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에 알럽에 글을 써보는데 주제가 참 고구마스러운 주제입니다.
요즘 많이들 답답해하시는 국가대표 축구 이야기입니다.
읽어보시면 다들 아실만한 상식적인 이야기인데, 이는 그만큼 다들 알만한 일이 안 돌아가는 비상식적인 상황이라는 것만 더욱 깨닫게 되네요.
현대 축구의 기본이 압박이 된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이번 카타르전만 보더라도, 카타르가 수비 시작점을 하프라인 근처로 꽤 올려 잡아서 빌드업 과정에서부터 우리나라 공격수들을 괴롭히는 조직적인 압박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압박을 풀어내고 공격하려면? 제 생각에는 3가지입니다.
1. 탈압박 능력을 가진 선수의 배치 (이니에스타, 포그바, 메시 등과 같은 유형의 선수)
2. 빠른 패스웍을 통한 조직적인 탈압박 (EX - 2002 월드컵 대한민국 국대)
3. 수비라인을 내리고 역습상황을 만들어 상대가 압박 시작을 하기 전에 공격을 시작
저는 사실 이번에 2번을 기대했습니다. (본의 아닌 라임이네요. 이번에 2번...)
그 이유는 조기소집을 통해 조직력을 극대화 할 수 있었고 명단을 보니 변화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며, 이는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들은 벌써 수년째 손발을 맞춘 선수들이라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1번과 3번은 꾀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 국대로 언급되는 선수들 중에 원활하게 탈압박을 기대해볼만한 수준의 선수가 없기 때문이며, 우리나라를 상대로 아시아권에서는 대부분 수비라인을 내리고 압박을 시도하기 때문에 역습상황이 나오기 어렵죠.
손흥민 선수를 이야기하실 수도 있지만 사실 손흥민 선수도 역습상황에서 주력과 순간적인 볼터치에 이은 슈팅에 강점이 있는 선수이지 압박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본인이 드리블을 통해 압박을 풀어내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손흥민 선수가 국대에서 고전하는 이유가 이런 롤을 맡기기 때문입니다. 리그에서야 케인이나 델리 알리, 에릭센 등 손흥민 외에 압박을 집중해야 할 선수들이 많기에 압박이 분산되지만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에서는 손흥민만 막으면 되기 때문에 손흥민에게 압박이 집중되고 본인도 크게 강점을 가지는 역할을 하지 못하기에 스스로 불만족스러운 경기력이며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코멘트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성용 선수 역시 다들 아시다시피 후방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유형이죠. 우리나라에서 제 기억에 탈압박이 원활하게 가능했던 선수는 박지성 선수 정도 외에는 딱히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런데 2번의 모습은 전혀 없었습니다.
조직적인 패싱을 통해 압박을 풀어내는 모습이 말이죠. 일단 압박이 시작되면 시야가 제한적으로 변하고 안정적인 볼 처리가 매우 힘들어지기 때문에 공을 뺏기지 않기 위해 후방이나 횡으로 볼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되고 그러다보니 점유율만 기형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경기 중에 유효슈팅은 많아야 5차례가 넘지 않습니다. 그 중에 골로 연결되는 비중은 15프로 내외 정도 될 듯 합니다.
그런데 유효슈팅을 만들기 위해서는 압박을 벗겨내고 전방으로 패스가 투입이 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다보니 이라크전 유효슈팅 0개 대참사가 벌어지게 되는거죠. 간혹 상대 수비진이 정줄 놓고 있다가 개인능력에 의한 돌파에 이은 크로스 or 슈팅으로 득점하는 것이 최종예선에서의 우리나라의 공격 양상인데, 그야말로 공격에서는 어쩌다 로또 터지기를 바라는 수준인겁니다.
모티브로 삼아야 할 부분이 2011 아시안컵 대표팀인데 지금과 가장 큰 차이가 2개 있습니다.
첫째로 탈압박이 가능한 공격수의 유무이고 두번째로 풀백의 수준입니다.
탈압박이 가능한 박지성 선수가 있었기에 압박이 상대의 조직적인 압박이 붕괴되고, 그에 따라 수비라인에 혼선이 생기면서 많은 기회가 창출되었죠.
그 과정에서 아시아 레벨에서 준수한 공격력을 보유했던 차두리, 이영표가 공격 가담해서 흔들어주니 공격이 잘 풀렸었죠.
(이 부분에서도 참 할 말이 많은데, 차두리 은퇴 시점과 맞물려 전문 풀백 발굴은 시급한 과제였고 현대 축구처럼 압박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풀백 없이 공격하는 것은 넌센스인데, 전문 풀백 발굴은 등한시하고 장현수 같은 공격력 전무한 중앙수비를 풀백으로 돌리는 짓거리를 하다가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니 그제서야 풀백을 기용하는 감독이 바로 슈틸리케 감독입니다.)
현재 대표팀에 호출되는 선수 중 그래도 어느 정도의 탈압박이 가능한 수준은 손흥민, 이재성, 황희찬 정도로 보입니다. 지금까지는 전무했지만 이들을 활용한 부분전술은 필수입니다.
수비 부분에서도 쓰고 싶은 말이 많지만.. 글이 너무 길어져서 줄이고 따로 글을 쓰든지 해야겠네요.
당연한 얘기만 써놨지만, 도대체가 답답해서 미치겠어서 몇자 휘갈겨보았습니다.
그래도 다들 희망을 잃지 말자구요. 문재인이라는 역대급 대통령을 가진 나라이니만큼 잘 되지 않겠습니까 ㅠㅠ
첫댓글 저는 그래서 미드필도라인을 유벤 mvp라인처럼 구성 했으면해요. 기성용 후방플메에 이재성, 이명주, 구자철 을 박투박으로요. 자꾸 기성용 옆에 수비형 미드필더 세우는데, 그러고도 털려요. 아시아에서는 굳이 수비형 미드필더 안세워도 된다고 봅니다.
저도 2선에 인원을 많이 배치하는 전술은 상대 수비의 밀집 지역에 사람을 무의미하게 박아놓는 처사라고 봅니다. 차라리 3선 미드필더 지역에 선수를 더 배치함으로써 상대 압박 시작점을 우리쪽으로 끌어당겨서 공격수들에게 공간을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수미 자리에 기성용을 배치해서 딥플라잉 플메처럼 롤을 줘서 경기 조율을 하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으로 보입니다. 기성용은 킬 패스를 한다거나 본인이 직접 돌파를 시도하는 스타일이 아니며 전성기에서 내려오는 지금 시점에서는 활동량이 더 줄었기 때문이죠.
미들 진에 한국영 들어온 순간 탈압박은 포기해야죠
기성용 옆에 홀딩형 배치는 별로 좋은 전술이 아닌데 주구장창 고집하더라고요..
탈압박 상황 아닌데도 방향전환 패스를 두 번이나 연속으로 터치라인 아웃시키더라구요.. 캐스터가 당황할 정도였어요...
그냥 열심히 뛰는거 그 이상이 없는 선수인지라...
기성용이 수비가 안되니 한국영 붙여주는거죠...
상대 압박이 강해서 그것을 피하기 위해 횡패스를 많이 해서 점유율이 높아지는게 아니라 슈틸리케 자체가 점유율을 중시하는 감독입니다... 경기에 져도 점유율이 높게나오면 좋았다고 생각하는 감독이죠... 한국 축구는 빠른 기동력을 살리지 못한면 16강은 없다고 봅니다... 지금은 진출을 걱정해야 하지만...
같은 맥락의 얘기죠. 감독이 부분전술은 조정 안해주고 점유율만 강조하고 그렇다보니 상대 압박에 대처도 못하고 무의미한 점유율만 올라가는거죠. 슈틸리케가 점유율 중시하는 것을 모르는 축구팬은 없습니다. 다만 점유율을 통해 끊임없이 상대를 두드리기 위해서는 탈압박이 필요하고 감독은 탈압박이 되는 선수를 선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압박을 파훼하는 부분전술도 내놓지 못한다는 것이 제 글의 요지였습니다.
굳이 부분전술이 없이 사이드 뒷공간으로 길게 떄리는 롱볼만 해줘도 위협적인 상황 상대압박을 무용지물로 만들수 있는데 그놈의 점유율 떄문에 자주 나오지도 않죠... 그리거 애초에 한국이 패스축구와 탈압박으로 아시아 무대에서 성과를 낸적도 없고 우리가 상대를 강하게 압박해서 점유 후에 빠른 역습으로 성과를 봤죠... 그냥 슈틸리케와 한국 축구는 궁합이 안맞았다고 봅니다... 애초에 커리어도 별로인 감독이지만...
@제이미 라니스터 롱볼은 최강희 시절에 충분히 봤는데 우리나라를 상대하는 아시아 팀들은 라인을 내려앉기 때문에 롱볼로 공간내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4강에서 탈락했기에 성과가 났다고 할 수는 없지만 2011 조광래 시절은 패스축구+탈압박이 잘 이뤄졌었죠. 박지성, 이영표 은퇴와 함께 끝났지만.. 말씀하신 강한 압박에 이은 템포 빠른 축구에 대해서는 매우 동의합니다. 클롭을 국대로 모셔오면 좋을텐데요ㅋㅋㅋㅋ
보통은 그렇죠... 그렇게 내려앉는 팀일 경우에는 수비수 압박이 힘들기 때문에 굳이 빌드업이 그렇게 힘들지도 않고 가패로 두들기다 대승하거나 역습으로 패배 이런 경우가 많죠... 이와달리 카타르같은 경우는 오히려 단순한 롱볼만 해줘도 상당히 효과적일겁니다... 조광래 만화축구에 대해선 저와 생각이 아주 다르신데 굳이 그런걸로 토론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