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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늘자 비행기 內 사건사고 급증… 항공사들 대응 골머리
이기우 기자
입력 2023.07.09. 12:30
업데이트 2023.07.10. 07:46
지난달 30일 경기도 부천시 부천대 내에 마련된 제주항공의 승무원 훈련장. 훈련복을 입은 신입 승무원 20여명이 비행기 내부를 본떠 만든 훈련장에서 승객과 승무원으로 역할을 나눠 실습에 돌입했다. 이날 실습은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승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내 보안 실습이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부천시 부천대 내 제주항공 객실승무원 훈련장에서 신입 승무원들이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승객을 제압하는 실습을 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승객 역할을 맡은 한 교관이 자신의 자리가 비좁다며 비어 있던 비상구 앞 좌석으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승무원들은 자리로 돌아가 달라고 안내하는 한편 “한 승객이 이상 행동을 보이고 있으니 주의해서 지켜봐달라”고 정보를 공유했다. 이윽고 잠잠해지는 듯하던 교관은 다시 한번 비상구 앞 좌석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를 제지하는 승무원과 입씨름을 벌이기 시작했다. 교관이 점점 언성을 높이며 폭언을 하기 시작하자, 승무원들은 해당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하는 한편 기내 지시를 불이행하고 승무원에게 위해를 가하고 있으니 제압하겠다는 경고문을 낭독했다. 이어 승무원 4명이 달라붙어 교관을 제압하고, 기내에 비치된 올가미형 포승줄로 두 팔을 뒤로 돌려 묶어서 비상구와 멀리 떨어진 빈 좌석에 앉혔다.
지난달 19일 필리핀 세부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여객기 내에서는 실제로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다. 한 10대 승객이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다”고 주장하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난동을 부리며 출입문을 열려고 시도하다가 제압됐다. 이 승객은 비행기에 타기 이틀 전에 필리핀 현지에서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에서도 지난 5월 제주공항을 출발한 여객기가 대구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비상구 좌석에 앉아 있던 한 남성이 비상구를 열어 200m가 넘는 상공에서 비상구 문이 열리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훈련 절차와 당시 상황이 큰 차이가 없다”며 “상황이 극한까지 치달을 경우 기내에 비치된 테이저건도 사용하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부천시 부천대 내 제주항공 객실승무원 훈련장에서 신입 승무원들이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승객을 제압하는 실습을 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다만 이날 실제 테이저건 발사 훈련은 이뤄지지 않았다. 제주항공은 여객기 1편당 승무원 4명이 탑승하는데, 남성 승무원 비율은 전체의 10% 선이다. 이 때문에 승무원들만으로는 성인 남성 승객의 기내 난동을 제압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해외여행과 함께 다시 늘어나는 기내 난동 행위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항공기 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사고도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항공기 내에서 발생한 불법 행위는 2018년 91건, 2019년 95건에 달했다가 2020~2021년 20여건 정도로 줄었고, 2022년 36건, 올해는 1~4월 25건이 발생했다.
이런 사건사고들에 대한 국내 항공사들의 대응은 전반적으로 비슷하다. 처음에는 구두로 경고하고, 소란이나 난동 수준이 올라가면 포승줄 등을 동원해 제압에 나서는 식이다. 테이저건도 기내에 비치돼 있지만 사용 사례는 많지 않다. 2016년 중소기업 2세 임모씨의 기내 난동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대한항공은 이를 계기로 남성 승무원 1명을 의무적으로 탑승시키고, 승무원들에게 테이저건 사용을 적극 권장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발사 건수는 2020년 1건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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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난동에 대한 국내 사법기관의 처벌 수준은 집행유예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이다. 대한항공에서 난동을 피웠던 임씨는 이후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원, 200시간의 사회봉사 활동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8월 제주행 항공기에서 아기가 울자 시끄럽다며 아기 부모에게 폭언을 퍼붓고, 아기 아버지의 멱살을 잡아채고 침을 뱉은 40대 남성 역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5월 아시아나항공에서 비상구를 개방한 승객은 항공보안법에 따르면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다만 전례가 없어 실제 처벌 수준은 미지수다. 당시 개방된 비상구 수리 비용이 6억4000만원에 달한다고 전해졌고, 아시아나항공이 이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아직 조사 중이기 때문에 조사 결과가 나와야 방침을 정할 수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도 기내 사건사고 늘어… 1억원 가까운 과태료 때리는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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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유사한 사건사고가 적지 않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비행기 내에서의 난동 행위는 2021년 835편당 1건에서 2022년 568편당 1건으로 늘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 역시 올해 들어서만 783건의 기내 난동 행위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이전 수준보다 49% 높아진 수치다. 공항의 항공사 라운지 이용이 쉬워지면서 비행기 탑승 전에 술을 마시는 승객들이 늘어났고, 높아진 항공권 가격에 대한 불만, 코로나 기간 항공사 인력이 줄어들면서 늘어난 고장이나 운항 지연도 승객들의 짜증을 불러일으켜 기내 난동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 FAA는 이런 기내 난동 행위에 대해 ‘무관용 정책’으로 일관하겠다고 2021년 밝혔다. FAA는 사법기관은 아니지만, 사법기관에게 기내 난동 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를 제안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기내에서의 난동 행위 1건당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는 최대 3만5000달러(약 4500만원)지만, 폭언과 승무원 지시 불이행, 비상구 개방 시도 등 여러 건의 난동 행위에 대한 과태료가 중첩될 수 있다. 지난해 4월에는 한 승객에게 역대 최고 액수인 8만1950달러(1억700만원)의 과태료가 매겨지기도 했다. 2021년 7월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에 탑승한 이 승객은 승무원의 머리를 폭행하고, 구속된 후에도 승무원과 다른 승객들에게 침을 뱉거나 발로 걷어차고 박치기를 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호주에서는 승무원에게 반항적인 태도를 보인 승객에게 경찰을 불러 테이저건을 발사하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 3월 호주 퍼스에서 멜버른으로 출발 준비 중이던 여객기에 타고 있던 한 승객은 다른 승객과 자리를 바꿔 가족들과 함께 있겠다며, 원래 자리로 돌아가라는 승무원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입씨름을 벌였다. 이에 승무원들은 경찰을 불렀고, 경찰은 승객이 지속적으로 지시에 따르지 않자 승객에게 테이저건을 쏴서 제압했다.
제주항공
기내 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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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마루치
2023.07.10 07:14:53
우리나라는 범법자들에게 너무 관대하다. 그래서 공권력이 실추되고 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선량한 국민들에겐 친절하되 질서를 무너뜨리고 공권력에 도전하는 범죄자에겐 단호할 수 있는 엄정한 법제정이 시급하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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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ke
2023.07.09 13:09:11
촌넘들이 비행기를 타니 이런 일이 일어난다. 한국 비행기에는 보안관도 안타는 모양이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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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라빛 향기
2023.07.09 19:01:00
승무원께 감사하게 생각하고, 제발 조용히 목적지까지 갑시다. 참을 줄도 알아야 하고요, 괜히 택도 아닌 자들이 넘친다고 승무원께 대들고 있으니까 하는 얘기입니다. 승무원께 대드는 자들을 보면 너무 역겨워요.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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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찬수
2023.07.10 08:37:58
외국 法에 비하면... 우리의 法은 전반적으로 애들 장난수준의 처벌뿐이다... 그러니 토착 종북이 무리나 간첩이 활개치면서 큰소리 치고... 잉여인간 토착 악플러 종자 그것들 무리까지 惡 쓰면서 대들면서 악착같이 못된 짖 버릇을 못 고친다... 法이 사회를 어지럽히는 조장을 하는게 한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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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굵은비
2023.07.10 09:08:46
법과 질서가 무너진 나라는 오래 못 버틴다. 이러한 모든 현상이 하나의 커다란 목적아래 이루어 진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빨리 법 질서를 회복하고 국격을 바로 세우자. 그러기 위해 검찰 댜통령 뽑은것 아니겠나.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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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타블루
2023.07.10 08:17:34
모든 범죄가 그러하지만 특히 이와같은 기내난동,어린이상대로한 범죄,성범죄,음주운전 과 같은 흉악범죄들은 가혹하리만큼 처벌을 강화하지않으면 근절되지않습니다 최소한 보석또는 가석방없는10년이상으로 처벌해야합니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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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촌놈
2023.07.10 07:38:59
국회의원들 우리는 내자식들 이 할까봐 벌금도 약하게 ~~~~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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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노을
2023.07.10 10:44:50
비행기 안에서 난동을 부리면 무조건 테이저건 발사를 의무화 해라.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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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최고
2023.07.10 10:01:33
사법 처리 이외도, 항공사는 영구히 비행기표를 팔지마라.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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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브 사막에서
2023.07.10 08:37:30
비상구 문 여는 것들은 낙하산없이 밖으로 집어던지고 소란피우는것들은 입을 꿰메버리고. 행패부리는것들은 온몸을 결박하여 비행기 날개에다 묶어놓고 비행하렴. 그리고 그 식구들 4촌까지 비행기 탑승 거부해라.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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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
2023.07.10 08:04:31
요즘은 사회가 어려워서 그런지 제정신이 아니거나 마약을 한놈 아니면 술을 먹고 타는 넘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선량한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 비행기 내에서 난동을 부리면 폐가망신 하는 정도로 강하게 처벌을 해야한다. 안되면 강한 처벌로 스스로 법과 규정을 지키도록 정신이 번쩍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람은 본래 그런 넘들이 많은 것 같다. 인간의 속성인가?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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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pi
2023.07.10 08:21:38
LCC가 대중화 되면서 좌석은 더 좁아??고 비행이 답답해저서 앞으로 이런 사고들이 많이 날것 같습니다 , 또한 인건비로 인해 승무원도 줄었기 때문에 대비를 철저히 해야겠습니다 !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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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벙이
2023.07.10 11:29:03
희안한 인간이 대통령 후보까지 되는 걸 본 국민들이 예의나 염치, 도덕, 상식 등의 가치를 잊어버리게 된 결과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닐까?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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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담은우물
2023.07.10 13:31:54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넘들은 그냥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게 해줘야...부엉바위가 반가워 할 일이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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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ace
2023.07.10 11:25:56
단체관광객이 주로 이용하는 저가항공은 이륙해서 안전벨트 사인 꺼지면 그때부터 스튜어데스는 맥주집 알바로 변합니다. 남녀 노소 거의 캔맥주를 몇 개씩 마시고 복도에 서서 떠들고 정말 가관입니다. 그 다음부터는 화장실에 장사진 이룹니다. ㅎㅎㅎ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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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2023.07.10 14:46:39
길게 말할 것 없이 즉시 테이저건 즉 가스총을 발사, 기절시키고 포승으로 묶어 체포하면 된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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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nLee
2023.07.10 11:43:39
단순 처벌과 벌금이 문제가 아니라 그 배후까지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입니다. 대형 사고를 일부러 유도하여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세력들이 사주하였을 수도 있습니다.
답글작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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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save
2023.07.10 16:59:02
첫번째 사진처럼 일단 귀싸대기를 날리고 제압을 하는것도 좋은것 같음..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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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처럼
2023.07.10 16:39:53
용서 없는 5년형 선고.
답글작성
0
0
간달프07
2023.07.10 16:27:07
이재명, 김명수, 문재인의 체포가 시급합니다.
답글작성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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