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미국의 전직 관리와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과 재래식 위협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평화 선언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핵 역량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비핵화 절차에 진전을 보일 수 없다며 핵 신고가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한 정상이 뉴욕에서 또 한차례 마주 앉아 북한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계획입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2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한 정상의 이번 만남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직후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미-한 정상회담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를 진행하면서 일종의 평화 선언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 트랙’ 방식이 적용될 수 있을지 여부를 모색하는 데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절차는 매우 까다로울 것이고, 평화 협정으로 가는 길의 마지막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북한으로부터 매우 의미 있는 조치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북한은 미국이 영원한 적이라고 주민들을 교육하고 있고 북한군 병력은 한국군의 두 배에 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역시 평화 선언을 위해서는 큰 규모의 재래식 군사력 감축이 이뤄져야 하고 앞으로의 주한미군 규모와 미-한 동맹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현재 이런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제는 평화 선언 등 사안을 김정은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반면 미국은 여기에 너무 소극적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이 원하는 평화 협정은 어떤 모습인지 등에 대한 입장을 주도적으로 밝히고 다른 나라들이 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는 방식이 돼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매닝 연구원은 또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관련 시설, 그리고 핵물질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해야 비핵화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현황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데 어떻게 비핵화를 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그러면서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왜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하지 않느냐고 비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과거 인도나 파키스탄의 핵을 인정한 것과는 달리 북한의 핵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파키스탄과 인도는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용도로 핵무기를 만든 적이 없다며 북한 상항과는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과시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국과 일본과 같은 나라를 핵무기로 공격할 역량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이상 한반도의 평화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베넷 연구원도 북한은 미국을 위협하기 위해 핵 개발을 했다며, 일각의 주장처럼 미국의 공격을 막기 위한 ‘억제용’으로 핵을 개발했다면 10개에서 20개 정도만 갖고 있어도 충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은 이보다 2~3배에 달하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실제로 사용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