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실을 말하기 두려운 세상에서 유석재 씨가 불화살을 쏘아 올렸다
[유석재의 돌발史전] 표준국어대사전, 미로인가 개미지옥인가 (chosun.com)
나는 이미 40여년 전에 이런 사실을 알고 조용히 나만의 사전을 만들어왔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 진짜 우리말 사전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발행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은 물론 거의 모든 국어사전이, 사실은 조선총독부가 일본어사전 갖다가 번역해 문화통치 수단으로 쓰면서 일제히 베끼고 또 베껴가며 만든 것들이다.
누구 사전, 누구 사전할 것없이, 표준국어대사전마저 일본어 사전 그대로 설명한 것들이 굉장히 많다. 수록 어휘 중 절반 이상이 일본어고, 나머지는 나라 팔아먹은 조선시대 유림들이 쓰던 고약한 중국어다. 이따위 사전을 법조인들이 쓰고, 공무원이 쓰고, 군대가 쓰고, 건설토목 현장, 의료 현장에서 쓰고 있다.
10년 안에 진짜 우리말 사전이 나오도록 애쓰겠다. 낱권으로, 주제에 따라 15종을 만들었으니 아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가짜, 거짓말, 위선을 물리치기가 이렇게 어렵다.
* 30년째 사전을 만들고 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내 힘으로, 내 손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각권 밀리언셀러(1권이 100만 부 이상 나가는) 소설가로서, 수십 권의 베스트셀러 소설로 독자들께서 받은 저작권료 중 거의 다 사전 만들고 나머지는 바이오코드 연구에 들어갔다. 바이오코드는 일반 공개를 안하고 문닫어 걸어놓고 하는 것이니 그렇다 치고, 우리말 사전은 잇따라 책으로 내고, 3년마다 개정증보판을 내고 있다. 이 달에 나오는 <~ 우리말 잡학사전> 개정증보판은 66쇄째다. 교양 사전들이 내 사전을 보고 많이 베끼는데, 그냥 두고 있다. 널리 퍼지기만 하면 된다.
* 우리 사회가 쓰는 말 중 30%가 일본어이고, 30%가 중국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정치인, 법조인, 공무원, 교수, 학자, 의사 들은 거의 다 중국어와 일본어를 쓴다. 우리말은 토씨만 쓸 뿐이다. 的 化 性 들어간 단어는 다 일본어다. 그래놓고 한글로 쓴 논문은 자기들끼리 무시하고, 우리말 대신 영어로 써야 국제 사회에서 인정을 받는다고 알아서 쪼그린다.
* 표준국어대사전에 '형평하다'를 찾아보면 '균형이 맞게 하다'로 나온다. 그래서 균형이 뭔가 찾아보면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고르다'로 나온다. 하지만 내 사전에서 형평은 '저울대를 바로 서게 하고, 저울질을 똑고르게 하다'로 나온다. 균형하다는 '높고 낮음이 없이 고르게(均) 평미레질을 하고, 추로써 저울대가 바로 서도록 저울질하다'로 나온다. 우리말이 어디서 온 말인지, 본디 무슨 뜻이었는지 모르고 중얼거리면 한자 표기 없이 사자성어 지껄이고 공자왈 맹자왈 하던 조선시대와 다를 바 없다. 또 일본어로 말하면서 일본 비판하는 '죽창 정치인들' 보면 화가 나기는커녕 그 어리석음이 더 서글프다.
* 삼국시대부터 한자 한문을 썼으면 우리말 사전에 중국어라도 제대로 설명이 붙어야 하는데, 이 역시 일본어사전이나 베끼다 보니 설렁설렁 건드리기만 한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어느 단체에 가맹하다, 유엔에 가맹하다고 할 때 加盟이라고 쓰는데, 표준국어대사전은 '동맹이나 연맹, 단체에 가입하다'로만 나온다.
盟의 본디 뜻이 뭔지 모르다 보니 이런 어설픈 설명이 나온다. 옛날에 제후들이나 왕들이 서로 싸우지 말고 잘 지내자고 하는 정치의식이 盟이다. 달밤에 희생(소)의 목을 따 큰 대접에 피를 받은 다음, 이 피를 나눠마시며 서로 싸우지 않겠다고 맹세를 한다. 그러므로 가맹한다는 것은 이 맹세 현장에 참여하여 함께 희생의 피를 마신다는 뜻이다. 이렇게 본뜻을 알아야 가맹한다는 말이 얼마나 무거운 뜻인지 제대로 알 수가 있다.
* 딸이, 책 읽다 보면 무슨 말인지 모르는 단어가 너무 많다, 사전 찾아보면 더 헷갈린다고 투덜댄다. 늙은 저자들이 저만 아는 중국 한자어와 일본 한자어로 써제낀 시커먼 글이라도 읽히기 위해 자주 쓰는 중국 한자어, 일본 한자어 500개를 풀이한 <우리말 독립사전>을 따로 만들어 주었다. 2024년을 사는 젊은이들은 중국 한자어와 일본 한자어를 배운 적이 없어 굉장히 힘겨워하는데, 어른이라는 것들이 한자는 안가르쳐주고는 무식하다고만 욕질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우리말로 말하고 쓰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나라도 힘써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