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 물고기
- 김혜천
어항 속은 안전한가
알전구가 희미한 시야를 잡아당긴다
수초 사이로 보충되는 플랑크톤을 따라
몰려다니는 물고기
구석에 몰려 있던 물고기도
앞선 자들의 규범과 질서가 낳은
오물을 받아먹으며
일렬종대로 꼬리를 문다
뼈에 피가 고이는 줄도 모르고
자격증과 직함을 서로 부르며 모여 앉는다
뜰채를 든 손에 간택되어
재해석 될 날을 기다리며
왕성한 식욕으로 체중을 불린다
그들이 노니는 물이
곧 있을 아사餓死의 징후로 뿌옇다
저들을 사나운 바다에 흩어 놓아야 한다
ㅡ계간 《시와 문화》(2024,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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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54개 지역구 예비후보들 공천이 거의 확정되고
준연동형비례대표도 마무리되어 투표용지가 50cm를 넘길 듯합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거대한 수족관으로 대대적인 물갈이를 앞둔 것이지요
텃세를 누리는 토종 물고기들 틈바구니에서 완상용 작은 고기들이 활발하게 헤엄칩니다
앞서 자리잡은 물고기들의 규범과 질서로 어항 속은 뿌옇습니다
수초와 은신처도 갈아치워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유권자들은 손에 뜰채를 들고 유유한 바깥세상 강과 바다에서 노니는 물고기를 노려보는 중입니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나면 간택을 갈망하던 초심은 까맣게 잊어버릴 게 뻔한데...
제발 22대 국회에서는 유권자의 실망과 탄식이 최대한 늦춰지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