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 정성원
바람은 짧고 간단했죠 촉을 올리는 수선화가 노란 심장을 가지 기 시작했어요 이쯤에서 봄은 환해질 거예요
그리고 우리는 아무 일 없는 듯 세계를 펼쳐요 계절감 잊은 계절은 부지런해지고 우리는 둘러앉아 입김을 불죠 어떤 절기에도 스며들지 못하는 건 그 때문일 거예요
아무래도 우리는 환절기가 되려나 봐요 계절과 계절 사이에서 우리는 더 아름다워지고
간간 비가 내려요 절뚝이는 바람이 땅을 감싸요 그러면서 살을 에는 봄을 우리는 맞아요 제길, 대길할 입춘이라니
파편적 기억에는 출구가 없어요 이왕이면 목련으로 와주세요 베고니아 붉고 차분한 잎이 좋을까요 꽃들의 노래가 애인에게 가 닿으면 좋겠어요
능청을 부리며 곡진하게 치명적이게 우리는 봄을 입고 마음을 아껴요 빛을 풀어주어요 우리가 먼 곳이라 부르는 세계가 가까이 있어요 사소하게 촉을 올리는 싹들과 함부로 부는 바람 그들의 행방을 궁금해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비로소 웃어볼까요 기침이 아닌 척 말이에요 유행에 민감한 감기가 세 상을 활보하고 있어요 시샘이라는 장르를 닮은 우리가 봄을 부셔 먹고 있 어요
ㅡ반연간 《스토리문학학》(2024, 상반기호) ****************************************************************************************** 비가 내린다는 예보 속에서 찾은 죽변 바다는 거센 파도로 길손걸음을 잡아챘습니다 수협직판장 근처 횟집에서 거하게 점심을 먹고 예약한 펜션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창밖에는 비바람이 휘몰아치고, 꽃샘추위를 느껴 보일러를 보온으로 작동시킨 뒤에 카드게임을 하면서 참 오랫만에 소맥도 두어잔 씩 나누었습니다 친분을 두텁게 쌓기 시작한 지난 기간 동안 스쳐간 지인도 많았고 현재의 멤버로 고정한지도 10년이 넘었으니 이야기도 무궁무진입니다 저녁은 생선구이 정식으로 먹고, 밤새 게임을 즐기다가 아침은 곰칫국을 시원하게 먹었습니다 아직은 살짝 추위를 느끼지만 봄은 사람들 옷차림부터 가볍게 만듭니다 근 보름 가까이 감기로 고생하는 지인의 아내를 위해 곰칫국을 포장해 왔답니다^*^ |
첫댓글 계절감 잊은 계절: 감각을 잃은 것이다. 감각이란 대상을 느끼는 인식이거나 더 구체적으로는 오감일수도 보고 느끼고 맛보고 따위 결국 그것은 인식의 한 테두리 과연, 감각을 잃은 몸을 환절기 탓을 한다. 시의 요지는 즉 능청을 부리고 곡진하게 치명적인 봄을 노래한다는 것. 그러나 시인이여, 파편적 기억에는 출구가 없는 애인을 너무 멀리서 찾지는 말아다오. 인연은 어떻게든 사소하게 촉을 올리는 싹이며 함부로 부는 바람일 터. 바람아 불어라 멈추어 다오처럼 유행에 민감한 감기가 세상을 활보한다는 것 그것도 오직 인간만이 부릴 수 있는 시샘 아닐까? 깔깔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