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와 청문이가 사는 동네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옆 동네에는
철재라는 아이와 식구가 살고 있다. 집은 조금 평수가 큰 아파트여서 잘 사는 축에 드는
집이다. 부모님의 생활력 덕분에 사는데 지장 없이 잘 살고 있다. 위로 형제가 있지만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서 얼굴 대할 시간도 없이 바쁘다. 철재 형은
경찰 공무원이었는데 일반 경찰이 아닌 형사다. 그래서 집에 들어오는 날보다
외근이 많다. 둘은 터울이 있어 형과 달리 철재는 아직 학생이다.
철재가 다니는 학교 친구는 동네 친구이기도 해서 주말이면 친구들이 몰려와 한바탕 소란을
피우며 놀다 갈 만큼 성격이 무난하다. 그래서 친구들이 많다.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도 꽤 잘 한다. 그래서인지 그 나이에 있을 학교생활이나 친구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없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아이라는 담임의 의견이 성적표에 적혀 있었다. 싫은 일이 있어도 분란을
일으키거나 소란을 피우지 않아 있는 듯 없는 듯 지내서 아무도 철재를 눈여겨 보는 일도
없다. 그저 무덤덤하게 넘어가는 게 철재의 성격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넉살이 좋거나
천성이 낙천적인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무난한 성격을 갖고 있어서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다. 모범생이라고
해도 될 만큼 학교생활에도 충실해서 선생님 눈 밖에 나는 일도 없다.
자신이 할 일에 집중하는 성격이라고 하면 맞을 것이다.
그런 철재여서 식구들과도 원만하게 지낸다. 부모 속을 썩히거나 형제들과
다툼을 하는 일 없이 지낸다. 어릴 적에는 예쁜이라는 말을 들으며 동네에서 인기가
많기도 했다. 자라면서 귀염성 있던 얼굴이 어른스럽게 바뀌는 동안
애교스럽던 모습도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성격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어서
어릴 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것이다.
어느 날 철재는 길에서 정희와 청문이를 만났다. 서로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어도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옆 동네에 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인사를
하며 지나갔다. 같은 학교를 다닌다고 해도 학년이 다르고 친구는 아니었기 때문에
주고받을 이야기도 없었다. 그렇게 정희와 청문이 그리고 철재가 학교가 아닌
동네에서 만나게 되었고 마침 그곳에 있던 경미와도 마주치게 되었는데 그 일은
철재가 정희와 청문이에 대해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