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dit] 팬케이크 가족 (잔인함주의)

<a href='http://cafe.daum.net/subdued20club'><img src='https://t1.daumcdn.net/cfile/cafe/262FBE4558E11EDB1E' class="txc-image" /></a>출처 : <a href="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humorbest&no=1380063">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humorbest&no=1380063</a> <a href="https://twitter.com/deoeoep/status/1085885446440214528?s=19">https://twitter.com/deoeoep/status/1085885446440214528?s=19</a> 그렇게 창백해? 세상에, 나 완전 귀신 같아 보이겠네. 나 피를 한 7.5리터 정도는 흘린 기분이 드네. 뭐? 아니. 생채기 하나 안 났다네. 주절대서 미안하군. 그냥 내가… 아, 뭐라고 말해야 되지? 분리가 됐어. 이상한 기분이야. 현장에서는 그렇게도 많이 봤는데. 만약 내가 직접 이런 경험을 한다면 지금쯤 이미 경험을 했겠다 싶기는 해. 정말 대단해. 내 몸 밖으로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거든. 연결된 선만 잘라내면 저 멀리 날아갈 것 같아. 혹시 범죄현장을 본 적 있는가? 보지 마. 사진도 보지 마. 파일에 손도 대지 마. 나한테 고마워하게 될 걸. 무릎 떨리는 걸 어떻게 할 수가 없네. 그래서 당신도 커피잔을 떨고 있는 건가? 내가 식탁 흔들고 있지, 그렇지 않은가? 잠시만, 의자로 내려갈게. 아, 됐다. 훨씬 낫네. 면담자: 홉, 이제 공식적으로 이야기해야 돼요. 기록을 위해서 말해주세요. 당신의 권리를 변호인에게 넘길 겁니까? 아니, 난 아직 변호사에게 관심 없는걸. 내 말은요, 맞아요, 넘기겠어 미안해. 그리고 나는 여느 때와는 다르게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겠지. 면담자: 확실하십니까? 네. 면담자: 은퇴한 홉슨 밀게이트 형사가 자신의 변호인에게 권리를 이양하겠습니다. 검사가 오바이트를 멈추고 그걸 공개한다면 변호사 따위는 필요 없을텐데. 배심원단에게 그런 모습까지 다 보여주지는 않잖아. 면담자: 시작할 준비 됐나요? 아니, 그래도 하지 뭐. 면담자: 어떤 이유로 밤에 범죄현장을 찾게 됐죠? 이거 시작 전에 낚시 하러 가려고 했다고 말하면 믿을 겁니까? 됐소. 잠시만, 생각하고 있네. 정리하기가 힘드네. 취조실 테이블 반대편엔 처음 앉아보거든. 아마 그 리포터가 시작이었을 거요. 이름은 바머. 그 여자가 일주일 전에 이메일을 보내와선 드리스콜 살인사건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있다고 했거든. 난 당시 조사 팀장이었고. 그 사건은 20년 동안 미제였어. 얼음덩어리만큼 차가운 콜드 케이스지.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헛소리라 생각했소. 어떤지 알잖소. 대부분은 의도하지도 않아요.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사건을 풀어나갈 실마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 증거에 반대해 확인할 필요가 없다면 이론만큼이나 쉬운 것이 어디에 있겠어. 드리스콜 살인사건은 정말 대단했거든. 엄청난 관심을 받은 사건이었지. 엄청난 압력도 들어왔고. 몇 해에 걸쳐서 이론만 한 200개 나왔겠네. 은퇴하면서 이 사건을 캐롤 형사에게 넘겼는데, 솔직히 말해서 이걸로 걔 신경을 앗아가고 싶지는 않았소. 최근에 일어난 갱단 사건만으로도 충분히 바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그냥 내가 호의로 좀 봐줘야겠다 싶었어. 사실 더 풀려나간다거나 하는 기대는 하지도 않았네. 그 기자를 만난 것은 퍼이어 카페였어. 금발머리에 준수한 외모, 어찌나 전문적이던지 남을 속이거나 음모론을 주장할만한 인물처럼 보이지는 않았지. 그렇다고 내가 프로필을 맹신한단 소리는 아닐세. 어쩌면 그 여자는 죽음을 통해서만 오르가즘을 느끼는 그런 소름 돋는 족속 중 하나일수도 있으니까. 내가 그런 부류를 상대해봤는지는 신만이 알겠지. 그때까지만 해도 그 여자가 농담을 하거나 어디선가 헛소리를 듣고 속은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놀랍게도 파일을 하나 가져왔더군. 꽤 그럴싸했어. 드리스콜의 고백에 관련된 내용이었어… 흠, 걔가 살인자가 아닌가, 맞나? 난 정말 그가 살인장기를 바랬네, 알다시피. 그랬다면 모두에게 정말 좋았을 거야. 면담자: 드리스콜 사건과 관련된 내용 하나만 알려줄 수 있나요? 보자, 이제 20년은 됐겠네. 그 긴 시간을 돌아보자면… 그러니까, 그 빌어먹을 20년 말이요. 그건 정말 긴 시간이지… 면담자: 천천히 하세요, 홉. 고맙네. [목 가다듬는 소리] 드리스콜 가족은 6명으로, 교외에 살고 있었어. 상위 중산층이랄까. 아버지는 변호사고, 어머니는 도자기를 파는 개인 사업을 하고 있었지. 아이가 넷이었는데, 다들 고등학생이거나 그보다 어렸어. 괜찮은 애들이었어. 우등생들이지. 어떤 범법 행위도 저지르지 않았고. 첫째 아들이 고등학교 다닐 적 딱 한번 마리화나를 피우다 걸렸는데 그것 외에는 이렇다 할 사고를 친 적이 없었지. 그냥 가까이 지내다 보면 알법한 그런 사소한 것들이 전부였다네. 그들은 1994년 10월 13일에 사라졌어.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았지. 워낙 미스터리한 사건인데다 그때가 또 할로윈 직전이어서 언론도 더 미친듯 날뛰었다네. 아직도 미제 사건만 다루는 미스터리 프로그램을 보면 가끔 등장하기도 해. 가족 전체가 사라졌는데 어느 누구도 아무것도 못 봤다니. 누구도 그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지 못했네. 이웃이 소음 문제로 민원제기를 하고 나서 우리가 그 사건에 뛰어들었어. 침입 경보기가 울려대서 누가 무단침입을 했겠다 싶었다네. 그래서 순찰차 한 대를 보냈소. 안에서 아무도 대꾸를 하지 않자, 순찰자가 조사를 위해 안으로 들어갔어. 가장 어린 딸의 방에서 누가 봐도 뚜렷한 저항의 흔적이 발견됐소. 침대가 뒤집어졌고 시트는 다 찢겨져 있었지. 경보기는 일산화탄소 경보기였네. 우리는 막내딸의 것을 제외한 모든 침대보에서 일산화탄소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아냈소. 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더라면 절대 알지 못했을 사실이었지. 이웃의 증언에 따르면 경보기는 하루가 넘도록 울렸고 그 사이에 집을 몇 차례 방문했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어. 우리는 몇 블록 떨어진 위치에서 알루미늄 통과 호스를 발견할 수 있었네. 당시 우리는 드리스콜 가족이 가스를 마시고 각자 다른 곳에 버려졌을 것이라 추측했어. 물론 막판에 깨어난 막내딸은 제외하고. 하지만 조사는 어떤 단서도 따라가지 못했어. 물론, 첫 번째 의심은 아버지를 향했지. 하지만 확인해보니 그에겐 동기가 없더군. 더 이상 리드가 없었어. 어머니 역시 마찬가지였어. 남은 가족 역시 깔끔했고. 아버지의 고객에게 동기가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아다리가 맞질 않더군. 그는 이혼 전문 변호사였지만 누구라도 증거 하나 남기지 않은 채 가족 전체를 제거할만한 사람을 변호하지는 않았으니. 세 블록 떨어진 곳에 화학 선생이 살고 있는데다 알루미늄 통도 있겠다 싶어 그를 심문했지만 그의 알리바이 역시 탄탄했네. 근처에 사는 치과의사도 마찬가지였고. 그의 부인이 온라인으로 저 멀리 영국에 사는 왠 남자와 썸을 타는 듯 했지만 심각하게 관련된 것도 아니었고 그 당시에 치과의사는 해외로 나가있던 참이었어. 결국 우리는 마지못해 묻지마 범행으로 결정 내렸네. 이런 식으로 패턴조차 존재하지 않으면 끼워 맞추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란 말일세. 어떻게든 실마리를 찾으려고 수 천 시간을 할애했어. 하지만 어떤 단서도 찾지 못했지. 그나마 그 통들을 조사하긴 했었소. 16km 떨어진 실험실에서 훔친 것이었네. 하지만 CCTV 영상도 확보하지 못했어. 누가 그 통을 훔쳤는지조차 알아내지 못했다네. 그 후 6개월 동안 유사 범행일 발생하지 않아 결국 사건은 콜드케이스로 갔다네. 드리스콜 가족들은 기절한 뒤 납치를 당했어. 아까도 말했듯이, 어디에서도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네. 누가 감히 그들이 야반도주 했다 말하겠는가? 그러닥, 음, 그에 대해선 딱 한번만 말하는 것이 낫겠네. 면담자: 바머 양이 드리스콜의 고백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알고 계신가요? 그 기자는 개인적으로, 그리고 기자로서 그 사건을 수 년 동안 좇고 있었다네. 말했듯이, 그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상을 심어주었잖소. 평범한 사람들이라도 그 사건은 외계인이나 귀신, 혹은 악마의 소행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니까 말이오. 바머는 사건 20주년 기념으로 회고록을 펴냈소. 그로 인해 뜸했던 관심이 다시 모아지긴 했지만, 이건 언제나 있었던 일이지.언제나와 같이, 나는 증거 불충분의 이유로 어떤 말도 하지 않았소. 하지만 내 말을 인용하고자 한다는 그녀의 말에 점심 미팅에 응하게 된 것이었어. 기사가 나가고 나서, 바머는 파일 하나를 받았다고 주장했네. 그러면서 내가 그것이 진짜인지 봐줬으면 하더군. 그 파일에서 가장 적절한 부분이 있다면 그건 바로 고백 부분이요. 나는 바머에게 이와 같은 가짜 파일은 흔치 않다고, 특히나 이렇게나 오래된 사건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고, 그리고 나는 드리스콜 살인사건과 관련해서 24건의 고백밖에 들어보지 못했다 말했네. 하지만 바머는 고집이 셌어. 그녀가 장난질을 하거나 살인사건을 이용해 흥분을 느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미팅에 응하기로 했지. 바머는 그 고백이 점심때 가져온 그 봉투에 들려 우편으로 왔다고 말했네. 면담자: 그 내용물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당시 내 조사의 진척에 대한 개요를 정리한 옛날 신문 기사였소. 시간이 지난 만큼 종이가 누렇게 변해있기에 가해자가 트로피처럼 보관하고 있던 뉴스 기사 보관함에서 나온 것이라 추측했어. 그리고 드리스콜 가족 6명의 개인 사진과 함께 그들이 납치됐을 법한 장소의 사진들도… 있었지. 한번 보게. 내 손 떨림이 멈추지 않는 것이 보이나? 최대한 멈추려고 하는 중이지만 그렇게 되지가 않는다네. 진술이 끝나면 의료진에게 진정제를 받아야 할 판이야. 그렇지 않으면 오늘 밤 잠을 자긴 글렀어. 아니, 지금은 괜찮아. 자네 기록과 내 기억을 위해 어떤 것도 방해 받고 싶지 않네. 그걸 내 머리에 계속 담고 있다가는… 미안하네, 다시 집중하겠네. 물론 그 사진들은 드리스콜 가족 사진이었어. 하지만 그 당시 나는 몰랐지. 사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많이 상한 상태였고 그 인물들도 어느 누구라도 될 수 있었네. 형체를 알아보기가 정말 힘들었어. 하지만 그 정교한 파일을 보고 있자니 더 살펴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네. 그 고백 편지에 대해서는 말일세, 음, 아주 간략했어. 주소가 쓰여 있더군.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이 주소였네. 온라인 상으로 그 주소를 찾아볼 수 없었기에 분명 아주 오래된 주소가 확실했지. 그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네, “이제 거짓은 그만 뽑아내라. 나는 어느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 아침 식사를 위한 준비가 늦어지는 것 뿐이다.” 서명 따위는 없었어. 뭔가 떠올랐어. 제기랄. 그러고 보니 그들이 사라지고 나서 한달 뒤 아침식사 메뉴를 받았다네! 누군가 팬케이크 사진 위로 붉은 동그라미를 그렸어. 그 편지에는, “그들은 죽지 않았으며 그저 아침식사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쓰여 있었네. 우리는 그걸 그냥 버렸지. 세상에. 면담자: 밀게이트 형사님, 시간 좀 필요하십니까? 나… 어떻게 알았던 것일까? 우리는 그 메뉴를 추적하려 했어. 대체 어디서 온 것인지 알아내지 못했어. 분명 인근 지역에서 온 것은 아니었네. 확실한 정보가 잘려 나갔었거든. 우리가 뭘 더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네. 난… 신이시여. 면담자: 편지에 쓰여진 장소에 대해 개인적으로 조사를 하게 된 계기가 뭡니까? 미안해요. 장난이 아니란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소. 그때까지도 설득된 상태가 아니었거든. 20년 동안 사람들이 나에게 가짜 증거물을 보내왔소. 어쩌면 그 사건이 내 상상력도 자극한 것이 아닐까 싶소. 난 언제나 언젠가 내가 놓치고 지나간 것을 떠올리고 사건을 풀리라 생각했네. 누군가 내 무릎 위에 해답을 척하고 올려주리라곤 믿을 수 없었어. 난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만 했어. 바머가 도시 기록을 통해 위치를 확인해줬지만 그 건물이 아직까지 있을지는 둘 다 확신할 수 없었다네. 그 건물은 버려진 공업 건축물이었어. 그 건물로 유효했던 우편 주소는 50년 전에 말소했어. 이미 다 망가졌을지 누가 알겠는가. 나 역시 사건을 풀고 싶은 사람 중 하나였다네. 그 단서가 내 무릎 위에 떡하니 있건 없건 간에 말이야. 그 사건은 내 머리 속을20년 동안 헤집어 놓았어. 바머와는 다음날 아침에 다시 만나기로 했지. 면담자: 범죄현장을 서술해줄 수 있습니까? 그래요. 그 건물은 아까도 말했듯이 공업 건축물이었소. 대략 36m 되는 높이에 너비는 13m? 목조 건물이었는데 처음 봤을 때는 인접한 건물들과 비슷한 수준인 것 같았네. 하지만 몇 몇 건물 정면이 최근 들어 다시 덧대어진 흔적이 보였다네. 더 조사해본 바로는 건물 입구에 체인이 걸리고 자물쇠까지 달려 있었어. 당시 이해하기로는 이 건물이 판금을 파는 가게였겠거니 했소. 적어도 말이야… 미안하지만 혹시 여기 쓰레기통이 있나? 속이 좋지 않군. 고맙소. 우리는. [구역질하는 소리] 미안하네. 속에 든 것이 없다 생각했는데. 아니, 일단 이것부터 얼른 끝내고 싶은 마음이오. 그 후에 진정제를 맞아야 할 것 같군. 건물 내부로부터 왠 냄새가 났네. 아주 희미한 냄새였어. 적절한 이유가 되지 않겠는가 싶었다네, 시민으로서 그런 이유가 필요한 것 때문이 아니라 시체 썩는 냄새는 한번 맡으면 절대 잊지 못하거든. 그 냄새는… 상태가 얼마나 나빴는지 그 똑 같은 냄새가 났다네. 자물쇠 푸는 방법을 잊지 않았기에 곧 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갔어. 보게, 나는 그 냄새의 근원이 차라리 시신이었으면 했었네. 그가 차라리 연쇄살인마였으면 했어. 정말이야. 제발 이런 내 말을 믿는다 말해주게. 면담자: 믿어요. 건물 내부의 모습을 서술해주시겠어요?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네. 정말이야. 미안하게 됐소, 난 그저 이 작업이 끝나면 실로 오랜만에 잠에 들 생각이야. 근방에 응급요원이 있는가? 진정제도 있고? 다행이군. 그 창고는 처음 생각과 달리 그렇게 낡아 빠진 건물이 아니었어. 내부에는 복도와 함께 6개의 공간이 있었다네. 건축 형태 자체는 오래됐을지 모르나 외관상으로도 확실히 다른 건물들에 비해 신식이었다네. 각 방마다 방음벽이 설치되어 있었어. 방에는 바깥이나 방 간을 잇는 창문 하나 없었소. 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복도를 통한 문이 전부였다네. 그쯤 해서 바머를 돌려 보낼 생각이었어. 이게… 안으로 들어갈수록 냄새가 더 짙어졌거든. 그냥 느껴졌네, 그 냄새가. 마치 작은 돌멩이가 되어 코에 틀어박힌 마냥. 아주 작은 모래알이 피부에 알알이 박힌 기분이었네. 그 방들은, 허, 프레스가 있었네. 수압 프레스였지. 1.2m * 2.4m 길이로 커스텀 된 프레스였어. 처음엔 그것들이 병원 침대로 보이는 것 위에 달려있길래 알아보지 못했어. 각 방마다 IV백과 함께 의료기기가 여럿 있었거든. 물론 그는 그걸 이용해서 그들을 그렇게 오랜 시간 살려냈던 거야. 눈 앞이 흐려지는군. 면담자: 잠시 쉬었다가 할까요? 멈췄다가 다시 시작할 바에는 그냥 마저 끝내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 같소. 면담자: 그럼 다음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계속 해주시죠. 그 건물은 분명 범죄현장이었소. 이미 의심할 여지가 없는 상태였다네. 나는 연쇄살인마로 추정되는 인물의 굴에 들어온 셈이었어. 몇 번이고 바머를 돌려 보내려고 했었네. 하지만 그녀는 나를 혼자 두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바로 거부했지. 그 일로 자꾸 왈가왈부 할 시간이 없었어. 당시 내가 가졌던 바머의 인상은 오지랖을 부리고 참견을 잘 하긴 하다만 괜찮은 사람이었네. 그리고 나에게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큰 골칫거리도 아니리라 생각했어. 나는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다네. 혹시나 불가능하지만 어쩌면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그리고 살아있다면 위험에 처해있을지 모르는 이 가족들을 위해 단독으로라도 움직여야 하는지, 아니면 일단 현장을 떠나서 지원요청을 할지 말이야. 일단 출발 전에 아내에게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려줬기에 내 부재가 길어지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보고가 들어가리라 생각했네. 바머도 나도 그 현장에서 핸드폰 신호도 잡히지 않는 상태였거든. 미안, 다시 헛소리를 하고 있구만. 그 순간 그 소리를 들었어… 헉 하는 소리도 아니었어. 비슷하긴 했지만 정확하진 않았네. 그보다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싶지는 않군. 아무튼 소리가 났네. 덕분에 내 주의를 끌었지. 바로 행동을 해야 했어. 그것만이 문제였고. 건물 제일 안쪽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어. 바머에게 내 뒤에 있으라 말한 뒤 리볼버를 꺼내 들었다네. 개인적으로 플래시를 들고 다녔던 터라, 불을 켜고 계단을 따라 내려갔소. 지하는 손으로 직접 판 것 같았소. 어쩌면 그들이 사라진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완성된 것일지도 모르겠군. 나도 모른다네. 바닥은 흙으로 되어 있었고 어찌나 깊이 파여져 있는지 일정한 간격으로 버팀목이 세워져 있었어. 그리고 내 플래시가 처음 밝힌 광경은… 무더기… 차라리 그들이 죽었으면 했네. 차라리 그가 연쇄살인마였으면 했어 면담자: 천천히 하세요. 그리고 내가… 내가 정신을 차린 뒤 처음 떠오른 생각은 ‘감사합니다, 전부 다 죽었군요,’였네. [구역질하는 소리] 내 나이가 벌써 64이란 말이네, 제길. 이제 더 이상 쉽게 까먹는 젊은이가 아니란 말이오. 젊으면 본인은 천하무적이고 절대 죽지 않으리라는 그런 생각을 한단 말이오. 이제 나 같은 노인에겐 날 방어할만한 그런 생각 따윈 없단 말일세. 징징 짜는 것 보소, 그들이 했다면 끝났을 것을. 내 잘못이네. 그들을 찾았어야 했어. 어떻게든 살려내고. 면담자: 홉, 미안하지만 질문 하나 할게요. 그 현장을 자세히 말해줄 수 있습니까? 그래요- [구역질하는 소리] 할 수 있지. 처음엔 내가 뭘 보고 있는지도 몰랐네. 제길, 아직도 모르겠어. 그건… 음, 그건 무더기였으니까. 0.5m 정도 되는 두께로. 냄새나 색깔로 비춰 봤을 때, 그건 분명 살덩어리로 만들어진 것이었다네. 그가 가족들을 난도질 해서 차례차례 쌓아뒀다고 생각했어. 그것만 해도 이미 충분히 끔찍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나에게 진실을 알려준 첫 번째는 눈알이었소. 무더기로 쌓인 생살 가장 위에 놓인 것은 완벽하게 둥근 눈알이었소. 눈구멍 중앙에 박혀 있었는데, 이미 접시 모양으로 심히 왜곡된 상태였다네. 그제서야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이… 간단히 말해 20년 동안 지속된 고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네, 빌어먹을. 그는 20년 동안 드리스콜 가족을 프레스에 넣고 IV를 이용해 생명을 연장하면서 아주 천천히 그들의 몸에 압력을 가했던 것이네. 그것도 몸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다가 결국 그들이 납작… 음, 팬케이크처럼 납작해질 때까지 말이오. 그는 20년에 걸쳐 매년 가족들을 0.6cm씩 뭉개왔던 것이네. 그 후 가족들이 완전히 망가져 움직이지 못한 상태로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다 꺼내와 하나씩 쌓아둔 것이었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인지 가늠도 가지 않아. 알고 싶지도 않아. 그리고 내가 여전히 ‘감사합니다, 전부 다 죽었군요’라 생각하고 있었던 찰나, 가장 위에 있던 사람이 다시 숨소리를 냈네. 면담자: 뭐라고 하던가요? 처음엔 아무 말도 아니었소. 도움 없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 내 생각에는… 아마 소리를 낸 것이 에버리 드리스콜이었던 것 같소. 사실 성별이나 나이가 구분이 가는 수준이 아니긴 했다네. 하지만 금발 머리가 보였다네. 머리엔 상처가 가득했어. 이 짓거리를 한 것이 누구건 간에 그들의 머리에서 일정 부분을 제거한 것 같았소. 그게 아니라면 머리를 이렇게 납작하게 할 다른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군. 다른 신체부위에 비해 덜 납작하긴 하지만, 그래도 꽤 납작해진 상태였다네. 그들의 뇌가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했을지 어찌 알겠소? 그들의 입술은 아마 코가 눌려 부러진 뒤 밀린 치아로 인해 다 터져버린 상태였어. 에버리는 실종 당시 14살이었네. 아, 드디어 떨림이 멈췄군. 신체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정말 괴상하기도 하지, 안 그런가? 또 뭐가 있더라? 기계가 있었어. 펌프처럼 보이는 기계. 빛을 비추어 호스를 따라가다 보니 모든 가족이 펌프에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았소. 분명 스스로 숨을 쉴 수 없었겠지. 한동안은 말이야. 간단히 말해서 그들의 폐가 부풀 수 있는 공간이 없으니 말일세. 가족들의 가슴에는 개구부로 보이는 구멍이 보였소. 펌프에는 스위치가 달려 있었소. 왜 그걸 눌렀는지 모르겠어. 난 이미 패닉상태에 빠져 있었으니 말이오. 무언가를 해야겠다 싶었소. 내 자신 중 멍청한 일부가 그 스위치를 누르면 가족들이 다시 부풀어 올라 제 모습을 찾고 괜찮아지리라 생각했나 보오. 그래서 스위치를 눌렀어. 그러자 호스를 통해 가던 산소량이 최대로 늘어났어. 펌프가 더 힘차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었지. 그리고 그 순간 에버리 드리스콜이 비명을 질렀어. 그는 자기를 죽여달라 애원했소. 다른 것들도 함께 말이야. 그의 말은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소. 계속해서 ‘벤오에러’이라고 소리를 지르지 않겠는가. 그리고 ‘가족’에 대한 말도 했었네. 이해되지는 않았소. 그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고 나는 차라리 그가 수 년 전 이미 실성했기를 바랬소. 면담자: 세상에. 내 생각도 딱 그랬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소. 그는 비명을 멈추지 않았어. 아마 내가 고문자라 생각했던 모양이오. 그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짓이겨진 하얀 조직 뭉치에 불과했소. 그는 박쥐처럼 실명한 상태였어. 이전에 화상 피해자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어. 그들은 시간이 지나 다시 살아야 할 이유와 목적을 되찾았다 말해주었소. 드리스콜 가족 일원 중 누군가가 그렇게 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소. 내 이름을 알려주었다네. 형사라는 것도. 도와주러 왔다고 말을 했소. 그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 하면서도, 이 세상 어디에서도, 어느 누구라도 그들을 도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소. 비명소리를 들을 바머가 아래로 내려왔소. 그리곤 인간 팬케이크를 미처 보지 못하고 내 비명소리를 듣고 도우러 왔다 말했지만 나는 비명을 지른 기억이 없단 말이지. 아무튼 그녀가 도착했어. 그리고 팬케이크를 보자 비명을 질렀지만 나는 에버리 드리스콜에게 집중하고 있었어. 그는 들을 수 있었거든.그는 이따금씩 제정신을 찾았단 말이오. 그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오. “제발 죽여주세요. 너무 아파요. 괴물이 되고 싶지 않아요. 제발 죽여주세요, 그리고 가족들에게는 내가 오래 전 죽었다고 말해주세요. 혹시나 아직도 나를 찾고 있을지 몰라요.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절대 알려주지 마요. 제발 죽여주세요.” 그의 눈물샘이 너무 변형되어 알아차리기 힘들었음에도 그는 여전히 눈물을 흘릴 수 있었소. 바머를 당장 보냈어야 했어. 20년 전 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것보다 그녀를 보내지 못한 것이 더 후회가 된다오. 비단 바머의 안녕 뿐만이 아니라 그녀가 그 다음에 한 행동 때문이네. 그 가족들에게 작정하고 상처를 입히려 했다 한들 그녀가 한 행동보다 더하진 못했을 것이야. 바머는 팬케이크 가족 무더기가 가진 마지막 안정을 앗아가고 말았소. 보게, 그들은 지난 20년 동안 서로와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상태였소. 바머는 이렇게 말했네, “여기 전부 다 있는 거 맞죠? 여기 드리스콜 가족 전부 다 모여있네요. 전부 다 살아서. 모든 가족이.” 장장 20년 동안, 드리스콜 가족의 일원들은 그들과 함께 붙들려 있는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어. 그들은 가족들이라도 무사하기만을 바라며 20년을 살았던 것이오. 그들 모두 자신이 사랑했던 가족들은 그래도 바깥 세상에서 고통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기를 꿈꿔왔단 말이야. 20년 넘게 압축되어 고작 10cm 남짓 되는 높이의 사람 6명이 한데 쌓여 비명을 지르면 어떤지 아는가? 지옥의 문이 활짝 열리는 소리와 같다네. 면담자: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네요, 밀게이트 형사님. 아니야. 내 실수였어. 더 노력했어야 했는데. 실마리를 추적하고. 어쩌면 그들이 의미하고 소리지를 것이 그것이 아닐까 싶소. 내 잘못이었기에 내 책임이란 말이지. 난 그들을 쐈네. 자비는 고약하지만 그들에게 빚을 졌어. 난 그들을 구해내지 못했어. 그들을 관통시키기에는 총알 하나면 충분했소. 하지만 난 내 탄창을 다 비웠네. 그들이 미약하게라도 살아있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들에게 최후의 평화를 주기 위해서. 내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친절이었다오. 그리고 나서야 현장을 나와 지원 요청을 했소. 바머도 나도 그 시체들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았으니까. 조사관들과 함께 다시 지하실에 들어가기 싫어 가지 않겠다 말했네. 그들 중 하나가 현장을 확이하고 나와서는 진술하고 떠나겠다는 나를 붙잡지 않았소. 이제 진정제 좀 맞아도 되겠소? 면담자: 네… 네, 물론이죠. 고맙소. 의료진에게 보여주시오. 일단 팔을 좀 걷어야겠네. 아내가 당뇨를 앓고 있어서 방법은 다 알고 있소. 아, 바머 양에게도 잘해주기를 바라오. 보아하니 그 후에 나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더군. 그 불쌍한 여인은 토하거나 울 기력도 없는 상태요. 면담자: 물론입니다. 혹시 바머씨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계신가요? 현장에서 팀장에게 집에 간다 보고했는데 그 뒤로 연락이 안 되네요. 언론사에 연락해봤나? 면담자: 어느 언론사 말이죠? 데일리 월드. 면담자: 확실하세요? 데일리 월드에 바머라는 성을 가진 기자는 없는걸요.