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내용을 입력해주세요. (위 저작권멘트는 여러분의 소중한 저작권물을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삭제하지말아주세요)
-----------------------------------------------------------------------------------------
La Tuila Cronicle Part II (라 투이라 연대기 2부)
겨울 나그네 (The Winter Vegabond)
글쓴이. 혼조
1. 꿈이거나, 예지거나, 혹은 기억이거나 (2)
평소보다도 훨씬 일찍 일어났음에도, 형은 벌써 대장간에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한달음에 달려가서 묘한 느낌의 꿈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지만, 전번 형이 일하는 곳에서 장난을 치다가, '뒷산의 그 멧돼지를 때려잡은' 대장장이 카론에게 '뒷산의 그 멧돼지' 신
세가 될 뻔 했던 기억이 나서 곧 포기했다. (물론 지금 부상을 당하시긴 했지만.)
텅 빈 테이블에 앉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내가 알 수 있는 건 가방에서 '그 무언가'를 꺼낼 때,
꿈속에서 조차, 미친듯이 심장이 뛰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건 닥쳐올 위기나, 좋지 않은 징조를 보게 되리라는 두려움의 떨림이 아
니었다.명백한 기쁨, 하지만 슬픔과 안타까움. 이 두가지가 섞인 복잡한 감정이었다.
무엇을 보려했기에 그렇게까지 간절했던 것일까?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봐도 정답이 나오지 않았다.
역시 혼자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점쟁이 칼리파 로데토의 집-
으스스 해보일 정도로 낡은 간판이 삐걱대는 소리가 마치 새들의 비명소리처럼 들린다고 해서 '절규하는 새의 집' 이라고도 불리
는 이 집은, 지나가는 이로 하여금 거부감과 호기심, 두가지 감정을 일으키게 했다. 이 집의 주인은 이 가게 만큼이나 괴짜였는데,
그의 이름은 간판에서 볼 수 있듯, 칼리파 로데토 였다. 들리는 바로는 40년 전,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며 집시 짓을 했다고 한다.
영감은 집시들의 대부분이 그렇듯, 책과 꿈에 관심이 많아, 희귀한 도서도 많았고, 해몽에도 능통했다. 우리 형제는 그런 그를 좋
아했지만, 마을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를 신경쓰고 싶지 않아하는 눈치였다. '집시' 라는 단어는 아마도 그의 인생을 평생 따라다닐
모양인 듯 했다. 어쨌건간에, 이 영감이라면 내꿈을 잘 해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돌려주는 김에 꿈도 해독 받아
보는 거지, 뭐.
딸그랑-
"누구신가?"
어두침침하고 뒤죽박죽인 방 구석에서 사람의 형체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울린다.
"영감, 나야!"
노인이 반가운 기색을 띄며 달려온다. 그는 나를 한번 덥썩 끌어안고는 내 등을 툭툭 두드렸다.
"이 녀석,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다니기에 이 늙은이를 컴컴한 집구석에 쳐박히게 만드는 게야?"
"미안해, 요새는 겨를이 없어서. 나라고 영감이 싫어서 안 오겠느냐고."
뒤죽박죽이 되어있는 티테이블의 책을 한 권씩 내려놓자, 노인이 차 두 잔을 내왔다. 테이블을 치우던 도중, 낯선 물건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어? 영감, 이게 뭐야?"
약간 보석함 비슷하게 생긴 것 같은데, 뚜껑을 여는 곳은 없었다. 귀퉁이에 손가락 끝만한 테엽이 달려있었고, 고급스런 장식과 군
데군데 박혀있는 영롱한 구슬들이 척보기에도 그것이 고가의 물건임을 알려주는 듯 했다.
"오르골 이라는 거다. 너도 들어보지 못한 물건은 아니겠지?"
"그 음악이 흘러나온다는?"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지막 책 한권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주변에 쌓인 책더미가 마치 소인국들의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을 주
었고, 노인은 마치 오래된 종탑의 주인처럼 보였다. 그는 열쇠처럼 생긴 구릿빛 테엽을 조금씩 감았다. 이내 오르골의 뚜껑이 스스
르 열리더니, 조용한 멜로디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신기하느냐?"
나는 미소를 띈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듯한 노래였다. 고요하게 퍼지는 슬픈 멜로디가 소인국 나라의 탑을 감싸
고 돌기 시작했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잿빛 도시에 오르골의 노래에 따라 춤을 추는 두 남녀가 나타났다. 마치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컴컴한 어둠 속에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지 못했던 비련의 주인공들 같은 남녀의 인형들. 회청색의 짤막한 머리카락, 그리
고 마법사들의 로브를 걸친 남자, 황금술과 하늘하늘한 레이스가 달린 코르셋 드레스를 입은 금발의 여자가 서로를 마주 보고 있
었다. 저들은 너무나 아름답게 춤을 추고 있다. 가만히 서있는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는다. 나는 그들의 감정에 점차 동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뚝-,
음악은 끝나버렸다. 둘은 다시금 어둠 속으로 그들의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어디서 난거야?"
영감이 빙그레 웃는다.
"훔친 것이라 생각하느냐?"
나는 솔직하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런 고급스런 물건은 몇몇 매티언들만 제작할 수 있는데다, 귀족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고가로
팔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물건이 집시 영감의 손에 들어가 있다니?
"훔친 것이 아니다."
"그러면?"
노인은 오르골을 다시금 찬장에 집어넣으면서 말을 이었다.
"몇일 전 일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차를 마시며 고대 예언서 한 권을 읽고 있었어. 그 때, 누군가가 급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오더군. 그건 너도, 네 형도, 식료품점의 보코 부부도 아니었지."
실제로 이 집을 찾는 이는 우리 형제와 보코 부부를 제외하곤 극히 드물었다. 가끔씩 특이취향의 몇몇 여행자들이 호기심에 잠시
들렸다가 예언점을 듣고 가거나, 차를 사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아주 부잣집 상인의 여주인이나, 귀부인으로 보이는 여자였어. 보통은 이런 일이 있는 경우에 하인들을 보내기가 마련인데, 본인
이 직접 이런 곳을 찾은 것은 상당히 흔치않은 일이었지. 그녀는 매우 아파보이는 얼굴이었고, 몸은 덜덜 떨고 있었어.
그녀는 별 다른 이야기 없이, 나에게 자신의 운명을 점쳐달라고 부탁했단다. 의원이라도 불러오겠다는 나를 극구 말리면서 애원하
다 싶이 말이야."
나는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귀족이 어째서?
"결국 나는 라투이라 여신의 예언점을 이용해서 그녀의 운명을 점쳤단다. 그녀의 운명에 긍정이란 찾아볼 수가 없었어. 그녀의 운
명의 색은 검정, 인디고 블루, 그리고...보라색이었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라투이라 예언점에서의 검정은 죄악, 인디고 블루는 짙은 절망의 경고, 그리고 마지막 보라색
은...죽음을 의미했다. 물론 점술이라는 것은 미신에 불과한 것이었으나, 누가 되었든 간에 자신이 좋지 않는 점괘를 얻는 것은 원
치 않으리라.
"여자는 멍하니 점괘를 바라볼 뿐 이었단다. 그리고는 더 이상의 희망은 바라지 않는다는 얼굴로 나에게 이 오르골을 주고는 돌아
갔지."
나는 그가 테이블 서랍에서 꺼내든 라투이라 예언점을 바라보았다. 예언점은 그 날 이후로는 쓰이지 않은 모양이었는지, 그 귀족
여자의 점괘를 그대로 가리키고 있었다. 참, 재수도 없지. 보통 하나쯤은 괜찮은 색이 나오는 편인데,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길래 저
런 점괘를 얻은 것일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좋은 사연을 가진 물건은 아닌 것 같은데."
영감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차를 마셨다. 나는 점괘를 내려놓고는 주변을 둘러싼 책탑들을 바라보던 도중, 그
제서야 이 곳에 온 본목적을 상기시켰다.
맞아, 책.
---------------------------------
연재는 방학동안은 항상 할 예정이에요....이 작품은 참고로 조아라닷컴에서도 연재중입니다.
읽어주신 분들 모두 사랑합니다!
ps. 댓글 써주시고, 관심있게 봐주신 흑룬의 레이디의 작가 Nok.님 감사드립니다.
숨은 인재라니,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
첫댓글 감사하다니요ㅜㅜ 전느낀대로 말씀드린것뿐입니다ㅎ
부디절위해서라도 꾸준한연재부탁드려요^^
ㅜㅜ 방학 이상도 해주셔요!!!!!!ㅜㅜ
부탁드립니다!!!^^
노력하지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