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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사세요?
장달수가 배장로를 향해 비호같이 주먹을 날렸으나 차마 칠 수 없었다. 주먹에 맞은 배장로가 병신이 되거나 사망할 것이 뻔해서? 아니었다. 그 여인의 간곡한 유언 때문이었다.
장달수는 날리던 주먹을 배장로의 면전에서 펴고, 대신 배장로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그래도 배장로에겐 치명타가 틀림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뽑과 딱이 몸을 날려 두 사람사이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두 사람이 배장로를 테라스 쪽으로 밀고 갔다. 두 사람에 떠 밀려가면서 배장로가 바락바락 악을 섰다.
“야이, 악마의 무리들아! 썩 물러가라!”
“주여! 저 악마를 물리치소서! 아멘!”
“할렐루야! 하나님! 이 땅에 평화를 깃들게 하소서!”
배장로가 딱과 뽑에 의해 테라스 쪽으로 밀려가는데도 장달수는 꼼짝 않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
배장로의 기도소리가 클럽하우스 안을 뒤흔들어 놓았지만 아무도 배장로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다. 티업시간이 임박해서 배장로의 고함소리를 기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다.
허지만 장달수는 착잡했다.
좀 더 유연하지 못한 자신의 처세를 스스로 나무라는 듯했다.
장달수는 부동의 자세로 서서 눈을 감고, 절박한 사지死地에서 자신의 운명을 뒤바꿔 놓은 그 여인의 유언과, 조폭에서 완전히 손을 씻도록 태백산나이트클럽을 정리하게 만든 여인 스샨을 생각했다. 두 여인을 위해서 장달수는 주먹만은 절대 쓸 수 없었다. 장달수의 주먹은 바로 살인무기였기 때문이다.
장달수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
배장로를 테라스 쪽으로 밀고 간 딱과 뽑이 배장로를 꼼짝 못하게 한 후 배장로에게 배꼽까지 허리를 굽혔다. 그리고 장달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인간이 죽일 놈입니다. 우리는 회원님의 억울함을 알고 있습니다.”
갑자기 태도가 이상해진 딱과 뽑을 쳐다보며 배장로가 어리둥절해졌다. 딱과 뽑이 정중하게, 그러나 아이 다루듯 배장로에게 은근히 말했다.
“저 인간 죽이고 싶죠? 우리도 그렇습니다.”
배장로는 뭐가 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딱과 뽑을 멀거니 쳐다봤다.
배장로의 눈치를 엿보며 딱이 말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배장로가 눈을 깜빡거렸다. 아무래도 수상했다.
“저분이 누군지 모르시죠?”
배장로는 잔뜩 경계태세로 몸을 움츠렸다.
“저분은 말이죠. 플라잉K9을 개발하신 분입니다.”
배장로가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K9요? 저 놈이?”
“아네, 아시네요? 저 사람이 플라잉K9을 독자개발했다니까요.”
배장로는 섬짓한 전율을 느꼈다. 천안함 이후 항상 속 끓이던 분노를, 북쪽의 포격에 보복타격했던 K9. 한 꺼풀이나마 그 분노를 벗겨 주었던 우리의 첨단무기 K9. 그래서 배장로는 K9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배장로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저분이요?”
배장로는 K9개발자라는 말에 장달수를 ‘놈’에서 ‘분’으로 호칭을 바꿨다. 뿐만 아니라 조금 전의 불쾌감도 이슬 마르듯 사라졌다. 자신도 국가를 위해 헌신했지만 나라를 지키는 과학자라는 점에서 존경심이 분수처럼 팡팡 솟아났다.
이번엔 뽑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저 인간의 플라잉K9 아니었으면 잔인한 그놈들 손에 우린 다 죽었을 겁니다.”
배장로가 말했다.
“연평도 사세요?”
“아니요.”
배장로가 고개를 꺼덕였다.
“그럼 백령도 사세요?”
“아니요.”
뽑이 말했다.
“저 인간의 플라잉K9 한방에 그 놈들은 완전 초토화됐거든요. 정말 무시무시했습니다.”
배장로가 다시 물었다.
“귀순했어요?”
“아니요.”
뽑과 딱이 태백산나이트에서 중절모들과 싸우던 당시를 떠올리고 한 말에 배장로는 지뢰폭발 사건 당시를 연상하고 몸서리쳤다.
“아!”
배장로가 가늘게 신음 소리를 냈다. 뽑과 딱이 배장로를 안심시켰다.
“허지만 두려워 할 것 없습니다. 건드리지 않으면 함부로 플라잉K9을 사용하지 않으니까요.”
배장로가 깊은 호감을 나타냈다.
“플라잉flying이라했죠?”
“네.”
“신형 K9은 하늘을 날아다니나요?”
“그럼요. 하늘을 날면서 한방에 싹 쓸어버리는걸요. 우리가 목격자입니다”
배장로는 뽑과 딱의 말을 상상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주포K9. 상상만 해도 멋졌다. 아니 속이 후련했다. 아아니, 온 몸에 힘이 불끈불끈 솟아났다. 하늘을 날면서 불을 품는 자주포K9을 상상하자 배장로는 참을 수 없는 격정을 느꼈다.
“아!”
뽑과 딱이 배장로를 살피며 물었다.
“왜 그러세요? 어디 아프세요?”
배장로가 말했다.
“제가 너무 경솔했네요. 전 그런 분인 줄 모르고. 어쩌지요? 얼마나 마음 상하셨을까?”
뽑과 딱이 완전히 갈아 앉은 배장로를 힐끔거리며 눈을 마주쳐 확인했다. 그때 배장로가 갑자기 두 손을 합장하며 머리를 숙였다.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어리석은 어린 양을 용서하옵시고, 플라잉K9과 위대한 과학자를 이 땅에 보내 주심을 감사하게 생각하오며 이 모든 것을 주의 영광으로 돌리나이다. 아멘.”
뽑과 딱이 서로 눈을 마주치며 윙크했다.
기도를 마친 배장로가 두 사람을 근엄하게 노려보며 말했다.
“다 좋은데, 이제부터 두 사람 입 조심하세요.”
“네에?”
“나라를 구원하시는 저 훌륭한 분에게 인간이니 사람이니 그런 저속한 표현을 사용하면 안 됩니다. 모두가 존경으로 받드셔야 하는 분입니다. 명심하세요!”
뽑과 딱은 터지려는 웃음을 참고 간신히 대답했다.
자신은 ‘놈’자까지 써 놓고 시침 떼는 배장로가 어떤 교회 목사 같아 웃겼지만 입술을 깨물고 참았다.
“네!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
비록 오늘, 공은 못 치게 됐지만, 뿌듯한 심정으로 배장로는 가을이 깊어가는 계단을 걸어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제비도 안보이고 쁘리쌰도 안보이고 최사장도 안보이고 진회장도 안보여 골프장에서 퇴장할 수밖에 없었다. 허지만 마음은 너무 가벼웠다.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가 환한 것 같아 자랑스럽기도 했다.
바로 그때였다.
계단 위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 봤다.
첫댓글 배장로가 하마터면 큰일 날번했슴니다.
장달수 부하직원이 아니었으면 ??
ㅎ
그러게요
장달수의 한방이면 사망할지도 모르는데....ㅎ
좋은아침입니다
장달수 일행 병주고 약주네요..
잘 보았슴니다. 감사합니다.
오랜만이에요 나드래님
명절 멋지게 보내셨죠?
항상 행복하기만하세요
여자의힘이 무서운것 같슴니다.
천하의 장달수도,
죽은 여자의 유언을 명심하고 참을수있었군요..
제가 세상에서 제일 무슨게 뭔줄 모르시죠?...ㅋㅋㅋ
진짜 무서워요
그래서 오줌 눌 때는 남자용 확인 확인하고 들어 가고요
오줌 누면서도 수시로 뒤돌아 본답니다
조심하셔요...ㅋㅋㅋㅋ
소설 제미있게 잘보았슴니다
저도 글읽기가 게으른데 즐겨 독서하시는 모습 감동입니다
고운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