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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단의 행동은 위험에 있어서도 둔감하다.
1969년, 컬럼비아 대학교의 심리학자 라테인(Latane)은 또다른 심리학자 로빈(Robin)과 함께 특별한 실험 하나를 했다. 각 방에 인원수를 달리하여 수용한 뒤 문틈으로 연기를 새어 들어가게 했다. 수용된 피실험 대상자(학생)들은 그 연기가 단순히 수증기인지 화재로 인한 것인지 전혀 몰랐는데, 이 실험의 결과는 흥미로웠다. 홀로 대기하던 방에서는 75%가 2분 이내에 연기가 난다는 사실을 연구 조교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여러 명이 있던 곳은 13%만이 6분 이내에 보고했고, 인원수가 늘어날수록 비율은 더 낮아졌다. 이후 심리학계에서는 이 실험의 결과로 "대중적 무관심"을 설명하게 되었다.
이 결과를 체험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였다. 화재로 인해 연기가 객차 내부로 스며들어가는 순간에도 대부분의 승객들은 대피하지 않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앞서 언급한 로빈과 라테인의 실험은 달리와 라테인의 실험 결과였던 "책임 분산"과 유사한 구조를 띄었다. 바로 "판단을 미루는", "인지적 민감성을 둔화시키는" 구조였다.
사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또한 "대중적 무관심"이 존재했다. 비록 선체 내부에서 "단원고 학생들은 가만히 있으십시오"라는 잘못된 지시가 내려졌지만 사실 다수의 참변에는 "대중적 무관심"이라는 심리적 기제가 존재한다.
판교 테크노벨리 환풍구 붕괴 참사에서 많은 대중과 네티즌들이 희생자들의 경솔함과 안전불감증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은 "말을 듣지 않는" 대중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었겠느냐며 책임을 환풍구 위에 올라간 희생자들로 돌렸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성급한 판단이다. 과거 몇 가지 사건을 복기해본다면 말이다. 과거 뉴 키즈 온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의 공연장 사고와 프리미어리그 소속팀인 리버풀의 힐스버루(Hillsborough) 참사(입석 좌석 경쟁을 위해 사람이 몰려 96명의 사람이 압사한 사건)를 보면 대중이 위험에 얼마나 쉽게 노출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흔히 스포츠와 공연은 한정된 좌석을 두고 시장이 펼쳐진다. 즉, 관객들이 경쟁적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일종의 선착순 게임인데, 이런 현상은 파격적 할인행사를 앞둔 쇼핑몰에서도 볼 수 있다.
* 힐스버루 참사는 대표적으로 경쟁적 상황과 "대중적 무관심"이 만들어낸 참사였다.
이런 상황과 "대중적 무관심"이 결합하면 위험에 대한 인지도는 매우 낮아진다. 당연히 상식적으로 위험했던 상황마저도 감수하게 되는 것이다. 판교 테크노벨리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사람의 인터뷰에서도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했지만 (포미닛의) 마지막 곡만 보고 내려가자는 생각"이라고 언급될 정도로 위험 회피에 둔감해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공연장과 스포츠 경기장에서 안전 통제는 강제력을 동원한다. 구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규칙에 어긋난 한 사람을 지목해서 지적을 하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집단행동으로서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은 이른바 "책임 분산" 작용으로서 지적사항이 대중들에게 설득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장에서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안전 통제 요원의 부족은 중대한 과실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예측 불가능성'을 이야기하기도 어렵다. 대부분 사람들은 '철제 환풍구 덮개'에 올라가는 일은 원론적으로 하지 말아야 함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위험성을 중대한 위험으로 간주하고 있었느냐는 별개의 문제였다. 사실 환풍구 덮개를 지나가는 일은 위험 인지도 면에서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보다 낮게 인식되고 있었다. 반면 환풍구를 시공하거나 설계하는 사람들은 이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환풍구의 덮개는 철제로서 사실 이 철제 덮개는 공사 현장이나 기타 콘크리트 외벽 마감을 하지 않는 건물에서 발판으로 쓰인다. 즉, 사람이 올라가서 지나다니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또한 공연의 주최 측은 관람 가능한 모든 곳의 위험성 점검을 했었어야 했다. 하지만 공연 무대와 가까운 환풍구에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몰리는 것을 예상하지 못 했다는 것은 과실이 분명하다. 과거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공연 행사장 인근의 환풍구를 사각 지대로 만들어버린 일이 있다. 즉, 대형 행사 현수막을 걸어버려서 환풍구 위에 올라가봤자 볼 수 없는 곳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한 노하우를 볼 때, 이번 판교 참사의 주최 측이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예측 불가능성'을 이야기하며 책임을 면피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다. 왜냐하면 그럴수록 대부분의 책임 소재가 있는 정부 및 기관, 기업들은 면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예측 여부는 얼마나 신중하게 다각적으로 검토했는지 여부와 관계가 있다. 개인적 과실로 돌리면 돌릴수록 법과 제도는 쉽게 변화되지 않는다. 그러면 당연히 참사는 재발하게 되어 있다. 이것은 참사를 접하는 살아남은 자의 올바른 대응 방식이 아닌 것이다. 이쯤 되면 용어 하나를 쓰지 말아야 한다. "안전 불감증", 사실 그런 증상은 없으며, 구조가 아닌 개인과 사람 자체에 책임을 돌리는 단어일 뿐이다. 개인의 책임은 가장 마지막에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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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 나도 진짜 판교글 클릭을 못하겠어...
444....좀 제대로 알고 욕했으면...
다른거 차치하고 3000만원 지원 돈을 3000만원 주는게 아니고 3000만원 한도로 대출가능하게 정부가 지급보증 서주는건데 기사가 애매하게 나서 다들 오해하고 욕하는데 그것부터 좀 제대로 기사났으면
쌩돈 현금을 위로금으로 주는게아니고 당장 장례금이나 병원비 나올곳 없는 사람들 우선 정부가 보증서서 대출할수있게 해주고 그 다음에 다시 받아내는건데.... 솔직히 나도 애석하지만 저분들 과실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오해까지 떠안을 이유는 없다고 봄
@꼬로롱꼬롱 응..ㅠ 여기도 보면 다 '지급 보증'선다고 되어있는데....안타까움 욕도 먹는데 오해까지 사는건 너무해...ㅡ
물이랑 담요는 지급해주는건가봐
네이버에 지급보증 치면 기사 나와..에휴
진짜 저런 사고 당한것도 자기 잘못이라지만 가족이랑 본인한테는 슬픔인데 과장된 사실로 욕먹는건 아니라고봐서....없는 사실로 대중들한테까지 욕먹을건 없잖앙
22나도첨에기사봤을때 분명히 지급보증이라고 봤었는데 사람들 너무 욕해서 당황....
물론 본인과실인면이라고 생각하지만 주최측에서 안전요원 배치안하고 단지 말로만 올라가지말라고 한건 잘못한거라고 생각해. 콘서트장가도 앞에 펜스밀린다고 콘서트 중간에 멈추고 가수들 들어가서 정리안되면 콘서트 진행안한다 이런콘서트장도 있었는데 내가 거길가서 그런가 본인과실인면도 있지만 주최측도 안전불감증 책임 크다고 생각함.. 근데 가끔보면 너무 과한 어투로 망자탓만하고 망자유가족들이 피해보상못받아서 안달난사람처럼 취급하는 댓글들 몇몇 보이는데 너무 답답하고 불편해...
@최애사랑이 그래도 난 주최측이 책임을 안질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어쨌든 결과적으로 사람이 많이 몰렸고 한두명이 죽은것도아니고..
@최애사랑이 언니생각이 뭔줄 알겠지만 내생각은 결과적으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주최측이 책임을 피할수없단생각이야.. 원댓에 내가 100퍼센트 망자탓만하는 댓글~얘기달았는데 내생각이좀다르게전달된거같아서 다시 과한어투로 망자탓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고쳤고. 그리고 내체감은 처음부터 주최측으로 화살돌아간것도아닌거 같아서((내체감상피해자과실이라는얘기도많이봤어서)).. 책임자까지 자살은 당연히 안타까운일이라고 생각함. 언니말처럼 지금 누구탓따지는게 무슨의미겠어.. 근데난수정한댓글처럼 판교글 보면 너무 망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예의없이 막말처럼 내뱉는 몇몇개 댓글 보고 충격도 받았어서댓글달았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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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사건을 계기로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시민의식을 다시 한 번 깨달았음...내가 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단 생각 드니..
공감!!!! 전적으로 공감
"위험한것을 인지하지만 이것만 보고 내려가자"라니 그럼 전적으로 자기 책임이지. 위험한걸 알면서 본인이 감수한거 아니야. 세월호 희생자는 아예 다른 케이스고. 돌아가신 분들은 너무 안타깝고 슬프지만 그걸 무조건 정부 책임으로 묻는건 아니지. 주최측 책임은 조금 있을지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