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은 언제 묵호로 왔어요?”
“내는 5살 때 공주서 왔다. 아버지는 ‘도리끝’ 에 자리를 잡고 한지붕 두가족이 사는 집에 짐을 풀었어. 당시 집들은 복판에 부엌이 있고 양쪽에 방이 각 한칸씩 있었지. 나는 객지에 대한 두려움 보다 뭐든지 신기했지.
아버지 따라 항구 어판장에 갔는데 부두가 만들어져 있었는데 거기서 내 또래 아이들이 다이빙하고 헤엄 치는게 신기했어.
항구는 수많은 배와 고기들 사람들로 북적북적 했지.
태풍이 오면 ‘게구석’ 으로 가서 바위 뒤로 숨는 게를 잡아 집으로 가져와서 탄불에 구워 먹으면 맛이 기가 막혔지.
매일 바다에 살다 보니 배 타는 게 자연스런 시절이었지.”
그는 숨이 차서 잠시 뜸을 들였다.
“처음에는 가까운 바다에 나가 미역이나 문어를 잡는 4인 1조의 머구리배를 탔어. 머구리가 바다에 들어가면 두 사람이 한조가 되어 쉴 새 없이 펌프를 젓는데, 한창 힘 쓸 때라 겁 없이 일을 했지.
머구리는 잠수복을 입고, 쇠모자를 쓰고 허리에 납덩이를 차고 바다에 들어갔어.
우리가 펌프를 저어 만든 공기는 호스를 타고 가 쇠모자 옆으로 연결된 ‘기루뽀’로 들어갔어. 머구리는 기루뽀로 공기압을 조절하며 미역, 전복, 고기, 문어를 잡았는데 망태가 가득 차면 수면으로 올라와 쇠모자를 벗기지. 우리가 말이야.
이때 까딱 잘못하면 시베리(잠수병) 걸려 눈이 멀고 반신불수가 되고 말아”
나는 노인의 말을 들으며 잠수병 걸렸던 무릎 밑 앙상한 내 다리를 내려다 보았다.
시베리는 잠수병이다. 정확히 설명하면, 공기 중에 질소가 하강을 하면서 압력이 높아지면 몸속으로 스며 들었다가, 다시 상승을 하면서 압력이 낮아지면 몸속에서 다시 배출 되는데,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 미처 질소가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목하고 몸 속에서 기체가 된다. 그 기체가 몸속 어디에 생기느냐에 따라 다양한 증세가 나타난다.
눈이 멀기도 하고 귀가 들리지 않기도 하고 말을 못하기도 하고 하반신이 마비 되기도 하고, 엄청나게 다양하다.
나는 하반신이 마비 되었다가, 30 년이나 지난 요즘 무릎까지는 회복 되었는데 무릎 밑이 아직 근육이 회복되지 않아, 발목에 힘이 없어 중심을 잡기 힘들다.
즉, 잠수병은 질소의 압력에 따른 액화와 기화 현상으로 생기는 병이다.
잠수병은 대부분 회복이 되지 않는데 반에 나는 상당히 회복 되었다. 나는 운이 아주 좋은 편이다.
어촌에서의 잠수부나 스쿠버다이버들은 바닷속에서 움직인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래서 양쪽 다 잠수병에 노출되어 있다.
스쿠버다이버들은 과학적인 교육을 받아 잠수병이 오는 경우가 드믄데, 어촌의 잠수부들은 대부분 늙으면 잠수병으로 고생을 한다. 늙으면 피가 더러워져서 잠수병이 올 확률이 더 높다.
나는 가끔 바다의 잠수부들을 도와주기도 했지만, 주로 스쿠버다이빙을 했다. 강사로서 교육을 시키기도 했다. 즐기는 다이빙은 별 어려움이 없는데 교육생들의 입수 교육은 위험 상황에 노출되기 쉽다.
패닉 상태가 된 교육생들을 구조하거나 응급 조치를 할 경우는 잠수 법칙을 무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30 대 중반에 스쿠버 다이빙에 미쳐서 태평양 동남아 섬들을 돌아다니면서 바닷속을 제집처럼 드나들다가, 또는 교육을 시키면서 무리를 했었다.
어느 날 잠수병으로 자리에 누웠고 나는 1 년 동안 집에서 누워 있었다.
그 기나긴 휴식 기간이 나로서는 또 다른 일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컴퓨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