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력 상실의 위기를 딛게 해준 음악
스물아홉의 베토벤에게 1798년은 무척이나 잔인한 해였다. 시작은 좋았다. 창작에 대한 열의는 갈수록 무르익어갔고, 모델로 삼던 선배 작곡가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음악을 만들어가는 재미도 생겼고, 현악 4중주와 첫 번째 피아노 협주곡, 그리고 〈비창〉을 비롯한 몇 곡의 피아노 소나타들이 완성되었다. 교향곡에 성악을 처음으로 등장시킨 〈합창 교향곡〉에 대한 구상도 이때 시작되었다. 이렇게 작곡가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갈 무렵, 청력에 이상이 나타났고, 그는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
하지만 이러한 시련의 시기에도 작곡을 멈추지 않았던 베토벤은 자신의 이런 현실을 부정하기라도 하듯 정반대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한 로망스 2번〉을 탄생시켰다. 전원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F장조에, 바이올린의 선율이 매끄럽고 평화롭게 흐르는 이 곡은 베토벤의 작품 가운데에서도 대중적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F장조와 f단조의 교차와 대비
베토벤의 〈로망스 2번〉은 〈로망스 1번〉보다 나중에 출판되었지만 작곡은 먼저 이루어졌다. 초연된 날짜는 불분명하나 악보는 1805년에 출판되었다. 독주 바이올린과 현악기, 한 대의 플루트, 오보에 2, 바순 2, 호른 2대의 편성이다.
〈로망스 2번〉의 구성은 〈로망스 1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로망스 1번〉과 마찬가지로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의 로만체 악장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로망스 1번〉이 화성적인 면을 강조했다면 〈로망스 2번〉에서는 선율의 아름다움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전원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F장조의 밝음과 관계 단조로 열정적인 분위기를 드러내는 d단조가 교차하면서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이 부분은 마치 평화로웠던 베토벤의 삶에 갑자기 찾아온 시련과 고난을 비유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음백과 /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한 로망스 2번'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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