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6월3일
행복에 대해서
자기 행복해? 너는 행복해야 해! 너의 행복을 빌어 줄 거야! 등등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이야기한다. 갑자기 당신 행복해? 물으면 글쎄,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내 집이 있어서 행복한 것인가? 운전을 못 하고 자동차가 없고 그래서 나는 불행한 것인가? 시인이라서 행복한가? 생각하면 즐거운 시간이 곧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이 되는 것 같다.
운전을 안 하는 나에게 지인들이 불편하지 않으냐고 묻는다. 면허증을 취득한 뒤에 몇 달간 운전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경주로 청도로 친구에게 운전 연수를 받은 기억이 난다. 친구는 무작정 대전 엄마에게 한 번 다녀오면 운전하는데 자신이 붙는다고 나를 부추겼다. 끝내 고속도로를 타보지 못 하고 운전을 포기했다. 운전은 정말 자신이 없다, 운전하면서 시내에서 역주행도 해보고 복잡한 곳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거리다가 급기야는 내려서 주차요원에게 대신 운전해달라고 한 웃기는 일도 있었다.
자동차를 남편에게 반납하고 뚜벅이 삶을 택했다. 크게 불편한 것은 없다. 내가 운전 할 마음이 싹 사라졌기 때문에 어지간한 일로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운전을 안 하면 주변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것도 일리 있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친구에게 신세 지는 일이 많으니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언제나 있다.
의기소침해서 ‘선생님 저도 용기를 내서 운전을 다시 해볼까요? 오래전에 스승님께 여쭈었더니 그런 일로 상심하지 말라고 하셨다. 운전할 수 있는 사람도 자동차를 사는 것부터 유지비까지 형편 안 되는 사람이 많다고 하셨다. ‘운전기사 두면 되잖아, 다 잘하면서 살 수 있느냐’라고 위로를 해주셨다. 그 후로 문인협회 모임에는 언제나 선생님을 모시고 다녔다. 정확히 말하면 선생님이 제자를 태워서 다닌 것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나에게는 행복이다. 산책길에서 만난 청설모랑 눈을 맞추고 한참 있을 때, 길가에 하늘거리며 피어있는 개망초에 마음을 빼앗겨서 멍하니 서 있을 때, 입안에 달콤한 침이 고인다.
함께 밥을 먹으면 좋다! 맛있다! 라는 소리가 술안주처럼 나오는 밥 친구가 있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나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내가 밥을 먹는 속도가 느리다. 그리고 천천히 오래 먹으면서 양도 적다. 나를 이해하고 천천히 먹어주는 사람이 아니면 커피 정도만 마신다. 밥을 먹는 친구는 나에게는 소중한 사람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식사하고 커피 마시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랑 있으면 좋아! 라는 말을 수없이 하는 나를 볼 수 있다. 밥을 먹는지 얘기를 먹는지 모를 정도로 쾌감을 느낀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그런 친구다. 그날 나는 무지 행복하다.
오늘은 짜증 내지 말자. 화내지 말자. 따스한 말을 많이 하자. 누군가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선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