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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작가와문학 가을겨울호 세계탐방록-눈이 저리도록 광활한 영토, 미국 서부
눈이 저리도록 광활한 영토, 미국 서부 / 시인 김윤자
*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미국은 영토가 워낙 넓어서 부분적으로 나누어 여행을 해야 한다. 이번 여행은 미국 서부다. 캘리포니아 주, 애리조나 주, 네바다 주, 3개 주
를 탐방한다. 미국은 50개 주인데 알래스카 주와 하와이 주를 빼면 본토는 48개 주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주는 캘리포니아 주와 텍사스 주다.
미국 서부는 대부분 밭과 사막인데 특히 캘리포니아 주는 70%가 사막이다. 미국여행에서는 한번 갔던 길은 90%가 다시 오지 않는단다. 그
만큼 광활함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비행기 안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날짜 변경선을 지나 태평양을 건너왔다. 인천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비행시간은 10시간 정도다. 시차는 한국보다 16시간이 늦다.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은 상당히 크다. 북미 지역에서 아시아와 호주, 유럽 지역으로 오가는 주요 관문 가운데 하나다. 1927년 밀스필드공항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고, 1955년부터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공항 문 위에 샌프란시스코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정겹다. 공항 밖 대기실에는 나무들을 한 줄로 잘 가꾸어 놓았다. 공항은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남쪽으로 21㎞ 떨어진 곳에 있다. 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동했다. 공항에서 나와 도로를 만났을 때 역시 광활하다. 공항에서부터 계속 넓은 도로를 달린다. 한반도의 2.3배 크기인 드넓은 캘리포니아 주, 그 안에 있는 미국 서부의 아름다운 도시 샌프란시스코에 왔다. 오늘은 300Km 정도 달린단다. 평생 탈 버스를 이번 여행에서 다 탈거라고 한다. 광활한 미국 서부의 전주곡이 시작된 것이다.
*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스탠퍼드 대학교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광활한 도로를 달려왔다.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상원의원을 지
낸 릴랜드 스탠퍼드가 1884년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하던 중, 아들이 15세의 나이에 장티푸스로 사망하자 아들을 기리기 위해 1주
일 만에 대학설립을 결심하여 세운 대학교다. 철도사업으로 부호가 된 그는 6년간의 준비작업과 캠퍼스 공사를 거쳐 죽은 아들의 이름을 기
리기 위해 1891년 555명의 학생들을 받아들이면서 개교했다. 개교 당시부터 특정 종파에 치우치지 않고 남학생과 여학생을 함께 받아들였
다. 오늘날은 사립명문 종합대학으로 세계 우수대학이 되었다. 미국 동부에는 예일대, 하버드대, 서부에는 스탠퍼드대가 명문대학이다. 스탠
퍼드 대학은 졸업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가장 중시하는 교육목적은 창의적 사고, 문제해결 능력 향상, 연구방법론 제고 등이다. 오래 전부터
한국 정치인, 관료, 기업가, 엔지니어들의 장, 단기로 수학하는 대학교로 선호되어 왔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캠퍼스에는 700개가 넘는 건물
이 있다. 학부생의 97%가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교정에 들어섰을 때 놀라웠다. 드넓은 풍경이 가장 인상적이고, 나무와 잔디, 건물 등 잘 가
꾸어 놓아 아름답다. 후버 대통령이 세운 후버타워의 종탑과 오랜 역사가 담긴 성당, 도서관 등을 관람했다. 스탠퍼드 대학 마크의 기념상가
도 갔다. 교정이 광활하여 시내버스가 이동수단인 대학, 그 일부만 보았지만 그곳에서 대학생들의 활기찬 모습과 도서관의 향학열을 체험한 소중한 여정이다.
* 샌프란시스코의 지진대비 주택
샌프란시스코는 제일 큰 피해가 지진이다. 다른 피해는 없다. 지진대비책으로 1910년부터 집을 붙여 짓는다. 모두 목재다. 3층 주택이 많으
며, 집 사이가 좁다. 이웃과 붙여 짓는 이유는 1906년 8도의 대지진으로 집이 모두 무너졌기 때문이다. 1년에 5Cm씩 가까워진다. 옆집 이야
기가 다 들린다. 샌프란시스코의 별명은 7개로 언덕의 도시, 낭만의 도시, 군사의 도시, 게이의 도시, 바람의 도시, 안개의 도시, 금의 도시
다. 건물의 창문이 돌출되어 있는 곳이 많다. 바람이 많은 도시라서 시원하게 하기 위해서다. 은행건물도 그렇게 짓는다. 단순한 조형미가 아
님에 놀라웠다. 대부분이 만 지역에 모여 산다. 신기한 눈으로 시내를 돌며 본 주택들은 정말로 한 치의 틈도 없이 붙여지었고, 트윈 픽스에
서 내려오며 본 주택들은 기차의 굽어진 모양으로 이어져 있었다. 철저한 지진대비 주택이다. 언덕 위 경치 좋은 곳에 남자끼리 사랑하며 사
는 게이마을도 있다. 게이들은 6가지의 무지개 깃발을 내걸고 평화롭게 모여 산다. 마을입구에 대형 무지개 깃발이, 주택에도 작은 무지개
깃발이 즐비하게 꽂혀 있다. 차이나타운이 샌프란시스코 도심 한 블록 자리 잡고 있다. 곁에는 이태리 타운도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프란시
스코 원정대가 들어오면서 지명이 된 도시다. 성 프란시스코였다. 위도는 한국과 같다. 서부와 중부, 동부의 생활패턴이 다르다. 중부는 프랑
스와 네덜란드인이 많고, 서부는 스페인이 멕시코에게 넘겨주었다. 이런 저런 역사를 지니고 지진과 바람을 이기며 발전시킨 도시다.
* 샌프란시스코 트윈 픽스
트윈 픽스는 샌프란시스코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 높은 전망대 언덕이다. 270m와 271m 높이가 비슷한 두 개의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
다. 쌍둥이 봉우리처럼 나란히 있어서 트윈 픽스라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에는 43곳에 이런 언덕이 있다. 그 중 트윈 픽스는 개발되지 않아
원형이 잘 보존된 곳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별명은 안개의 도시다. 한류와 난류가 만나 태평양에서 안개가 언제 들어올 지 아무도 모른다. 버
스가 트윈 픽스 언덕을 향해 오르는데 갑자기 안개가 확 낀다. 정상까지 오르며 만과 시가지 등을 본다. 트윈 픽스의 전설이 있다. 인디언 처
녀와 대지주 아들이 사랑하여 아들을 낳고 죽었는데 그 여인의 두 젖무덤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슬픈 전설을 들으며 트윈 픽스에 오르니 시
가지가 훤히 보인다. 샌프란시스코는 한쪽은 만이고, 한쪽은 바다로 지진과 바람이 많다. 그래서 집이 낮다. 부촌은 나무와 바다, 언덕을 갖
춘 곳이다. 이 부근은 부자 마을이다. 집값이 상당히 비싸다. 집들이 언덕 줄기를 따라 비스듬히 오르며 지어져 있다. 일교차가 커서 낮은 따
뜻하고, 밤은 서늘한데 그런 기후가 샌프란시스코 옷의 패션이 되었다. 이곳은 특히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강하고 차가운 바람이 많은 곳이
다. 모자가 난간 밖으로 날아가 간신히 꺼낸 사람도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가지와 바다와 언덕, 나무, 하얀 건물들이 절창이다.
바다에서 자란 바람은/ 강한 심장과 강한 발목으로/ 도시를 지나 산언덕까지/ 한달음에 달려와/ 뭇사람들의 가슴을 심히도 두드린다./ 인디언 처녀와 대지주의 아들이/ 사랑을 하였다고/ 아들을 낳고 죽은 그 여인의/ 두 젖무덤이/ 아직도 생생히 살아, 여기 숨 쉬고 있다고/ 서러운 그날의 전설을/ 회오리치며, 바람은 자꾸 읊어 댄다./ 샌프란시스코를/ 한 눈에 품고 있는 두 개의 산봉우리/ 배꽃의 눈부심으로/ 태평양을 딛고 일어선 도심을/ 뜨거운 모성으로 보듬고 있다. -김윤자 시 [샌프란시스코 틔윈 픽스] 전문
* 샌프란시스코 시청
시청은 차도로 둘러 싸여 있다. 원래는 분수가 있었는데 없앴다. 집 없는 자들이 모여서 살게 하기 위해서다. 1906년에 일어난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으로 옛 시 청사가 파괴되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1915년에 현재의 청사가 세워졌다. 건축가 아서 브라운 주니어가 미켈란젤로의 산
피에트로 대성당을 본떠지었다. 94m 높이의 장엄한 돔 지붕 건물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 한국의 시청과 비슷한 모양의 건물이다. 잠
시 내려서 보았다. 1923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숨을 거둔 워렌 하딩 대통령의 시신이 시청 지하에 묻혀 있다. 시청을 떠나며 버스에서 '샌프
란시스코' 추억의 팝송을 들었다. 이곳이 그 유명한 노래 속의 샌프란시스코다. 무심코 불렀던 낭만의 노래를 현지에서 들으니 뜨거운 감성
으로 다가온다. 미국은 한국과 반대되는 것이 많다. 응급전화 119가 여기서는 911이다. 114도 411로 한국과 정반대다. 먼 나라에 왔다는
것이 실감난다.
* 샌프란시스코 이종문 아시아 예술문화센터
시청 맞은편에 우람한 건물이 있다. 원래는 미국 최대의 아시아 전문박물관으로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박물관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제약회
사 종근당 창업주인 이종근의 막내 동생인 이종문이 1995년에 경영하던 회사를 매각한 돈으로 미화 1천6백만 불, 거액의 기부금을 기증하
여 이 박물관의 이름을 ‘이종문 아시아 예술문화센터’로 바꾸었다. 건물 외벽 상단에 ‘Chong-moon Lee Center for Asian Art &cultural
Center’라고 그의 이름이 영문으로 크게 새겨져 있다. 이종문은 대한민국 출신의 미국 기업인이다. 미국으로 이민 오기 전에는 종근당 전무
이사였다. 1975년 47세의 나이로 미국에 와서 소프웨어 개발업체인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설립하였다. 1982년부터 1995년
까지 운영하던 이 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하여 천문학적인 부를 얻게 된 것이다. 그 후 벤쳐그룹 회장으로서 IT기업 투자 등으로 사회공헌
과 자선활동을 해왔다. 2005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그는 창업주도 중요하지만 회사에 청춘을 바친 종업원들은 더욱 중요하다며 전 재
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숨결이 서린 이곳은 교포들에게 큰 자부심을 부여하는 곳이다. 먼 타국에서 내 조국
의 위상을 높여주는 훌륭한 분에게 감사했다.
* 샌프란시스코 베이 크루즈 유람선
샌프란시스코 베이 크루즈 유람선은 만으로 둘러싸인 바다를 1시간 동안 유람한다. 피셔맨 시티, 어부 마을에서 승선했다. 금문교 아래를
지나 알카트라즈 섬 뒤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다. 유람선에 승선하여 샌프란시스코 해안 절경을 보았다. 금문교 맞은편에 만의 땅과 땅을 이
어주는 만다리가 길게 바다 위에 놓인 풍경이 아름답다. 금문교보다 1년 전 1936년에 건설된 이 만다리도 유명하다. 베이 브리지는 서쪽 샌
프란시스코와 동쪽 오클랜드를 연결하는 14㎞의 다리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세워졌다. 베이 브리지를 짓기 위해 1933년부터 1936년
까지 동원된 인력이 1만 명이 넘고 건설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도 24명이나 된다. 밤에는 야경이 매우 아름답다. 이곳 바다 가운데에는
악명 높은 알카트라즈 감옥도 있다. 유람선을 타고 돌아오면서 보았다. 소슬한 감옥 건물이 오롯하다. 지금은 감옥이 사라지고 고요하여서
아름다운 정경이다. 언제나 유람선은 황홀한 비경을 선사한다. 바다와 샌프란시스코 해변풍경이 시심을 흔든다. 선착장 부근 워터프런트는
시인을 비롯한 많은 예술인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더욱 아름답다.
태평양 물이/ 사나운 속성을 버리고/ 갇힐만 하지/ 선녀로 앉은 해안도시, 눈부신 고혹에/ 바다는 보드라워진 거지/ 떠나지 못하는 물은/ 스스로 뒹굴어 청청한 융단이 되고/ 금문교 육중한 뿌리를 지켜주고/ 베이 브리지 긴 허리를 보듬어 주고// 선한 해안도시는/ 이렇게 다가오는 바다를/ 품을만 하지/ 희생으로 아픈 물을, 사랑하는 거지// 위대한 사랑 앞에/ 무서운 알카트라즈 감옥도/ 자유의 꽃으로 웃을만 하지 -김윤자 시 [샌프란시스코 베이 크루즈] 전문
* 샌프란시스코 알카트라즈 감옥
유람선을 타고 항구로 돌아오는 바다에서 작은 섬에 갇혀 있는 악명 높은 알카트라즈Alcatraz 감옥을 보았다. 돌이 가득하여 ‘더 록'이라고
불렸던 섬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4km 거리에 있다. 스페인 탐험가가 1775년에 가마우지와 갈매기들이 바위에 앉은 모습을 보고 ’가마우지
의 섬‘이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1850년대 등대가 세워져 군사요새가 되고, 포로와 마피아 두목 등 중범죄자들을 수용하는 섬이 되었다.
독방으로 분리된 커다란 3층 건물이 1912년에 들어섰다. 미국 법무부가 군대로부터 이 섬을 인수했다. 그리고 1934년부터 1963년 폐쇄될
때까지 29년 동안 이 건물은 악명 높고 잔혹한 연방 감옥이 되었다. 죄수들이 열네 차례의 탈주를 시도 하였나 한 번도 탈옥하지 못하였다.
감옥을 탈출했던 사람은 30명이 넘지만 대부분 탈옥 과정에서 사망했다. 세계에서 가장 탈출하기 어려운 감옥으로 유명해졌다. 1962년 프
랭크 모리스와 존 앵글린, 클래런스 앵글린 형제가 가장 대담한 시도를 했다. 이 일화는 할리우드 영화 ’알카트라즈 탈출‘로 제작 발표되었
다. 이 세 명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익사했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시체는 찾지 못했다. 오늘날까지도 그들의 운명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
다. 남미에서 형제를 보았다는 소문도 있지만 모든 것이 정확하지 않은 정보다. 감옥 주변이 사나운 물살과 상어떼의 바다였다. 그것을 감지
하지 못하고 죄수들이 감옥을 탈출하기 위해 바다에 몸을 던지기만 하면 사망했다. 그토록 무서운 감옥이 사라지고 지금은 평화로운 정경이
다. 1976년부터는 국립역사유적지로 개장하여 세계인의 걸음을 모으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아름답게 변한 아담한 알카트라즈 섬이 고운
자태로 바다에 떠 있다.
*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웅장한 경관의 건축물이다. 미국의 힘을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금문, 골든게이트Golden Gate라는
명칭은 골드러시 시대에 샌프란시스코 만을 부르던 이름이다. 샌프란시스코와 북쪽 맞은편의 마린카운티를 연결하는 주홍빛의 다리로 골든
게이트 해협을 가로질러 놓여있다. 붉은 색인 이유는 금 색칠하면 안개 낄 때 안 보여서, 인터내셔널 오렌지색으로 칠한 것이다. 푸른 바다
위에 놓은 붉은 색상과 그 자태가 매우 아름답다. 금문교를 걸어서 건넜다. 밀물과 썰물이 만나는 곳으로 빠지면 아무도 못 나오는 곳이다.
토목 엔지니어도 못 놓는다던 환경인데, 바람의 도시 시카고에서 온 조셉이 설계하여 건설한 다리다. 1933년부터 1937년까지 4년 동안 많
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건설되었는데, 그 당시 기술로는 대단하게 지었다. 인구 30%가 실업자였는데 350억 들여서 실업자를 구제한 다리다.
한편으로 이곳은 자살하는 곳이다. 79%가 생활고 자실인데 여기서 떨어져 죽기도 한다. LA에서 리우데자네이루까지 거리만큼의 시멘트를
부어서 건설했다. 해류가 너무 세어서 그렇다. 다리 도로면은 수면에서 66m 높이에 있다. 상판의 교각과 교각 사이는 피아노 강선 줄로 이었
다. 강선이 상판을 잡아준다. 다리를 지탱하는 두 개 탑의 높이는 227m로 건설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이자 가장 높은 현수교 탑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주 케이블 사이의 간격은 1,280m다. 이음새를 27,572개의 볼트로 조였다. 땜질과 못이 없다. 볼트만 풀면 다리를 허문다.
1982년 대지진에도 무너지지 않았다. 금문교의 건설은 1996년 미국토목학회가 선정한 현대 토목건축물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다. 사실 이
곳 사람들이 가장 애착을 가지는 다리는 1936년 제일 먼저 완공된 만다리다. 그런데 1982년 지진 때 만다리는 무너졌다. 금문교는 좌 10m,
우 10m 흔들거리며 지진이 나도 끄떡 없이 견뎌왔다. 1914년에 파나마 운하가 개통되고, 1915년에 금 박물관이 생겼다. 금문교는 골든게
이트 브리지로 금을 캐러가는 입구의 다리였다. 그 다리를 나는 지금 걷고 있다. 2737m, 도보 40분 거리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4월 중순인
데도 춥다. 나는 따뜻한 겉옷을 입어 춥지 않았지만 얇게 입은 사람들은 추위로 고생했다. 금문교의 튼튼함은 외형에서도 대단했다. 저 멀리
태평양이 광활하게 전개되고 안쪽으로는 샌프란시스코가 안온하게 자리하여 크고 작은 섬들과 함께 비경을 선사한다.
태평양에 목숨을 늘인/ 장엄한 그네/ 어머니, 여기 무동을 타듯 올랐는데요/ 무엇을 배워 갈까요/ 해무를 사랑하는 눈물도 있고/ 바람을 꺾는 호령도 있고/ 지진을 녹이는 강한 심장도 있어요/ 어머니, 제 몸속 구석구석/ 주머니가 열려요/ 하나를 담으려 하면/ 또 하나의 소중한 보물이 파고 들어요/ 한갓 볼트로 살점을 여미고/ 소슬한 강선에 육신을 매달고/ 그 두려운 긴 고독을 홀로 공중에 산화하며/ 도도한 바다에서/ 온유한 길을 이끌어낸, 저 붉은 인내/ 어머니, 끝없는 지혜를 수혈하는/ 축복의 등을 걷고 있습니다. -김윤자 시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전문
* 캘리포니아의 광활한 들녘 풍경
캘리포니아 들녘은 달려도, 달려도 아몬드 나무와 포도나무와 알파파 초지, 그리고 기름진 검은 흙, 광활한 푸른 초원이 전개된다. 이곳 계
절이 한국보다 빠르다. 4월인데 나무들이 모두 울창하다. 한국의 5월 풍경이다. 도시를 벗어나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간다. 캘리포니아의
들녘이 전개된다. 구릉의 언덕에는 자작한 풀이 돋아나 있고, 풍력계가 집단으로 줄서서 돌아간다. 개인소유이며, 라스베가스의 후버댐에서
전기를 생산하여 판다는 것이다. 땅 아래에는 석유를 캐지 않고 보존하고 있다. 중동에서 헐값으로 사다 쓰면서 후손을 위해 50여년 분의 자
원을 그대로 묻어 두고 있다는 것이다. 곳곳에서는 양, 소 등이 방목으로 풀을 뜯는다. 산이 없고, 자연생성 된 무덤 같은 민둥산이 간혹 보인
다. 5월이면 갈색 초지다. 겨울에 비가 온다. 집의 나무는 물 주어서 기른다. 농토도 보인다. 휴게소 겸 캘리포니아 과일농장도 견학했다. 아
몬드 나무가 줄맞춰 심겨져 열매가 달렸다. 덜 익은 복숭아 같다. 캘리포니아의 5대 농산물은 알파파, 아몬드, 오렌지, 포도, 쌀이다. 오렌지
는 플로리다에서 많이 나는데 델몬트는 플로리아산이고, 썬키스트는 캘리포니아산이다. 캘리포니아의 농산물 중 1위가 알파파라니 신기하
다. 알파파 농장도 보았다. 알파파는 소, 말, 가축의 사료로 쓰는 풀이다. 건초로 캐나다에 수출하여 외화를 벌어들이는 풀이다. 보리의 싱그
러운 잎처럼 알파파 식물이 물결치고 있다. 3년 주기로 2년 농사짓고, 1년은 휴식년이다. 휴식년 때 알파파를 심는다. 이곳 땅이 7번 융기로
땅에 소금기가 있어 알파파가 소금기만 먹는다. 넓은 영토가 건조하지만 생명을 키우고, 석유를 저장하고, 자신의 몫을 충실히 하고 있는 정
경이다.
달려도, 달려도 끝이 없는/ 땅의 천국/ 그곳, 땅 위에 사는 족속은/ 아몬드나무, 포도나무, 알파파 풀이고/ 땅 아래 사는 족속은 석유다./ 광폭의 푸른 융단에/ 눈이 황홀한데/ 땅 위 주인과 땅 아래 주인이 다르다는/ 바람 같은 말에/ 귀가 시리다./ 기계에 길들여진 나무들/ 일렬로 줄서서 충성하는 모습/ 그리고, 후손을 위해/ 석유 캐는 기계가 손을 놓은 모습은/ 이방인의 가슴에도 보물이다./ 얼마나 아파해야/ 얻어지는 광야의 행복이겠냐고/ 제련된 검은 흙이 토로한다. -김윤자 시 [캘리포니아 들녘 풍경] 전문
* 요세미티 국립공원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캘리포니아 주 중부 시에라네바다 산맥 서쪽 사면에 위치한 산악지대다. 300개가 넘는 호수와 폭포, 계곡 등으로 이
루어져 있다. 빙하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절경이 장관이다. 해발고도 해발 671m~3998m인데 산림욕 나무가 많다. 1890년 미국 국립공원으
로 지정되었고, 1984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되었다. 요세미티는 원래 인디언이 살고 있었는데 곰이 나타나면 '요세미티'하고 부르
다가 그 후 위험한 상황시마다 '요세미티'로 불러 오늘의 이름이 된 것이다. 큰 바위의 돔을 1/2로 자른 것 같은 하프 돔 바위가 있다. 직경
1080m의 장군바위 엘카피탄도 있다. 식당도 한 곳뿐이다. 점심은 식당이 없어서 도시락으로 먹었다. 동물을 조심해야 한다. 먹이를 주면 상
처를 입게 된다. 청솔모는 깍두기를 먹고 뒹굴더란다. 무엇이든 받아먹어서 그렇다. 공원의 경찰이 사진증거 확보하여 벌금을 내게 한다. 의
자에 앉아 먹을 때 자꾸 쳐다보는 청솔모를 피해 먹었다. 레드우드 붉은 나무가 울창하다. 주기에 그려진 나무다. 전신주로도 사용하는데
200년 보존 가능하다. 산에는 5월까지 눈과 얼음이 있다. 푸른 나무 사이로 하얗게 깔린 4월의 눈이 장관이다. 요세미티 폭포로 갔다. 총 높
이 739m에 3단으로 이루어진 요세미티 폭포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폭포다. 하늘이 아득하여 한참을 올려보아야 했다. 하늘도 잘 보이지 않
을 만큼 울창한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산을 만나지 못했던 캘리포니아 들녘의 산에 대한 갈증을 다 풀어주었다.
캘리포니아, 그 긴 들녘에서/ 산에 대한 갈증으로/ 숲을 그리워 할 때/ 점점이 마중 나온 나무들이 하나 둘 늘어나더니/ 세상모르고 마음껏 자란 산이/ 포효하고 있었다./ 산과 들이 도란거리는 내 조국의/ 훈훈한 자연이/ 시리도록 그리운 것은/ 천둥치는 산 때문만은 아니리라/ 구멍 난 하늘에서/ 전나무 높은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사나운/ 요세미티 폭포 때문도 아니고/ 우주를 쪼갤 것 같은, 호령의/ 장군바위 엘카피탄 때문도 아니고/ 잔인한 반쪽, 하프 돔은 더욱 아니고/ 산은 산대로, 들은 들대로/ 기량 껏 솟고 뻗은 땅의 자유, 그것이 가슴을 친다. -김윤자 시 [요세미티 국립공원] 전문
* 요세미티 국립공원 조망언덕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는 세 가지 절경을 본다. 엘카피탄 바위(ㄱ자), 하프 돔Half Dome(돌), 요세미티 폭포(3단)다. 조망언덕 전망대로 이
동하여 웅대한 비경을 모두 보았다. 산정이 온통 화강암 바위 군락이다. 낮은 지대의 푸른 숲 위로 솟구쳐 오른다. 빙하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기암절벽들이다. 대장 바위로 불리는 엘카피탄은 장엄한 자태다. 바가지를 엎어놓은 것 같은 높이 1000m의 거대한 화강암이 수직으로 솟아
있다. 지상 최대의 단일 화강암이라는 엘카피탄은 세계의 암벽 등반가들에게 도전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의 국립공원은 58개로 적고, 주립
공원은 아주 많다. 미연방법 적용으로 엄격히 구분된다. 국립공원은 미서부 쪽에 한국의 금강산인 요세미티, 로키 등이 있다. 미중부는 거의
평지다. 4~5월에 비가 많이 오면 요세미티 폭포에서 9천 리터의 물이 한 번에 떨어진다. 단일 화강암 돌출로 형성된 요세미티는 비경이다.
1989년에 큰 산불이 났다. 산불이 난 자리도 그대로 보존한다. 후손에게 교육용으로 그렇게 둔다는 것이다. 나갈 때도 버스는 끝없이 달렸
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드넓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 미국 서부 광야의 일몰
광활한 캘리포니아 최대의 농장지대인 프레즈노에서 석양을 맞이했다. 장렬한 빛을 분무하며 쉬이 넘어가지 않는다. 간간이 수로도 보인다.
프레즈노는 인구 370만 명으로 서부 5위 도시다. 1830년대부터 건포도 생산지로 유명하다. 건포도에 대한 유래가 있다. 주인이 여행 갔다
가 홍수로 늦게 왔는데 캘리포니아 태양빛이 뜨거워서 포도가 말라 건포도가 되었다. 주인의 실수로 탄생된 것이다. 그것이 현재는 세계적인
건포도가 되어 사랑받고 있는 것이라니 더러는 실수도 위대한 것을 창조함을 느끼게 한다. 이곳에서 농장주는 농사꾼이 아니다. 농장주가 되
려면 면허증이 10개 필요하다. 농대 졸업증, 헬리콥터, 트랙터 운전면허증, 등을 획득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프레즈노 농대에서 농장주가 많
이 탄생한다. 후계자가 없어 문제다. 후손은 농사를 안 지으려 한다. 아몬드 나무 한그루에서 나오는 순수익은 많지 않다. 농장주라고 부르는
이유는 한사람이 아몬드 나무를 백만 그루에서 천만 그루까지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랜테이션 농업이다. 대농업, 대농장에 한 가지만
농사짓는다. 끝없는 캘리포니아의 아몬드와 포도 농장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한국 면적 크기의 농장에 비행기로 쌀을 심는다. 미국인
주식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을 겨냥하여 수출용이다. 미국은 땅이 워낙 커서 농산물을 외국에 팔지 않으면 안 된다. 땅 아래와 땅 위 주인이
다르다. 땅 아래에서는 석유를 캐내고, 땅 위에서는 농사를 짓는다. 밭에 석유 캐는 기계 펌프가 있다. 후손을 위해서 석유를 보존한다. 지금
은 4월 중순 현지시각 오후 7시 30분, 광활한 평원으로 넘어가는 광야의 일몰이 장관이다.
무섭도록 광활한/ 캘리포니아 푸른 농장지대/ 태양의 마지막 콘서트는 막을 내리지 못한다./ 둥둥 뜬 빛이/ 거리낌 없는 무대에서/ 부서지고, 뒹굴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한반도 크기의 농토에/ 비행기로 볍씨를 뿌리고/ 농대졸업증과 함께 열 개의 면허증이 있어야/ 농장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여기, 계산되지 않는 무한의 땅에서/ 억센 자유로 근육을 단련한/ 농작물들이 세계로 달려, 달려가는 것을/ 날마다 감지하는 빛줄기가/ 차마 떨구고 돌아가지 못하는/ 뜨거운 모성으로 지상에 머물고 있다. -김윤자 시 [광야의 일몰] 전문
* 캘리포니아 산정 주택
캘리포니아는 산줄기에서 내려오면 평원이고, 평원에는 나무가 없다. 산에만 나무가 있다. 메마른 대평원이다. 10월부터 4월초까지 우기다.
그때 외에는 비가 한 방울도 안 온다. 장마가 없다. 물이 부족하다. 가도, 가도 산이 보이지도 않지만, 어쩌다 산 비슷한 둔덕이 보일 때도 모
두 민둥산이다. 풀 한 포기 솟구치지 않는다. 뉴질랜드 남섬에서 본 구릉 같다. 둔덕에 소들이 풀을 뜯고 있다. 하도 넓어서 듬성듬성 보이는
소들의 모습이 고독해 보일 정도다. 내 조국의 우리에 갇혀 사는 소들이 생각나 가슴이 서늘하다. 풀을 먹는 모습도 평화롭고, 걸음도 평화롭
다. 뉴질랜드에서 본 목장 풍경이다. 뉴질랜드와 다른 것은 이런 목장이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광활한 땅은 목장보
다는 농장지대라는 것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자연 기후가 만든 이색 작품이다. 민둥산을 보며 한참을 달려가니 나무가 드문드문 자란 산 위
에 집이 보인다. 어떻게 살까 싶은데 그래도 저 집이 고급 주택으로 상당히 비싸단다. 전망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다. 산정에서도 모든 것
갖추고 산다. 전기, 가스, 수도, 교통 문제 등 하나도 불편 없이 산다. 이런 지대의 산에는 나무도 있고 아름답다. 캘리포니아 평원에서는 보
기 드문 정경이다.
* 캘리포니아 광활한 모하비 사막
차츰 캘리포니아의 농장지대를 벗어나 모하비 사막으로 접어든다. 캘리포니아 주, 애리조나 주, 네바다 주, 유타 주의 일부에 걸친 광활한
사막이다. 사막의 초입, 바람이 많은 구릉지대에 천여 개의 풍력계가 줄지어 우뚝 솟아 돌아간다. 사막의 바람을 잡아 전기를 생산하는 눈부
신 장면이다. 모하비 사막의 건조한 땅에 자작한 나무들이 많다. 사막 밑에는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 후손을 위해 캐지 않는다. 넓은 사막 위
에 월남전 후의 비행기를 50년 이상 모아 두었다. 비가 안 와서 부식이 방지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주선도 이곳에 낙하한다. 죽음의 계곡
은 이 사막에서 데스벨리로 지정되는데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두 개 주 225㎞에 걸쳐 뻗어 있는 잔인한 땅이다. 그곳은 섭씨 69.7도까지의
고온이다. 여름에는 보통 섭씨 45도~55도로 동물도 사망한다. 장엄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모하비 사막이 계속 전개되고 있다. 바라보다, 바
라보다 눈이 마비 될 것 같은 사막이다. 지구상에 이런 땅이 있다니 놀랍다. 모하비Mojav의 뜻은 '어미니 품처럼 포근한'이란 뜻이다. 정말
어머니 품처럼 광활하다. 가도 가도 끝없는 사막이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철도, 긴 열차, 아득한 고속도로까지 잊지 못할 영토다. 한 자락 잘
라다가 내 조국 동편에 붙였으면, 그러면 큰 농장이 될 텐데, 서러운 부러움의 연속이다. 지치도록 달린 땅에서 미국을 본다. 산맥 위의 도로
로 달린다. 멀리 빙산이 보인다. '죽음의 계곡'이란 이름이 붙여진 데스벨리가 이곳에 있다. 바다 아래 80m에 고인 물을 먹고 붙인 이름이다.
이 길을 통해 금, 은을 캐러 왔다. 1900년부터 은값이 떨어져서 떠났다. 모하비 사막의 어느 마디에 우뚝 솟은 나무가 있다. 모든 풀이 낮은
키인데 유난히 솟구쳐 올라 손가락 모양으로 가지를 펼치고 있다. 키가 큰 선인장 같은데, 그것은 여호수아 나무다. 본명이 죠슈아 트리로 예
수가 지팡이를 짚은 모습이어서 그렇게 이름 지어졌다. 녹색 작은 풀들은 풀 같지만 사실은 풀이 아니다. 그릿우드 트리다. 덤블링 트리라는
나무는 뿌리 없이 뭉쳐진 더미로 구르다가 물 있는 곳에서 산다. 건조시에는 다시 뿌리를 잘라 다른 곳으로 굴러다니다가 물기 있는 곳에서
산다. 독방울 뱀은 굴을 파고 살다가 밤에만 나온다. 모하비 사막은 끝없이 광활하고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서린 기막힌 사막이다. 그랜드 캐
니언까지 가는 동안 이런 사막을 지나서 진종일 달려간다.
눈이 마비 될 것 같은 마른 살점들/ 지구의 이단아, 너는// 거울을 보아라/ 어느 한순간 변하지 않는 잔인한 판박이/ 다른 그 어느 것 하나도/ 허락하지 않는 도도한 자존// 낮은 풀포기를 어머니 삼아/ 여호수아 나무를 아버지 삼아, 서럽지 않다는/ 탱탱한 통곡// 가자, 내 조국의 동녘으로/ 좁은 영토지만 결코 헐벗지 않은/ 푸른 숨결로 널 접목하면/ 아름다운 농토가 되리라, 고독을 벗으리라/ 찬란한 나의 부러움을/ 잠들지 못하게 하는 저 광활한 품사위 -김윤자 시 [모하비 사막] 전문
*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의 캘리코 은광촌
모하비 사막을 진종일 달려와서 캘리코 은광촌으로 가고 있다. 미국 개척정신을 보는 곳이다. 서부영화를 많이 촬영하는 곳이다. 우리가 명
화로 보았던 서부 액션영화도 이 모하비 사막에서 촬영되었다니 큰 감격이다. 멀리 신기루 호수가 보인다. 실제는 사막인데 태양반사로 호수
같은 착시다. 산 위에는 CALICO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입구에서 그 옛날 사용하던 은광촌의 용구들이 반긴다. 한때는 은 생산으로 부촌
이었는데 지금은 영화촬영지 혹은 외인의 관람지로 변한 것이다. 캘리코마을은 은 생산량이 많아 큰 도시였다. 차츰 은값 하락으로 사람들이
떠나고 유령의 마을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관광명소로 그 위상을 회복했다. 예전부터 모하비 인디언이 이 지역에 살고 있는데,
인디언어로 모하비는 '세 개의 산'이라는 뜻이다. 우물을 파서 농작물을 재배하며 목축업을 한다. 지하자원이 풍부하여 철광석, 금, 은, 중석
등이 생산된다. 서부 개척시대인 1800년~1849년까지 골든 러시였다. 16세기에 스페인에서 미서부에 와서 땅이 있음을 알고, 18세기에 다
시 들어와 인디언을 토벌하고 정복했다. 내전이 일어나 1820년 멕시코에 땅을 주고 스페인으로 돌아갔다. 그것이 1846년의 멕미전쟁이다.
전쟁하여 미국이 땅을 빼앗았다. 미국은 승전국, 멕시코는 패전국이다. 문서를 작성하여 토지매매 계약서를 썼다. 후에 멕시코가 땅을 달라
고 했으나 미국은 주지 않았다. 서부를 철도, 산업 등 개척하면 준다고 했는데 멕시코가 개발할 돈이 없어 포기했다. 미국은 고속도로에 무인
카메라가 없다. 그래도 정확하게 달린다. 캘리코 은광촌은 1891년에 탄생하여 1907년 사망했다고 역사에 메모되어 있다. 산쪽으로 오르며
그날의 역사를 재현해 놓은 현장을 둘러보았다. 낭만이 흐르는 마을이다. 그날의 카페, 식당, 마차, 알파파건초더미, 숙소 등이 정겹다. 캘리
코 여자들이 입던 치마는 주름이 많다. 그것은 산이 치마 주름처럼 형성되어서다. 그때의 사람 모양 속에 들어가 그날의 사람이 되어보고, 마
차도 타보고, 잠시나마 뜨거운 미서부의 낭만 향수에 젖는다.
* 모하비 사막의 철로와 화물열차
캘리코 은광촌에서 내려와 사막에 건설된 소박한 도시, 바스토우에서 중식을 했다. 바스토우는 철도회사 사장 이름이다. 지명에 인명이 많
다. 식당 주변은 큰 키의 야자수가 이국적 향수를 자아낸다. 깨끗하게 가꾸어 놓은 정원과 마을이 아름답다. 캘리코 은광촌이 있는 바스토우
지역은 교통의 요충지다. 버스, 기차, 등 모든 차들이 지나는 곳이다. 미국은 1869년에 철도가 생겼다. 사막에 깔아놓은 긴 철로도 장엄하고,
끝없이 긴 화물열차가 달려가는 장엄한 모습이 눈부시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화물열차 객차가 지나간다. 사막에 놓여진 철로도 눈
부신데, 긴 기차의 칸수를 헤아리는 일은 더욱 눈부시다. 대충 세어보니 80량 정도다. 하도 길어서 이곳 기차는 '마일 트레인'이라 부른다. 1
마일은 1.6Km다. 어떤 유학생이 저 기차의 칸수를 세다, 세다 열 받아서 쓰러졌다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뱀처럼 사막을 달리는 장엄한 기
차를 보며 킹맨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막은 습도가 낮아서 이로운 점도 있다. 은퇴자들이 이 지역에서 사는 이유도 습도가 낮아서다. 애리조
나 지역에도 모여 산다. 몸이 쑤시지 않아서다. 앞으로는 30%의 은퇴자들이 사막의 건조한 지역을 개발시킬 것이란다. 여기서 2시간 가면
라스베가스다. 이런 사막지대에다가 세계적인 도박도시를 건설했다. 갈수록, 볼수록 신기한 사막지역이다.
* 모하비 사막의 휴게소
모하비 사막은 한반도만한 크기다. 1930년대부터 고속도로가 건설되었다. 거미줄처럼 도로가 연결되어 있다. 고속도로변에는 철조망이 쳐
져 있다.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교통사고 방지용이다. 고속도로 굴로 동물들이 양편을 오가도록 한다. 코요테는 굴로 다니지 않아서 다리를
설치해 주었다. 동물보호협회에서 철조망을 설치한 것이다. 고속도로 중앙은 비워 두었다. 아우토반 개념이다. 1차선 증축용이다. 도로 우측
에도 1차선은 비워 두었다. 2차선인데 앞으로 5차선까지 확장 가능하다. 미래 백년을 내다보고 건설한 것이다. 광활한 사막 가운데로 난 고
속도로는 끝없이 이어진다. 활주로 역할도 하는 참으로 눈부신 고속도로다. 아득한 사막에 휴게소가 목숨처럼 세워져 있다. 살아서 휴식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이토록 소중할까. 사막 질주를 즐기는 오토바이족도 있다. 사막은 높은 산처럼 서 있기도 하고, 낮은 지대에 풀포기가 구
르며 도란거리기도 한다. 햇볕은 뜨겁게 사막을 증명하고 있다.
* 그랜드 캐니언 가는 길
그랜드 캐니언은 애리조나 주에 있다. 애리조나 주는 그랜드 캐니언의 주다. 캘리포니아의 광활한 모하비 사막을 달려 그곳으로 가고 있다.
애리조나는 전체의 땅이 사막이다. 동이 많이 나서 '동의 주', '구리의 주'라고 부른다. 도박을 합법화 한 곳은 네바다 주다. 킹맨을 지나 그랜
드 캐니언 사우스 림으로 간다. 애리조나 카우보이 노래를 들으며 사막을 달리고 또 달린다. 이곳, 현장에서 들으니 벅찬 감동이다. 애리조나
카우보이는 텍사스 군인이 말을 타고 물건을 실어다 주는 모습이란다. 사막은 이제 끝나가고 나무가 차츰 커지는 지역으로 접어든다. 그랜드
캐니언에 가까워졌다는 신호다. 그랜드 캐니언 가는 길은 그렇게 멀었고, 사막 끝에서 만날 예정이다. 윌리엄스에서 석식을 하고 어둠속에서
그랜드 캐니언의 호텔로 갔다. 그랜드 캐니언에서 유숙할 숙소는 2300m고지에 있다. 굉장히 건조한 곳이란다. 코피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단다. 뛰지 말란다. 넘어지면 지혈이 불가한 지역이란다. 아늑한 방에서 내일 새벽에 갈 그랜드 캐니언을 그려보며 참으로 설레는 밤이다.
* 그랜드 캐니언 일출
새벽 일찍 그랜드 캐니언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 나섰다. 추워서 따뜻한 옷으로 입었다. 4월 중순의 일출 시간은 5시 50분이다. 산정 일출 전
망대에 가서 일출을 맞이했다. 칼로 자른 듯 수평의 그랜드 캐니언 정상, V자형 골 사이로 둥근 해가 뜬다. 장관이다. 600만 년 동안의 지질
학적 활동과 콜로라도 강에 의한 침식으로 형성된 절벽이다. 캐니언 국립공원은 콜로라도 강 북쪽의 노스 림과 강 양쪽의 사우스 림 두 지역
으로 나뉜다. 이곳은 사우스 림이다. 보이는 협곡의 너비는 200m에서 30㎞다. 태양은 절벽 위로 일어서서 어둠을 삼키고 그랜드 캐니언의
계곡을 밝힌다. 콜로라도 강에 의한 침식으로 깎여 있는 그랜드 캐니언은 깊이가 약 1,500m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경관이 뛰어난 협곡이다.
애리조나 주에 있으며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을 가로지른다. 그랜드캐니언의 수평 단층은 20억 년 전 지질학 역사를 간직한다. 천지개벽하
듯 참으로 장엄하다. 그랜드 캐니언에는 4개 부족이 산다. 그랜드 캐니언의 이름에 대한 유래가 참 재미있다. 스페인 장군이 발견했는데 인
디언의 안내를 받고 바라보며 '그란데'라고 외쳤단다. 그 뜻은 '크다'인데 그것이 '그랜드'가 된 것이다. 스페인과 멕시코에 얽힌 전설 같은 이
야기를 이곳 미국에서 많이 듣는다. 날이 서서히 밝아오고 그랜드 캐니언의 비경이 일어선다.
* 그랜드 캐니언 비경
일출을 본 후 자리를 옮기며 그랜드 캐니언의 비경을 보았다.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은 1893년 채광, 벌목과 사냥을 계속 허락한다는 전
제하에 숲을 보존하는 보호가 처음 시작되었다. 1919년 의회법으로 국립공원이 탄생되고, 1979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랜드 캐니언은 서울과 부산 거리의 446Km로 광활한 면적이다. 폭은 최장 36Km, 평균 16Km다. 깊이는 1.6Km다. 거대한 신의 손길로 빚
은 작품이다. 애리조나 주의 상징물이다. 버스가 지나는 도로도 해발 2300m, 대단히 높은 고지다. 4월 19일인데 이곳 온도는 0도, 아주 싸
늘하다. 뚝 끊어진 절벽이 두렵기도 하지만 밭 같은 땅줄기가 보일 때는 정겨웠다. 내 생애 최대 비경을 눈앞에서 마주하고 있다. 찬란한, 그
러나 고독하여서 애련한 그랜드 캐니언의 비경을 두고 돌아서지 못하여서 한참을 그곳에 머물렀다. 그랜드 캐니언 일출과 비경을 다 보고
떠날 때쯤, 안내소 건물 곁에서 야생 엘크 사슴을 만났다. 사냥감 보존에 대한 법이 1906년 강화되어 야생동물을 보호하게 되었다. 사슴은
사람이 다니는 길목에서 서성이며 기쁜 만남을 선사한다. 이 국립공원은 다양한 지형만큼 생태 시스템 역시 다양하다. 줄어들고 있는 아한대
숲과 사막 강 생태 시스템과 희귀하거나 위험에 처한 동식물들이 방해받지 않고 남아있는 생태적 피난처다. 오늘 아침 그랜드 캐니언의 비
경에 더하여, 참으로 큰 행복을 덤으로 만난 것이다.
아버지, 여기서는/ 태양도 어린아이가 되나 봅니다./ 저 두려운, 칼날 같은 능선을/ 천진한 발로 사뿐히 오릅니다./ 아버지, 여기서는/ 극한의 절벽도 결코 호령치지 않습니다./ 붉은 생살점도 아파하지 않고/ 큰 나무도 절대로 고개 들지 않고/ 바위에 붙어사는 원시의 풀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아버지, 여기서는/ 사람들도 다 나이를 놓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지고온 욕망과 지식의 눈으로 바라보면/ 처절하게 떨어져 내린 협곡이/ 통곡할 것입니다./ 아버지, 여기서는/ 담담한 날개가 돋아납니다./ 평정의 절대 고지, 신의 정원을/ 높지도 않게, 낮지도 않게 날고 있습니다. -김윤자 시 [그랜드 캐니언] 전문
* 그랜드 캐니언 아이맥스 영화
그랜드 캐니언에 대한 아이맥스 영화를 관람했다. 40분간 주요 장면만 상영한다. 북아메리카 고대문화와 최초로 인간이 거주한 증거를 포
함하는 그랜드 캐니언이다. 국립공원은 2,600개 이상의 선사시대 유적을 간직하고 있다. 고고유적지들은 가혹한 기후와 물리적 환경에서
인간사회가 어떻게 적응해 왔는지 보여준다. 인디언들이 이 협곡으로 이주해 와서 1860년 앵글로 아메리칸이 도착하기 전까지 방해받지 않
고 살았다. 미국 최초의 인종은 인디언이다. 애리조나는 인디언 보호구역이다. 원주민들의 언어가 600개, 서로 말이 안 통한다. 스크린에서
인디언들의 야생생활 모습이 맨 처음 나온다. 인디언들은 보호구역에서만 산다. 정치만 못하고 구역 안에서는 활동이 가능하다. 미국인들의
계곡 탐험, 래프팅, 호랑이와의 결투, 뱀, 독수리 등 그랜드 캐니언의 구석구석을 보여준다. 뚝 끊어진 절벽 아래 물이 강처럼 흐른다. 계곡
내에 있는 둔덕, 소용돌이, 메사와 사원들은 가장자리에서 내려다보면 산맥으로 보인다. 강물의 침식작용이 계속되면서 긴 협곡과 지류를 따
라 폭포와 급류를 만들어낸다. 아이맥스 영화라서 그 협곡으로 빨려 들어가는 환상이다. 그랜드 캐니언의 정상과 장엄한 계곡과 바위림, 계
곡물 사이를 돌아보고 나온 걸작 시네마다. 아쉬운 작별을 하고 그랜드 캐니언을 떠난다. 경비행기 공항도 둘러보고 낮은 지역으로 내려간
다. 애리조나 주에서 네바다 주로 가는 것이다. 울창한 숲의 그랜드 캐니언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 사막을 흐르는 로키산맥의 빙하수 콜로라도 강
그랜디 캐니언을 떠나자 모하비 사막이 또 이어진다. 애리조나 주에서 네바다 주로 가는 것이고 종착지는 라스베가스다. 원래는 후버댐 부
근의 길로 가는데 후버댐 공사 관계로 라플린으로 돌아서 간다. 대협곡을 지난 곳에 1930년부터 6년의 공사기간을 들여서 1936년 완공된
건설한 후버댐에서는 전기를 생산한다. 그랜드 캐니언으로 갈 때 만났던 콜로라도 강을 사막에서 또 만났다. 콜로라도 강은 로키산맥에서 발
원한 빙하수인데 콜로라도 주, 유타 주, 애리조나 주, 네바다 주, 캘리포니아 주를 거쳐 멕시코령 캘리포니아만으로 흘러든다. 건조지대를 흘
러내리면서 유역 일대를 관개한다. 2300Km 길이에 80m의 폭으로 장엄한 강이다. 7개 주를 지나서 댐 17개를 거쳐서 흐른다. 전에는 유출
량이 많아 홍수의 피해를 입었으나, 댐의 건설로 수량이 안정되고 관개용수가 확보되었다. 강 유역에는 로키산맥 국립공원,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 등 명소가 많다. 대단히 푸르고 아름다운 강이다. 학창시절에 배웠던 콜로라도 강에 대한 노래가 떠올라 달빛 환희다. 그 환상의,
동경의 강을 지금 눈앞에서 바라본다. 사막을 가로질러 흐르는 청남빛 물결이 장관이다. 주변은 건조한데 야자수가 강변에 줄서 있어 청초한
분위기다. 강변에 마을을 이루고 산다. 콜로라도 강 다리를 건너서 라스베가를 향해 달린다. 강을 건너가자 다시 사막은 어김없이 나타나서
건조한 등살이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푸른 용/ 태어난 곳 로키산맥/ 부모형제 빙하수, 모두 생존/ 이것이 내가 본 콜로라도 강의 족보다.// 그가 수천 킬로를 달리면서도/ 지치거나, 스러지지 않는 것은/ 로키산맥의 웅혼을 져버리지 않아서// 그가 일곱 개 주를 거쳐/ 열일곱 개의 댐이 발목을 잡아도/ 면면히 흐르는 것은/ 깔깔한 사막의 아픔을 알기에/ 이것이 내가 본 콜로라도 강의 삶이다.// 등허리 허락한 다리를 건너/ 라스베가스로 가며 만난 열광 소나타 -김윤자 시 [사막의 콜로라도 강] 전문
* 사막의 도시 라스베가스
사막을 달리다가 라스베가스에 들어오자 주택이 많이 보인다. 사막 가운데 주택 군락이 푸른 물결이다. 라스베가스는 사막이 도시로 발전한
곳이다. 라스베가스는 푸른 초원이란 뜻이다. 영어가 아니고 원주민 말이다. 1950년 마피아 부두목이 거주하여 호텔과 카지노를 지은 것
을 시작으로 발전된 도시다. 지금은 부두목 픽스는 망하고 죽었지만 초호화 도박장으로 발달된 도시다. 철도가 건설되고 영화산업, 도박장
등으로 화려한 도시다. 이곳은 다른 룰이 적용되는 도시다. 신기한 것들이 참 많다. 결혼이 즉시 가능하고, 이혼이 즉시 가능한 곳이다. 신랑,
신부, 증인 2명. 목사만 있으면 결혼할 수 있다. 이혼을 목적으로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찾아오기 때문에 일명 ‘이혼도시’라고도 불린다. 또
한 은퇴자들이 와서 연금으로 운동, 골프 등을 즐기며 산다. 애리조나 주 실버타운을 조성했다. 젊은이는 일거리가 없어서 못 사는 도시
다. 광활한 주택단지도 있다. 물로 키운 나무들이 울창하다. 도로도 잘 발달되어 있다. 지나는 곳마다 높고 긴 건물들이 연이어 있다. 불과 5
년 동안 일군 대도시는 사막의 푸른 꽃이다.
때론 사막도 일어서고 싶겠지/ 눈물겹게 짜낸 물로는/ 연명하기조차 힘이 들어서/ 지나가는 바람의 주머니를 두드리기도 하고// 꽃도 피우고 싶겠지/ 통통하게 살찐 도시를 부러워 하다가/ 푸른 욕망이 솟구쳐/ 밤낮 없이 호사스런 불 밝혀 놓고/ 허방 짚는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하기도 하고// 그래, 춤도 추고 싶겠지/ 지폐마다, 동전마다 발을 달아 주어/ 적선하듯 기어 나온 돈들이/ 호텔 숲을 이뤄 물결치게 하고// 허허로운 모래벌판을 뜨겁게 달구는/ 재주 좋은 녀석 -김윤자 시 [사막의 도시 라스베가스] 전문
* 라스베가스 베네시안 호텔 컨벤션 센터
라스베가스는 네바다 주 최대 분지로 연중무휴의 사막휴양 도시다. 베네시안 호텔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정경을 모방하여 건설한 호텔이
다. 베네시안 호텔의 구름이 인공인데 진짜 하늘처럼 느껴진다. 위는 지붕으로 사실은 천정인데 하늘과 구름이 장관이다. 보기에는 석양의
하늘같지만 인공으로 만든 작품이란 사실이다. 중앙에는 시계탑으로 구성된 아름다운 조형의 건물이 있다. 독특한 건축물이다. 사방에는 아
름다운 건물로 둘러싸여 있고 문화공연으로 몰려든 인파가 대단하다. 광장을 가로지르는 물이 흐른다. 아담한 다리도 설치하여 고운 풍경이
다. 보트를 타고 유람하며 노지기의 산타루치아 이탈리아의 가곡을 듣기도 하는 낭만적인 곳이다. 자칫하면 일행을 잃는 곳이기도 하다. 출
입하는 긴 복도의 통로도 아득하다. 장사를 하는 사람도 있고 구경하는 사람도 있고, 여기서는 그 누구도 아름답다. 라스베가스가 요즈음은
도박뿐만 아니라 관광 등 다른 목적으로 사람을 끌어 들인다. 눈부신 도시 라스베가스에서 아름다운 속살을 보는 황홀한 순간이다.
* 라스베가스의 호텔들
라스베가스 호텔 하나, 하나가 모두 거대한 예술 작품이다. 공중 모노레일로 사람을 이동시키기는 광경도 보인다. 젊은이들이 호텔을 선전
하는 홍보물을 들고 서 있기도 한다. 1년에 호텔 1개씩 오래된 것부터 무너뜨리고 새로 짓는 도시다. 상하수도 시설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식물에게 물을 주는 것도 대낮에 주려면 티켓을 끊어야 된다. 밤에만 주어야 한다. 호텔 로비가 완전히 게임장이다. 그랜드 캐니언을 신이 만
든 가장 거대한 자연이라면, 라스베가스는 인간이 만든 가장 화려한 도박장이다. 라스베가스에서 지갑에 있는 돈은 내 돈이 아니란다. 라스
베가스는 그곳에 온 사람들의 1달러까지도 빼앗으려 애쓴단다. 가장 첫 번째 바보는 호텔에서 잠만 자는 자, 두 번째 바보는 밤새도록 도박
하는 자, 세 번째 바보는 밤새도록 도박하여 다 잃고 나오는 자란다. 10달러만 가지고 도박해 보란다. 다 잃고 나오란다. 딸 확률은
0.000000....1%란다. 탤런트 손** 어머니가 이곳에서 97억원을 딴 적이 있는데 그럴 확률은 마른하늘에 번개 치는 것을 내가 맞고 살아날
확률이란다. 그 만큼 여기서 돈을 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라스베가스가 발전한 것은 도박자들이 잃고 간 그 돈으로 인해서라 하
니 라스베가스의 높은 호텔도, 화려한 상업빌딩들도 돈이 애절히도 붙어 푸르게 빛나는 것 같다.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화려함
의 극치다.
* 라스베가스 야경
라스베가스는 사막지대라서 태양이 오래도록 땅을 떠나지 않고 있다. 끝없는 사막 허허로운 모래벌판을 뜨거운 연민으로 보듬고 있다. 라스
베가스의 일몰은 독특한 풍경이다. 일몰이 끝나고 밤이 되자 라스베가스는 불야성 도시다. 카지노를 비롯한 오즈의 마법사 호텔, 맨하탄 호
텔, 자유의 여신상, 베네치아 호텔의 분수 쇼 등의 야경이 장관이다. 어떤 이는 소돔과 고모라처럼 될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높은 빌딩들이
모두 형형색색의 꽃불로 뜬다. 1일 전기량이 4천명 인구가 1년 쓰는 전기량이란다. 외곽의 화력 발전소에서 공급한다. 이 도시에 380개 도
박장을 허락했다. 카지노를 찾는 사람들이 1인당 평균 230불을 잃고 가는 셈인데 그것이 이 도시를 발전시키고 있단다. 라스베가스의 야경
을 버스로, 또는 걸으며 보았다. 가장 찬란한 야경은 프리몬트 거리의 전구 쇼였다. 긴 실내의 돔 천정을 1만대의 불빛으로 야경이 흐르며 장
식한다. 주제는 그때마다 다른데 피아노 선율도 흐르고, 노래도 흐르고, 음악과 장면들이 섬광처럼 지나가며 황홀하다. 한국의 LG에서 설치
한 작품이란다. 무료로 제공하는 이 전구 쇼를 보기 위해 세계에서 모여든 인파가 걸작 야경 앞에서 열광한다. 그외 호텔로 돌아오며 본 라스
베가스의 여러 가지 야경은 눈부신 비경이었다. 얼마나 이곳 시민들이 노력하여 일군 도시인지, 왜 라스베가스에 가보라 하는지, 깨닫는 순
간이었다.
사막의 도시는 살기 위해/ 한 방울의 피도 아낌없이 일어나서/ 불꽃 지핀다./ 하룻밤에 목숨 걸듯 치열하다./ 세기의 명물을 조각해 놓은 장터에서/ 자유의 여신상이 울부짖고/ 베네치아의 분수가 하얗게 뒹굴고/ 에펠탑, 오즈의 마법사 성까지 영혼을 사르더니/ 프레몬트 거리의 천정에서/ 통곡의 빛과 소리가 화신의 탑을 쌓는다./ 어디가 끝인지 모를/ 카지노, 그 고혹의 뜨거운 좌판/ 어떤 이는 소돔과 고모라처럼 될 거라고/ 무서운 독설을 내뱉기도 하고/ 어떤 이는 주머니가 쪼개지도록/ 달러와 씨름하며 고독한 행복을 줍고/ 거기, 불로 태어나 불로 죽을 것 같은/ 마른 고뇌가 천둥치고 있었다. -김윤자 시 [라스베가스 야경] 전문
* 모하비 사막 휴게소에서 본 풍경
네바다 주 라스베가스에서 캘리포나아 주 LA로 간다. 4시간 30분 소요예정이다. 새벽어둠을 사르는 태양이 솟구친다. 지난밤 광란의 불빛
으로 유혹하던 도심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햇살 조명에는 요조숙녀로 앉은 라스베가스다. 도시를 벗어나자 또 다시 이어지는 사막길이다.
어제에 이어 또 모하비 사막을 달린다. 광활한 사막의 벌판은 시리도록 눈과 가슴에 파고든다. 다른 어느 것 하나도 허락하지 않는 사막은 끈
질긴 자존으로 도도하게 미국의 한 영토를 붙들고 있다. 산조차도 민둥산, 사막의 주름덩이다. 생명이라고는 고작 풀 더미 같은 자잘한 나무
뿐이며 사막의 구간마다 다른 수종을 전시한다. 가끔은 커다란 죠수아 나무가 여호수아의 지팡이로 신처럼 서서 사막을 지키곤 한다. 사막
의 대장정에 온몸이 저려온다. 그래도 모하비 사막의 고독한 풍경은 서럽도록 눈에 담겨서, 저 고혹의 땅을 어찌 잊을까 자꾸 바라본다. 사막
에서 휴게소를 만났다. 오아시스로 선 휴게소 건물만이 사람의 영토다. 3일 동안 끝없이 달려온 사막, 눈이 마비 될 것 같은 연속 풍경이다.
오늘이면 끝 모르고 달려들던, 그러나 찬란했던 모하비 사막과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철조망 사이로 마른 살점을 지고 사는 사막과
주름진 민둥산과 뜨거운 상면으로 조우하고, 이제 널 언제 만나겠냐고 애달픈 목소리로 외쳐 보았다. 강아지 한 마리가 살아있다는 듯 장엄
한 목숨으로 걷는 모습에 잠시 생의 빛을 흡입하기도 했다. 사람이 놓은 긴 고속도로 앞에서 전혀 다른 문명의 길로 인도되기도 했다.
* 시에라네바다 산맥 설산풍경
얼마를 달렸을까. 아득한 사막길이 적막하여서, 그래도 지나고 나면 그리울 것 같아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데 멀리 설산이 보인다. 지금까
지 보아온 풍경과는 전혀 다르다. 빅토빌 시티를 지나며 도시는 점점 넓어지고 사막의 기운이 가라앉으며 또 하나 진풍경이 뜨고 있다. 시에
라네바다 산맥 설산이다. 로키산맥 줄기다. 캐나다에서 보았던 로키 설산이 지금 눈앞에서 그날의 회억을 적신다. 사막 끝에서 만난 우람한
산이다. 이제 서서히 사막을 벗어나 LA에 가까워지고 있다. LA 진입 카플레인, 다인승 전용차선 도로로 접어든다. 이곳 도로 이용자는 한 차
에 2명 이상이 탔을 때만 가능하다. 교통량이 많아서 그렇다. LA에는 1~3명당 차 1대를 소유하여 자동차가 많다. 1925년에는 일본인을 못
들어오게 하려고 쿼터제를 만들기도 했었다. 길가에는 보호벽이 높게 설치되어 있다. 고속도로에서 오토바이도 달린다. 도로변 푸른 풀에 물
을 주고 있다. 나무도 물을 주어 기른 것들이다. 건조한 캘리포니아의 사막만을 보다가 시에라네바다 산맥 설산 풍경을 보고, 나무도 보니 사
람 사는 영토에 가까이 다가옴을 실감나게 느끼는 순간이다.
* 로스앤젤레스 한인 타운
로스앤젤레스는 현대식 건물로 우리나라의 도심과 아주 흡사하다. LA는 미국에서도 특히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한국인 이민 역사
는 100년이다. 하와이 사탕수수 밭을 시작으로 본토에 들어왔다. 한국을 대단한 국가로 인식한다. 한국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할 때 이민자
들은 애국자가 된단다. 1970년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한인 이민이 이루어졌다. 1850년도에 유타의 탄광으로 이민하여 많이 사망했는데
묘지에 한국인으로 기재되어 있다. 또한 정치계에 한인이 들어가 한인들의 위상이 높아졌다. 1994년 6.3도의 LA지진으로 한인 100여명이
사망했다. 그로인한 충격으로 한국으로 돌아간 사람들도 있다. 한낮의 햇살이 감미롭게 평화를 선사한다. LA 한인 타운에는 한국어로 장식
한 한인 상가들이 많다. 내 조국 어느 한 골목에 들어선 듯하다. 최가네 식당, 대륙백화점, 수정미용실, 한국수퍼마켓, 병원, 찜질방, 노래방,
소주방, 현대택배 등 한국어 상호로 화사하다. 이곳은 웨스턴 거리로 한인 타운 번화가다. 여기는 연탄과 연탄집게 두 가지만 빼고 한국의 물
건이 다 있단다. 우리 한인 교포들이 잘 살길 빌며 애정의 눈길로 거리 곳곳을 보듬었다.
* 로스앤젤레스 유니버셜 스튜디오
이곳은 영화 촬영세트장으로 LA의 엔터테인먼트 중심지다. 입구에 대형 지구본이 설치되어 있다. 수많은 내외국인이 모여들어 입장객 줄
이 장사진이다. 자유 이용권으로 5가지를 선정하여 보았다. 워터 월드, 쥬라기 공원, 스튜디오 투어, 씸슨 와이드, 슈렉인데 맨 먼저 본 곳은
물 전쟁Water War다. 물과 불, 포성, 다이빙, 보트 등으로 장렬한 영화장면들을 재현해 준다. 앞줄 관객은 물보라도 맞으며 현장감을 맛보기
도 한다. 두 번째는 바나나 보트를 타며 공룡 체험을 했다. 물 위를 보트로 달릴 때 공룡이 곳곳에서 출현하여 놀라게 한다. 터널을 통과하자
물벼락으로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다음은 트레인 순회다. 미니기차를 타고 스튜디오 안을 돌아보는 것인데 콰이강의 다리, 죠스가 출현하
는 바다, 터널 화재, 계곡의 물 사태 등 영화에서 보았던 긴박한 순간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디즈니 영화관에서는 의자가 심하게
요동치며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데 추락하는 대목에서는 눈을 감았다. 다음 방에서는 특수 안경을 쓰고 관람하는데 나에게로 쏘는 불과 나를
공격하는 괴물들이 신기했다. 각자가 그렇게 자기에게로 다가오는 환상이다. 독특한 영상기술이다. 서부 영화에서 보던 전쟁포성, 괴물출현
장면들이 어떻게 촬영 되는지 조금 알듯했다. 넓은 땅에 잘 꾸며 놓은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큰 감동을 선사했다.
영화에서 보았던 긴박한 순간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물과 불의 전쟁/ 죠스가 출현하는 바다/ 콰이강의 다리, 비행기 추락 현장까
지/ 생생한 호흡으로/ 관객의 눈과 심장을 쥐고 흔든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영화 속의 주인공으로 흡입되어/ 두려운 세상을 유영하다
가/ 스튜디오 밖으로 나오면/ 결박을 푼 자유, 살아 일어선 화사한 목숨이/ 거기, 있었다./ 생의 마디마디 고난이 서려도/ 살아진 육신으로
받아주는 이 땅은/ 정녕 아름다운 신세계가 아니겠냐고/ 은빛 지구가 웃고 있었다. -김윤자 시 [로스엔젤레스 유니버셜 스튜디오] 전문
* 로스앤젤레스 허리우드 거리
허리우드Hollywood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구역이다. 수많은 영화가 제작되고, 많은 유명배우들이 등장한 곳이다.
1853년에는 이곳에 어도비 벽돌로 만든 헛간 하나가 있었다. 1900년대 초에 허리우드 인구는 500명의 작은 농촌에 불과했다. 1910년에서
야 LA로 합병되었다. 그 후 미국 동부의 뉴욕과 뉴저지일대에서 번성하였던 영화산업이 캘리포니아의 좋은 날씨와 밝은 햇빛이 영화촬영에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허리우드로 옮기기 시작하였다. 차츰 발전하여 영화산업을 대표하는 곳이 되었다. 근처의 비벌리 힐스에는 배우와 유
명 예능인, 실업가 등이 살고 있다. 허리우드라는 명칭은 미국의 영화계를 대표하는 대명사로도 쓰이고 있다. 이곳 맨스 차이니스 극장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곤 한다. 극장 앞과 주변 도로 바닥에는 유명배우들의 이름이나 그들의 손과 발, 이름을 새겨 놓았다. 영화배우 230
명의 이름이 새겨진 긴 거리다. 여기가 미국 LA 허리우드 거리다. 스타의 거리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온다. 석양에 비추이
는 영화인들의 이름이 찬연히 빛나고 있다. 한 시대를 아름다운 연기로 사람들 가슴 속에 심어 놓았기에 떠나갔어도 그 영혼을 기리고 있다.
화려한 건물들과 줄지어 달려오는 차량행렬들, 젊은이들의 낭만적인 횡보 등 모두가 곱게 수놓아진다. 광범위하게 거리 곳곳에 허리우드라
는 이름이 새겨져 있어 허리우드가의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버스를 타고 떠나올 때도 스타의 거리는 한동안 곱게 이어졌다. 이것으로 미국
서부 여행은 마무리 되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출발하여 광활한 사막지대를 거쳐 그랜드 캐니언에 갔다가 다시 캘리포니아 주로 온 것이
다. 눈이 저리도록 이어지는 모하비 사막과 장엄한 그랜드 캐니언, 그리고 사막을 꽃불로 일으켜 세운 라스베가스는 값진 선물이었다. 여행
은 가장 적은 투자로 가장 큰 교육효과를 얻는 것이라는 말은, 내가 세계여행에서 항상 체득하는 뜨거운 교훈이다.
땅바닥에 새겨진/ 영화배우 이백삼십 명의/ 손과 발, 이름들이 찬란하여서/ 인도에 뜬 스타들의/ 끝없는 행렬을 따라 걷고 또 걷다보면/ 죽어도 죽지 않는/ 불멸의 숨결에 가슴이 달구어진다.// 그들이 걸었을/ 평생의, 그 한 길에 대한/ 붉은 집념을 기리고자/ 한 무리씩 주저앉아 고운 낭만을 엮기도 하고/ 사라진 그림자, 애련하여서/ 꽃빛 회억의 걸음 수놓기도 하고// 거리는 모든 것을 다 수용한다./ 밟아도, 밟아도 아파하지 않고/ 외쳐도, 외쳐도 귀를 닫지 않고 -김윤자 시 [로스엔젤레스 허리우드 거리] 전문
김윤자 약력:충남보령 출생, 공주교육대학교 졸업, 교직생활, 2000년 조선문학 등단,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인
협회 회원, 서울서초문인협회 이사, 서울시정일보 편집위원, 작가와문학 편집위원, 시집<별 하나 꽃불 피우다>, 한국명시선집<새벽을 여는
종소리>, <해뜨는 지평선에서>, 공저시집<살구꽃 피는 고향 언덕>외 동인지다수, 황희문학상, 한국은유문학상, 작가와문학상, 충남문학작
품상, 모범교사표창
눈이 저리도록 광활한 영토, 미국 서부-작가와문학 2017년가을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