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追憶)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惰)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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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균 시인의 설야가 저절로 입가에서 흥얼거려지던 계룡산 기슭 작은 찻집에서 뵙고 싶었던 분들 얼굴 익히고 뉘 그리운 날의 소문처럼 진눈깨비 하냥 내리는 길을 거친 숨을 몰아쉬는 고물차의 엑셀레이터를 밟아대며 돌아 왔습니다.
겹겹히 어둠이 쌓인 산들이 나를 잡아당기며 돌아가라고 했지만 아쉬움만 그리고 죄스러움만 남기고 그렇게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어려운 시간, 고마운 시간, 함께 해주신 분들 좋은 인연으로 살아가는 날들에게 희망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잇몸이 드러날 정도로 환하게 웃어주신 박서영 작가님, 유연한 허리로 젊음을 과시하고 속 깊은 배려로 아우들을 챙겨주신 그 마음에 반했답니다. 여깡이라는 말보다는 여걸이라는 말이 훨씬 어울린다는 생각입니다.
뵙고 싶었던 은하영 시인님, 차분하고 은은하게 풍기는 웃음이 별미였습니다. 시장기가 가시지 않는 늦은 시간 유교수님의 강의가 더 깊어지면서 사실 뱃속에서는 가끔 아우성도 들렸지만 그 때마다 옆에 앉은 은하영 시인님의 웃음이 허기를 채웠나봅니다. 고운 만남 아름다운 인연을 얻을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처녀같던 아해님, 붉은 입술만큼이나 정열적인 몸짓 그리고 거침없는 행동 하지만 능구렁이 세마리 드신 것같은 나이같지 않은 속 깊은 배려까지 빼 놓을게 없었습니다. 총무라서 술도 자제해야 한다는 말씀 하실 때 너무 죄송했던 것 아시죠? 하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예쁜게 죄지 어디 아해님께서 다른 죄야 있겠습니까?
하얀꽃님, 문학에 대한 열정에 탄복했습니다. 그 열정이면 시란 놈도 금방 정복 되리라 믿습니다. 전 십수년이나 오르려 했어도 감히 산 언저리만 맴돌고 있는데 어쩜 하얀꽃님 앞에서는 시의 산도 금방 정상의 시퍼런 등을 내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사유의 깊이가 겉모습까지 그대로 드러나신 불새님, 앞에 앉아 계셔도 술 한잔 제대로 권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날개님, 사내다움을 그대로 가지고 계신분, 덥석 잡아 흔들어주시던 사내들만이 느낀 따뜻한 정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황인교 시인님, 작품에서 뵐 수 있었던 날카로운 감성이 그대로 보였습니다. 시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글동네를 아껴주시는 마음 볼 수 있었서 좋았습니다 처음 자리라 많은 이야기 나누지 못한 아쉼이 컸지만 그래도 이제 시작이니 더 좋은 자리가 있으리라 믿으며....
성천 시인님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자잘한 것까지 다 챙기시느라고 고생 많으셨다는 말씀 들었습니다. 곧은 마음이 보였습니다. 떨리면서 진행하시는 모습에서 순수함도 보이시고 큰 시인이 되실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니아님 눈빛만큼은 가장 빛났던 분으로 그리고 황 선생님으로 기억되는 분 또 이야기 한번 제대로 나누지 못했지만 감미로운 목소리의 낭송 시인님, 대전의 멋진 여류 시인 강하늘 시인님 모두 가슴에 한 폭 풍경으로 담았습니다.
유교수님의 시에 대한 강의 잘 들었습니다. 내면에 있는 슬픔을 그리시라는 말씀도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꼭 다시 인사 드리겠습니다.
밤 새워 피웠을 문학의 꽃이 지금쯤 계룡산 자작 나무 숲에 눈꽃으로 환히 피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꽃을 가슴에 품고 귀가하신 여러 작가님,시인님들께서도 이제부터 실타래를 풀듯 이야기의 끈을 풀어내시고, 맑은 별밭에 촘촘히 바늘질 하듯 시의 언어로 다시 여미실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진눈깨비 날리던 겨울 날 찻집에서 잔을 기울으며 함께 마음 나누었던 문학이라 병, 어쩌면 업보처럼 지고 가야 할 우리 모두에게는 고행같은 운명들이었지만 같이 아파하고, 같이 힘들어하는 분들이 동토의 계절에도 이 땅 어딘가에서 같이 숨 쉬고 있다는 그런 멋진 기억 하나 주워 올린 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모임이었기에, 그 모임 후의 이야기를 몇 줄 남기면서 그 날 오신 분들, 아쉽지만 함께 하시지 못한 분들께도 그날의 따뜻했던 온기 나누어드립니다.
뉘 그리운 날의 소식처럼 머언 섬진강까지 진눈깨비 날리는 추운 겨울날, 그래도 아직은 따뜻한 문학이 있어 살아감이 삭막하지 않는 견딜만한 겨울날 오후입니다.
아로 새긴 풍경들처럼 그립고 행복한 시간들의 뒤에는 다시 어렵고 고단한 문학의 길이 있다지만 소중한 인연들이 힘이 되어 큰 길로 뚜벅뚜벅 묵묵하게 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되길 바래는 마음입니다.
첫댓글 와, 길손님의 모임후기다. 진짜 반갑고 소중합니다. 저 나가서 술마시고 와서 읽어야 겠습니다. 약속이 늦으면 또 왕언니가 삐질지 모르니까요 ^^만나기로 했거든요.
소설가 보다 더 잘쓰신 후기, 시만 잘쓰시면 되었지 남의 영역까지 침범하시는 것같아 불안해 집니다. .^^ 역시 순수한 시인다운 시각으로 모든 것을 예쁘게 보신 시인님께 사랑한다고 고백해도 될까요 ^^ 후기 정말로 고맙습니다. 제게 가장 좋은 선물입니다.
길손님의 모임후기를 읽으니 세삼, 어설픈 진행이었음에도 모두의 가슴속에 잔잔한 여운이 남았구나.. 하는 위안이 듭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서로에게 글에 대하여 품위를 지켜주고 이끌어 준다면 박서영씨가 바라는 글동네 문학 사이트는 비로서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봅니다. 님의 성품이 고스란히 느껴지는군요.
길손님과 얘기를 더 못한 것이 무척 아쉽습니다. 언제 또 만나려나.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고 기억해 준다는건 참 고마운 일인 것 갔습니다. 길손님~ 저도 이름을~
성천님, 하영님,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간들의 기억이 있기에 오늘이 힘겹지 않고 또 그런 날이 기다리기에 무지 희망적인 삶인가봅니다. 박서영 작가님, 더 좋은 만남 저도 기다리고 또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