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산사에서의 하루
방송일 2023년 6월 19일 (월) ~ 6월 23일 (금), 705편.\
*영상보기ㅡ>https://youtu.be/-VHf9BKOL8E?list=PLvNzObWMMx6vYVQFfFq10QnHHumb_dhoO
색깔로 다가오는 계절.
그 색깔을 만드는 숲과 꽃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숲속의 산사.
융단을 깐 초록 물결 속에 자리한
자그마한 산사에는
무거운 짐 지게를 지고,
향긋한 차 한 잔을 내어주고,
사계절 꽃이 피는 꽃밭을 가꾸고,
자연에서 얻은 절밥을 지으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마음을 비우고 수행하는 스님들이 있다.
욕심과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비로소 ‘나’와 마주하게 되는
그들만의 특별한 공간,
산사에서 스님들의 하루를 만나본다.
1부. 길 없는 하늘 아래 암자
태백산 자락, 해발 920m에 위치한
하늘이 감춰 둔 암자, 도솔암.
도솔암을 오르는 길은, 그야 말로 길이 없다.
오솔길조차 없어 야생의 계곡을 몇 번이고 건너야만 하는
그 길을, ‘내가 걷는 길이 곧 길’이라며 묵묵히 걸어가는 동광 스님.
그냥 걷기도 힘든 험난한 계곡 길을
부처님께 올릴 과일 장을 무겁게 지게에 지고 오른다.
스님에겐 도솔암으로 가는 길이 곧 수행의 길이다.
턱까지 찬 숨이 막바지에 이를 때 쯤,
첩첩산중 꼭꼭 숨어 있던 도솔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 뼘 마당조차 없이 천길 벼랑 위에 세워진
작고 초라한 암자는
1400년 전 세워진, 고승들이 찾아 온 참선 도량이다.
찾는 이조차 없는 궁벽한 오지 암자.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끼니조차 해결하기 힘든 자급자족의 삶.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길도 없는 산에 올라
귀한 석이며 당귀, 곰취를 딱 먹을 만큼만 따 상에 올리는 스님.
소박한 밥상 앞에서도 복을 짓는 마음만은 넉넉하다.
보는 이 없어도 매일 새벽 3시면 부처님 전에 앉아
수행 정진하며 마음공부를 하는 동광스님의 하루를 들여다본다.
2부. 차 향기 그윽하게
우리나라 차 문화 발원지로 꼽히는 다솔사와의 인연으로
40여 년 전, 녹차와의 인연을 시작한 동초 스님.
녹차를 따는 4월부터 5월 말까지 동초 스님의 수행처는
대나무 밭에 무성히 자라나는 야생의 녹차 밭.
봉일암의 차밭은 여느 반듯한 차밭과는 다르다.
1960년 대, 자생 녹차나무 씨를 받아 심은 뒤
이랑에 뿌려 둔 녹차가 저 자라는 대로 둬,
대나무와 녹차가 둘도 없는 도반이 돼
무성하게 자라는 야생의 원시림 그대로다.
직접 딴 찻잎을 덖고 비비고 다시 덖는
아홉 번의 과정을 거쳐 만든 차를
대중들과 나누는 동초 스님.
‘세상살이 부대낌과 근심을 잠시 내려놓으라’며
마음 한자리 쉬어가게 녹차 한 잔을 건네는 스님.
스님에게 차 농사는 참선이자
세상 사람들과 나누는 보시다.
그윽한 차 향기 가득한 산사에서
차의 대가(大家), 동초 스님이 건네는 차 한 잔을 마셔본다.
3부. 꽃 스님과 꽃놀이
숲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에 꽃향기가 난다.
이 향기로운 꽃향기를 따라 가면 펼쳐지는 아름다운 꽃밭.
이 꽃밭의 주인은 13년 전부터 이곳에 꽃을 심어 온 여여 스님이다.
산속에 버려져 있던 오두막을 수리하고 정비해
마당 가득 꽃밭을 일궈 ‘꽃 스님’으로 불리는 여여 스님.
300평 남짓한 마당에 100여종이 넘는 꽃들이
일 년 내내 꽃을 피운다.
꽃을 사랑하는 스님은 새로 핀 꽃들과 인사를 나누려
매일 꽃 마중을 나간다.
아무도 모르는 스님만의 비밀 꽃밭을 찾아가는 길.
깊은 숲, 만발한 야생화가 스님에게 인사를 건넨다.
계절마다 꽃들을 채취해 말려
108 번뇌를 치유하는 꽃차를 만들고,
예쁘고 화려해 먹기 아까운 꽃 샐러드를 밥상에 올리며
누구든 찾아오는 이에게 꽃차를 건네는 여여 스님.
꽃향기 가득한 산사,
꽃 스님과 함께 비밀의 꽃밭으로 꽃놀이 떠나보자.
4부. 자연이 버무린 절밥
금수강산 같다고 해 이름 붙여진 암자, 금수암에는
조금 특별하다면 특별한 자매 비구니 스님이 있다.
처음엔 수녀가 되기로 결심해 수녀원으로 향했지만
그 길이 자신과 맞지 않음을 느낀 동생 대안 스님을
언니인 지은 스님이 부처님 앞으로 이끌었다.
그렇게 자신의 길을 찾게 된 대안 스님은
2019년 조계종 사찰음식 명장이 되고,
대안 스님에게 사찰음식을 전수받으려는
제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들과 산이 마켓이라는 스님.
계절마다 지천에 나는 식재료로 만드는 절밥.
스님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사찰 음식은
자연에서 시작해 자연으로 끝난다!
대안 스님과 자연이 선사하는
자연 별미, 절밥을 맛보러 산사로 가보자.
5부. 스리랑카 소년, 스님이 되다
남아시아에 위치한 섬나라, 스리랑카.
그곳에서 일찍이 스님이 된 중학생 소년은
13년 전, 한국에서 스님이 되기 위해 홀로 집을 떠나왔다.
스리랑카를 떠나 머문 곳은 구례 화엄사.
한국 스님이 되기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나 마음공부하고,
낮에는 한국 학교를 다니며 공부하고,
절에서는 행자 생활을 하며 고된 시간을 보낸 소년은
‘우연’이라는 법명을 받고
어엿한 한국의 스님이 되었다.
아들을 한국으로 보낸 뒤
처음으로 아들을 만나러 한국으로 온 부모님.
어린 아이가 기특하고 안쓰러워
좋아하는 카레도 만들어주며
마음을 보듬어 줬던 화엄사 공양간 보살님을 찾아
자신들의 자리를 대신해 줬음에 감사 인사를 드린다.
한국에서 큰 스님이 되기 위해
정진 중인 우연스님의 하루를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