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김하늘
후덥지근한 공기, 새파란 조명
담배 연기 자욱하고
여기저기서 흩어지는 알코올 냄새
나는 여기서 이방인이 된다
거추장스러운 귀걸이가 귓불을 때리고
마티니 한 잔과 올리브 세 알
주사위 게임이 한창인 이곳에서
빨갛고 향신료 가득한 스파게티 한 그릇
문득 사이렌 소리가 왕왕 울리고
눈가를 번지는 아이라인에 뜨겁게 운다
얼키설키 흐트러진 머리카락,
다크레드의 립스틱,
내 입술에서 차가운 입김이 새어 나온다
손등을 가득 채운 그놈의 털,
보랏빛을 띠던 최음제 몇 알,
내 상체를 적시던 얼음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음부,
뭉툭했던 혀가 내 입으로 들어오고
발가벗겨진 내 몸을 보고 탐닉해 오는 손길
병신같이,
쌍년,
어떻게 죽여 줄까,
누런 이를 드러내고 웃는 남자
테이블 가득 빨대와 가루약이 흩어져 있고
던힐 여러 갑이 나뒹군다
검은색 블라인드가 내 시야를 가렸고
시선을 돌리면
내 위에서 헐떡이던 뚱뚱하고 땀에 젖은,
튼 살이 가득했던 그 남자가 있다
질끈 눈을 감으면 나는 누구일까
새벽 6시를 가리키는 시계,
얼음 한 가득 입에 물고 가까스로 그 자리를 나온다
―《계간 파란》2017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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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 1985년 대구 출생. 2012년 하반기《시와 반시》로 등단. 시집『샴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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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5.2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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