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답니다.
'봉화'에서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서울에 와서 특별히 어떤 의무적인 일을 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었던지라,
그저 맘내키는 대로 돌아다닐 수 있었던 건데요,
오늘이 하필이면 '개천절'이라 병원도 진료가 없다고 했고(제가 가는 곳), 어차피 공휴일이라... 어딜 가도 그 타령일 터라,
아예,
'내일은 좀 바쁠 테니, 오늘은 자유롭게 보내자!' 하는 심정으로,
저는 점심을 일찍 챙겨먹고는, 평소에도 가끔씩 들렀던 '황학동 벼룩시장' 동네('풍물시장'도 포함)를 가보기로 했던 겁니다.
그래봤자 여기 '내 자리'에서 지하철로 20분, 한 번만 타면 되는 길이라,
부담도 없는 곳이니까요.
게다가 오늘도 오전엔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냥 아파트에 처박혀 지내기가 아까워서(?), 뭔가 재밌는(?) 일을 만들어보고도 싶었던 건데요,
그런 데에 가면 빤하잖습니까?
뭔가 물건을 보면, 어쩐지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심정...
그렇게 저도,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스위스 칼'도 하나 샀고(어딘가 여행을 하다 보면 꼭 필요할 것 같아서 샀는데, 그렇지만 곧 후회했습니다.), '금속 수세미'가 하도 싸서 그거 한 봉지도 샀고,
신발도 하나 있어야 해서 돌아 보았는데, 한 켤레에 만 원하던데... 중고를 살까, 새 것으로 살까? 망설이다가 그냥 돌아오기는 했지만,
요즘, 산골 생활을 하면서 이따금 농사체험도 하다 보니 신발 양말도 쉬 닳아서(신발 안으로 흙도 들어와 쉬 떨어지고), 면 양말도 한 묶음 사고... 또 가다 보니,
"모두, 2천원!" 하는 옷장사의 소리와,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기에,
저도 바지 하나와 남방 한 벌을 4천 원에 사는 등...
나름 이것저것 가방이 두둑하게 사오게 되었는데요,
재미있었습니다.
모처럼 한가한 시간이었고, 부담이 없어서 혼자 웃으며... (재밌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서) 이것저것, 디카 가게도 기웃거렸고,
아!
바지도 샀는데(2천 원) 그 기장이 길어서, 그 시장 자체에서... 줄이기까지 해왔는데요,
바지는 2천 원에 샀는데, 길이 줄이는 건(재봉틀로 한 번 박는 것) 4천 원을 주는,
정말 '배보다 배꼽이 큰' 일도 겪으면서도, 재미있드라구요. 그러니까, 6천 원짜리 바지를 산 거나 마찬가지지요.
(지난 여름, 우리 동네에서 바지를 줄이려고 세탁소에 갔더니, 7천 원을 달라고 해서, "아니, 왜 이리 비쌉니까?" 하고 놀랐더니, 6천 원에 해주드라구요. 정말 재봉틀 한 번 박아주는 것인데도요. 그러고 보면, 오늘 '풍물시장' 옷 수선하는 여인에게 4천 원을 주고 20분쯤 기다린 뒤 받아온 건, 싼 편이잖습니까? 시간도 절약되고.... 여기 세탁소는요, 적어도 이틀은 기다려야 하는데, 봉화로 돌아가야 하는 저는... 그럴 상황도 아니어서, 현지에서 바로 고쳐왔거든요?)
근데, 거기에 옷 고치러 왔던 사람이 저까지 셋이었는데,
우리들끼리 이런저런 얘기한 것도(나이도 엇비슷한 것 같아) 재밌었구요.
특히 그 여인네가,
"아저씨, 옷을 참... 잘 고르셨네요. 2천 원이면... 주운 거나 마찬가진데, 보물을 찾은 거네요!" 하자,
같이 있던 사람들도,
"눈썰미가 있는 양반 같이 보여..." "근데, 뭐 허시는 분인데요?" 하기도 해서,
저는 그냥 웃기만 했거든요.
그리고,
이 아래 사진을 주목해 주세요.
여기서 제가 양말을 샀거든요?(제일 왼쪽에 계신 분이 양말 상인)
그런데 양말을 골랐는데(면양말 회색 4켤레에 5천 원이었던가?),
계산을 하려는데, 상인이 안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서 있었더니,
그 옆의 다른 영감님이,
"여기, 양말장수... 어디 갔어?" 하고 큰 소리로 부르자,
"아, 예!" 하고 소리가 들리는 곳이 바로, 이 식당(선술집?)이었거든요.
근데, 저 양반... 처음엔 (오른쪽 붉은 옷 입은 여인 자리) 거기 앉아서 막걸리를 들고 있었던 거랍니다.
그러더니 바로 와서 제 돈을 받았는데,
"아유... '돼지 껍데기'하고 막걸리 한 잔 하시는 것 같은데, 제가 방해를 한 꼴이군요..." 하고 좀 미안해 하자,
"그게 무슨 말씀요!" 하더니,
"아! 혹시... 막걸리 좋아하시면... 한 잔 하시겠어요?" 하고 저에게 물어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실 저는 그런 걸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해서,
"감사합니다!" 하고 일단 인사는 한 뒤,
그러고도 싶었지만... 제가 요즘, 술 컨디션이 별로 좋지가 않아서, 조금 조심을 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마음은 굴뚝같았는데(그러면 그 양반하고 돼지껍데기를 먹으며 막걸리 한 잔할 수 있었는데......),
"제가... 몸이 좀 안 좋아서... 죄송합니다." 하고 사양을 했는데요,
그 분이 양말을 팔려고 저에게 온 사이에, 새로운 손님들이 그 자리를 차지해버려(? 아래),
그 양반은 쫓겨난(?) 모양새 아니었겠습니까?
그래도 그 분 역시, 전혀 그런 내색도 없이... 자기 술잔을 옆으로 옮기는 모습을,
저는 웃음 가득 머문 얼굴로... 사진을 찍었답니다.
아, 다음에 가면... (혹시 누군가와 함께 간다면) 틀림없이, 저기에 가서... 돼지껍데기에 막걸리 한 잔 할 겁니다. ^^
그렇게 돌아오려고 '동묘'쪽으로 가니,
아까 나올 때는 햇살이 뜨거워 정신이 없었는데, 어느새 구름이 껴... 그래도 기온은 좋은, 공휴일 오후라선지,
정말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도 모처럼(정말, 오랜만에),
'벼룩시장'에 가서 한가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답니다.
근데, 좀 웃기지 않습니까?
'바지는 2천 원, 고치는 건 4천 원'......
그래도 거기 아니면, 어떻게 그런 맛(즐거움)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가끔, 그곳에 가곤 한답니다......
물론, 그곳에 가면... 저 같은 '노인네'가 많아서, 마음이 얼마나 편한지 모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