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너무덥다. 산중턱 참깨들도 밑둥이 노래지기 시작하면 베어야 하는데 35도를 오르내리는 불볓더위에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씨앗이터져서 하얀낱알이 바닥에 흩어졌다. 조금만 심을걸 어쩌자고 두마지기를 심어서 감당을 못하는지 모르겠다. 고추와 참깨는 수확 시기가 겹친다. 또 이작물들은 최고 더울때가 수확기라 더욱 힘이든다. 작년에 하루에 다 베었다가 여물지 않고 시퍼런잎사귀를 베었다가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고나서 올해부턴 시차를두고 수학하기로헸다.
엣날에는 6월에 씨앗을 심어 9월에 처서 지나서 베면 되는데 지금은 한달을 당겨심으니 무더위에 이 고생을 한다고 한다. 10분만에 온몸이 땀으로 적셔진다. 고랑에 앉아보니 조금 햇볓이 가려지는걸보니 내가 작기는 작은가보다. 웃음이 나온다.
언듯 작은 새집이 보인다. 크지도 않은 참깨줄기 중간에 앙증맞은 애들 주먹만한 새집에 퍼런알하나와 네마리의 아주작은 새끼들이 들여다보는 내게 모두 입을 벌린다. 아직 눈을 뜨지않아 기척만 들리면 입을 벌린다.아마 개개비인것같았다. 이 새를 보호하자면 보름정도는 근방의 깨를 베지 말고 기다려줘야되는데 그렇게되면 그 사이 깨는 모두익어 쏟아져버릴것이며 김장채소도 그 근방은 심지 말아야할것같다. 혹시새집의 줄기가 꺽길까봐서 근방의 여러개의줄기를 끈으로 합해 묶어주고나서 햇빛을 마른풀로 그늘을 만들어줬다. 어미새가 돌아와 머리위로난다. 오늘은 그만 해야될것같다, 빈둥지가 허전해도 잘 키워서 나가길 빌어본다.
돌이켜보면 아이들이 어릴때가 살기가 힘겨웠다.애들교육비며 집장만비용이며 시골 부모님 농사비용이며 동생들 학비까지. 죽을래도 죽을수도없던 모진세월을 이겨냈다. 아이들이 커서 취업하고 하나는 해외에서 살면서 우리집은 갑자기 호젓해졌다..
저 작은 새집처럼 작은집에서부대끼며 살던 시절로 돌라갈수는 없을까?
결혼식 올리고 사흘만에 영종도로 일하러가는 나를 젊은 아내는 눈물로 보냈다.. 하루에 두번 여객선이뜨고 네시면 버스가 끊기던 섬. 그 삼목도엔 개금이 참 많았다. 보름만에 집에올때마다 자루에 가득담긴 누런 개금을 임신한 몸으로 단칸방에서 개금을 깨물며 보름을 . 기다린 세월도 이젠 추억이 돼 버렸다.
너무더우면 모기도 없는 법이다. 몸에 스프레이도 뿌리지않고 산속을 뒤진다. 빛바렌 사진첩을 뒤지듯이 개금나무 주름진 넙적한잎을찿아야 한다. 너무 햇빛이많지않으며 키도 크지않고 둥치도가늘지만 가지많은 나무.. 꼭 내삶과 닮았다.
오늘은 주름진 아내에게 개금을 한바구니 건넬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