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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마왕]
"타노리언 아니마 옵스쿠룸, 데프레코르 케룸 옵스쿠룸, 페르딘 자이세크 옵스쿠룸의 공통점을 아시겠습니까?" "이름 뒤에 옵스쿠룸이라는 게 붙는다는 것? 내 이름에도 붙지?" 별 것 아니라는 듯 손을 휙 내저으며 말하자, 마왕의 보좌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설명했다. "예. 프레이 레지나 에테르니타 옵스쿠룸이란 이름에서 프레이는 이름을 뜻하며 레지나는 직위를 뜻하죠. 아니마, 케룸,자이세크도 3대 고위 마족들에게 내려지는 성이죠. 그리고, 에테르니타는 '영원'이라는 뜻으로, 레지나 에테르니타. 즉, 영원의 여왕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옵스쿠룸은 어둠이라는 고대의 뜻을 가지고 있으며, 마왕과 3대 고위 마족들에게만 붙을 수 있는 강한 자라는 표시이죠. 원래 프레이님께는 붙이나 붙지 않으나 상관은 없습니다만, '인간의 여성' 이라는 것에 무시받지 않기 위해 일부러 칭한 호칭입니다." 지금은 한창 마족이라면 꼭 알아야 할 기본적인 상식들에 대해서 설명 중이었다. 마계도 아닌 인간계의 마을에 살고 있었던 그녀가 마족들의 기본상식에 대해서 알리는 만무했고, 그는 마왕에게 '백치미 마왕' 이라는 호칭이 붙지 않도록 노력 중이었다. 그러나 그의 노력을 알리가 없는 마왕은, 심심하다며 빈둥빈둥 거리기만 하고 있으니. 보좌관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이 마왕을 어떻게 교육시키나, 하는 그런 미래의 걱정이 내포된 한숨이다. 시선을 이곳저곳 돌리며 늘어져 있던 프레이가 갑작스레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녀의 보좌관에게 얼굴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보니 난 우리 보좌관의 이름도 모르네? 여기 온지 벌써 일주일이나 됬는데 말야. 이름이 뭐야?" "당신께서 알 필요는 없는 하찮은 이름입니다." 보좌관이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떼쓰면 마왕의 체통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원하는 것은 대부분 해주던 그가, 웬일인지 강경하게 나오자 마왕은 그저 알았다는 듯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때였다. 방 한구석에서 작은 마력이 빛을 발하며 그 사이로 '페르딘 자이세크' 가 모습을 드러냈다. 쟨 또 왜 온거래? 아까의 상황이 떠오르자 페르딘이 얄미워보이는 프레이는 그를 흘깃 흘겨보았다. 잠시 망설이는 듯 서있던 그가 느닷없이 마왕에게로 향해 한 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마왕님께 함부로 덤벼든 점, 죄송합니다." "……끝까지 죄송해도 인정은 안하겠다?" "인정은 필요없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잘못해도 말대꾸는 끝까지 하네. 그래, 난 당신의 인정이 필요없지. 됐어." 자존심만큼은 세상 통틀어도 그보다 강할 자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프레이는 비꼬다 말고 손을 내저었다. 페르딘이 왜 돌아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 것이 끝이 아닐거라는 것을 알기에 마왕은 보좌관과 함께 수업하던 책을 탁 덮으며 다음 말을 이으라는 뜻을 나타내보였다. "마왕께 저따위가 감히 도움이 될 것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 힘이 닿는 곳까지 당신을 도와드리겠습니다." "하, 화끈하지 못한 남자네. 차라리 인정을 하는 게 더 낳지 않겠어?" "싫습니다. 인정따위 하면 제 목숨까지 바쳐서 당신을 지켜야 한단 말입니다." "그건 나도 싫으니 걱정 마." 죄송하다는 상황에서까지 그리도 그녀가 싫은 것인지 알 듯, 모를 듯한 애매모호한 태도에 보좌관은 미간을 좁혔다. 아무리 싫어해봐야 고작 열네살 먹은 소녀일 뿐이다. 물론 마왕이라는 거대한 지위와, 마왕이라는 자리를 상징하는 큰 힘이 있지만 아직 정신연령조차 제대로 먹질 않은 어린 아이이다. 느긋하게 키워도 모자랄 판에 다그치고 밀어내는 판이라니. 페르딘이 자꾸 이런 식이라면 애써 마왕의 자리에 걸맞은 행동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프레이가 안쓰럽지 않은가. 보좌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전혀 모르는 어리숙한 마왕은 은빛 머리칼을 가는 손가락으로 만지작 거리며 다리를 꼬았다. 그녀의 자세는, 즉위식 때의 위대한 마왕 의 그 자체였다. 강하게 나가지 않으면 페르딘이 자신을 만만하게 볼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훤히 꿰고 있는 터였다. 그녀는 허울뿐인 마왕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 언제부터 할까?" "오늘 당장…은 안되겠군요. 당신의 보좌관이 절 죽여도 시원찮다는 얼굴로 보고 있거든요. 내일 어떤가요?" "내일?" "예, 어차피 저희 마족들에게는 남아도는게 시간입니다. 그냥 내일 하시죠." "페르딘, 상당히 삐딱하다?" 좀 더 예의바르게 하는게 네 신상에 이롭지 않겠어? 라는 은근한 협박이 담긴 어조에 그가 움찔하며 이를 악물었다. 살다 살다 이렇게까지 살인충동이 일어나보기는 처음이다. "제발 내일 해주십시오." "후후, 좋아. 내일 하자." 전대 마왕도 저리 사악한 마족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왠지 오늘따라 전대 마왕이자 약속의 왕인 '옵티미스트 레지스 프로멧사 옵스쿠룸' 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다음 날. 별 어른스러운 척은 다했던 마왕이 오늘따라 9시라는 새벽같은 시간에 일어나 마왕성 안의 온 곳곳을 훼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방 안에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가득 쌓여져 있었고, 14살의 호기심 왕성한 어린 은발의 소녀는 붉은 눈을 빛내며 신나게 싸돌아 다녔더랬다. 오후 세시가 다되어 찾아 온 타노리언, 데프레코르, 페르딘은 마왕의 뒷처리를 하느라 초췌한 몰골이 된 보좌관과 탱탱한 얼굴로 한가득 방실방실한 웃음을 짓고 있는 마왕을 황당하게 바라보았다. 도대체가, 어떻게 해야 웬만해서는 피로하지 않는 마족이 저렇게까지 초췌해질 수가 있는거지? "……밤새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아니? 없었는데?" "그런데 보좌관은 대체 왜……." "……때로는 모르는 것이 약이 될 때도 있는 법입니다." 조용히 넘어가달라는 보좌관의 말에 마족들은 고개만 끄덕거리고 말았다. 냉철하기로 소문난 그가 이 정도까지라면 입다물고 넘어가는 게 그들에게 이롭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타노라인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멀뚱히 서있는 프레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부족하나마 잠시라도 당신의 스승이 될 수 있어 영광입니다, 프레이님." "응. 나도 당신같은 스승을 둘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해." 맞잡은 손에서 따스함이 풍겼다. 그리고, 잠시 후. "아아아아. 힘들어. 나 그만하면 안 돼?" "일어나십시오." 프레이가 풀 위로 드러누워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자, 타노리언은 무표정한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와 그녀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5시간 가량의 검술을 가르킴으로써 프레이와 조금이나마 돈독한 사이를 맺을 수 있었던 타노리언은 어제 자신이 페르딘에게 훈계한 것은 까맣게 잊은 채 프레이에게 막말을 내뱉고 있었다. "당신같이 가르치기 힘든 제자는 처음입니다." "나도 당신같이 배우기 힘든 스승은 처음이야." 기껏 일으켜 세워줬더니 그새를 참지 못하고 어느새 드러누워 아예 뒹굴거리기까지 하는 마왕을, 제일 권력이 강하며 그만큼 인내심 역시 강하기로 소문난 타노리언 아니마 옵스쿠룸은 인내심이 점점 바닥나고 있음을 느껴왔다. 이대로 가다간 자신도 모르게 마왕을 죽일 듯 달려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마왕의 기본자세를 담당한-마왕에게 있어 기본자세가 뭐가 필요가 있겠냐마는, 인간으로 마족에 대한 건 전혀 알지 못하는 마왕을 위한 보좌관의 배려이다.-데프레코르에게 바톤을 넘겼다. 그러나 타노리언의 가슴 속 깊이 새겨진 참을 인자 세 개가 무색하리만치 데프레코르는, 프레이에게 화가 나는 족족마다 손을 올려 그녀의 머리를 냅다 후려쳐댔다. "그게 아니지요. 왼 발은 어디로 가라고 하셨습니까?" "으응, 뒤, 뒤로?" 퍼억. 프레이의 고개가 앞으로 확 숙여졌다. "앞으로 가라고 했지, 언제 뒤로 가라고 했습니까? 오른 발은요?" "뒤! 뒤지, 맞지?" "잘하셨습니다." 퍼억. 또다시 그녀의 고개가 확 숙여졌다. 고통이 밀려오는 뒷통수를 부여잡고 프레이가 눈물이 가득 고인 눈을 앙칼지게 세우며 소리쳤다. "왜 때려! 잘했다며!"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데프레코르님, 그냥 내일 이어서 하시죠." 이젠 아주 자동으로 손이 나가는 데프레코르의 말에 보다못한 보좌관이 그를 말렸고, 창백하게 질린 얼굴의 마왕소녀는 백에서 약 십퍼센트 정도 쌓아왔던 위엄을 모조리 다 무너뜨린 채, 어제의 영악한 마왕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커다란 울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수도 없이 맞아댔으니. 맞는 동안 참았던 것이 용하다 싶어 보좌관은 주저앉아버린 프레이의 옆에 쭈그리고 앉아 마왕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건 뭐, 완전히 마왕이라는 애 하나를 키우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잘 참으셨습니다. 오늘은 이만 하실까요?" "나, 나 그만할래. 아프다고! 내가 동네북도 아니고, 왜 때려?" "예, 예. 죄송합니다만, 오늘은 이걸로 끝내야 할 것 같네요." "마력 다루고 싶다며?" "안녕히 가십시오, 페르딘 자이세크 옵스쿠룸님." 빨리 가버리라는 뜻이 내포된 보좌관의 말에 페르딘은 절망스러운 얼굴로 사라졌다. 아마도, 그는 마왕이 제대로 마력을 다루지 못한다며 모든 분노를 풀어버릴 생각이었으리라. 하루나마 마왕보다 더 마왕같은 이에게서 주군을 지켜낸 보좌관은 힘겨운 자세로 마왕을 등에 엎은 채 사라졌다. 주저리>> 4일 간격으로 오겠다고 생각을 했건만, 어쩌다보니 며칠 더 흘러서 왔습니다. 요새 집 안에 이런저런 일도 생기고, 어제 방학을 한 관계로 며칠 후면 시골 할머니댁에 가서 지낼 생각이라 준비도 좀 하느라. 그런데 방학숙제가 거의 다 컴퓨터로 해야되서 이번에 할머니댁에 가는 길에 넷북 사기로 했답니다! 푸하하하. 그래서 할머니댁에서도 소설을 쓸 수 있게 되었어요! 시골이라 와이파이고 뭐고 다 지원되지 않는 곳인데, 와이브로 신청해서 무료 넷북 받을라구용. 소나에서 옷도 샀어요! 파, 파마도 하고 싶었는데, 시험 전에 머리를 자른게 화근이 되어서 파마를 하면 머리가 너무 짧아져서 못하게 되었습니당ㅠㅠㅠㅠㅠㅠㅠ 이번 기회로 다이어트도 하고, 좀 더 예뻐지도록 노력해야 될 것 같아요. 스토리 전개가 점점 빨라질 거에요. 마왕레이디에서는 앞 내용보다 중간 내용쯤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전반은 확확 제껴버리고 중간부터 서서히 느려지도록 할겁니다. 3화를 쓰는데 글쎄, 키스를 쓸 뻔 하질 않나, 사랑한다고 고백할 것 같질 않나. 여러모로 긴장한 채 썼어요. 지, 진도가 너무 빨라져서..... 맞다, 그리고 프레이의 모든 것은 외전으로 나올 거에요! 1부가 끝나면 따로ㅎㅎㅎ 이게 1부와 2부로 나뉠 지, 아니면 그대로 완결이 날 지 생각은 안해봤지만 뭐. 프레이는 누구랑 이어질 것 같나요? 예상하는 남주가 있으면 써주세요!ㅎ 최대한 역하렘물로 가고 싶기에, 생각해둔 남주는 아직 없답니다. 페르딘을 부각시켰다고 해서 페르딘과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는 없어요! 예상 외의 반전을 깨고 다른 남주와 이어질 수도 있구요. 앞으로는 차례차례 다른 남주들 역시 부각시킬거니까요. 그래야 공평하지 않겠어요?ㅋㅋㅋㅋㅋ 다음편에서 뵙겠습니다!
첫댓글 Wow!!
마왕이아방한줄만알았는데;;
꽤??머리가돌아가네요?!
잘봤습니다!!
페르딘이 남주인것같은데요??
마음에드는 인간(?)은
아직잘 모르겠네요~
마왕은 아방한게 아니라, 멍청한 겁니다ㅋㅋㅋㅋㅋㅋㅋ 바보에요 바보. 근데 확고하게 마음 먹고 시도하려는 게 있으면, 꼭 시도하는, 그런 성격이랄까. 여튼 감사드려요!
엄훸 드디어 올라왔군요 ! 기다렸답니다 ㅎㅋ
근데.. 너무 귀여워어- ㅠ 페르딘들도 어딘가 모르게 귀요미(?) 인것 같고.. 마왕도 귀엽구..ㅋ_ㅋ
다음편 기대하겠슴닷 !
기다리셧다니ㅠㅠㅠㅠ 감사드려요ㅠㅠㅠㅠ♥
잘 읽었습니다. 캐릭터들이 어딘가 모르게 다 귀여움이 살아있네요...
최대한 냉정하게 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어째 마왕한테 존댓말 쓴답시고 애들 말투가 다 같아지다 보니........... 성격도 같아지고 있어요.................................. 여튼 감사드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