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원마저 文 부동산 정책 비판… “폭등 시켜놓고 규제만”
2021-09-07
국책연구원 협동보고서
“보유 주택 수량에만 천착한 정책
충분한 검증없이 임대차 3법 강행
시장 억누른 정책은 국민 저항 불러
가격 통제가 주요 목표돼선 안 돼”
정부가 부동산 실정 책임을 국민한테 떠넘기고 징벌적 과세 수준의 규제 카드를 빼들었다는 분석이 국책 연구기관에서 나왔다. 부동산 정책 핵심은 시장에 활기를 넣는 데 있어야지 억누르는 게 아니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특히 연구팀은 ‘퇴로 없는’ 부동산 정책이 국민 저항만 부를 것이라면서 현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경종을 울렸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달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제출된 협동연구총서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에 담긴 내용이다. 지난해 8월부터 1년여간 국토연구원과 주택금융연구원,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공동연구한 것이다.
보고서는 “역대 정부가 부동산과 관련한 정책을 설계할 때 정부에서 장악하고 있는 공공 부문부터 제대로 설계했어야 하는데, 경영평가가 보편화된 이래 공공 부문 역시 수치화·계량화된 실적과 성과에 매몰되면서 차익과 폭리를 노리는 ‘악덕 투자자’와 다르지 않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또 정치가와 공직자들이 실적과 성과를 내기 위해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조장하거나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부동산 명목가치의 상승에 따라 경제도 성장한 것 같은 착시가 생기는데, 실수 또는 부정부패를 감추고 싶은 정치인과 공직자들로서는 잠시라도 생색낼 수 있어 좋다”며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경직된 현재 시점에서는 가격 급등 기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원가에 비해 터무니없는 가격이고, 실질소득의 한계와 시간의 경과로 인해 이 가격이 오래 유지되지 못할 것임도 알 만한 사람은 안다.
다만 부동산 가격이 정상화되면서 겪게 될 비극적 결말을 애써 부정하며 다들 현재에 매달리고 싶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지금이라도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가와 공직자들부터 각성할 필요가 있다”며 “부풀 대로 부풀려진 비정상적인 부동산 가격을 유지하여 환상을 조금이라도 더 지속시킬 것인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재건축을 준비중인 한 아파트단지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전월세, 매매 등 매물이 소개돼 있다. 뉴스1
보고서는 부동산 시장 대응과 관련, “핵심은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있어야 하는 것이지, 시장을 억누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며 “부동산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주된 정책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고, 이른바 거래절벽이나 매물잠김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유통 및 소비와 관련한 규제와 조세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정부 들어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은 ‘다주택자’ 개념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문제를 삼았다.
어느 정도 또는 규모의 주택을 ‘지나치게 많이 가졌다’고 할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나 사회적 합의 없이 등기부상 복수의 주택을 명목상 소유한 것만으로 다주택자라고 규정하고,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세 중과의 핵심 표준으로 삼았다는 지적이다.
연구총괄 책임자로서 부동산 형사정책 분야를 맡은 강석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정부는 보유주택의 수량에만 천착한 ‘다주택’이라는 관념을 일방적으로 부동산정책에 투입·고수하고, 충분한 정책검증 과정없이 임대차 3법을 강행함으로써 스스로 소유자 적대적 또는 반자본주의적 이미지에 갇히게 된 측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주택자=투기자’ 몰아 공급시장 통제… 거래절벽 초래
2017년 5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25차례 이상의 부동산대책을 지속적으로 발표·시행했지만 국민 지지는 얻지 못했다. 연이은 대책 발표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일반 국민 소득으로는 평생 동안 모아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급등했다.
지난달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제출된 협동연구총서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 보고서를 보면 왜 이런 현상이 빚어졌는지에 대한 진단이 곳곳에 포함됐다.
우선 연구진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혼선 또는 실패는 부동산 시장의 변화상을 간과한 채 종래의 규제·과세 중심 부동산관을 답습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의식이 정부 부동산대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국토연구원에서 제출됐다는 게 이채롭다.
6일 보고서에 따르면 노무현정부부터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한 부동산 정책의 수단은 규제지역 지정과 수요, 공급, 투기억제, 가격규제, 조세, 금융 등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각 정부에서 중점을 두는 정책 지향점에 따라 활용하는 정책수단 조합이 상이하고, 규제 강화기와 완화기가 반복되는 특징이 보인다.
이는 당시 경제상황 영향도 있지만, 정부에서 추구하는 정치적 이념에 따라 주택정책이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주택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 없이 정책이념에 따라 조세, 대출정책의 틀이 바뀌고 공급정책에 있어서도 공공주도, 민간육성 등 일관적이지 않은 정책은 오히려 시장 불확실성만을 극대화하게 된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다주택자와 민간주택 공급자에 대한 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연구팀은 “임대주택의 대부분을 민간(다주택자)이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다주택자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정책은 민간임대주택 시장을 위축시켜 원활한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저해할 수 있다.
민간임대주택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한 만큼,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정책 제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문재인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해 때로는 임대주택 공급자로서의 순기능을 강조하고 때로는 투기꾼의 역기능을 강조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연구팀은 “민간과 함께하지 않고 공공이 주도하는 주택공급정책은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5년간 전체 주택 인허가 물량 중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물량은 13.2%에 그쳤다.
서울은 공공이 전체 물량의 5.1%만 공급했다. 차질 없는 주택공급을 위해 민간참여를 유도하려면 민간분양시장 정상화가 필요한 이유다.
이밖에도 시장을 규제하고 있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와 고분양가관리지역 제도를 점검해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현 정부의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와 최근의 갑작스런 일부 은행 주택담보대출 중단과 같은 잦은 정책수단의 변경도 지양해야 할 사항으로 꼽혔다.
무엇보다 조세 관련 제도를 주택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수시로 제도를 변경해 전문가들조차도 복잡해서 파악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결국 국민들의 피해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연구는 원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고유사업으로 추진하려던 것이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연구 기획단계인 2020년 초에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기획 협동연구과제로 변경 제안됐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변동이 있다가 청와대 전 비서실장의 ‘똘똘한 한 채’ 논란과 일부 수석의 버티기 논란이 불거지며 여론이 급속히 악화된 시기에 3개 국책연구기관의 병행 추진 과제로 확정됐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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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투기자’ 몰아 공급시장 통제… 거래절벽 초래
2021-09-06
실정 비판보고서 주요 내용
근본적 진단없이 정치적 이념따라
조세·대출정책 널뛰기… 시장 불신
다주택자 규제, 민간임대시장 위축
서민·투기 개념 사회적 합의 필요
공공주도적 주택공급정책은 한계
분양시장 정상화… 민간 참여 유도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재건축을 준비중인 한 아파트단지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전월세, 매매 등 매물이 소개돼 있다.
뉴스1
2017년 5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25차례 이상의 부동산대책을 지속적으로 발표·시행했지만 국민 지지는 얻지 못했다. 연이은 대책 발표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일반 국민 소득으로는 평생 동안 모아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급등했다.
지난달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제출된 협동연구총서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 보고서를 보면 왜 이런 현상이 빚어졌는지에 대한 진단이 곳곳에 포함됐다. 우선 연구진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혼선 또는 실패는 부동산 시장의 변화상을 간과한 채 종래의 규제·과세 중심 부동산관을 답습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의식이 정부 부동산대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국토연구원에서 제출됐다는 게 이채롭다.
6일 보고서에 따르면 노무현정부부터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한 부동산 정책의 수단은 규제지역 지정과 수요, 공급, 투기억제, 가격규제, 조세, 금융 등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각 정부에서 중점을 두는 정책 지향점에 따라 활용하는 정책수단 조합이 상이하고, 규제 강화기와 완화기가 반복되는 특징이 보인다. 이는 당시 경제상황 영향도 있지만, 정부에서 추구하는 정치적 이념에 따라 주택정책이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주택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 없이 정책이념에 따라 조세, 대출정책의 틀이 바뀌고 공급정책에 있어서도 공공주도, 민간육성 등 일관적이지 않은 정책은 오히려 시장 불확실성만을 극대화하게 된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다주택자와 민간주택 공급자에 대한 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연구팀은 “임대주택의 대부분을 민간(다주택자)이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다주택자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정책은 민간임대주택 시장을 위축시켜 원활한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저해할 수 있다.
민간임대주택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한 만큼,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정책 제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문재인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해 때로는 임대주택 공급자로서의 순기능을 강조하고 때로는 투기꾼의 역기능을 강조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연구팀은 “민간과 함께하지 않고 공공이 주도하는 주택공급정책은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5년간 전체 주택 인허가 물량 중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물량은 13.2%에 그쳤다. 서울은 공공이 전체 물량의 5.1%만 공급했다. 차질 없는 주택공급을 위해 민간참여를 유도하려면 민간분양시장 정상화가 필요한 이유다.
이밖에도 시장을 규제하고 있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와 고분양가관리지역 제도를 점검해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현 정부의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와 최근의 갑작스런 일부 은행 주택담보대출 중단과 같은 잦은 정책수단의 변경도 지양해야 할 사항으로 꼽혔다.
무엇보다 조세 관련 제도를 주택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수시로 제도를 변경해 전문가들조차도 복잡해서 파악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결국 국민들의 피해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연구는 원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고유사업으로 추진하려던 것이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연구 기획단계인 2020년 초에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기획 협동연구과제로 변경 제안됐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변동이 있다가 청와대 전 비서실장의 ‘똘똘한 한 채’ 논란과 일부 수석의 버티기 논란이 불거지며 여론이 급속히 악화된 시기에 3개 국책연구기관의 병행 추진 과제로 확정됐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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