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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영광] 36
#.1 씬. 강석의 집 거실.(밤)
35회 연결 상황에서.
강석 : 저 좀 살게 해주세요, 아버지.
천갑 : ......
영자 : 강석아?
강석 : 그 사람 아니면, 저 살아질 거 같지 않아요.
영자 : 너 정말 왜 이러니? 지금 부모 앞에서 여자애 하나 때문에 그만 살고 싶다는 게 할 말이야?
네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정신이 나갈 수 있니?
강석 : 아버지?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일찍 돌아가시고 고아로 넝마나 주우면서 힘들게 사시다가
어머니 만나셨어요. 세상 아무 것도 의지 할 데 없는 아버지가 어머니 만나 사랑하시고,
그 험한 세상 헤쳐오신 거잖아요? 저도 그렇게 살고 싶은 거예요.
아버지나 어머니처럼 사랑하는 사람하고, 그 사람한테 의지해서 제대로 살아보고 싶은 거라구요.
천갑 : (암담한 표정으로 술을 마시는)
영자 : 그러니까 멀쩡한 여자 만나라는 거잖아? 멀쩡한 여자 만나서 아버지랑 엄마처럼 살아보라구.
우리도 그렇게 사는 너 보고 싶단 말이야.
강석 : 다른 여자하곤 싫다구요. 네, 저도 그 사람 만나기 전까진
아버지, 어머니가 좋다고 하시고, 집 안에서 큰 소리 나지않게 할 여자면 아무나 상관없다 그랬어요.
사랑 같은 건 아예 꿈도 꾸지 않고 살았다구요. 아버지가 바라는 아들로 살아드리려면
사랑 같은 건 허영이다 그랬으니까요. 그런데요, 아버지. 그 사람하고면 저
아버지가 어머니 귀하게 여기시는 것처럼 그러면서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아요.
저도 그렇게 살게 해주세요.
영자 : 나랑 네 아버지는 처녀 총각끼리 만난 거였어.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넝마쟁이와 가정부였지만
그래도 우린 세상에 떳떳한 하자 없는 처녀, 총각이었다구.
강석 : 가여운 사람이에요. 어머니. 자기가 잘못해서 그렇게 된게 아니라구요.
그리고 그런 거 상관없이 제가 사랑한다고 하잖아요.
영자 : 얼마나 말 많은 세상인지 아니? 나랑 만나는 행세하는 여자들 하교수 얘기 다 알아.
그런 애 며느리로 들여놓고 내가 그 여자들 앞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녀?
강석 : 그런 사람들은 자기들 떠들고 싶은 대로 떠들라고 하세요.
영자 : 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니? 며느리 하나 잘못 들여서
네 엄마 이 나이에 집구석에만 처박혀 살아야 속이 시원하겠냐구?
강석 : 그냥 무시하시면 되잖아요? 그런 걸로 수군거리는 사람들 무시해 버리시라구요.
영자 : 여보. 당신도 뭐라고 말 좀 해봐. 술만 마시지 말고.
애가 어떻게 여자애한테 돌아도 저렇게 돌 수가 있어.
천갑 : 일어나라.
강석 : 아버지.
천갑 : 일어나라니까.
강석 : (하는 수 없이 일어나는)
천갑 : 앉아라.
강석 : (소파에 앉고)
천갑 : 너 끝내 부모 자식간 인연 끊을래?
강석 : 아버지.
천갑 : 부모 버리고 여자 애 하나 얻겠냐고 묻고 있는 거다.
강석 : 제가 어떻게 아버지, 어머니를 버려요.
영자 : 너 지금 이런 고집 부리는 게 부모 버리겠다는 게 아니면 뭐야?
천갑 : 당신은 가만있어. 다시 물으마.
우리든 그 애든 둘 중 하나 밖에 선택할 수 없다고 하면 어쩌겠냐?
강석 : 그럼, 저 죽은 것처럼 살아야 해요, 아버지.
천갑 : .....
강석 : 죽지도 못하고 살아서 죽은 것처럼 아버지가 원하시는 아들로 살면서,
늘 가슴이 답답해서 조금씩 미쳐가며 살아야 해요.
천갑 : (눈을 감는)
영자 : 정말 쟤 홀린 거야. 홀리지 않고선 저럴 수가 없어.
천갑 : 올라가거라.
영자 : 그냥 올라가라고 하면 어떡해? 아예 오늘 매듭을 져버려야지.
천갑 : 올라가.
강석 : (일어나서 2층으로 움직이고)
천갑 :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겨 있는)
#.2 씬. 강석의 방.(밤)
강석, 들어와 책상 앞에 앉는. 핸드폰 꺼내 통화 버튼을 누르는.
#.3 씬. 단아의 방.(밤)
단아, 책상 앞에 앉아 있다가 핸드폰 받는.
단아 : 네.
강석E : 그냥 아무 말 말고 잘 자라고만 해요.
내일 겪을 일은 내일 생각하면 되니까 오늘밤은 그냥 아무 생각 말고 자라고.
단아 : 자요. 아무 생각하지 말고.
#.4 씬. 강석의 방.(밤)
강석 : (핸드폰) 이 모든 걸 겪고 나야 당신이 내 옆에 누워 잘 자요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거겠지.
단아E : 나보다 더 많이 힘들게 견디고 있다는 거 알아요. 그래서 안쓰럽구, 마음이 많이 시려워요.
오늘은 더 생각하지 말고 그만 자요.
강석 : 그럴게요. 자요.
단아E : 먼저 끊어요.
강석 : 그럴게요. 오늘은 승부욕 발휘하지 않고 먼저 끊을게요.
(핸드폰 끊고, 싸대기 보면서) 그동안 나 진짜 싸움꾼은 아니었나보다.
그냥 뺏어보자 그랬던 거였는지도 모르지. 그런데 네 주인 때문에
이 세상에서 진짜 간절히 얻고 싶은 걸 얻으려면 다 걸어야 한다는 걸 배우는 거 같다.
#.5 씬. 단아의 방.(밤)
단아, 핸드폰 두 손으로 잡고 들여다보면서.
단아 : 정 힘들면, 우리 다른 사람들처럼 남자와 여자로 사는 건 하지 말자 그래요.
그래도 괜찮아요. 난 늘 여기 이렇게 있을 테니까.
#.6 씬. 석호의 방.(밤)
영인, 뒤척이다가 앉아있는 석호를 보는.
영인 : (일어나 앉으며) 왜 그러고 있어?
석호 : .....
영인 : 단아 때문에 속상해서 그래?
석호 : 저 녀석 진하 때와는 달라. 어른들이 결혼해야 한다고 하니까
저 사람이 내 짝인가 보다 하고 정을 붙인 거였을 거야.
그렇게 정을 붙였는데 떠나고 나니까 의리로 붙잡고 있었던 걸게고.
영인 : 지 스스로 선택한 사람이니, 틀리기야 하겠지. 하지만, 안되는 일이잖아?
그 엄마 오늘 만나보니까 절대 우리 단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지금은 힘들더라도 포기 시켜야 해. 안되는 일을 질질 끌어봐야 애만 상하게 만드는 거잖아.
석호 : 에비로 저 녀석에게 해 준 게 없어. 수영이나 태영이 한테도 그랬지만,
저 녀석은 애잔해서 얼굴만 봐도 속이 아려서 똑바로 눈도 마주치지 못하면서 살아왔어.
저렇게 살다가 가면 가여워서 어쩌나 속만 태웠는데.
영인 : 당신 마음 알아. 어떻게든 저 좋다는 사람한테 보내서 잘 사는 모습 보고 싶은 마음 아는데,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잖아?
석호 : ......
#.7 씬. 강석의 집 전경.(아침)
#.8 씬. 강석의 집 식당.(아침)
천갑, 영자, 혜주, 순진 앉아있으면. 아줌마 들어오는.
아줌마 : 아드님, 일찍 나가셨나 봐요.
영자 : 이젠 우리랑 같이 앉아서 밥도 먹기 싫다 그거야, 강석이 걔.
순진 : 그러니까 남자는 여자를 잘 만나야 한다는 거예요.
혜주 : (순진을 보면)
순진 : 뭐 내가 틀린 말했니?
#.9 씬. 회사 복도.(아침)
걸어오는 태영,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는 강석.
태영 : 일요일인데 왜 나왔냐?
강석 : (인사하고) 그러시는 형님은요?
#.10 씬. 강석의 사무실.(아침)
태영, 앉아있으면, 강석, 커피 두 잔을 내려놓는.
태영 : 이런 것도 할 줄 아냐?
강석 : 형님 동생한테 잘 보이려고 별 짓을 다했거든요.
잘 하면 커피숍도 차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앉고)
태영 : 일요일인데 단아라도 불러내지 왜 회사는 나왔냐?
강석 : 너무 일찍 불러내면 눈치 보이잖아요.
태영 : (피식 웃으며) 도망 나온 거냐?
강석 : (보면)
태영 : 이 시간에 나왔으면 밥도 안 먹고 나왔을 텐데, 어른들한테 시달리기 싫어서 도망 나온 거냐구?
강석 : 그러는 형님은요?
태영 : 밥이 도저히 넘어갈 거 같지 않아서 그냥 나왔다. 나오긴 했는데 갈 데도 없구.
강석 : 우리 때문에 밥맛까지 잃으신 겁니까?
태영 : 그것도 그거고, 머리 복잡한 일이 좀 있다.
강석 : 제가 알면 안 되는 일입니까?
태영 : 네 일만으로도 머리 아플 텐데, 내 일까지 알려고 들지 마라.
#.11 씬. 말순의 집(아침)
말순, 진아 식사하고 있는.
진아 : (밥 먹다가 말순을 보면)
말순 : (수저만 든 채 멍하니 앉아있는)
진아 : 안 드세요?
말순 : (수저 내려놓는) 못 먹겠다.
진아 : 밤새 잠도 안주무시고, 울기만 했으니까 그렇잖아요? 물이라도 말아서 좀 들어보세요.
말순 : (눈물이 흐르는)
진아 : (놀라서) 언니?
말순 : (자신이 울고 있었다는 것도 모른 듯이 얼른 손으로 얼굴 문지르면서) 웬 주책인지 모르겠다.
#.12 씬. 강석의 집 거실.(아침)
천갑, 영자, 순진, 혜주, 식당에서 나오는.
혜주 : 저 드릴 말씀 있어요.
영자 : 네가 웬일이니? 우리한테 할 말이 다 있다고 하고.
천갑, 영자, 혜주, 순진 앉아있는.
혜주 : 어머니, 아버지?
천갑 : 말해봐.
혜주 : 저 치료 열심히 받을게요.
그래서 지금까지처럼 반편이로 살면서 어머니, 아버지 속 안 썩여 드릴게요.
순진 : 너 무슨 치료 받니?
영자 : 가만 좀 있어, 넌.
혜주 : 오빠 저 때문에, 모자라는 저 때문에 마음 상해하시는 어머니, 아버지, 위로해드리려고
하고 싶지 않은 일도 많이 하면서 살았을 거예요.
영자 : 너까지 왜 그래? 네 오빠가 무슨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살았다구?
너도 하교수한테 홀렸니?
천갑 : (혜주 보며) 그래서?
혜주 : 열심히 노력할게요. 어머니, 아버지 마음에 드는 자식으로 살도록 노력할게요.
그러니까 오빠, 하교수님하고 결혼 허락해주세요.
영자 : 얘도 홀린 거야. 홀렸어.
혜주 : 하교수님 좋은 분이세요. 오빠, 하교수님하고 헤어지게 하지 말아주세요. 네? 아버지? 어머니?
#.13 씬. 천갑의 방.(아침)
천갑, 영자 들어오는.
영자 : 하교수 걔 사람 홀리는 재주 있는 거야. 팔자 드센 애니까 그런 재주 있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천갑 : 혜주 저 자식, 우리 얼굴 보고 얘기 한 게 얼마만이지?
영자 : 그거야. 아, 왜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도 우리 얼굴 보면서 얘기는 했지.
천갑 : 그땐 우리 피해서 얼른 시집이나 가버려야겠다 하는 얼굴이었잖아.
근데 저 놈, 오늘 이제부턴 제대로 살아보겠습니다, 그런 거지?
영자 :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14 씬. 하옹의 방.(낮)
만기, 수영 차 마시고 있는.
만기 : 너한테 문제가 있다고 말은 했냐?
수영 : 네.
만기 : 그런데도 혼인을 하겠다고 하드냐?
수영 : 네.
만기 :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고마운 일이구나.
수영 : 죄송합니다, 할아버님.
만기 : ....
수영 : 종손으로 대를 잇는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죄가 큽니다.
만기 : 어쩌겠느냐. 그것 역시 인력으로는 되지 않는 일이니.
수영 : 할아버님께는 정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마음 편히 노후를 보내게 해드려야 하는데.
만기 : 내 마음이 아무리 무거운들 네 마음만이야 하겠느냐.
어쨌든 이왕 혼인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니 데려와 보거라.
수영 : 단아 일도 있고, 이런 상황에서 오라비가 장가나 들겠다고 사람을 데려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단아 문제가 조금 풀리고 난 뒤에.
만기 : 그렇게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지 않느냐?
너한테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면서 너와 혼인하겠다고 결심한 사람이니,
다른 문제로 시간을 끄는 건 예우가 아닌 듯싶다. 시간 끌 거 없이 데려오도록 해라.
#.15 씬. 커피숍.(낮)
수영, 진아, 앉아있는.
진아 : 저요, 아저씨?
수영 : 네.
진아 : 머리 잘라서 퍼머 할까요?
수영 : 네?
진아 : 그럼 좀 더 나이 들어 보이지 않겠어요? 저 너무 어리다고 싫어하시면 어떡해요?
수영 : 참 어이없는 사람이에요, 진아씨. 나 같은 사람하고 결혼해주면서 그런 걸 왜 신경 써요.
진아 : 아저씨가 뭐가 어때서요?
수영 : 알잖아요?
진아 : 전 모르겠는데요.
수영 : (물끄러미 보면)
진아 : 우리 이제부턴 똑같은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모르겠다고 하면 아저씨도 그러세요. 그래주실 거죠?
수영 : .....
#.16 씬. 남교수 사무실.(낮)
단아, 강석 앉아있는.
단아 : 작은 오빠, 회사에 있어요?
강석 : 할 일 없으시면 같이 오자고 했더니 싫다고 하시더라구요. 뭔가 고민이 좀 있으신 거 같긴 하던데.
단아 : 우리 때문이겠죠? 정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강석 : 나도 그렇게 물어봤는데, 그것도 그거고 머리 복잡한 일이 있다고 하시던데요.
단아 : 무슨 일이지.... (하는데 남교수 들어오는)
강석, 단아 일어서는.
단아 : 나오셨어요?
강석 : (인사하고)
남교수 : (강석에게 인사하고) 자료 가져갈 게 있어서. (강석에게) 두사람 결혼하기로 했다면서요?
강석 : 네.
남교수 : 그동안 내가 싸가지라고 부른 거 알아요?
강석 : (미소 지으며) 그렇게 부르셨습니까?
남교수 : 하교수 나한테는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에요. 잘 부탁해요.
강석 : 알겠습니다.
남교수 : 그럼 두 사람 데이트하는데 방해하지 않고 나가줄게.
(자료 챙기면서) 참, 노교수님 생신 이때쯤 아니니?
일본 세미나 가 계시니 축하 메일이라도 보내드려야 하는데. 돌아오신 다음인 거 같기도 하고.
단아 : 적어둔 거 있어요. (책상 위에 있던 다이어리 펼치고.
순간, 뭔가 마음에 걸리는 느낌으로 다이어리 보고) 다, 다음주 목요일이예요.
남교수 : 그래? 제 날짜도 아닌데, 축하 메일 보내드릴 뻔 했다. 그럼, 난 갈게요. (강석에게 인사하고 나가는)
단아 : 들어가세요, 교수님. (그러면서도 다이어리 들고 들여다보고 있는)
강석 : (그런 단아 보면서) 왜 그래요?
단아 : 오늘, 현규 생일이네요.
강석 : 그래요? 아니, 그 녀석한테 전혀 관심 없는 것처럼 굴더니 왜 생일까지 적어두고 그럽니까?
단아 : 매년 생일마다 선물 달라면서 쫓아다녔거든요. 생일날은 부딪히지 않으려고 적어둔 거예요.
강석 : 왠지 변명 같은데요.
단아 : (보고) 지금 뭐하는 거예요?
강석 : 보면 모릅니까? 질투에 눈이 뒤집힌 거지.
단아 : 너무 속 좁아 보이거든요.
강석 : 난 원래 그런 놈입니다, 됐습니까?
단아 : 이걸로 하루 종일 울궈먹을 거죠?
강석 : 제대로 껀수 하나 걸린 겁니다.
단아 : 일부러 그러는 거 알아요. 우울해하지 않게 억지로 웃겨주려고 그러는 거.
강석 : 말 돌리지 말죠. 생각하니까 열 받네. 내 생일은 언제냐고 물어본 적도 없죠?
단아 : 그러는 강석씨는 물어봤어요?
강석 : 난 다른 여자 생일 다이어리에 적어두고 그러진 않잖아요?
단아 : (핸드폰 들고)
강석 : 아니, 싸우다 말고 어디다 전홥니까?
단아 : 혜주니?
#.17 씬. 커피숍.(낮)
혜주, 핸드폰 중. 현규, 쓰레기봉투 들고 나가고 있는.
단아E : 오늘 현규 생일인데 알려줘야 할 거 같아서. 식구들도 없으니 아침에 미역국도 못 먹었을 거야.
혜주 : (나가고 있는 현규 보면서)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언니.
친구들 들어오는.
혜주 : (핸드폰 끊고) 저기요.
친구들 혜주를 보는.
#.18 씬. 천갑의 방.(낮)
천갑,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영자 : (문 열고) 당신 좋아하는 연속극 재방송 하는데.
천갑 : 문 닫아라.
영자 : 그러지 말고 나와서 연속극이라도 봐. 당신, 맥 빠져 앉아있는 거 정말 못 보겠어.
천갑 : 문 닫으라니까.
영자 : (하는 수 없이 문 닫고)
천갑 : (생각에 빠져드는데, 울리는 전화벨) 여보세요?
#.19 씬. 한정식 집 룸.(낮)
천갑, 들어서는. 석호 일어서는.
석호 : (인사하고)
천갑 : (인사하고)
석호 : 쉬시고 계셨을 텐데, 뵙자고 해서 죄송합니다.
천갑 : 앉읍시다.
석호, 천갑 앉는.
석호 : 저를 만나는 게 달갑지 않으시리란 거 알면서도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뵙자고 했습니다.
천갑 : .....
석호 : 우리 아이와 아드님의 결혼을 반대하신다는 말 들었습니다.
천갑 : .....
석호 : 처음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내 자식 흠은 제쳐두고 서운한 마음부터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댁에선 당연히 그러실 수 있겠구나 이해가 되더군요.
훌륭하게 성장 시켜놓으신 아드님을 한번 결혼했던 저희 아이와 맺어주시기가 쉽지 않겠구나,
이해가 됩니다.
천갑 : .....
석호 : 회장님?
천갑 : 말씀해보십쇼.
석호 : 우리 아이를 좀 측은하게 생각해주실 수는 없으시겠습니까?
천갑 : .....
석호 : 멸문 했던 종가를 일으켜 세우신 할아버님 밑에서 어려서부터 목소리 한번 크게 내지 못하고
어른들 뜻에만 따라 산 아입니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처럼 연애도 한번 못해보고,
집안 어른들끼리 정한 혼인에 두 말 없이 따랐구요.
운이 짧아서 그런지 신혼 여행길에 혼자가 된 아입니다.
천갑 : .....
석호 : 이강석 실장을 만나지 않았으면, 평생 그렇게 조용히 살다가 나이 들어갔을 가여운 아입니다.
그 아이가 댁에서 반대를 한다는 것도 알면서, 마음을 접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그 접지 못하겠다는 마음이 가엾고 측은해서 에비 된 사람으로 가만있을 수만은 없어서
염치없다는 거 알면서도 이렇게 나왔습니다.
천갑 : ......
석호 : 회장님 입장에선 딸 아이 내세워 회사도 건지고,
믿음직스러운 사윗감도 얻겠다는 욕심 사나운 사람들로 보이실 겁니다. 회장님?
천갑 : 네.
석호 : 두 아이 결혼만 허락해주신다면, 저희 가족들 회사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천갑 : (굳어져서 보는)
석호 : 지난번에 제시 하셨던 보상도 원치 않습니다.
천갑 : .....
석호 : 이런 말씀이 오히려 고깝게 들리실 수 있다는 거 잘 압니다.
제 아이가 가진 흠 때문에 반대하시는 건데, 웬 돼먹지 않은 거래냐,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던 에비로 뭐든 해주고 싶어서
치졸한 말씀으로 들리리란 걸 알면서도 말씀을 올리는 겁니다.
천갑 : .....
석호 : (눈물을 흘리면서) 회장님?
천갑 : .....
석호 : 가여운 자식을 둔 못난 에비가 다시 한번만 생각해주실 수는 없냐고, 간곡하게 부탁드리는 것이니
부디 물리치지 마시고 생각을 해봐주십쇼.
천갑 : .....
#.20 씬. 길.(낮)
천갑의 차, 천갑 뒷좌석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고.
천갑 : 차 좀 세워봐라.
차 멈추면. 창 밖을 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기는.
#.21 씬. 남교수 사무실.(낮)
단아, 강석 앉아있는.
단아 : (펜 들고 다이어리에 쓰려다가) 6월 25일이예요? 생일이?
강석 : 네.
단아 : (픽 웃고)
강석 : 왜 웃습니까?
단아 : 싸움꾼 기질이 운명인 거 같아서요.
강석 : 음력이거든요. 빨리 적어요.
단아 : 양력으로 며칠인가 찾아보는 중이예요.
강석 : 그쪽은 언젭니까? 생일이?
단아 : 웃을 거죠?
강석 : 웃기는 날 태어났습니까?
단아 : 3월 1일이요.
강석 : 어쩐지 독한 게 유관순 열사 생각나게 한다 했어.
단아 : 저도 음력이거든요.
하는데, 울리는 강석의 핸드폰.
강석 : (핸드폰 보고 굳어지는) 네, 아버지?
단아 : (굳어져서 보는)
강석 : 그 사람 저랑 같이 있는데요.
단아 : .....
강석 : 학교에요.
#.22 씬. 학교 건물 앞.(낮)
천갑의 차 와서 멈추면. 강석, 단아 서있는.
천갑, 차에서 내리는.
단아 : (인사하는)
#.23 씬. 남교수 사무실. (낮)
천갑, 강석, 단아 들어오는.
천갑 : 넌 좀 나가 있어라.
강석 : 무슨 말씀 하시려구요? 저 있는데서 하세요, 아버지.
천갑 : 나가 있어.
단아 : 나가요.
강석 : (하는 수 없이 나가고)
천갑 : (앉고)
단아 : 차 올리겠습니다.
천갑 : 마시고 왔으니 그냥 앉아요.
단아 : ....(앉고)
천갑 : 하교수?
단아 : 네.
천갑 : 난 말이요, 하교수. 강석이 엄마처럼 하교수가 기구한 팔자라 이 결혼을 반대하는 건 아니요.
단아 : .....
천갑 : 나 역시 부모 일찍 여의고 넝마나 주우면서 불우하게 어린 시절을 보냈으니
기구하다면 기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오.
그 팔자를 바꾸려고 돈 귀신 소리 들으면서 오늘날까지 살아왔소.
내 자식들한테는 나와 같은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살아온 사람이요.
강석이한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돈이 없어서 강석이 위에 형을 어려서 잃어버렸소.
그 원한이 하도 깊어서 세상과 맞서서 모질게 싸우면서 살았소.
단아 : .....
천갑 : 그런 내 기질을 그대로 물려받은 저 놈이 난 자랑스럽고 믿음직스러웠소.
세상 사람들이 다 뒤에서 졸부 이천갑이라고 수군거리며 비웃는 에비를
천하에 없는 잘난 에비로 여겨준 놈이 바로 저 놈이요.
그런데, 저 놈이 하교수와 결혼하겠다고 하면서 다르게 살아보겠다고 합디다.
지금까지 처럼이 아니라 제대로 살아보겠다고.
단아 : .....
천갑 : 그 말이 내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소. 대성 건설을 인수하고 싶어서 온갖 노력을 다했는데,
저 놈이 그동안하곤 다르게 이상하게 굽디다. 난 그저 하회장님 인품에 감복이 되서,
저런 분에게 너무 심하게 하는 게 싫어서 그러는 줄로만 알았소.
그런데, 알고 보니 하교수 때문인 거요. 하교수 집에 데려왔을 때,
저 놈이 그동안 왜 그렇게 이상하게 굴었나. 다 깨달아지면서 눈이 뒤집힙디다.
내 아들놈이 여자 하나 때문에 에비 인생을 헌신짝 취급했구나 싶어서 말이요.
단아 : .....
천갑 : 하교수?
단아 : 네.
천갑 : 한 가지만 물읍시다.
단아 : 네.
천갑 : 우리가 끝까지 하교수를 며느리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면 어쩌겠소?
단아 : .....
천갑 : 저 자식은 부모도 버릴 것처럼 굴고 있는데?
단아 :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저에게 소중한 저 사람을 낳아주신 분들을 버리면서까지
저를 택해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천갑 : 그럼 끝내 우리가 반대 하면 헤어지겠다는 거요?
단아 : 죄송합니다. 그럴 수도 없습니다.
천갑 : 그럼 어쩌겠다는 거요?
단아 : 결혼을 허락하지 않으시면, 저희끼리 결혼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건 저희를 이 세상에 내놔주신 부모님께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요.
그렇지만 저 사람을 마음에서 내놓지도 않겠습니다.
천갑 : 마음에서 내놓지 않겠다면?
단아 : 시간이 흘러서 지친 저 사람이 저를 떠나겠다고 하면 그땐 보내주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다른 사람의 아내로 살아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천갑 : ......
#.24 씬. 학교 건물 앞.(낮)
천갑, 단아, 강석 천갑의 차 옆으로 걸어오는. 기사, 차 문 열고.
단아 : (강석에게) 아버님 모시고 들어가요.
강석 : .....
천갑 : 난 어디 가서 생각 좀 해야 할 거 같으니 넌 따로 와라.
강석 : 네.
천갑 : (차에 오르면)
단아 : (인사하고)
천갑의 차 떠나는.
#.25 씬. 남교수 사무실.(낮)
강석, 단아 들어오는.
강석 : 뭐라고 말씀 하세요?
단아 : .....
강석 : 심하게 하신 건 아니죠?
단아 : 아니에요. 왜 저에 대해서 반대하시는지 솔직하게 말씀하셨어요.
강석 : 반대 하신다는 말씀 하러 오신 거예요?
단아 : 끝내 반대하면 어쩌겠냐고 물으셨어요.
강석 : 그래서 뭐라고 했어요?
단아 : .....
#.26 씬. 만기의 방.(낮)
만기, 석호 앉아있는.
석호 : 죄송합니다, 아버님. 제 마음대로 그렇게 말을 했습니다.
만기 : 그랬더니 뭐라고 하드냐? 회사도 포기할 테니 단아만 받아달라고 했더니?
석호 : 아무 말도 안했습니다.
만기 : .....
석호 : 아버님?
만기 : 그래?
석호 : 만약, 그러겠다고 하면, 회사에서 물러가고 싶습니다.
아버님이 평생을 바쳐 이뤄내신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하는 게 얼마나 큰 죄인지 알지만,
단아를 위해서 그러고 싶습니다.
만기 : 그러자꾸나.
석호 : 죄송합니다.
만기 : 우리 손을 뗀다고는 하지만, 이강석 그 젊은이가 잘 지켜내지 않겠느냐.
#.27 씬. 부엌.(낮)
병도, 주정의 입에 약사발 들이밀고 있는.
삼월, 일하고 있고, 영인 물마시면서.
주정 : 넌 일요일 날까지 와서 이러고 싶니?
병도 : 사먹는 밥 질려서 저녁 좀 얻어먹으러 왔다.
회장님이 언제든 와서 밥 먹으라고 하셨잖아. 어서 좀 먹어라.
영인 : 두 분 좀 묘한 건 아시죠?
주정 : 네?
영인 : 연애 하는 분위기 살짝 풍기시는 거요?
주정 : 어머, 어머, 조카댁.
병도 : 그건 정말 아니거든요.
영인 :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고도 하던데.
삼월 : 댁에서 우리 주정이 약까지 챙겨 보내주시는데, 잘만 되면 오죽이나 좋을까.
주정 : 할멈까지 왜 그래? 정말? 난 독신주의로 직진할 생각이니까 괜히들 옆에서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병도 : 선배도 그렇구나? 나도 독신주의가 맘 편하고 좋겠다 싶은 거 있지.
조만, 뛰어 들어오는.
조만 : 회장님하고 사장님이요.
삼월 : 저, 저 엿듣는 버릇을 어째야 하나?
조만 : 사장님이 오늘 이강석씨 아버님 만나셨대요.
만나셔서 단아만 며느리로 받아주면 회사도 다 넘겨주겠다고 하셨대요.
#.28 씬. 마루.(낮)
영인, 주정, 부엌에서 나오는. 따라 나오려는 병도 발로 미는 주정.
만기의 방에서 나오는 석호.
영인 : (석호 팔 잡아끄는)
#.29 씬. 석호의 방.(낮)
석호, 영인, 주정 들어오는.
영인 : 정말이에요? 이천갑 회장 만나서 회사 넘기겠다고 했다는 게?
주정 : 조카,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 우리 회사 오빠한테는 목숨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거 잘 알잖아?
석호 : 아버님도 그러자고 하시네요.
영인 : 그렇게까지 해서 보내는 결혼이 정상적인 결혼이야? 그런 결혼해서 단아가 행복하겠냐구?
석호 : 그냥 그러고 싶었어.
영인 : 그런 일은 하실장, 하과장하고도 의논했어야 하는 일이잖아?
석호 : 그 애들도 그러자고 할 거야.
주정 : 그래, 조카. 수영이나 태영이도, 단아 생각하는 마음은 끔찍한 애들이니
그렇게 해서라도 단아 원하는 사람한테 가게해주자고하면 반대는 절대 안할 거야.
그러고 싶어서 그랬다니, 잘 했어. (나가는)
영인 : 도대체 이 집안 식구들은 왜 하나같이 이렇게 물러터진 거야?
회사 얻자고 우리 단아 데려 가겠다하면 그게 더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거 몰라?
그런 속물들이 어디 있냐구?
석호 : 그래도 어쩌겠어. 에비로 해볼 수 있는 일이 그것 밖에 없었으니.
#.30 씬. 마루.(낮)
단아, 들어오는, 주정 방에서 나오는.
주정 : 지금 오니?
단아 : 네.
주정 : 너 잘하면 시집 갈 수 있을 거 같기도 하다.
#.31 씬. 단아의 방.(낮)
단아, 굳어져있는. 주정 그 앞에.
주정 : 회사 집어삼키자고 그렇게 열 내던 양반이니 또 모르잖니?
단아 : ....
주정 : 단아야?
단아 : 네.
주정 : 할아버지랑 아버지, 너 위하셔서 어려운 결정 하신 거니까
만약 그 집에서 결혼 허락하면 아무 소리 말고 그냥 가.
단아 : .....
#.32 씬. 강석의 집 거실.(낮)
강석, 들어오는. 영자, 소파에 앉아있는.
강석 : (다가와서) 저 들어왔어요.
영자 : 밥도 같이 먹기 싫어서 새벽같이 나가더니 왜 벌써 들어오니?
강석 : 아버지는요?
영자 : 아까 나가셔서 안 들어오셨어. 집에 들어오고 싶으시겠니? 어디 가서 또 술 드시고 있으시겠지.
#.33 씬. 원룸 앞.(밤)
현규, 친구들 걸어오는.
성민 : 그래도 해보니까 재밌지 않나? 친구?
현규 : 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드라. 니들은 그걸 어떻게 매일 몇 시간씩 하냐?
근데 왜들 안가고 따라오는데?
강하 : 혼자 사는 친구 외로울까봐 따라오는 거 아니겠나?
#.34 씬. 현규 원룸.(밤)
현규, 친구들 들어오는. 현규, 불을 켜는데. 혜주 서있는.
작은 상에 케잌 놓여있고, 방 안에 조촐하지만 예쁘게 생일 분위기 나게 장식되어 있는.
현규 : (놀라고)
성민 : 어, 빨리도 꾸며놨네요.
강하 : 이 자식 게임 그만하고 가겠다는 거 피씨 방에 잡아두느라 진짜 혼났어요.
혜주 : 고마워요.
현규 : 어떻게 알았어요? 내 생일인지?
혜주 : 하교수님이요.
현규 : .....
케잌 끄고 있는 현규, 혜주, 친구들 생일 축하 노래 하고.
현규 : (혜주에게) 고마워요.
성민 : 우리도 이 생일 파티에 일조 했다 뭐.
현규 : (손 벌리면서) 생일 선물들이나 내놔봐라.
강하 : 친구, 우정을 너무 물질적으로 계산하려 들면 쓰겠는가? 우리 마음만 받게나.
성민 : 이렇게 외로운 친구와 같이 있어주는 게 선물 아니겠나?
현규 : 하여간 입들만 살아가지곤.
성민 : 근데 우린 그렇다 치고, 선물은 없어요?
혜주 : ......
강하 : 현규 이 자식 생일까지 챙겨주는 거 보면 이 자식한테 좀 특별한 마음 있는 거 아니었나?
혜주 : .....
#.35 씬. 길.(밤)
현규, 혜주 걸어오는. 혜주의 차 옆에 서는.
현규 : 고생 했어요. 미역국까지 끓여주고.
혜주 : 나 그런 거 할 줄은 몰라요. 인스턴트 끓이기만 한 거예요.
현규 : (웃고) 그래도 정성이 갸륵하잖아요.
혜주 : 저기.....
현규 : (보면)
혜주 : (선물을 내미는)
현규 : 왜 아까 안주고?
혜주 : 친구들 앞이라서.....
현규 : (미소 지으며, 상자를 열면, 작은 오르골이 들어있다, 열어보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예쁘네요.
혜주 : 그날, 처음 거기가 벚꽃 나무 밑에서 웃고 있던 거 보던 날,
나무에 걸려있던 스피커에서 나오던 음악이에요.
현규 : ......
#.36 씬. 현규 원룸.(밤)
현규, 오르골을 들여다보고 있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37 씬. 강석의 방.(밤)
강석, 책상 앞에 앉아있으면, 노크 소리.
강석 : 네.
혜주, 문 열고 들어오는.
강석 : 지금 들어와?
혜주 : 언니한테 고맙다고 해줘.
강석 : 그 자식 생일 챙겨줬냐?
혜주 : 응.
강석 : 고마워하디? 그 녀석?
혜주 : 응.
강석 : 오빠 살짝 삐치려고 한다. 오빠 생일은 안 챙겨주면서.
혜주 : 미안해.
강석 : 자식, 농담이야. 가서 자라.
혜주 : 응. (나가는)
#.38 씬. 강석의 집 거실.(밤)
천갑, 들어오는, 기다리고 있는 영자.
영자 : 왜 이렇게 늦었어요? 술도 안 마신 거 같네. 누구 사람 만난 거야?
천갑 : (방으로 움직이는)
#.39 씬. 천갑의 방.(밤)
천갑, 옷을 벗어 주면, 영자 받으면서.
천갑 : 강석인?
영자 : 아까 일찍 들어왔어. 그래도 미안하긴 한 모양이야. 밥도 같이 먹기 싫어서 일찍 도망 나가더니.
#.40 씬. 강석의 방.(밤)
천갑, 문 열고 들어오는. 강석 일어서는.
천갑 : 오늘 낮에 하교수 아버지 만났다.
강석 : .....
천갑 : 회사도 다 넘길 테니 자기 딸만 받아주면 안되겠냐고 하드라. 눈물까지 흘리면서.
강석 : .....
천갑 : 그래서 하교수 만나러 갔었던 거다. 어떤 아버지한테 저리도 귀한 자식인데, 다시 한번 봐보자 하고.
강석 : 회사 때문에 마음이 움직이시는 거예요?
천갑 : 나쁜 놈.
강석 : ....
천갑 : 너도 네 에빌 세상 사람들처럼 돈 귀신 붙은 졸부 이천갑으로 보고 있는 거야.
강석 : 그게 아니구요, 아버지.
천갑 : 회사 때문이 아니라, 그 애절한 아버지 마음 때문에 마음이 움직이더라.
강석 : 아버지.
천갑 : 그래, 난 한발 물러서마. 너 아니면 평생 혼자 살겠다고 하는 그 애 마음도 애잔하고.
강석 : 고맙습니다, 아버지.
천갑 : 하지만, 나 네 엄마 설득할 자신은 없다. 난 물러나는 것만 해줄 테니 나머진 네가 알아서 해.
난 한마디도 안 거들 테니까 내 도움은 아예 기대도 하지 말구.
강석 : 네, 아버지.
#.41 씬. 단아의 방.(밤)
단아, 앉아있는데, 울리는 핸드폰.
단아 : 네.
강석E : 아버지는 허락하시겠대요.
단아 : .....
#.42 씬. 강석의 방.(밤)
강석 : (핸드폰) 기쁜 소식인데, 정말이요? 하고 놀라지 않아요?
단아E : 다른 말씀은 안하세요?
강석 : 무슨 다른 말씀.....혹시, 두 분 만나신 거 알아요?
단아E : 네.
강석 : 우리 아버지, 회사 때문에 우리 결혼 허락하시겠다고 한 거 아닌가, 그러는 거예요?
나도 그 말씀 드렸다고 나쁜 놈 소리 들었어요.
#.43 씬. 단아의 방.(밤)
단아 : (핸드폰)
강석E : 너도 세상 사람들처럼 날 돈 귀신 붙은 졸부 이천갑으로 보는 거라구.
단아 : (밝아지는)
강석E : 우리 한고비는 넘긴 거 같아요. 어머닌 내가 알아서 설득해보라고 하시네요.
그래도 아버지가 허락해주신 게 어디예요.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단아 : 감사해서요. 우리 아버지도, 강석씨 아버님도..... 너무 감사해서요.
#.44 씬. 강석의 방.(밤)
강석 : (핸드폰) 우리 한고비 넘긴 거 자축하는 의미로 전화 하면서 또 밤이나 새보죠.
#.45 씬. 단아의 방.(밤)
단아 : (핸드폰 들고 미소 짓는)
강석E : 아, 그리고 어른들께는 말씀드리지 말아요.
단아 : 왜요?
강석E : 내가 가서 말씀드리게요. 미운털 한 개라도 빼야 하잖아요?
단아 : (미소 짓는)
#.46 씬. 말순의 집.(밤)
진아, 누웠다가 일어나는. 말순, 누워서 입 틀어막고 흐느껴 우는.
진아 : (말순 옆에 앉으며 어깨 잡고) 언니?
말순 :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 자식을 얼마나 만났다구. 정이 들면 얼마나 들었을 거라구.
근데, 그냥 자꾸 눈물이 난다.
진아 : (말순을 끌어안는)
#.47 씬. 회사 전경.(낮)
#.48 씬. 회사 복도.(낮)
진아, 청소하고 있는데, 걸어오는 태영.
태영 : (인사하는)
진아 : (인사하고) 저, 잠깐 시간 있으세요?
#.49 씬. 회사 일각.(낮)
태영, 진아 서있는.
진아 : 언니, 어머니가 하과장님 만난 거 알고 그러는 거예요.
하과장님하고 더 가까워지면 언니 가족들 때문에 부담스러워 하실까봐서요.
태영 : (아, 하는 느낌으로)
진아 : 잠도 못자고 계속 울기만 해요, 언니.
태영 : .....
#.50 씬. 길.(낮)
멍하니 서있는 말순,
장기, 신호 조작기 앞에서.
장기 : 뭐해요? 선배? 위반하는 차도 안 잡고.
말순 : 어? 어?
장기 : 진짜 왜 그래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말순 : (핸드폰 울리고, 번호 보고)
장기 : 전화 안받아요?
말순 : (밧데리 빼버리는)
장기 : 무슨 전환데 안받아요?
#.51 씬. 수영의 사무실.(낮)
수영, 일하고 있으면, 들어오는 태영.
태영 : 형?
수영 : (보고)
태영 : 오늘 퇴근하고 오진아씨랑 만날 거야?
수영 : 그건 왜?
태영 : 집에 인사 오기로 했으니 의논할 일도 많을 거 아냐?
수영 : 인사 오는데 의논할 일이 뭐가 많아?
태영 : 어쨌든 퇴근하고 오진아씨 좀 만나.
수영 : 왜 그래? 나 오늘은 서류 정리해야 할 게 있어서 늦게 퇴근해야 할 거 같은데.
태영 : 나 말순이 집에 좀 가야 할 거 같아서 그래. 둘이 좀 얘기해야 해서.
수영 : 그럼 밖에서 만나면 되잖아?
태영 : 내 전화 안받거든. 그래서 집으로 가야하는데, 오진아씨 있으면 좀 곤란해서 그래.
수영 : (미소 지으며) 진아씨도 없는 집에서 뭐하려구?
태영 : 형은. 형답지 않게 응큼하니 왜 그래?
수영 : 알았다. 진아씨 집에 못 가게 여기 같이 있을 테니 가서 얘기 많이 해라.
태영 : (나가려다가) 형?
수영 : (보면)
태영 : 우리 합동결혼식 할래?
수영 : 뭐?
#.52 씬. 만기의 방.(밤)
만기, 석호, 영인, 단아, 강석, 주정 앉아있는.
강석 : 아버지께서는 허락하셨습니다.
만기 : (끄덕이고)
강석 : 회사는 제가 결정한대로 공동 경영체제로 가시겠다십니다.
석호, 영인, 주정 서로를 보는.
강석 : (석호에게) 아버님?
석호 : (보면)
강석 : 고맙습니다. 아버님, 만나시고 마음이 움직이신 거 같습니다.
석호 : .....
영인 : 어머님은요?
강석 : 어머님은 아직.
영인 : 어머님 허락 없이 결혼할 순 없잖아요?
강석 : 어머님도 곧 허락해주실 겁니다.
영인 : 글쎄, 난 꼭 그럴 거 같진 않은데.
주정 : 조카댁. 오늘은 여기까지. 아버님 허락 받아서 좋아라 하고 달려온 사람 너무 몰아세우지 말고.
만기 : 에미야?
영인 : 네.
만기 : 이 사람 저녁상도 같이 차리거라.
영인 : 아버님? 아직, 결혼 할 거로 결정이 된 것도 아닌데, 오늘은 그냥 보내시는 게 어떨까요?
만기 : 결혼을 하든 안하든 밥 때 맞춰 온 손님 아니냐. 먹여 보내거라.
#.53 씬. 부엌.(밤)
삼월, 조만, 단아, 식사 준비하고 있는.
영인, 주정 한 켠에서 얘기하고 있는.
주정 : 너무 까탈스럽게 그러지 말아요, 조카댁. 예비 사위 주눅 들어요.
영인 : 예비 사위는 무슨 예비 사위예요. 아직 결정이 된 것도 아닌데.
고모님은 저 사람 어머니 안 만나보셔서 그래요. 얼마나 말도 모질게 하던지.
삼월 : (헛기침하는)
영인 : (삼월을 보면)
삼월 : (단아를 눈으로 가리키는)
영인 : 눈치 주지 마세요. 전 할 말은 해야 한다니까요.
#.54 씬. 만기의 방.(밤)
만기, 석호, 동동, 강석 앉아있는.
영인, 단아, 조만 밥상 들고 들어오는.
영인 : (만기 앞에 밥상 내려놓으며) 이실장?
강석 : 네?
영인 : 이실장은 나와서 먹어요. 아버님?
만기 : 그래?
영인 : 아직 우리 집 사람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사람을 아버님 방에서 함께 식사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
그냥 아직까지는 손님이니 밖에서 먹게 하고 싶습니다.
만기 : 그래. 네 생각대로 하거라.
영인 : 나와요, 이실장.
#.55 씬. 마루.(밤)
영인, 단아, 주정, 삼월, 조만, 동동, 강석 식사하는.
동동 : 근데요. 아저씨?
강석 : 응.
동동 : 제가요, 진짜 헷갈려서 그렇거든요.
강석 : .....
동동 : 아저씨 진짜 나쁜 놈이었잖아요.
주정 : (킥하고 웃고)
삼월 : 동동아, 그런 말 하는 거 아냐.
강석 : (미소 지으며) 그런데?
동동 : 아저씨가 우리 회사 망하게 할 나쁜 놈이었잖아요.
근데요. 어떻게 우리 고모랑 결혼하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강석 : 얘기하자면 좀 복잡한데.
동동 : 고모?
단아 : 응?
동동 : 이 아저씨 나쁜 놈이었다가, 좋은 놈으로 바뀐 거예요?
#.56 씬. 말순의 집.(밤)
말순, 소주 따라 마시면서 울고 있는. 문 두드리는 소리.
말순 : (일어나서 문 여는)
들어서는 태영.
말순 : (놀라서) 너, 왜 왔어?
태영 : (신발 벗고 들어오는)
말순 : (잡으면서) 왜 들어와, 너랑 나랑 끝났잖아?
태영 : 누가 끝났대? (앉는)
말순 : (잡아 일으키며) 가.
태영 : (소주병을 보고) 가지가지 한다. 왜 혼자 이러고 있는데?
말순 : 알 거 없으니까 가라구.
태영 : (말순을 잡아 앉히는) 야, 나 말순.
말순 : (외면하면서) 가라니까.
태영 : (말순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똑바로 보는)
말순 : (시선을 피하는)
태영 : 나 봐.
말순 : 가라, 제발.
태영 : 나 보라니까.
말순 : (바라보는)
태영 : 너한테는 징글징글한 가족인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내가 사랑하는 여자 피붙이다.
말순 : .....
태영 : 네가 개망나니로 살아온 나 다 이해하고 받아주는 것처럼 나도 그럴까 싶은데, 네 생각은 어떠냐?
말순 : .....
#.57 씬. 수영의 사무실.(밤)
수영, 진아 도시락 먹고 있는.
수영 : 나가서 먹고 와도 된다니까.
진아 : 일 하셔야 하잖아요?
수영 : 맛있는 거 먹여주고 싶으니까 그렇죠.
진아 : 이것도 무지 맛있거든요. 말순 언니랑, 동생분 화해하시고 계신 거겠죠?
수영 : 그 자식, 합동 결혼하면 어떻겠냐고 하던데요?
진아 : (밝아지면서) 그럼?
#.58 씬. 말순의 집.(밤)
말순, 태영 앉아있는.
태영 : 내일 점심 때 피자 먹자.
말순 : 갑자기 피자는?
태영 : 우리 아들놈 피자 좋아하거든.
말순 : (보면)
태영 : 아들놈한테 허락은 받아야 할 거 아니냐? 아빠 장가가도 되겠냐구.
말순 : (멍하니 보는)
태영 : 네가 지고 있는 짐 빨리 나눠지려면 빨리 결혼하는 수밖에 없잖냐?
말순 : 하태영?
태영 : 프로포즈 너무 맹숭스럽냐?
말순 : .....
태영 : 그래도 내 아를 낳아도 하는 것보단 근사하지 않냐?
말순 : .....
태영 : 무릎 꿇고 나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그래줄까?
말순 : (눈물 흘리면서) 나 진짜 싫어. 우리 식구들 너 괴롭히는 거.....
태영 : (끌어안고 입을 맞추는)
#.59 씬. 강석의 집 거실.(밤)
천갑, 순진 연속극을 보고 있는.
영자 : (이상한 눈으로 천갑을 보면서) 어째 당신 좀 이상해.
천갑 : 이상하면 치과 가라.
영자 : 정말 이상해, 당신.
강석, 들어오는.
강석 : 다녀왔어요.
천갑 : 그래.
영자 : 저녁은?
강석 : 먹었어요, 하교수 집에서.
영자 : (일어나며) 뭐? 네가 왜 하교수 집에서 밥을 먹어?
강석 : 말씀드릴 일이 있어서 갔는데 먹고 가라고 하셔서 먹고 왔어요.
영자 : 너 왜 이러니? 정말? 여보, 얘 하교수 집에 갔었대.
천갑 : (못들은 척 하면서, 순진에게) 저 대사는 좀 싸 보이지 않냐?
순진 : (이상한 눈으로 천갑과 영자를 번갈아보는)
영자 : 당신 왜 아무 말도 안 해? 강석이 하교수 집에 갔었다고 하는데.
천갑 : 오늘도 그 얘기가 그 얘긴 거 같다. (일어나서 방으로 들어가는)
영자 : 여보.
#.60 씬. 천갑의 방.(밤)
천갑, 들어와서 침대에 눕는. 영자 따라 들어오는.
영자 : (천갑 일으키면서) 일어나봐, 당신.
천갑 : 허리 아파서 그런다.
영자 : 왜 그래? 당신, 강석이한테 넘어간 거야? 강석이한테 져주기로 한 거냐구?
천갑 : (영자손 잡으며) 어쩌겠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데.
저 자식, 하교수 아니면 못 살 거 같다잖냐? 자식 놈 살려는 놓고 봐야지.
영자 : (손 뿌리치며 벌떡 일어나는) 그럼 난? 나 죽는 건 괜찮구?
#.61 씬. 강석의 방.(밤)
강석, 옷을 갈아입고 돌아서는데, 문 벌컥 열리고 들어오는 영자.
영자 : 너, 아버지 구워삶았다고 다 된 건 줄 알면 오산이야.
난 죽으면 죽었지, 그런 애 내 며느리로 못 들여.
강석 : 어머니?
영자 : 네 엄마 죽어나가는 꼴 보고 싶으면 맘대로 해.
강석 :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세요, 어머니.
영자 : 다르게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난 싫어, 싫다구. 그런 끔찍한 애 내 집에 들이는 거 싫단 말이야.
강석 : 어머니, 이러지 마시구요.
영자 : 나 죽고 나서 네 마음대로 해.
강석 : 어머니.
영자 : (나가버리는)
강석 : .....
#.62 씬. 강석의 집 전경.(아침)
#.63 씬. 천갑의 방.(아침)
영자, 누워있는. 천갑, 그 옆에 서서.
천갑 : 밥 먹자, 여보.
영자 : .....
천갑 : 밥은 먹어야 할 거 아니냐?
영자 : 밥은 먹어서 뭐해? 사람 취급도 못 받는데.
천갑 : 사람 취급도 못 받긴? 누가 당신을 사람 취급도 안한다고 이러냐? 이러길?
영자 : 내가 이 집안에서 무슨 사람이야.
남편한테도 마누라 취급 못 받고, 자식들한테도 에미 대접 못 받는데.
#.64 씬. 강석의 집 거실.(아침)
강석, 혜주, 2층에서 내려오고, 천갑, 방에서 나오는.
천갑 : 네 엄마 싸고 누웠다.
강석 : (천갑 방으로 움직이려고 하면)
천갑 : (잡으면서) 좀 둬보자. 너 보면 또 흥분만 할게다.
강석 : ......
#.65 씬. 피자 집.(낮)
동동, 물끄러미 말순을 보고 있는.
말순, 여성스럽게 꾸미고 나와 앉아있는,
태영,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동동과 말순을 보고 있는.
태영, 동동이 나란히 앉아있고, 말순은 맞은편에 앉아있는.
태영 : 동동아?
동동 : 왜?
태영 : 이 아줌마 경찰이다. 싸움도 무지 잘해. 깡패 아저씨들도 막 패주고 그래.
동동 : 그런데?
태영 : 그렇다구. 이 아줌마한테 무술 배우면 현지한테 맞고 다니는 일은 없을 거야.
동동 : 나 현지한테 쭉 맞기로 했어. 그런데 현지, 이젠 나 안 때려.
말순 : 동동아, 피자 먹어.
동동 : 아빠?
태영 : 응?
동동 : 왜 이 아줌마하고 피자 먹어야 하는 거야?
말순 : .....
태영 : .....
동동 : 아빠 연애 해?
태영 : 동동아?
동동 : 이 아줌마랑 결혼 할 거야?
태영 : .....
동동 : 그런 거지?
태영 : 동동아? (동동의 손을 잡고) 아들?
동동 : .....
태영 : 아빠가 그동안 많이 잘못하고 산 거 알아. 그래서 너 마음 아프게 한 일도 많다는 거.
동동 : .....
태영 : 아빠도 그렇게 사는 아빠가 마음에 안 들었어. 그런데 말이야. 이 아줌마 만나고, 정신 차렸어.
이 아줌마가 아빠 정신 차리고 살게 만들어줬거든.
동동 : 그래서?
태영 : 아빤, 이 아줌마랑 결혼하고 싶은데.
동동 : (말순을 보는)
태영 : 하지만, 동동이 네가 싫다고 하면 아빠 결혼 안 해. 그냥 결혼하지 말고 살라고 하면, 그럴 거야.
동동 : 아줌마?
말순 : 어? 어.
동동 : 우리 아빠 바람피는 거 아세요?
말순 : .....
태영 : 아빠, 다신 안 그런다니까. 아빠 옛날처럼 그렇게 살지 않을 거야.
동동 : 그런데도 우리 아빠랑 결혼하실 거예요?
말순 : 아줌마, 싸움 진짜 잘해, 동동아. 깡패들 몇 명도 막 매다 꽂고 그래.
아빠가 또 그렇게 못되게 굴면 이 아줌마가 두들겨 패놓을 거야. 믿어봐.
동동 : 아빠?
태영 : 응?
동동 : 결혼은 해도 좋아.
태영 : 동동아.
동동 : 그런데, 또 이혼하면, 나 아빠랑 안살거야.
태영 : (동동 끌어안으며) 자식. 그런 일 없을 거야.
말순 : (울먹한 심정으로 동동을 보는)
#.66 씬. 만기의 방.(밤)
만기, 석호, 영인, 수영, 태영, 단아, 주정, 동동 앉아있는.
주정 : (태영에게) 무슨 중대 발표가 있다고 다 불러 모아?
태영 : 할아버지?
만기 : 말 하거라.
태영 : 저, 결혼할 사람이 있습니다.
주정 : 야, 너까지. 아니, 무슨 삼남매가 동시다발적으로 연애들을 했다니?
만기 : 조용히 좀 해라.
영인 : 혹시, 그때 회사에서 본 경찰 아가씨 말하는 거예요? 하과장?
주정 : 경찰? 여자 경찰이야?
태영 : 네, 어머니. 오늘 동동이도 만나서 정식으로 인사했습니다. 동동인 결혼해도 좋다고 했구요.
주정 : 동동아? 이쁘디?
동동 : 싸움은 무지 잘하신대요.
주정 : 아니, 애 처음 만나서 웬 싸움 얘기.
만기 : 조용히 좀 하라니까. 태영아?
태영 : 네, 할아버지.
만기 : 넌 내가 이 말 하면 형하고 또 차별한다 싶겠지만 그래도 해야겠구나.
너희 둘 다 이혼을 했지만, 원인 문제에 있어선 좀 차이가 있지 않느냐?
태영 : 네.
만기 :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한 일이냐?
태영 : 네. 저도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이 망설이고 갈등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다 싶습니다.
만기 : 사람은 말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사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
인생이라는 게 그렇게 낭비해버릴 만큼 길지가 않다.
태영 : 네, 할아버지. 무슨 말씀인지 잘 압니다.
만기 : 네가 신중하게 생각하고 선택한 사람이라니, 어디 한번 보기나 해보자꾸나.
#.67 씬. 마루.(밤)
석호, 영인, 수영, 태영, 주정, 단아, 방에서 나오는.
주정 : 할멈?
부엌에서 나오는 삼월.
삼월 : 어?
주정 : 태영이도 여자 있다네.
삼월 : (태영을 보고)
주정 : 수영이 색시감 인사 오는 날 같이 온대요.
삼월 : 무슨 말이야?
주정 : 태영이도 장가가겠다고 한다니까.
영인 : 하과장, 나 좀 보죠.
#.68 씬. 태영의 방.(밤)
태영, 영인 들어오는.
영인 : 그때도 내가 말했지만, 하과장은 반성의 시간을 좀 가진 뒤에
재혼 생각을 해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태영 : 반성 많이 했는데요.
영인 : 내가 보기엔 별로 그런 거 같지 않은데.
태영 : 어떤 면에서요?
영인 : 그냥 느낌이 그래요.
태영 : 제가 덤벙대고 히히거리고 사니까 믿음이 안 가시는 거 같은데 어머니?
영인 : (보면)
태영 : 저 정신 차렸어요. 좀 믿어주세요.
영인 : 하과장?
태영 : 네.
영인 : 하과장, 결혼해도 분가는 안돼요.
태영 : 네?
영인 : 한동안은 내 감시의 눈초리 피하기 힘들 거예요. (나가는)
태영 : 우리 말순이한테 감시당하고 사는 거 보이면 안 되는데. 진짜 쪽팔린데.
#.69 씬. 학교 전경.(낮)
#.70 씬. 남교수 사무실.(낮)
단아, 강석 서있는.
강석 : 토요일인데, 야외로 나갑시다.
단아 : 집에 들어가 봐야 해요.
강석 : 왜요?
단아 : 오늘 새언니 되실 분들 인사 오시거든요.
강석 : 새언니 되실 분들이요?
#.71 씬. 마루.(낮)
영인, 강석, 단아 서있는.
강석 : (인사하는)
영인 : 웬일이에요? 또?
강석 : 오늘 중요한 손님분들 오신다고 해서요.
영인 : 그런 날인 줄 알면서도 왔단 말이에요?
강석 : 그런 날이니까 더 와야 하지 않나 해서요.
형님들과 결혼하실 분들인데 저도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나요?
영인 : (단아 보고)
단아 : 전 오지 말라고 했어요, 어머니.
강석 : 제가 우겨서 따라 왔습니다.
영인 : 뻔뻔한 건지 넉살이 좋은 건지.
#.72 씬. 종가 마당.(낮)
수영, 진아, 태영, 말순 걸어 들어오는.
진아, 말순, 집을 보고 굳어지는.
말순 : 집, 집이 왜 이렇게 커?
태영 : 그냥 마당만 조금 넓은 거야.
진아 : (말순을 보면서) 언니?
말순 : 응.
진아 : (말순 손 잡는) 저 너무 떨려요.
말순 : 나두.
태영 : 형수님? 떨리시면 형님 손을 잡으셔야지 왜 우리 말순이 손을 잡으십니까? (말순의 손을 잡는)
수영 : (진아의 손을 잡고) 떨 거 없어요.
네 사람 집을 향해 걸어가는데, 말순, 구두 때문에 비틀하면서 넘어지는.
태영 : (놀라서 잡으며) 말순아?
그런 네 사람의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