종이 공기를 먹었다는 것을 동양의 도가 철학, 인도의 선인들의 삶을 가져다 설명하였다. 이세종에게 공기는 단순한 도인들이 호흡하는 기(氣)가 아니다. 도인들은 대기 속에 충만한 기를 호흡법을 통해서 흡수했다. 그들은 호흡법을 통해서 공기 속에 있는 에너지를 섭취하며 살았다. 그래서 인도의 선인들은 음식을 먹지 않고도 공기 에너지를 마시며 여러 날들을 견디어 왔다. 그러나 이세종이 그들의 호흡법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다.
이세종은 “예수를 먹어야 산다. 예수가 나는 힘이다”라는 말을 자주하였다. 그러면 그에게 예수를 먹는 다는 것은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하나님의 생기’를 호흡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흙의 먼지로 지으시고, 코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셨다. 그래서 사람이 ‘생령’(네페쉬 하야)이 되었다(창2:7)21).
그렇다면, 우리는 역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생령 곧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님의 생기로 호흡하는 것이다. 사람이 생령을 잃어버리면, 들짐승과 같은 존재가 된다. 이세종이 공기를 먹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생기로 호흡하는 것이다. 그는 철저하게 육의 본능을 비우고, 대지의 근원인 하나님의 생기를 먹고자 했다.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에 광야에서 40일간 금식하셨다. 그때 마귀가 찾아와 돌을 떡으로 만들라고 유혹했다. 예수님은 사람은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말씀으로 산다고 하면서 마귀를 물리쳤다. 이세종은 이 말씀을 통해서 우리도 예수를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 예수를 먹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먹는 것이며, 하나님의 생기로 호흡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공기를 먹는 것은 영의 양식을 먹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는 공기를 먹는다고 심호흡을 하고 먹는 소리까지 냈다고 한다.22) 이세종이 공기를 먹는 것은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는 것이다.”(갈2:20)
이세종이 죽음을 얼마 앞두고는 공기를 마실 때마다 즐거움을 표현했다. 그것은 썩어질 육신을 땅에 두고, 영으로 그분과 하나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공기를 들어 마실 때, 함께 있던 사람들에게 예배를 드리게 했다. 예배는 무엇인가? 예배는 육이 죽고, 영이 사는 것이다. 곧 예배는 영의 양식을 먹으며, 하나님의 생기를 호흡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공기를 먹을 때, 예배의 자리를 사모했던 것이다. 예배 안에서 그는 하나님이 주신 거룩한 공기와 온전히 하나 될 수 있었다. 그러면 이런 이세종은 초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