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신을 선 조여사는 고향마을에 사는 먼 친척의 부인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여럿을 성사시켰으며 모두가 무난한 결혼생활로 이어지고있기에
조여사에 대한 평은 남달랐다.
조여사가 중신만 서면 잘될 것으로 각인이 되어가고 있을 무렵에
조여사의 중매로 맞선을 보게된 쭉쟁이와 뾰닥구두 아가씨, 둘의 첫 만남은 솔개다방에서 이루어졌다.
쭉쟁이는 나름 만반의 준비를 했었다.
백번을 천명한 쭉쟁이였기에 평가서를 작성했던 것이고,
평가서는 아홉장을 넘겨 열장 째로 넘어가고 있었다.
아홉번의 맞선 중 호감이 갔던 여인도 물론 있었지만 초반이라 냉정한 계산법엔 모두가 미치지 못했다.
적당히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진 여인 중 두번째의 여인이 그나마 가끔 미련으로 남아있었다.
쭉쟁이만 간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
두번째의 여인도 쭉쟁이의 사람됨과 직업관에 대하여 꼬치 꼬치 캐물어 왔었다.
그다지 싫치가 않았다. 오히려 의욕과 적극성이라는 플러스 알파의 점수를 가산시켜 준 상태로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에 자신의 취향이 색다름을 느꼈던 터이다.
한편, 아홉번의 맞선을 보며 쭉쟁이에 대한 여인들의 호감도도 체크가 가능했다.
인상과 체격이야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니 유모어와 위트적인 언사,
그러면서도 카리스마가 있는 강력한 어조, 세심한 배려의 자상함 등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늘어가고 있었다.
여인들의 호감도에 따르다보면 점차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날 정도였다.
만물이 용솟음치는 오월, 여인들이 활개를 치는 여왕의 계절이 마악 지나고
송아지가 입만 달고있어도 살아갈 수 있다는 유월 첫째 일요일,
쭉쟁이의 최종점검은 거울 앞에서 자신의 인상을 가능한한 부드럽게 연습하는 것과
활기찬 걸음걸이에 포인트를 주는 것이었다.
드디어 열번째의 맞선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쭉쟁이는 30분이나 앞당겨 솔개다방으로 향했다.
미리 분위기에 적응하자는 의도가 있음이 분명했다.
다방 안에는 주인마담과 노처녀의 티가 물씬나는 30대 중반의 레지 둘이 한 남자를 두고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 어서오세요~"
주인마담의 얄미운 미소에 이끌려 그들의 자리에서 멀찌감치 앉게된 쭉쟁이,
호들갑스럽게도 김사장이라고하는 60대의 남자에게 애교를 떠는 레지들의 모습이 칸막이 수족관에 어른거렸다. 수족관엔 금붕어와 청거북이 멀뚱이 수심을 살피고 있었고,
옆에 놓인 조화의 빛바랜 장미가 고개를 숙인 채 사람들의 눈길 피하고 있는듯 했다.
" 혼자 오셨어요? 차 드릴까요?"
" 조금 있다가 같이 마실게요."
주인마담이 옆차를 들이대며 주문을 종용하니 좌우로 엉덩이를 궁시렁거리며 답하는 쭉쟁이,
다방 내를 살피면서도 여전히 레지들과 남자손님에게서 눈길을 뗄 수가 없다.
졸부 내지는 한량으로 보이는 김사장이란 노친이 레지에 대해 수작을 부리는 것이 분명했다.
조용한 다방이라 저녁에 횟집을 가자느니 술을 한 잔 사달라느니로 줄다리기를 하는 것으로봐선
아마도 일찌기 티켓이라도 끊을 요량일듯 싶다.
지금도 티켓다방은 변두리에 가면 여전히 존재한다.
영업시간을 빼먹는 대신 시간비를 물어야 아가씨를 데리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은 그들만의 철칙이다.
뿡짝 뿡짝 일이 벌어지는 것은 그들 만의 비밀일지언정 다방의 운영은 한 때 티켓에 의존되다싶이 했었다.
하루의 올티켓 값이 15만원, 몸이 아프거나 일이 있어서 일을 할 수 없는 경우엔
월급의 두배 이상을 물어줘야 했던 것이다.
결근을 할 때면 누구라도 엮어 티켓비를 충당해야했기에 별별 아가씨도 많던 시절이었다.
강원도에서는 원주를 중심으로 근교 소도시에서 만연하고 있다고 들었었다.
쭉쟁이가 맞선녀를 기다리는 동안 마담도 그들과 합세하며 떨던 수다에 종지부를 찍고있다.
저녁에 일찍 문을 닫고 회식을 할 것이란 이야기가 수족관을 넘어와 쭉쟁이의 귀를 간지럽힌다.
그들의 대화에 결론이 났는지 노인이 굼뜬 동작이지만 밝은 희색으로 자리에서 일어선다.
레지들이 문까지 배웅하는 것으로봐선 졸부가 주체할 수 없이 돈 씀씀이가 좋은가보다.
" 아가씨 옆차 한 잔만 더 주실래요?"
열번째라면 의연해질 만도 하겠건만 목이 탄다.
왜 선을 볼 때면 긴장을 하게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호기심과 상상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단 말인가.
화와 마찬가지로 긴장과 상상도 스트레스가 된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셈이지 않은가.
밝은 표정의 레지 한 명이 옆차를 빈 잔과 맞바꿔준다.
아프리카에서 들소를 사냥하고 포식을 한 뒤의 사자와 같은 표정이라고나 할까,
레지의 얼굴에 여유가 만만이다.
둥 둥 둥
괘종시계의 공명소리가 다섯시를 알림과 동시에 솔개다방의 미닫이 문이 열리고
다방 식구들이 일제히 그쪽으로 몸을 돌린다. 너나 할 것 없이 어서오세요를 외친다.
웅장한 환영식인양 쭉쟁이의 가슴이 벌렁이기 시작한다.
쭉쟁이의 손이 부드럽게 올라가 여기~라고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